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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157화 (157/305)

제157화

“네크로맨서는 어느 파티든 인기 있지 않나요? 갓 죽인 몬스터를 바로 동료로 삼을 수 있어서 희귀 직종 대우를 받고 있을 텐데~?”

그가 종이 인형처럼 다시 팔랑팔랑거린다.

역시. 이 녀석 평소에도 지구를 열심히 관찰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그 꼬락서니를 보고서 절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허세 같은 게 아니다. 진짜다.

나는 낙담하고 있다.

정말 이 미친놈이 우리한테 도움이 되긴 될까.

‘하아…….’

“……갓튜브에 이걸 어떻게 씁니까?”

“네?”

이 새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네.

“이거 비주얼이 너무하잖습니까! 그리고 고인의 얼굴이 고대로 전시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쓰냐고요?!”

구독, 추천, 좋아요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내 말에 리블의 얼굴에 당혹이라는 감정이 생겨났다.

그러더니 다급히 말했다.

“잠깐만요. 충분히 가능하다고요. 봐 봐요. 제로투 댄스도 시킬 수 있어요!”

끄억, 끄어어걱?

갑자기 주인의 말에 따라 좀비들이 제로투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좋게 말해도 내가 밀고 있는 상큼, 햇살, 청량과는 백만 광년 먼 이미지.

“여기에 머리에 선물 리본을 달면 더 애교 있겠죠.”

닥쳐! 썩은 시체로 내 갓튜브를 모욕하지 마!

어떻게 쌓은 구독자인데 빠져나가게 할 것 같냐!

“이렇게 하죠. 스켈레톤은 가능한가요? 새하얀 뼈만 보이는 거면 차라리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내 말에 리블은 한참 고민하다가 말했다.

“잘 태워서 가공하면 어떻게든 될 것도 같은데. 공방 따로 만들어 주셔야겠네요.”

[추가금이 들겠군요. 주군.]

그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말했다.

“아니, 왜 그러십니까. 이렇게 예쁜 애들을 왜 그렇게 싫어해요? 네크로맨서는 인기 직업이라고요? 딜, 탱, 서포트, 심지어 저주 같은 것도 충분히 가능한 만능 재주꾼이라고요?”

“……본 채널과 맞지 않아서 퇴출합니다.”

“알았어요. 매끌매끌한 걸 원한다 이거죠?”

“네. 어쨌든 이목구비는 못 알아봐야 합니다.”

“후우. 까다로운 친구군요. 하지만 좋아요. 음음. 좋습니다! 역시. 정지 군이 소개시켜 준 계약자답네요. 사알짝. 돌아 있어요.”

이놈에게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 참… 묘하군.

리블이 눈웃음을 친다.

어째 이 정체불명의 전직 성좌 맘에 들어버린 것 같은데……. 하지만.

나는 이미 시체를 많이 봤다.

게다가 범죄자 인권까지 생각하는 부류도 아니고.

일단 돌아가서 동생과 대화 좀 해야겠다.

리블은 시체들을 모두 땅 아래로 수납했다.

“일단 갑시다.”

나는 모노 바이크G를 소환했다.

“호오, 과연. 이 운송 수단이면 베타 테스트의 세계 공기를 더 느낄 수 있겠네요.”

눈을 빛내며 좋아라 하는 그를 태우고, 숲길을 질주했다.

* * *

“안뇽하세요~ 정리블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안녕하십니까. 엄무척입니다.”

리블을 집에 데리고 오니, 마침 무척이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이 이놈 정체에 대해 알면 기겁할지도.

리블은 동생을 보자마자 손을 내밀었고, 무척이는 굉장히 딱딱한 표정으로 놈과 악수를 했다.

이 녀석은 신이나 성좌라 불리는 ‘높은 존재’ 중의 하나면서 잘도 악수를 나눈다.

인간 흉내를 잘 내지만, 오히려 그런 면 때문에 이질감이 느껴진다.

사람의 불편한 골짜기를 자극한달까.

무척이는 나를 잡아끌었다.

“형. 이 사람은 누구야?”

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작게 물었다.

일단 사실을 말하긴 할 건데 정리해서 말하는 게 좋겠지.

여기서 말했다가 괜히 형 미쳤냐고 등짝 맞기 전에.

“사정이 있어서 우리 집에 머물게 됐어. 일단 이 사람 방을 안내해 주고 설명해 줄게.”

“뭐? 나한테 말도 없이…….”

“급해서 어쩔 수 없었어. 진짜야. 조금 이따가 이야기하자.”

내 진지한 표정에 동생이 한숨을 쉬었다.

“잘생기긴 했네. 촬영할 때 쓰려는 거야?”

그래. 입만 다물면 리블이 놈은 잘생겼다.

입을 열면 또라이라 문제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리블을 쳐다보니, 이놈은 입구 옆의 벽을 왜인지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오! 이야기 끝나셨습니까?”

“예. 일단 들어오시죠. 신발은 벗으시죠.”

그는 신발을 벗고 들어왔다.

나는 그를 일단 빈방 하나에 안내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빈방이라고 해도 제대로 옷장과 침대가 갖추어진 게스트룸이다.

집이 워낙 크다 보니 안 쓰는 방은 딱히 개조하지 않고 그대로 놔뒀다.

옛날 주인이 게스트룸으로 쓴 곳이니 나도 고대로 게스트룸으로 집어넣은 것.

“오오……. 좋군요. 전기와 과학. 마법이나 주술 없이 순수하게 이정도 문명을 구축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좋은 향이 나네요.”

전기에서도 향이 나나?

아무튼 그는 ‘하와와와, 공주님이에요. 하계로 내려왔답니다.’의 기분을 즐기고 있고.

나는 그냥 즐기시게 두기로 했다.

“그러면 잠시 쉬고 계세요.”

그러고는 문을 닫았다.

그렇게 일을 처리하고 거실로 나오니, 무척이가 팔짱을 끼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형, 설명해 봐.”

“잠깐만… 생각 좀 정리하고.”

이야기하자니 꽤 길다.

차라리 내 기억을 떼어다 보여주는 게 나을 거 같은데 혹시 가능한가?

텔레파시로 지난번에 척량에게 기억을 넘겼었는데.

[텔레파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주군. 저야 주군과 연결되어 가능했습니다만…. 그러면 2클래스 주문을 구입해 보시는 것은 어떠신가요?]

있어?

[있습니다. 1클래스의 주문인 텔레파시 다음 단계의 마법으로, 개선된 텔레파시가 있습니다. 이거는 단순한 대화가 아닌, 영상을 보내거나 마음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거 좋네.

바로 구입하자.

[2클래스 주문 개선된 텔레파시 – 5,000따봉]

새로운 마법을 구입하고, 사용법이 뇌리에 들어온다.

이거는… 원거리로는 안 되는 거잖아?

[원거리에서 기억의 영상과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3클래스 주문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요.]

어쩔 수 없네.

“끝났어?”

무척이 녀석은 착하게도 내가 스킬을 구입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어. 이야기로 전달하는 게 조금 어려워서. 아예 기억으로 보여주려고.”

[주군. 아주 조금의 기억만 전달하셔야 합니다. 잘못하면, 동생분의 정신에 타격이 갈 수도 있습니다.]

‘타격?’

[멸망에 대한 기억은 제정신인 사람도 미쳐 버릴 정보입니다. 정신 방벽이 굳건하다 해도 쉽지 않지요. 그렇다고 아예 안 보낼 수는 없으니 적당히 잘라내야 합니다.]

아하, 그렇구나. 핵심적인 일부만 보내라는 거지?

동생이 물었다.

“기억으로 보여준다는 게 무슨 소리야?”

“새로운 스킬을 얻었거든. 이마 까봐.”

녀석이 순순히 이마를 깐다. 그 이마에 내 이마를 가져다 댔다.

“개선된 텔레파시.”

아주 조금의 기억만을 녀석에게 보냈다.

절망을 만난 것. 미래의 참상. 그리고 이후에 정지한을 찾아가서 리블을 소개받은 것 등.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녀석은 동공이 풀려 나갔다.

그러더니, 식은땀을 엄청나게 흘리며 머리를 부여잡고 오만상을 다 찌푸렸다.

“이…… 이거… 크…….”

이런 망할. 줄여도 이 정도냐?

[주군. 어서 희망의 수호자를!]

척량의 말을 듣자마자, 그림자 주머니에서 희망의 수호자를 꺼냈다. 방패가 떠오르며 희망의 빛을 낸다.

그제야 녀석의 안색이 돌아오며 숨을 편하게 내쉰다.

이게… 이 정도였나 보네.

[주군은 평소 정신계 면역으로 똘똘 감고 계시니까요. 주의해야 할 듯합니다.]

“후우… 진짜 미칠 뻔했네……. 형. 돌았어? 진짜 미친 거 아니지?”

녀석이 눈을 부릅떴다.

“미안하다. 이게 이렇게 될 줄…….”

이런 식으로 정신 타격이 갈 줄 몰랐다. 화를 내도 무리는 아니지.

내가 사과하는데 녀석이 벌떡 일어선다.

“무척아. 내가 정말 미안……. 악!”

짜악!

녀석이 내 등짝을 찰지게 때렸다.

아프잖아! 이 새끼 이거, 마력도 넣었어!

“그런 데를 왜 기어들어가! 어! 이 화상아. 뒤지고 싶어? 어! 동생 내버려 두고 죽으면 좋겠냐고!”

아……. 화내는 게 그 포인트였나.

“아니. 나도 그렇게 가려고 한 게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냥 혼자 던전에 가지를 마! 언제 그런 일 당할지 누가 알아! 어! 정신 차려! 형 죽을 뻔한 거 몰라!? 아, 씨. 진짜…….”

녀석을 돌아보니, 눈물이 글썽거렸다.

많이 우는 건 아니라서, 눈가를 비벼서 닦으니 사라지긴 했다.

“형 죽으면 내가… 진짜…….”

“안 죽어. 괜찮아.”

“뭐가 괜찮아!”

“괜찮아. 안 죽으니까. 걱정 마. 짜식. 다 커서 울기나 하고.”

무척이 녀석은 내 말에 한숨을 푸욱 내쉰다.

“자자. 앉아. 앉아서 이야기하자고.”

그나마 세계수가 있어서 다행이야.

이게 또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데 기가 막히거든요.

녀석이 앉더니 고개를 숙이고 다시 한숨을 내쉰다. 그러고는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래. 알았어. 형이 의도치 않은 건 알았다고. 하지만 놀라는 가족 심정 좀 생각하라고. 어디 못 가게 콱 가두어 버리기 전에.”

“야. 그러다가 세계가 망하면, 그때는 다 죽는 거야, 인마.”

“형이 죽으면, 어차피 나도 죽을 거야.”

“야! 산 사람은 살아야지.”

이 녀석. 아직 애네.

“그래도. 형이 나서지 마. 정지한 그 인간이 세계 구한다잖아. 형 기억 보니까, 뒤에서 이미 이런 거 저런 거 잔뜩 하는 모양이더만. 예지 능력자… 그래서 그렇게 재수가 없었던 거였어.”

“재수 없기는. 야. 그래도 세계 구하겠다고 뛰어다니는 양반이야. 그렇게 고깝게 볼 게 아니다. 그리고 나도 그 사람하고 어떻게든 힘을 합쳐야 하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지구가 망하게 생겼는데, 뒤로 빼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다.

튜토리얼이 끝나고 나서 당장 세계가 ‘절망’이 보여준 것처럼 완전 지옥으로 변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헬이 되긴 할 거다.

그걸 어떻게든 막아야지. 어떻게든.

다만… 나는 아직 방법은 모르겠다는 게 문제다.

정지한 그 인간은 아는 것 같은데… 제약이 있어서 다 알려줄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려.

“그런 이유로. 리블은 오늘부터 같이 살게 됐어.”

어쩔 수 없다. 내 말에 무척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어쩔 수 없지.”

“그래서. 너는 괜찮아? 나 나갈 적에는 없더니만.”

“조정 좀 하고 왔어. 나도 필사적으로 하고 있으니까.”

“너야말로 적당히 해라.”

“형이 할 말은 아닌 듯.”

“후……. 그래. 그렇긴 한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떻게든 해 보자고. 나도 나대로 할 테니까.”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가?”

“자야지. 나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어.”

“해 떴는데?”

시계는 이제 오전 6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별수 있나. 그래도 안 잘 수는 없잖아.”

그러고서 녀석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도…… 조금은 쉬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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