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60화 (160/305)
  • 제160화

    무척이가 이를 갈며 총을 꺼내드는 것을 보며 그림자 장막을 치운다.

    그러자, 그 잠깐 사이에 적들 중 뒤쪽에서 원거리 딜러들과 함께 있던 지팡이를 든 사람이 스킬 사용을 준비하는 게 보였다.

    아마도 저 사람만 정신계 방어를 해 둔 모양.

    그사이 두 기의 언데드 거인 전사가 달리기 시작한다.

    목표는 앞으로 나와 있는 거구의 전사인 잭.

    달리는 언데드. 정신 공격 때문에 비틀거리는 사람들. 스킬을 준비하는 후위의 지팡이 사내.

    그것을 보며 그 사이로 나 역시 뛰었다.

    “맑음의 정신!”

    내가 뛰는 순간, 후위의 지팡이 남자가 정신계 공격을 무효화하는 스킬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것을 쓴 서포터&힐러로 보이는 상대를 향해 무척이의 마탄 수십 발이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만만치 않다.

    그의 몸 주변에 빛이 생겨나더니, 무척이의 마탄을 막아낸 것이다.

    파치지지지직! 콰칭!

    그러나 다 막지 못했다.

    보호막이 깨지고, 탄환이 그의 몸에 틀어박힌다.

    비명과 함께 뒤로 쓰러지는 서포트 사내.

    그리고, 언데드 두 기는 잭을 지나치며 후위를 덮치려고 한다.

    그때였다.

    “크아아아아아아! 팔로우 미이이이!”

    번역 스킬 참 싸구려네.

    좋은 것 좀 쓰지. B급 헐리우드 영화 같잖아. 이거.

    잭이 포효를 내지르고, 언데드 거인 전사의 시선이 단번에 잭을 향하며 각종 무기를 내리찍는다.

    콰쾅!

    와! 저걸 막네?

    잭은 강력한 탱커인지 언데드 거인 전사 둘의 공격에 격타당했음에도 물러서지 않고 버티고 있다.

    레벨이 대체 몇이지?

    “통찰의 눈.”

    쌍검을 들고 달리며 그의 상태를 본다.

    [제이콥 할렌]

    나이 : 38

    성별 : 남성

    레벨 : 87

    직업 : 드라크낙의 챔피언.

    살육의 신 드라크낙의 열 명의 챔피언 중 한 명. 그 위계는 말석이지만, 강력함은 따로 논할 필요가 없다.

    챔피언!?

    아니. 그런 거에 신경 쓸 때가 아니지. 지금은 목표부터 제거한다!

    나는 그를 지나쳐 그대로 지팡이를 든 톰이라는 사내를 향해 돌진한다.

    우선은 원거리 딜러나 힐러, 서포터부터 처리하는 게 인간과의 전투에서는 필수!

    “공간이여, 늘어나라.”

    톰의 스킬이 내가 도착하기 전에 시전되었다.

    그가 말한 문장의 뜻 그대로 그와 나의 거리가 단번에 100미터 정도 벌려진다.

    우와. 당황스러운데. 이런 스킬도 있어?

    하지만 그 정도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진기를 운용한다. 발을 통해 내기가 땅을 폭발시킨다.

    혼원건곤신공의 경공 건곤축지보를 사용해 단번에 100미터의 거리를 좁혔다.

    톰의 눈이 크게 떠지며 당황한 순간, 내 검이 그의 어깨를 가르기 위해서 떨어져 내렸다.

    카가가가가각!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장벽이 거기에 있다.

    검기가 둘러진 검이 막히고, 검기와 무형의 힘이 충돌하며 폭발이 일었다.

    콰쾅!

    폭발의 힘에 나는 뒤로 물러서고, 상대는 나가떨어져 땅바닥에 쓰러졌다.

    좋아. 방금 일격으로 무형 장벽은 소실됐어. 그렇다면 연속으로 공격한다!

    촤아악!

    검기를 길게 내뻗어 쏟아냈다.

    “쉿!”

    이번에는 막을 수 없는지 몸을 굴려 피하려고 드는 톰.

    그 순간을 노려 다음 스킬을 발동했다.

    “염혼염동.”

    염동력이기도 한 스킬.

    그의 몸이 덜컥 멈추고, 그대로 팔이 날아갔다.

    “끄아아아악!”

    피가 흘러넘치고, 고통에 차서 비명을 내지른다.

    좋아. 이거면 무력화되…….

    타타타타탕!

    마탄이 날아와 몸에 틀어박힌다.

    잠깐 싸우는 사이, 뒤쪽에 있던 적들이 정신을 차리고 총탄을 쏟아부은 것이다.

    전투복의 내구성 때문에 위력이 약화되어 가죽에 생채기를 조금 내는 정도의 피해밖에 나지 않았다.

    둔중한 고통이 몸을 내달리지만 견딜 만하다.

    이래 봬도 천무지체에 환골탈태 비슷한 것도 했거든?

    거기에 트롤의 신체에다가, 건곤금강공의 효과도 있어서 그 정도 총기는 안 통해!

    시선을 돌리자, 탄창을 갈고 있는 세 명이 보였다.

    그들을 향해 다시금 점프하려던 때. 세 명의 몸으로 검붉은, 꿈틀거리는 기운이 날아와 달라붙는 게 보였다.

    “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총기를 놓치고 바닥을 구른다.

    시선을 돌려 보니 내 옆으로 어느샌가 리블이 와 있었다.

    그의 손으로 세 개의 굵직한 검붉은 기운이 이어져 있다.

    “라이프 드레인이랍니다? 생명력을 직접적으로 빨아들이죠. 아! 고통은 덤이에요. 하지만 당연하잖아요? 살점을 뜯어 가는데 안 아플 리가요. 쓸 만하죠?”

    어이가 없어서 말을 못 하겠다.

    “퍽! 나는 살아야겠어!”

    언데드 거인 전사와 드잡이질을 하면서 버티던 잭의 몸에서 강맹한 마력이 고폭탄처럼 터져 나온다.

    언데드 거인 전사 둘이 그 폭발에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설 정도!

    그 틈을 타서, 말처럼 내달리며 그대로 도주한다.

    어디를 도망 가…….

    타앙!

    그런 그의 허벅지를 강렬한 빛과 총성이 꿰뚫었다.

    “컥!”

    균형을 잃고 쓰러진다.

    그리고 그 뒤를 쫓아온 언데드 거인 전사들의 무자비한 철퇴가 내리꽂혔다.

    콰아앙!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철퇴와 대검 그리고 창이 꽂혔다.

    결국 그의 몸은 미동도 없이 추욱 늘어졌다.

    “오오… 양질의 소재가 이렇게 가득~ 생기다니.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군요. 이런 놈이라면 죽여도 괜찮은 거 맞죠? 계약이니까.”

    “네. 그런 셈이네요.”

    내 대답에 그는 왠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손을 뻗어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그 정도 능력으로 용케 이렇게 성장했군요. 이게 재능인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나도 나름대로 개사기 능력 아닌가?

    [제가 나설 틈이 없군요. 주군. 훌륭합니다.]

    그러게. 엄청난 파티가 완성된 거 같은데…….

    세 놈이 모두 딜러네. 근데 여기에 보조 스킬 탱딜힐을 곁들인.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사, 살려…… 컥!”

    어느샌가 죽은 시체가 일어나, 옆에 살아 있던 이의 목을 잡아 뜯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

    결국 살아남은 이는 조금 떨어진 곳에 혼자 있던, 팔이 잘린 채로 부들거리고 있는 톰이라는 사람뿐이었다.

    “불… 불가능해. 어떻게. 어떻게 이런 능력이…….”

    통찰의 눈으로 그를 보니, 이 사람도 능력이 상당했다.

    [토미 제퍼슨]

    나이 : 40

    성별 : 남성

    레벨 : 84

    직업 : 제나치의 눈

    변화의 신 제나치의 눈으로 선정된 자. 변화의 신은 더욱 상세하게 세계를 관찰하고자 힘을 주고, 계약할 자를 골랐다.

    레벨 80 이상의 암살자.

    게다가 그를 서포트하기 위해서 온 마력 탄환을 쓰는 총기를 가진 헌터들까지.

    그러고 보면 예전에도 이런 이들이 있었지.

    그때보다 월등히 강력한 전력인데…….

    내가 염가로 팔아대고 있는 포션 덕에 주가가 수직 하락 중이신 제약 회사일까.

    아니면, 예전에 공격했던 어느 재벌 용병이실까?

    “풍년이네요. 풍년~”

    “잠깐.”

    “응? 왜요?”

    까만 리블의 눈동자가 나를 본다.

    마치 ‘이제 와서 사람 죽이는 게 망설여집니까?’라고 말하는 듯하다.

    “대체 누가 나를 죽이려는지 알아보려고요.”

    “아항~ 그것도 저한테 맡겨 주세요. 그런 ‘능력’이 있거든요~.”

    그 말에 잠깐 고민했다.

    “좋아요. 잘 알아봐 주세요.”

    “분부대로.”

    그가 능숙한 집사처럼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시체들이 그에게 다가온다.

    언데드가 되어 버린 습격자들의 시체였다.

    “오, 오지 마!”

    그가 마력을 발산하며 저항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스킬은 아니다.

    마력만으로는 언데드들을 물러나게 할 수 없었다.

    이윽고 그가 언데드에게 물어 뜯겨 죽어 갔다.

    “…….”

    이윽고 리블이 말했다.

    “겁에 질릴 줄 알았는데 눈을 돌리지 않는 걸 보니 제법 배짱이 있군요.”

    동생이 물었다.

    “형. 괜찮아?”

    “…괜찮아. 너는?”

    “나야 뭐…….”

    영화도 아니고 사람이 언데드들에게 뜯기는 걸 즐거워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나.

    나는 차분히 말했다.

    “결심했었거든. 난 날 죽이려고 온 놈들까지 동정하진 않기로. 그게 다다.”

    내가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어서 세상만사 모든 사람들을 자애, 평등, 박애로 대하겠나.

    고품질에 저렴한 가격의 포션을 찍어내면서 제약 회사가 나를 가만히 안 둘 거라는 건 예상하지 않았나.

    나만 없어지면 전처럼 독과점을 계속할 수 있을 테니까.

    그 대신.

    자기들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하는 거다.

    간단한 룰이지.

    “나야 헌터 보조원으로 일하면서 어지간한 건 익숙한데 너도 의외로 괜찮아 보인다?”

    “글쎄. 별생각 안 드네. 별로 동정도 안 가고. 내가 이상한 건가?”

    의외로 이 녀석도 이건 꽤 냉정하군.

    좋은 일일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야지.

    이 세상은 이미 충분히 험악하고, 앞으로는 더 험악해질 예정이니까.

    그렇게 우리는 습격자들을 처리하고 던전의 심처로 향했다.

    이제 보스 몬스터를 처리할 차례다.

    * * *

    보스 몬스터도 끝장내고, 보상을 받아서 나왔다.

    시체는 리블이 처리해서 흔적이 남지 않았다.

    던전 토벌에 대한 별다른 보상이나 신들이 주시한다는 메시지도 없었다.

    무척이는 레벨이 무려 9나 올랐고, 리블은 힘을 아주 조금 되찾았다고 말했다.

    무척이가 레벨이 엄청나게 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고레벨 헌터들을 죽였으니까.

    사실 이것 때문에 헌터를 죽이는 범죄자가 생기기도 한다.

    자신보다 고레벨의 인간을 죽이는 건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보다 쉬울 때가 있어서.

    몬스터 목보다 인간 목이 훨씬 얇고 잘 끊어지니까.

    어쨌든 우리는 모든 걸 끝내고 던전을 나왔다.

    그런 다음.

    밖으로 나와 매수된 것으로 보이는 공무원들을 볼까 하고 찾아봤는데, 보조원 팀에게 뒤처리 잘하라고 말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오히려 잘됐군.’

    이쪽도 상대를 처리해 버렸으니 조서나 심문 같은 귀찮은 일 겪지 않아도 된다.

    이제 고용주만 이놈들이 암살하다 죽었는지, 아니면 돈 먹고 튄 건지 골 빠지게 고민해야 할 거다.

    “은근히 있는 일인가 봐.”

    “어. 내가 일할 적에도 그랬어.”

    보조원 팀.

    이들은 어차피 헌터가 나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다가, 헌터가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오면 던전에 들어가 전리품을 수거해야 한다.

    때문에 이들은 무조건 헌터가 나올 때까지 대기해야 했고, 공무원들은 이런 이들에게 뒷일을 맡기고 돌아가고는 했다.

    공무원의 상주 이유가 애초에 드나드는 사람을 통제하는 것뿐이니까 가능한 일.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태업이다.

    “곧 멸망인데도 다들 잘도 태만하게 산다니까요~?”

    보조원 팀이 마련해준 귀환용 밴에 올라타면서 리블이 말한다.

    “태만하긴요. 열심히 사는 사람도 많아요.”

    일단 오늘 일을 정지한에게 메시지로 전송하며 답했다.

    내 말에 리블은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개개인의 상황에서 보면 그건 맞지만, 종(種)이라고 하는 큰 틀에서 보면 태만한 게 맞을걸요~? 그렇지 않아요? 튜토리얼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대로면 멸망인데. 지금 제대로 된 과제도 못 깼죠?”

    튜토리얼……을 먼저 꺼냈다 이거지.

    정지한이 말해 줄 수 없는 이상, 이자에게는 시간을 조금 들여서 물어보려고 했는데.

    의자에 앉으며, 그를 본다.

    밴의 뒤쪽 좌석은 서로를 마주 보고 앉을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를 보는 데 문제는 없다.

    “튜토리얼에 대해서 말해 줄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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