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6화
“이 유령들이 유독 약한 애들인가 보네요. 내 참, 와서 저주 좀 걸라니까?”
-뭐임? 뭐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임?
-몰?루
-부정한 정신적 영향에 면역이라니!? 면역 스킬!? 정신계 면역!!!!????
↳왜케 놀라? 이유 좀.
↳면역 스킬 자체가 얻기가 엄청 까다로움.
↳2222
↳레벨도 높아야 하지만, 후원하는 신하고 샤바샤바도 잘해야 해.
-이… 이게 뭐야? 대체??
-와… 엄지… 개사기…….
“거 참, 호러 분위기 좀 내려고 하는데 이 녀석들 전혀 협력을 안 하네요.”
-장르가 컨저링에서 새벽의 저주로 변한 듯.
-엄지야 태그 #호러 빼고 #개그 넣자……. 이게 뭐냐.
“그러게요. 오, 저기 악령들이 더 몰려옵니다. 한 번 더 저주를 받아 보겠습니다. 얘들아! 신선한 인간이다!”
악령, 망령의 숫자가 벌써 백을 넘었다.
녀석들이 나를 때리고 물고 할퀴고 난리도 아니지만 면역이 계속 뜬다.
하하! 봐라! 이것이 바로 정신계 면역의 힘이다!
“요즘 유령이 여엉 매가리가 없군요. 그럼 본격 솔로 공략. 시작하겠습니다. 마력 부여.”
두 개의 검에 마력을 부여한다.
검기? 쓸 필요가 없다. 이 녀석들은 정신 공격 외에는 별거 아니니까.
촤악!
내 주변에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던 악령과 망령이 일거에 쓸려 나간다.
한 번에 거의 수십 마리가 죽은 듯싶다.
그럼에도 녀석들은 많았지만, 이것들도 해결할 방법이 있다.
“블레이즈 워크. 크투가의 걸음.”
두 개의 불길을 만들어 내며, 천천히 걷는다.
걸으면서 검법의 초식을 천천히 풀어낸다.
“제가 요즘 검무(劍舞)를 좀 익혔는데요. 척량, 노래 좀 틀어 봐 봐.”
그 순간, 구성진 트로트가 울리기 시작했다.
형아는 풍각쟁이야~ 형아는 욕심쟁이야~
-엄지얔ㅋㅋㅋㅋㅋ 이거 우리 엄마 18번인뎈ㅋㅋㅋㅋㅋㅋㅋ
-아이돌 노래 다 놔두고 기어이 트로트 트는 거 보솤ㅋㅋㅋㅋㅋㅋㅋ
그래. 한국인은 흥의 민족이지.
트로트 리듬에 맞춰서 서울, 대전, 대구, 부산으로 스텝을 찍고 있으니 따봉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트로트에 맞춰 검무를 추며 악령들의 대가리를 쪼갠 지 얼마나 지났을까?
악령과 망령이 나에게서 도망가더니 하늘에서 뭉쳐지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저게 나오다니. 생각보다 빠릅니다. 주군.]
악령 친구는 트로트가 별로인가 보네.
악령과 망령을 너무 많이 죽이면 나오는 보스 몬스터.
악령군체.
저번에 쓰러트린 끔직한 덩어리와 비슷한 놈으로, 이 녀석은 유령이 수백 마리 모여서 덩어리져 있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저렇게 변하고 나면, 물리 공격도 할 수 있게 된다.
촤아아악!
녀석이 하늘에서부터 나를 향해 다가오며 촉수를 뻗는다.
유령의 손이 길게 늘어져 서로 엮어져 있는 채찍 같은 촉수다.
아니, 애초에 이걸 촉수라고 봐야 할지도 의문이긴 한데.
그런 게 수십 개 나에게 쏟아져 내려왔다.
오오……. 대단한걸!
콰쾅!
촉수들을 피해내자, 그것들이 땅을 뚫고 들어가 지면을 뒤집으려 했다.
그러나 내가 깔아둔 불꽃에 녀석의 촉수가 불타서 사라진다. 이래서 포방부에서 화력을 부르짖는구나.
“이 화력, 틀림없는 사랑이다!”
[크아아아아아!]
[끼이이이이이이!]
분노에 찬 괴성을 지르는 악령군체. 그러더니 지름 5미터는 되어 보이는 구체인 자기 몸을 그대로 낙하시킨다.
그 덩치로 뭉개겠다 이거냐?
하지만.
나 역시 그저 그런 피라미는 또 아니거든.
“염혼염동!”
촤아아아악!
쌍검을 양옆의 땅에 꽂으면서 엑토플라즘 생성 개시!
쇠사슬 모양의 엑토플라즘이 내 머리 위에서 만들어지며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것들은 내 의지에 따라 그대로 악령군체를 휘감는다.
꽈아악.
잘 잡았으면…… 내다 꽂아야지.
쇠사슬을 잡아당긴다. 내공으로 근육이 일순간 부풀어 올랐다.
떨어지던 녀석을 그대로 불꽃이 일렁거리는 대지를 향해 내다 꽂았다.
콰쾅!
[카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지면이 박살 났지만, 불꽃은 건재.
두 개의 불꽃이 노릇하게 녀석을 구워낸다.
“악령군체 바비큐! 훌륭한 경험치원이죠. 오늘은 이놈을 요리할 겁니다.”
쌍검을 뽑아들고, 버둥거리는 녀석을 향해 달린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아마 내가 염동력 관련 스킬이 없다면 이걸 못 느꼈겠지.
하지만 나도 염혼염동 쓰고 있거든?
악령군체로 진화하면서 주변에 일어나는 폴터가이스트 현상.
제법 무서운지 시청자들이 이 정도면 태그에 #호러 달아도 된다며 채팅을 했다.
하지만 염혼염동을 끌어내서 함께 맞받아친다.
“합!”
퍼펑!
놈의 힘을 상쇄. 그대로 달려들어 쌍검을 녀석의 몸에 찔러 넣었다.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진다.
-악령군체의 원통함의 저주에 노출되었습니다.
-저주가 당신에게 깃듭니다!
-당신은 부정한 힘에 저항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주를 내뱉은 보스 몬스터 악령군체. 녀석은 그것을 끝으로 그대로 죽고 말았다.
“이야. 월척이네요. 보상이 아주 짭짤합니다.”
유령은 죽어서 재료 템을 떨군다.
“유령 사냥. 참 쉽죠?”
내 말에 따봉이 폭발하고 있었다.
* * *
사람이 어떻게 고구마만 처먹겠나.
한동안 내가 갓튜브에서 보여준 건 죽을 둥 살 둥 싸우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몬스터들을 썰어가며 숨통도 트여 주는 게 좋지.
게임으로 치면 보너스 스테이지 같은 거려나?
이 비호감 정신 세뇌 던전을 그렇게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한테는 보너스 스테이지니까.
“악령 갑옷! 좋은 경험치원이죠. 이 녀석을 상대하는 방법은…….”
“그림자 사령! 물론 정신계 공격이나 저주만 아니면 역시 좋은 경험치 공급원입니다.”
“굶주린 시체. 원망하는 눈. 증오의 손. 이것들도 전부 정신계 공격을 하죠? 헌터들을 미쳐 버리게 만드는 것만 아니면 경험치와 함께 아~주 좋은 재료를 떨구는 고마운 녀석들이죠.”
굶주린 시체는 좀비와는 또 다르다.
굶어서 죽은 원한으로 언데드가 된 녀석인데, 구울보다는 약하고 좀비보다는 강한 느낌의 몬스터. 다만 이 녀석은 그야말로 양학에 특화된 그런 놈이라는 게 특징.
일반인은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오염되어 미쳐 버리기 때문이다.
[굶주린 시체]
레벨 : 73
속성 : 언데드 / 부패 / 독
약점 : 신성 / 머리
굶어 죽으며 생긴 원한으로 언데드가 된 시체. 좀비나 구울과는 다르며, 그 육체는 구울보다 물렁해서 내구력은 나약하다. 그러나 원한의 힘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미쳐 버리게 하는 저주를 발산한다.
*이것을 본 자는 상태이상 [공포]에 영향을 받는다.
구울과 다르게 한 줄 추가된 문장. 저게 문제다.
이걸 보고 미쳐 버리면, 고레벨인 신관 직업의 헌터가 정화해주지 않는 이상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원망하는 눈도 비슷하다.
이쪽은 눈알만 둥둥 떠다니는 느낌의 언데드이고, 증오의 손은 손목만 남아서 손가락으로 돌아다닌다.
전부 다 정신 공격을 해 오는 놈들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영상으로 송출해서 보는 것으로는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었으면 내가 지금 하는 방송이 정신적 테러가 되었을 테지.
-와……. 이제 #호러 태그 아니라는 사람 있음? 이쯤 되면 #호러 인정해 줘야 할 듯?
↳#호러 붙이고 #액션, #퇴마도 붙여야 할 듯.
↳#댄스 #트로트도 붙여야 함.
↳#개그는 왜 빠짐?
-저 몬스터 보기에도 좀 거시기한데 실제로 보면 돌아버린다며?
-저 몬스터에 세뇌당해서 동료 헌터를 죽인 헌터 영상 인터넷 떠돌아다니더라……. 유가족이 내리라고 해서 내렸는데 녹화 뜬 애들이 스너프 필름으로 돌려 봄.
↳미친 **들이네……. 갓튜브에 올린 헌터도 인성 **.
↳동료 헌터가 일부러 죽였다고 고인 팬덤이 몰이하다 그렇게 공개한 거잖음.
↳재미있자고 보는 방송에 죽은 사람 이야기 좀 그만합시다.
-세뇌 걱정 안 해도 되니까 ** 좋아!!!!!!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
-엄지 사이다!!!!!!!!!!!!!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
팬들은 내가 볼까 싶어서 다시 빠르게 채팅을 정화한다.
하지만 이미 봤거든. 그래도 그 마음이 고맙다.
정신조종계 몬스터는 가장 헌터들이 두려워하는 몬스터로, 이겨도 져도 상처만 남는 일이 많다.
그래서 내성 아이템을 둘둘 끼고 가는 거고.
나는 특화되어 있어서 보너스 스테이지(?) 삼아 깨고 있지만.
시청자들이 놀라면서도 즐거워하는 사이. 덤벼드는 언데드를 깍둑썰기하고, 채 치고, 밟아 터트렸다.
‘좀비물은 언제나 이런 장면이 나오지.’
이다음으로 달려오는 유령계 몬스터는 다가오는 족족 썰어주니 비명을 내지르면서 소멸했다.
녀석들은 작은 조각을 남겼다.
이게 바로 영석이라고 부르는 물건으로, 귀중한 재료 아이템들이다.
구하기가 어려워서 비싸거든요.
스르륵.
영석 같은 작은 것들은 즉시 내 그림자가 움직여서 집어삼킨다.
그림자 주머니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는 중.
-저거 뭐임? 막 그림자가 지가 알아서 움직이네?
↳엄지가 가진 그림자 능력임.
↳얘는 대체 능력이 몇 개야?
“이 그림자는 뭐냐고요? 그림자 주머니 능력입니다! [희망의 성채] 던전에 가기 전에 얻은 스킬인데요,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죠. 왜 그걸로 영석을 줍고 있냐구요? 제가 보조원을 해봐서 아는데 이거 조각이 너무 작아서 찾다가 눈알 빠지거든요. 거기다 둥그런 모양이라 엄청 잘 굴러가요~”
오디오 빈 데 없이 꽉꽉 넣어 보고~
“그러니 그냥 잡는 김에 그림자 주머니로 이렇게 바로바로 루팅하면 얼마나 편합니까! 보조원분들 직장이 사라진다고요? 그럴 리가요. 이거 하나하나 종류별 분류하는 건 저도 못 해요.”
우리 헌터 보조원이 얼마나 힘들고 중요한지 공익 차원에서 알려도 좀 보고~
“그리고 다른 전리품은 그림자 주머니에 다 안 들어가요. 그러니 그분들이 없으면 던전 사냥도 못 하는 겁니다.”
산책 나온 것처럼 걸어 다니면서 몬스터를 쓰러트린다.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게 쉽다 보니, 오디오가 쭉쭉 들어간다.
이것도 나름대로 따봉이 꽤 벌리는데?
역시 한 번쯤 사이다를 터뜨려 주는 게 정답이었나?
[주군께서 정신 공격에 이 정도로 면역이 될 수 있는 건 세계수의 정원사이시고, 희망의 신에게 인정받은 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는 해.
두 개의 타이틀 효과. 즉, 가호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쉽게 여기를 헤집고 다닐 수 있을 리 없잖아?
그렇다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사이다일 줄은 몰랐다.
악령군체도 나에게는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고.
차라리 그때 구울 덩어리가 훨씬 위험했었으니까.
“자! 그러면. 아예 혼자서 여기를 전부 털어 보겠습니다!”
-진짜냐?
-다 털어?
-엄지 너어는 지인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