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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159화 (159/305)

제159화

[지옥에 떨어질… 아니, 이미 저놈은 성좌군요. 어쨌든 악신 계열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래. 그래 보인다. 착한 놈이 할 짓은 절대 아니지.

[죽음과 깊이 관련이 있는 성좌일 겁니다.]

놈은 본질적으로 인간과 다르다.

그건 그저 사상의 다름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인간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건 결코 인류애 같은 말랑한 감정이 아니었다.

사람이 카레나, 케이크를 좋아한다 말할 때의 ‘좋아’함이었다.

[사형수급의 강력 범죄자만 죽이기로 계약하길 잘하셨습니다. 주군. 정말 잘하셨습니다.]

척량은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했다.

그는 새빨간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좋은 얼굴이네요. 엄지 군.”

“…….”

“자. 그러면 보시죠.”

녀석이 손짓하자, 두 기의 언데드 거인 전사가 앞으로 걸어 나간다.

쿵쿵거리며 우리보다 앞서 나아간 그것은 안전지대를 벗어나자 나타난 어지럽게 파이프가 이어진 통로를 걷는다.

증기가 뿜어지더니, 통로 저편에서 적이 나타났다.

전투 골렘.

몸 내부에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게 훤히 보이는 데다 사족 보행형. 높이는 2미터 정도.

개나 말 형상의 골렘이다.

허나, 이미 이쪽은 4미터가 넘으니 덩치에서 너무 차이가 나는 거… 아닐까?

위웅.

골렘의 머리로 짐작되는 곳의 눈 같은 장치가 붉게 빛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첫 번째 공격은 바로 레이저!

파슝!

쏘아진 레이저는 언데드 거인 전사를 강타하지만…… 놀랍게도 효과가 전혀 없다!

조금 그슬리고 말았어!

쿵! 쿵!

그런 골렘에게 두 기가 접근. 그러고는 둘 다 네 개의 팔 중 철퇴를 든 팔을 높이 치켜들더니 그대로 내리찍는다.

콰직!

골렘은 일격에 파괴되어 으스러졌다.

아니… 이거… 너무 강하잖아?

“보셨죠~? 이런 무생명체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이라고 해도, 어렵지 않다고요~ 게다가 저는 헌터들처럼 경험치를 얻으면, 성장한다는 사실! 놀랍지 않습니까?”

그가 손가락을 탁 튕기자 거대 언데드 전사 둘이 제로투 댄스를 추었다.

뼈 갑옷이 스커트처럼 팔랄라 흩날리는 걸 볼 줄이야.

이 미친놈은 위험하다.

시니컬한 개그와 블랙코미디로 중무장을 하고 있지만, 본질은 결국 인간과는 전혀 다른 심연의 무언가.

정지한이 말했던 위험성을 이제 이해하겠다.

‘지식’이 가장 큰 무기.

리블이 가진 지식이야말로 양날의 칼이었다.

* * *

던전 내부로 들어가면서.

“역시~ 주인 없는 자동인형은 쓸모가 없네요~ 약해요. 약해.”

자동인형이라면 골렘을 그렇게 부르는 거겠지.

리블은 시스템에서 쓰는 단어 외의 생소한 단어를 쓰곤 했다.

그 또한 성좌였기 때문일까?

아무튼 처음 만난 ‘자동인형’을 뒤로하고,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앞으로 가면서, 리블은 언데드 거인 전사에게 이런저런 마법을 추가로 걸어댔다.

확실히.

[스킬을 쓰는 게 아닙니다. 마법을 쓰는 거네요. 인류 대다수가 스킬을 쓸 뿐,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거나 수련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데.]

숙련도가 있지 않아?

[그것도 정해진 다음 스킬로 넘어가는 개념이지, 이런 식으로 자유롭게 꽂아대는 것과는 또 다른 개념입니다.]

척량이 말했다.

그는 자신 안의 지식을 꺼내, 마법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그런 이유로.

얼마 후에 두 기의 언데드 거인 전사는 처음 만들어 졌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해져 있었다.

“베르툼. 베르툼. 젝세니크. 젝니크.”

“베르툼은 침입자라는 뜻이랍니다. 그 뒤의 단어는 제거, 소각 같은 뜻이죠. 이 녀석들은 이곳의 보안 골렘들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죠?”

사람 형태의 이족 보행 골렘.

두 어깨에 테슬라 코일이 달려 있는, 3미터 크기의 골렘이 다수 나타나서 번개를 뿌려댔다.

반면 이쪽은 전신에 새카만 마력이 흘러넘치는 언데드 거인 전사.

그 모습만으로도 위협적이다.

언데드 거인 전사는 방패로 번개를 막으며 접근, 그대로 무자비하고 무식하게 골렘들을 때려 부쉈다.

그러고는 골렘의 핵을 꺼내서 자기 입으로 가져가 씹어 먹었다.

콰지직!

“에너지 드레인! 언데드 몬스터들은 자주 쓰잖아요? 그걸로 저런 무기물형 적의 힘을 탈취해서 쓸 수도 있답니다. 쓸 만하죠?”

‘아, 저것도 다 돈인데. 크윽. 아깝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저런 방식으로 강화시키는 게 이득이긴 하지.

골렘의 핵은 애초에 그렇게 비싸지도 않을뿐더러 에너지 보급을 간편하게 할 수 있다면 더 이득.

특히나 헌터들 대다수가 마력 회복 문제로 비실비실하게 지내는데 이런 방식을 쓰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다.

[꼼수가 엄청나군요. 주군과는 또 다른 방식입니다.]

나도 물론 오토 드레인이 있지만, 이건 보조적인 능력이라 단독으로 사용한다고 하면 크게 효과가 없는데 말이지.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갔다.

[고장 난 기계장치의 무덤]이라는 던전은 기본적으로 미로.

내부는 스팀펑크 세계관에서 나온 것 같은 설비로 된 통로다.

그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나오는 골렘들을 해치우다 보면 나오는 열쇠가 있는데, 이게 있어야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얻지 못한 상태로 [문]에 도착했다.

아주 두터운 차폐문.

이거 돌아가야 하려나.

“내가 해 볼까? 문자술 쓰면 열 수 있을 것 같은데.”

“네가? 그런 것도 돼?”

“내 스킬은 응용성에서는 거의 최고니까.”

하긴. 개방(開放) 같은 단어를 쓰면 될지도.

“후후후, 좋은 근육 놔두고 왜 스킬을 쓰십니까?”

그때였다. 리블이 손가락을 흔들고 있다. 저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문을 여는 데 열쇠가 없어서 애를 먹고 있으시다구요~? 지금 당장, 전화 주세요!”

언데드 거인 전사가 앞으로 나선다.

녀석들이 지금까지 주워 모은 골렘의 핵을 꺼내다가 자기 입으로 몇 개씩 집어넣는다.

그러자.

녀석들의 몸에 감도는 검은 마력이 점점 증가했다.

거의 본래의 전신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기운이 흘러넘치던 그것들이 그대로 문에 가서 네 개의 손으로 붙잡는다.

화르르륵.

새카만 마력이 불타며 힘을 사용했다. 그리고 곧 나와 무척이는 믿을 수 없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끼……기기기긱.

그 두터운 합금의 차폐문이 구부러지며 일그러지고 있었다.

“저게 되네…….”

레벨 80대의 헌터도 힘으로는 열지 못하는 거대한 금속의 차폐문이 무슨 쿠킹 호일마냥 구겨지고 있었다.

힘이 이미 80대의 헌터를 아득히 능가했다는 것이다.

“짜잔. 됐죠?”

“형. 저 미친놈 진짜 조심해서 써야겠는데?”

“그러게 말이다, 동생아.”

제대로 통제하지 않으면, 리블 저 악마가 어떤 재앙을 만들어 낼지 알 수가 없었다.

“자. 그러면 들어가…….”

콰릉!

번쩍이는 빛이 차폐문 안쪽 통로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그 빛은 2기의 언데드 거인 전사를 강타.

큰 피해를 입은 건 아니지만, 바로 순차적으로 화염구가 날아와 다시금 폭발했다.

콰쾅!

그리고.

문이 스스로 열리기 시작한다.

문 너머에서 어색한 한국어가 튀어나왔다.

이 느낌은 싸구려 번역 스킬 쓸 때 들리는 어감이다.

“한국인은 빨리빨리 민족이 아니었나. 기다리다 지쳤다고.”

“닥쳐. 잭.”

“톰은 내가 말만 하면 닥치래.”

“잭 씨. 톰 씨. 우선 앞의 일부터 집중하시죠.”

“미스터 박. 우리는 프로라고.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냐.”

풀 템을 장착한 헌터 여섯 명이 걸어 나온다.

우리보다 먼저 들어온 헌터가 있었다고?

“이 새끼들… 공무원이라도 매수해서 먼저 들어와 있었나 본데…….”

무척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그 말이 옳았다.

던전의 출입은 정부에서 관리를 한다. 던전 내부에서의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기 위해.

그런데 우리가 들어오기 전에 먼저 와 있었다?

공무원이 매수되었다는 게 아니면 말이 안 되니까.

거기다가 한 가지 더 특이한 점이 있다면, 문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열쇠가 없이 문을 열고 닫을 수 없으니, 무척이가 스킬을 써서 열려고 했던 것처럼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특수한 스킬이 있는 게 분명하다.

만만치 않은 적이라는 증거로군.

‘여기는 입장 제한 인원이 넉넉하기도 하고 말이지.’

내가 물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 올지 어떻게 알고?”

“하하하! 그거야 너희가 이 던전 진입 신청서를 낼 때 바로 우리가 그걸 캐치했으니까 그렇지.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여기도 돈 많은 놈이 공무원도 부리더군!”

“잭. 닥쳐.”

“왓? 어차피 저 녀석들 다 죽일 건데 왜?”

선두에 선 두 명.

한 명은 백인 남성이고, 다른 하나는 라틴계 남성이다.

라틴계 남성 쪽이 톰인 듯.

차분하게 우리를 보는데, 백인 남성 쪽은 경박하게 어깨를 으쓱인다.

라틴계 남성은 지팡이를 들었고 체구는 평범.

백인 쪽은 단단한 갑옷으로 몸을 둘렀고, 근육질의 체구에 양손에 철퇴를 하나씩 들었다.

그리고 그 뒤쪽은…….

총기류를 든 헌터가 셋에 지팡이를 든 사람이 하나. 전부 한국인.

“헤이~ 따봉맨~ 내 이름은 잭. 네 녀석을 뭉개서 죽…….”

잭의 말이 끝나기 전.

기묘한 힘의 파장이 리블에게서 생겨나 사방을 뒤덮었다.

그게 어떤 힘인지 나는 알 수 없지만, 불길하고 꺼림칙했다.

그걸 공격 신호로 해석한 걸까?

“공격!”

뒤쪽의 총기를 든 놈들이 총을 드는 게 보인다.

나 역시 진기를 끌어 올리며 감각을 다듬고, 옆에 선 무척이가 두 자루의 권총을 재빠르게 뽑아드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적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그 찰나의 순간에 마력을 사용해 그림자를 움직여 나와 무척이 앞에 두른다.

퍼퍼퍽!

그림자의 장벽이 적들의 마탄을 막아냈다.

암살자가 이번으로 두 번째!

혹시 이번에는 포션 업계 쪽에서 보낸 거려나.

[주군. 엄호하겠습니다.]

척량이 내 목에서 그림자로 뛰어들었다. 내 스킬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기에, 그림자에 몸을 숨긴 것.

그사이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야~ 아프네요. 아파. 하지만 그래도 알겠습니다. 이거 하나만은 확실하군요.”

몸에 구멍이 나고, 검은 피가 흘러내린다.

전투복을 따로 입고 오지 않은 그의 옷은 여기저기 찢겨지고 구멍 나 너덜거린다.

저 미친놈은… 총탄으로 몸에 구멍이 나는데도 괜찮은 거냐?

아니. 아까의 그 마력 파장은 대체 뭐였는데?

어느샌가 총탄 세례가 멈췄다.

슬쩍 보니 적들도 당황한 표정으로 리블을 보고 있다.

“당신들… 제 마스터를 죽이려고 하는 나쁜 사람들이군요~? 아하하하하하아아호아항나와너아러하아하아하!”

리블이 미친 듯 웃는다. 허리가 뒤로 꺾일 듯이 웃는 모습은 마치 B급 호러 영화와도 같았다.

“크으윽!”

그런데. 적들의 상태가 이상했다.

다들 고통스러운 듯 머리를 붙잡고 비틀거렸다.

적들만 그런 게 아니다.

옆에서 무척이가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뭐야. 설마 저 웃음 자체가 정신 공격이었어!? 아까 그 마력 파장은 이걸 위한 준비였나?

아니. 그런 거 신경 쓸 때가 아니지.

주우우욱!

그림자가 넓어진다.

그 안에 손을 넣어 희망의 수호자를 꺼내 허공으로 던졌다.

웅웅!

빛을 내며 희망의 수호자가 기능을 시작한다. 그제야 무척이가 숨을 내쉬며 편안해한다.

“젠장. 상시로 정신 방어 아이템을 사놓든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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