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39화 (139/305)

제139화

“스크루지는 뭐하는 놈이지?”

[사전적인 것만 찾는다면 실존 인물도 아니고 가상의 인물, 그것도 구전 설화가 아니라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입니다.]

그래. 스크루지가 본명은 아닐 거야.

일단 이 스킬 북을 판매한 성좌는 지금으로서는 시스템 제재가 풀릴 때까지 계속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으니 미뤄두고.

“어디 보자…….”

유통기한은 나도 해결 못 하지만 가격은 엄청나게 다운해줄 수 있는, 말 그대로 금을 만들어내는 기계를 만들어냈다.

포션 재료 원가를 기반으로 계산해 보니.

[원가 15만 원에 마력이 크게 소모됩니다만……. 주군께서는 상관없으시겠군요.]

응. 연금술이든 마도공학이든 마력 소모는 기본이니까.

그래서 연금술사들이 재료가 많아도 제작할 수 있는 포션 양에 한계가 있는 게 바로 이것 때문이고.

그런데 나한테는 오히려 이 페널티는 의미가 없다.

각성 첫날부터 마력만 목숨 걸고 찍어 댔으니까.

그 정교하고 유기적인 테크트리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내 자부심이다.

[D등급 치료 포션의 경우 판매자와 부가 효과에 따라 가격 차는 있으나 평균적으로 200만 원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와아, 요즘 중소기업 신입 월급이네.

내가 물처럼 마시던 포션은 E급으로, D급 바로 아래.

그것도 비싸기는 했지만, 병당 100만 원 수준이었다.

그러면 뭐야. 원가 15만 원짜리가 200만 원짜리로 둔갑했던 거야? 대기업들은 대체 얼마나 해먹은 거지?

[물론 연금술사들의 마력 가격은 포함하지 않은 금액입니다만. 제약회사가 상당한 부를 축적한 게 이런 이유에서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인 연금술사가 작은 공방에서 포션을 지나치게 싸게 팔면 포션 레시피를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해 특허를 내버리거나 아니면 뜬금없이 화재가 생기기도 하거든요.]

사람 목숨을 가지고 노는구나. 이 새끼들.

헌터 보조원이기 때문에 안다.

체력 회복 포션 같은 건 돈 많은 사람들이 쓸 일이 별로 없다.

그 사람들은 안전한 곳에서 안전한 일만 하니까.

당장 몬스터에 대비한 아파트가 지어지고. 원래 판잣집에서 살던 사람들은 내쫓겼다.

판잣집에 살던 사람들은 공장에 나가서 손가락이 잘려 나가곤 하지만 포션 살 돈이 없어서 일생 장애를 갖고 산다.

포션을 의료보험에 넣으려는 시도는 옛날에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미국, 중국계 거대 제약 회사가 잠식한 이후로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사람 목숨은 언제나 돈보다 저렴했습니다. 주군.]

그래. 늘 그런 법이지.

좋아. 한국인 하면 죽창 아닌가.

대감집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양반 까는 판소리를 듣고.

여차하면 민란이라도 해서 나라님이 안 들으면 듣게 하겠다고 불놀이를 하며.

유생들은 패드립을 상소문에 날리고, 꼬우면 목 쳐라? 쳐라? 살풀이 댄스를 추고.

왜란 때 일본 놈들이 이제 니네 조상님 땅 우리가 해 처먹겠다고 하니까 죽음을 불사하고 쇠도리깨 붕붕질을 했던 피가 어디 가는 게 아니에요.

자아.

일단 이 기계, 소환수로 취급되는 거지?

[모노 바이크G도 마도공학으로 만든 소환수죠. 사실 스크루지 연금술을 이용해 야매로 제작한 것이긴 합니다만…….]

스크루지는 대체 뭐하는 새끼야.

스킬 설명 읽을 때마다 약간 야매기는 나는데 아무튼 이게 된다는 게 신박하네.

아무튼 결국 같은 연금술을 핵심 트리로 삼으니 이런 일이 생기는군.

‘그놈의 저자본 고▧액 창◆출의 기회!’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뭔데?

[지금 이 포션 제작기의 소환 유지 마력은 모노 바이크G보다 높습니다. 연금술로 드는 마력에 이 소환체를 유지하는 마력까지 합해서 주군께서 모두 책임져야 하는 셈이죠.]

숨만 쉬어도 마력이 쭉쭉 빠진다는 건가?

세계수의 가호가 있으니 그래도 버틸 만하지 않아?

[주군께서 자택에서 모든 스킬과 세계수의 가호까지 받아서 마력 회복을 계속한다는 가정하에 약 100기를 쉬지 않고 유지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100기? 와, 세계수가 사기네.

“집에서 나오면 어떻게 돼?”

[20기 유지 정도가 한계일 것으로 계산됩니다. 하지만, 수련과 전투를 염두에 두고 계신다면 10기 정도만 유지하시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하긴. 던전도 가긴 해야 하지.

가서 쌈질 좀 하려면 여유 마력&내공을 생각해야 하니 어쩔 수 없나.

그나마 10기라도 가능해서 다행이긴 한데.

“어디 보자…….”

포션 기계를 주물럭거리며 정보를 확인한다.

“이거 24시간 풀로 돌리면 대충 하루에 100병 정도 만드네.”

100병. 적은 듯, 많은 듯한 수치다.

10기를 유지한다 치면. 하루 1천 병.

포션 1천 병이라.

D급 포션 1천 병.

많은 건지 적은 건지 모르겠다. 그냥 기존 시세대로 판다고 하면…….

일 매출 20억이네!?

원가야 15만 원 수준이니 그야말로 날로 먹는 수준.

거기에 인건비를 추가한다고 해도 큰 차이는 없다.

근데 이렇게 생각하니까 진짜 미쳤네. 하루 20억 매출이라고? 한 달이면… 600억!?

미쳤네…….

[제가 아직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이 정도면 포션 시장의 경제 체계를 일부 붕괴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 그렇지는 않겠지.

그렇게 쉽게 내 포션이 완판되겠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주군의 포션을 100만 원에 판매한다면, 다른 D급 이하 포션을 살 이유가 없겠죠. 조금 과장된 말씀을 드린 것이기는 합니다만. 가능성은 있습니다. 월 3천 병의 물량이니까요.]

“포션 3천 병 가지고 그렇게 시장이 교란돼? 한 달에 국내에서 소비되는 물량이 어떻길래 그래?”

[통계 자료에 의하면 월 D급 이하 포션 사용량은 3만 6천 병 정도입니다.]

“12분의 1 정도를 내가 만들어 낸다는 거구나. 음… 그렇다고 해도 시장 붕괴까지야…….”

[일단 기업에는 확실히 타격이 갈 수도 있습니다. 공급과 수요의 법칙이 작용할 테니까요. D급 이상의 포션을 만드는 개인 공방 연금술사들은 어차피 주군이 만드시는 것보다 뛰어난 포션을 만드니 타격이 없을 듯합니다.]

오우, 잘하면 포션 공장 돌리다가 수성전을 해야 할 수도 있겠어.

이번에도 해외 용병이 공장 불태우러 오는 건가?

[법이나 행정적인 부분은 정지한이 지켜 줄 겁니다.]

* * *

얼마 후.

인수한 공장의 내부를 좀 더 그럴듯하게 꾸몄다.

“부지를 고를 때 들은 사연이 또 재미있었지.”

[무서운 게 아니고요?]

그때 들은 이야기인데, 이 폐공장은 재미있게도 과거 어느 연금술사가 포션 사업을 하다가 원인불명의 화재로 부도가 난 곳이란다.

[이야기도 참 수상했습니다. 유명 길드에서 거액의 선금을 준 대신에 납입 날짜를 빡빡하게 맞춘 건 알겠는데, 그 안에 납입을 못 했을 경우 배상금이 세 배라니. 계약하고선 하필 뜬금없이 불까지 나고 범인도 못 잡고요.]

그 연금술사는 결국 막대한 배상금을 낼 수가 없어서 불탄 공장에서 목을 맸다고.

그 이후에 유가족들은 그 연금술사의 포션 제조법을 대기업에 팔아버리고, 이 부지는 몇 번 더 소유주가 바뀌었지만 왜인지 그 소유주들도 사업이 죄다 망한 관계로 법원 경매를 돌고 돌아 내 손에 들어왔던 거다.

[그래도 싼 값은 아닙니다.]

그렇지. 섬뜩한 사연이 있긴 해도 위치 자체는 참 좋다 보니까 어느 선 아래까지는 내려가지 않더라.

그래도 음, 정지한이 보여준 땅 중에 여기가 가장 좋았어.

이만한 갓성비가 없더라.

“형, 드론 더 필요해?”

동생의 주변에는 수없이 크고 작은 드론들이 떠다닌다.

무척이는 이제 완벽하게 드론들을 그저 생각만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녀석이 걸어둔 보안 네트워크는 제아무리 메카닉 마스터라도 뚫을 수 없다고 하는데, 나 같은 인간이 뭘 알겠나.

그냥 대단하구나 하는 거지.

“너 그냥 은행 해킹하면 되지 않냐?”

“해킹은 가능해. 하지만 뒷일이 귀찮아져서 못 하는 거지.”

…미친놈이 이제 은행 보안도 뚫는 단계까지 왔구나.

아무튼 정비가의 드론에 자신만의 알고리즘을 형성해서 집어넣었고.

거기에 뭔가…… [기록사]라는 녀석의 능력까지 더해진 건지, 두당 300만 원짜리 업소용 드론이 이제는 3,000만 원짜리 공업용 드론처럼 움직이고 있다.

정비가 측도 신기한지 우리 드론에 관심이 많다.

[혼돈의 문자], 그 능력이 프로그래밍 언어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 싶다나?

하지만 무척이는 드론을 뜯어보는 건 반대했고.

결국 갓튜브에 따로 찍어 올리는 걸로 타협 봤다.

뭐가 뭔지 진짜 모르겠네.

엑셀도 어려운 나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다.

‘대신 드론 몸체를 마법공학으로 개조하는 건 내가 했지.’

모노 바이크 만들듯이 외장을 튼튼하게 개조하고 에너지 효율도 향상시키고.

침입자는 여차하면 무기 쥐고 전기 충격으로 지지라고 팔도 고쳐 놓고.

이제 이놈이 얼마나 잘 움직일지는 동생 프로그래밍 실력에 달린 셈.

“뭐, 프로그래밍 언어도 엄연히 말해 언어이고, 더 깊이 들어가면 0과 1도 기록이고. 어찌 보면 기초적인 문자니까 그 또한 내 영역이긴 하거든.”

이 녀석은 법이 전공이었지만 실은 법률도 인간도 그리 믿지 않는다.

웃긴 건 겉으로 보면 눈 처진 사람 좋아 보이는 댕댕이란 거지.

실은 사람보다는 기계를 훨씬 더 신뢰하는 놈인데.

그래서 이 거대한 공장에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는 나랑 저 녀석뿐인 거고.

저런 이상한 놈이 어쩌다 내 동생으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음. 상시로 가동할 포션 제작기는 총 10기인 거지? 형.”

“그래야지. 그것만으로도 마력&내공 회복 속도가 꽤 떨어지긴 하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해 볼 만해. 세계수를 이용하면 좋겠지만 던전에 가려면 집 밖으로도 돌아다녀야 할 테니까.”

“해 볼 만하다는 게 신기하네.”

“수련도 하고 던전도 가야 하니까. 또 ‘원인불명의 화재’가 일어나게 되면 범인도 잡아다 족쳐야 할 거고.”

“그게 신기하다는 거야.”

무척이는 그리 말하고는 나른하게 하품을 했다.

“형, 이리 와 봐봐.”

폰을 드는 게 딱 봐도 SNS에 사진을 올리려는 것 같았다.

“공장 천장 보이게 찍어. 제작 과정 보이면 안 돼.”

내 말에 녀석은 고개를 젓고는 내 왼편에 섰다.

“지금은 얼굴 투샷만 올릴 거야. 그것만으로 충분해.”

나는 살짝 시선을 돌려 자연스럽게 다른 곳을 보는 척했고, 녀석은 커다란 키를 살짝 굽혀서 찍었다.

찰칵-

“음, 잘 나왔다. 형도 익숙해지네.”

“나한테 가르쳐준 게 누구더라?”

“좋은 게 좋은 거지.”

틱-

사진과 약간의 멘트를 넣어서 SNS에 올렸다.

그동안 나는 10기의 소환체인 포션 제작기를 일일이 최종 점검을 했다.

“형 천무지체라는 거 신기하긴 하네. 그거 덕에 마력&내공이 S급까지 치솟은 건가?”

“그거 하나 가지고는 아니고. 그동안 모았던 스킬이랑 타이틀이 다 합쳐진 거지.”

“후, 일류 마법사도 형의 마력량을 못 따라가겠네.”

그리 말하면서 트렁크 통 위에 앉아서 한참 서류를 뒤적인다.

종이책이 웹소설이 되고, 교과서도 디지털화가 되고 있는 세계지만 이런 중요한 것들은 아직도 서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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