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44화 (144/305)

제144화

다음 날.

곧바로 바이크를 몰아 성광의 목장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형제님.”

성광은 목장 작업복을 입고 나를 맞이했다.

“옷이 좀 작아 보이는데 괜찮아?”

내 질문에 성광이 허허롭게 웃었다.

“괜찮습니다. 슬슬 관절이 아픈 것이 딱 성장기거든요. 일단 이걸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 보고 안 되면 그때 한꺼번에 맞추려고요.”

하긴, 나이가 한창 2차 성징 때지. 성장통이 오는 모양이다.

부디 많이 크길 바란다. 성광아.

이 형처럼 성장판 중간에 닫히지 말고.

“그나저나 형제님. 말씀하신 게 사실입니까? 믿기지가 않아서 말입니다.”

약간 미심쩍은 표정으로 말한다.

하긴, 뜬금없이 전화해서 ‘너도 무공을 배울 수 있다!’ 하면 못 믿겠지.

나라도 못 믿을 거다. 하지만 가능하다고. 충분히 가능해. 야, 너두?

“충분히 가능하니까 걱정하지 마. 이 형제님을 믿어도 좋아.”

성광의 표정이 살짝 밝아진다.

“그러면 정말 좋겠습니다. 지금보다 더 강해진다면, 목장과 보육원을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오늘은 소환수인 척량이 없네요?”

“두고 왔어. 소환수지만, 휴식이 필요하거든.”

실제로는 앞으로의 일을 위해 데이터 수집 중이지만 거기까지는 비밀이다.

“세심하시군요. 그러면 이쪽으로 오시죠.”

성광의 뒤를 따라 목장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비어 있는 창고의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말씀하신 대로 비워 놓았어요. 여기서 하면 될까요?”

“사람이 없기만 하면 돼. 문제는 네가 어느 정도의 재능을 가졌는가…… 하는 점이니까. 거기다가 어릴수록 시작하기 좋거든. 이미 무공을 배우기엔 조금 늦은 걸 수도 있어.”

“그래도 신기하네요. 무공을 시스템의 도움 없이도 익힐 수 있다니.”

“나도 최근에 알았어. 정지한 대표이사님이 주신 무신의 조각상 때문이지.”

나는 무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성광은 흥미롭다는 듯이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게 있었군요. 성유물 같은 건가 보네요.”

“나도 선물받은 거라 잘 몰라. 하지만, 어쨌든 결과론적으로 이렇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거지.”

세상에는 등가 법칙이라는 게 있어서 팔을 터뜨리니 무신이 진리를 주시더라. 이게 진정한 대륙의 연금술이지.

“그런데 왜 제가 가장 첫 번째인지 궁금해요.”

성광의 질문을 들으며, 그림자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우리 팀원 중에서 가장 어리니까.”

무공 전수.

동생 놈이야 당연히 하는 건데, 녀석은 오늘 나가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먼저 수련시켜도 되는 거 아니겠어?

정지벽과 별하나는 그래도 나이가 있고, 이미 근접전 타 스킬들을 익힌 상태.

성광은 힐러이다 보니 근접전 스킬은 전무하고, 심지어 아직 근골이 완성되지 않은 나이.

가장 익힐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거기다가 사제가 전투 중에 사망하면 팀은 전멸이니까. 호신술 정도라도 익힐 수 있으면 다행이지 않겠어?”

“과연…. 형제님은 전부 계획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거창한 건 아니지만.”

펄럭.

그림자 주머니에서 꺼낸 돗자리를 꺼내 바닥에 깔았다.

신발을 벗고 그 위에 올라가 성광에게 손짓했다.

성광도 나를 따라 신발을 벗고 올라온다.

“그러면. 잘 부탁드릴게요, 형제님.”

“별말씀을. 일단 거기 앉아. 좌선이라는 거 할 줄 알아?”

“할 줄 알아요. 저도 신관으로서 명상을 해야 하거든요.”

성광이 좌선을 하고 앉았다.

확실히 그 자세가 편해 보이는 것을 보니 익숙한 모양이다.

“자. 일단 설명부터 할게. 무공이라는 것의 시작은 내공을 수련하는 것부터야.”

“내공…. 단전에 쌓는 마력을 말하는 건가요?”

“그래. 바로 그거지. 내공을 쌓을 수 있다면, 무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야.”

나는 무신에게 받은 가르침. 올바른 내공 수련에 대해서 적절히 설명했다.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성광은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성광이 네가 무공을 주력으로 배워서 익히는 건 불가능해. 네가 시스템으로 받은 본래 직업도 있으니까. 그래도, 수련해 두면 아주 좋아. 육체적인 능력을 올려 주는 데다가, 마력 회복 속도가 빨라지기도 하니까.”

“그렇군요.”

“그런 이유로. 내가 너에게 가르칠 것은 딱 두 가지뿐이야.”

“무엇인가요?”

“건곤금강공. 건곤신공. 이 두 개.”

건곤금강공. 나도 익히고 있는 외공.

몸이 단단해지고, 튼튼해지고, 체력도 늘어난다.

단지 그것뿐인 무공이지만, 그렇기에 쓸모 있다.

탱커만큼의 방어력과 내구력을 가지게 되니까.

이걸 가르칠 수 있는 이유는 무신에게 내공 수련법을 전수받았기 때문으로, 사실 건곤금강공은 따로 익혀 봤자 절대로 제대로 된 수련이 되지 않는다.

건곤신공이 있어야 비로소 익힐 수 있지.

건곤신공으로 건곤진기라고 하는 기운을 만들어 내고, 요걸 육체에 살살 먹이면서 수련하면 건곤금강공이 제대로 익혀진다 이거죠.

무공이라는 게 시스템이 가르쳐 주는 게 아니면, 이렇게나 험난합니다.

“원래대로 하면… 사실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데. 내가 진기도인이라는 걸로 네 몸에 때려 박을 거야.”

무신에게 배운 그대로 가르친다.

[천무지체]의 천재적인 능력으로 한번 몸으로 느낀 것은 어느 정도 재현이 가능했다.

특히나 무신이 직접 때려 박은 거니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상황.

“진기도인… 들어본 적 있어요. 그거, 남의 몸에 기를 밀어 넣어서 조종하는 거죠?”

“맞아.”

“좋아요. 형제님. 저는 준비되었어요.”

“자……. 그러면 윗도리 벗어.”

내 말에 성광은 잠깐 멈칫하다가 순순히 윗도리를 벗었다. 그래도 완전히 육체 단련을 안 하는 건 아니라서, 몸에 근육의 윤곽은 잘 잡혀 있다.

‘흉터가 많네.’

잘 모르는 사람은 힐을 주는 사제에게 왜 흉터가 많은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지.

‘사제는 보통 참을 수 있는 고통은 대충 넘기고 다른 사람 치료부터 하거든.’

탱커가 다시 어그로만 유지할 수 있으면 힐러는 마력을 아낀다.

돌발 변수가 어디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나 마력의 30%는 남기려고 하지.

그렇게 자잘하게 상처가 쌓이다 보면 어느새 이렇게 흉터가 자리 잡게 된다.

이 어린놈이 어쩌다가 각성자가 되어 어쩌다가 이렇게 던전을 전전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을 터.

‘광신도’.

시스템이 소년을 그렇게 정의한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그런 성광의 등 쪽으로 돌아가서 나 역시 가부좌를 하고 앉고, 두 손을 녀석의 등에 가져다 대었다.

성광이 잠시 움찔했지만, 별다른 제지는 하지 않았다.

“자. 시작한다. 저항하지 말고. 흐름을 잘 봐둬. 몸 안의 기운을 내가 했던 방식대로 나중에 너도 움직일 수 있어야 해.”

헌터들은 전부 각성 후 마력을 사용한다.

마력이란 곧 기와 마찬가지. 때문에, 체내의 마력을 제어해서 움직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잘못하다가 몸 안에서 마력이 폭발해서 뒤지니까 안 하지.

게다가, 스킬이 알아서 마력을 움직이는데 뭐 하러 그런 짓을 해?

하지만 무공의 지식을 알게 되면 다르다.

츠츠츠츠츠.

내 기가 성광의 체내로 진입해 들어갔다. 그리고 그것은 천천히 성광의 기경팔맥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나저나… 역시라고 해야 할까? 마력이 몸 전체에 균등하게 퍼져 있네.

사실 나도 무신의 가르침을 받기 전에 이랬던 것 같다.

지금은 다르지만.

성광의 단전에, 기운의 씨앗을 심었다.

그리고 바로 소주천을 했다.

“큭.”

“참아. 소리 내면 안 돼. 기가 흩어지면 수련이 효과가 없는 것뿐만 아니라, 주화입마의 위험도 있으니까.”

성광의 등 근육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 고통은 나도 잘 알지. 그래도 무신처럼 무지막지하게 기를 쑤셔 넣는 건 아니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기경팔맥의 경로를 따라 기를 한 바퀴 돌린다. 그리고 두 바퀴, 세 바퀴, 네 바퀴, 다섯 바퀴.

계속해서 돌리고 돌렸다.

그리고 곧 손을 뗐다.

성광 스스로가 기를 돌리기 시작한다.

소주천을 스스로 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

성광. 이 녀석 재능 있는데?

원래부터 사제는 마력의 흐름에 민감하지 않던가. 그게 도움이 된 모양이다.

그렇게 지켜보는 사이.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성광이 눈을 떴다.

“후우우우… 형제님. 정말… 정말 놀랍군요. 이건…….”

“단전에 내기가 생긴 게 느껴지지?”

“예. 확실히 여기 따스한 구슬 같은 게 자리 잡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몸에 활력이 솟지 않아? 그 단전의 내기가 커질수록 효과가 더 커져.”

“오오……. 신기하네요.”

내공을 가진 것만으로도 육체의 기능은 향상된다.

“자. 그러면 이제부터 해야 할 것은 하나다.”

“무엇인가요?”

“공부다.”

“네?”

“그냥 반복해서 외우는 거야.”

내 말에 성광의 표정이 당혹으로 변해 버렸다.

하지만 어쩌겠어. 스킬로 배우는 게 아니니까…….

다 외워야 하거든!

나는 내공심법에 대해서 성광에게 주입식 교육을 실시했다.

* * *

“형. 죽을 것 같아…….”

“너는 법대도 나온 놈이 왜 그래, 대체?”

“공부 스톱한 지 조금 됐잖아. 머리가 녹스는 건 당연하다고. 게다가 최근에는 전투를 한다거나, 몸 단련만 해놔서…….”

“그래도 머리 쓰던 짬밥이 있잖냐. 징징거리지 말고 외워.”

집에 돌아와 보니 무척이가 귀가해 있었다.

당연하게도.

이 녀석도 붙잡고 내공 수련을 시켜 주었다.

다행히 적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단전을 정착시킬 수 있었다.

“아마 내 뼈 때문인 것 같아. 형 말로는 중단전이 열려 있는 느낌이라고 했잖아?”

적성이 있다기보다는 사실 적성을 ‘만들었다’는 표현이 적합하겠지.

“음. 내 생각에도 그래.”

메카닉 마스터가 가호하사 수천억어치 군수업체 마도 공학을 때려 박은 뼈다.

마력뿐만 아니라 기(氣)의 순환 역시 보통 사람의 몇 배로 빠른 모양이었다.

덕분에 무척이 나이에도 무공을 익히는 게 가능했다.

다음 코스로는 당연히 지옥의 주입식 암기 공부를 시켰다.

그랬더니 바로 엄살이다.

나보다 공부도 잘했던 녀석이.

“어쨌든 외워. 필요한 거니까. 건곤신공을 제대로 수련하려면 내공심법의 요체가 되는 구결을 외울 수 있어야 하거든. 그걸 외우면서 특수한 호흡법과 함께 몸 안의 기혈을 제어하는 게 내공심법이니까.”

스킬로 얻으면 편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냥 무식하게 외우고, 안 틀리게 몸으로 때우면서 배워야지.

그런다고 해도… 내가 무신에게 직접 가르침받은 것만 못하고, 나처럼 혼원건곤신공도 못 익히겠지만…….

“효과가 있으니 하긴 하는데… 그나저나 성광이라는 사람도 챙겨 준 거야?”

“어. 팀원이잖아. 그리고 옛날 생각도 나고 그래서.”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

사지가 찢겨 나간 기분이었다.

진짜로 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마음의 병.

심적으로도 멘탈이 와사삭 박살 났지만, 동생을 키워야 한다는 마음에 거친 세상과 맞서 싸웠다.

무척이가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나에게서 시선을 돌려 종이 뭉치를 바라본다.

“동정?”

“어느 정도는. 그리고 믿을 만한 동료기도 하니까.”

“그렇구나…….”

이 녀석은 지금 내가 스킬 [정보 인쇄]로 써서 준 책을 보는 중이다.

머릿속의 정보를 종이에 인쇄해 주는 스킬인데 따봉 상점에서 싼 가격에 팔더라고.

그걸로 종이에다가 무공 구결을 전부 인쇄해서 준 거다.

성광도 그렇게 했고.

옆에서 외우는 걸 지켜보고, 내공 수련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왔다. 그리고 건곤금강공을 익히는 것도 돕고.

만약 비각성자였다면 이렇게 쉽게 입문할 수 없었을 테지만, 어쨌든 헌터다 보니 하루 꼬박 시간을 들이자 둘 다 입문하고 스스로 수련할 수 있게 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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