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38화 (138/305)
  • 제138화

    “그러면 말이 안 되는 게 하나 있는데?”

    [무엇입니까?]

    “내 능력을 정확히 모르잖아.”

    미래를 안다면, 혹은 회귀자라면. 내 능력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미래 예지가 전지적인 능력은 아니지 않습니까? 미래 예지 능력자에 대해서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단편적인 미래를 알 수 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음. 그래서 나에 대해서 완전히 모른다?”

    [예.]

    “경우의 수가 너무 많은걸……? 그러고 보니. 이제 와서 난 생각인데, 외국의 미래 예지 능력자는 세계 파멸에 대한 정보를 모르나?”

    예전에 읽었던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보면 천기누설 이런 게 있던데.

    [갓튜브에 미래 예언 채널은 총 12,462개가 있습니다. 이 또한 일정 규모가 있는 채널만 추렸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래. 정보의 바다고, 정보의 홍수지.

    하지만 대부분은 애매한 정보야.

    미래의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수준의 예언자는 거의 없지 않나?

    나만 해도 헌터 능력이나 각성 같은 애매한 건 감으로 잘 찍는데 주식 같은 건 안 되더라.

    [예언 스킬은 모든 스킬들 중에서 가장 불완전하고 알려진 게 없으니까요. 짐작하기로는 예언 스킬도 결국 시전자의 능력을 따라가는 법. 주군께서 헌터에 대한 관심과 기본 지식은 많으시나 재테크에는 무지하셔서…….]

    아악, 그만, 그만!

    아무튼 일만짜리 따봉 스킬에 올인하지는 않게 되었으니 잘된 셈이지!

    엄지는 자립심이 생겼어요.

    내 운명을 죄다 점에 맡기지 않아요.

    그러니까 내 [사소한 직감]은 헌터 생활 예지에 최적화되어 있는 셈 치자고.

    “어땠든 정지한 저 인간은 다른 헌터들의 예지 능력보다 압도적으로 좋다는 거겠네.”

    [네. 많은 부분은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망나니가 하루아침에 대단한 사업가 겸 헌터로 변할 리가 없지요. 이건 본질이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뛰어난 미래 예지 능력으로 흥청망청 살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 지금은 흥청망청은커녕, 시간을 인수분해하며 사는 미친 짓을 벌이고 있지 않나.

    [그건 주군도 마찬가지지만요. 아무튼 세계멸망을 알지 못한다면 저렇게까지 비범해질 동기가 없죠.]

    그래. 정지한이 갑자기 변한 이유는 그 정도가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

    “이 건은 나중에 정지한하고 한번 이야기를 해 봐야겠어. 협력할 수 있을 것 같아.”

    [옳은 판단이십니다. 설령 그쪽에서 숨긴다고 하더라도 그것도 나름의 성과일 테니까요.]

    그래. 그때는 모르는 척하면 되는 일이야.

    “자. 그러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거실 한가운데로 가서 어린 세계수를 그림자 주머니에서 꺼냈다.

    가지도 3가닥 뻗어나 있고, 뿌리도 조금 자라서 대형 화분 속을 파고들어 있다.

    일전에 최하급 악마의 심장을 주었더니 이렇게 자랐다.

    이제… 요정의 눈물을 줘 볼까?

    요정의 눈물을 쪼르르 부어 버리자, 퀘스트가 해결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변화가 일어났다.

    우우우웅-

    세계수에서 마음이 편해지는 녹색 광채가 피어났다.

    뿌리가 자라는 소리가 화분 속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본래 50센티 정도의 가지였던 것이, 이제는 길이가 1미터가 되고 제법 나무처럼 보이는 게 아닌가?

    애초에 실내에서 나무 기르기용으로 산 대형 화분이라서, 뿌리를 내려도 괜찮았기에 가능한 일.

    ‘여차하면 더 크기 전에 그림자 주머니에 넣어 버릴 생각이었는데. 다행이네.’

    그나저나.

    이거 완전히 실내용 나무가 됐네.

    가지도 여덟 개로 늘어났고, 거기에 잎도 한 장씩 생겨났다. 피톤치드가 아주 그냥 뿜뿜하시는구먼.

    어디 보자.

    [미약하고 어린 세계수]

    등급 : ?

    분류 : 나무.

    미약하고 어린 세계수.

    이제 막 싹을 틔운 어리디어린 세계수.

    주변을 정화하며, 순도 높은 마력을 생성한다.

    기능 : 300미터 범위를 ‘성지(聖地)’로 지정된다.

    기능 : 성지 내에서 체력 회복력 100% 증가.

    기능 : 성지 내에서 마나 회복력 200% 증가.

    기능 : 성지 내에서 상시 중하급 저주 해제.

    기능 : 성지 내에서 던전 출현이 금지된다.

    기능 : 성지 내에서 부정한 힘이 약화된다.

    기능 : 성지 내에서 정령력이 증가한다.

    미약하고 불완전한 어린 세계수였었는데, 불완전한이라는 단어가 빠졌다!

    오우, 이제 진짜 나무다 이거죠?

    이야… 이거 근데 무시무시한데…….

    체력도 회복시켜 주는 거냐?

    범위가 300미터로 증가. 단번에 3배로 늘어났잖아?

    우오! 대단하다!

    [주군. 나뭇잎만 따로 봐 주십시오.]

    [세계수의 나뭇잎]

    등급 : 레전드

    분류 : 재료/소모품

    세계수의 나뭇잎. 포션의 재료로도 쓰이며, 원재료 그대로 먹을 수도 있다.

    기능 : 취식 시 체력 20% 회복.

    기능 : 취식 시 해독.

    기능 : 취식 시 하급 저주 해제.

    아니. 무슨 놈의 나뭇잎이 체력을 20%나 회복시켜?

    나뭇잎을 직접 먹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긴 하다만… 그거야 포션으로 가공하면 해결되는 일이잖아?

    [확실히 대단한 보물입니다. 제대로 성장시킬 경우 어쩌면 도시 하나 정도는 충분히 성지로 지정할 수 있을 테죠.]

    도시 규모로 땅을 사둬야 하나……?

    그러려면 돈이 대체 얼마나 많아야 하지?

    내 생각에 맞춰서, 척량이 바로 찾아와 주었다.

    [현재 파주시 토지 매매 거래가는 평균적으로는 평당 35만 원 수준입니다. 임진강의 방벽과 가까워서 위험하다는 이유로 저평가되어 있습니다만……. 그렇다 해도 남부 지방에 비해서는 비싸군요. 역시 서울 옆이라서 그런 듯합니다.]

    남부 지방은 얼마나 하는데?

    [전라남도 지역이 평균적으로 평당 25만 원 수준입니다.]

    음……. 역시 파주시는 서울 근처라 비싼가.

    가장 싼 지역은?

    [강원도 양구군입니다. 평당 2,000원 수준입니다. 있는 것은 군부대와 방벽 그리고 군부대를 지원하기 위한 건축물들 몇 개뿐입니다. 파로호수라고 하는 호수를 방어 거점으로 삼아 방벽이 건설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최전선 방어 지역이군요.]

    거기… 민간인은 살아?

    [민가가 있긴 합니다. 군부대의 군인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군요. 군이 있는 곳인 만큼 결계석 정도는 있지만 추천할 수준은 아닙니다.]

    떡상각…을 노리려면 그런 데가 좋긴 한데.

    서울에서 너무 멀다는 게 디메리트로군.

    도시에서 멀면 그거대로 사람 만나고 물건 구하기가 어려워지니까.

    제아무리 성지가 안전지대를 형성한다고 해도, 인프라가 깔리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니 말이지.

    [제 생각에는 파주시가 적절할 듯합니다.]

    내 생각도 그래. 그러면…… 이건은 성광과도 한번 논의해 볼까? 성광도 우리 팀원이니까. 혜택을 좀 주면 좋지.

    [좋은 생각이십니다.]

    일단 이 건은 이걸로 끝내고. 다음 건으로 넘어가자고.

    [예. 주군. 포션 제작 기계 설치 말씀이시군요?]

    바로 그거지. 즉시 해치우자고.

    * * *

    “이 집 일 잘하네…….”

    ㈜정진의 직원을 부르고, 적당한 소규모 생산 공장까지 만드는 데 들어간 시간은 불과 하루.

    값도 싸게 구했다.

    전철의 지상 철도 옆에 세워진 가건물을 ㈜정진에서 매입, 그걸 나에게 준 것이다.

    물론 사전에 리스트를 몇 개 보냈고, 나는 그중 하나를 고른 셈이지만.

    [전 주인이 좋지 않은 일로 사망해서 그런지 저평가되었습니다.]

    그래. 그 이후로 주인이 몇 번 바뀌었는데 줄줄이 횡액을 당해서 땅값이 서울인데도 살 만해.

    물론 서울이라고는 해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아니고.

    고양시와 서울시의 경계인 수색역 근처에 있다.

    그 건물에 와서, 즉시 포션 제조기를 만들었다.

    이걸 위해서 스킬 [젠텔의 마도공학], [기계장치의 혼], [기계박사], [광기의 발명가], [화학의 달인], [기계 제작]을 추가로 배워야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가치는 있었다.

    그걸 이용해서 제작한 것이 바로 이것.

    “스크루지는 아직도 없나?”

    [네. 지난번 약관위반으로 제재당하고 아직 기간이 다 안 끝난 모양입니다.]

    아쉽다.

    우리 [☆★◇◆스크루지의 연금술◇◆☆★], 그리고 자매품 [☆☆◆스크루지의 연금술사 서바이벌 캠프◆☆☆].

    살 때만 해도 ‘돌았나?’ 하는 마음으로 샀는데 아직 이 가성비를 뛰어넘는 연금술을 못 만났어요.

    “척량. 틈틈이 검색해서 스크루지 제재가 풀리면 바로 말해줘.”

    [네. 계속 검색하겠습니다.]

    이 없으면 잇몸이라고, 그래서 젠텔이라는 스킬 제작자의 마도공학술이랑 이것저것 사서 만든 결과.

    높이 2미터, 너비 4미터 정도의 커다란 [자동 포션 제작 기계]가 완성되었다.

    [엄지★척의 갓↗갓↗자동 포션♥제작 기계]

    등급 : 유니크

    엄지척이 직접 만들어낸 자동 포션 제작 기계.

    포션 원재료와 비어 있는 포션 병을 세팅해 놓으면 자동으로 포션을 제작한다.

    제작된 포션은 전부 무조건 D 등급의 품질을 보장한다.

    마정석을 에너지로 하며, 엄지척 외의 일반인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물품이 아닌, 소환수로 취급된다.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저자본 고▧액 창◆출의 기회!

    “……핵심 스킬이 그놈이라 그런지 제정신 아닌 게 나왔는데……?”

    모노 바이크는 좀 제대로 출력되더니, 이번에는 바로 제정신 아닌 게 나오는군.

    제작 설계도는 따봉 상점에서 구했지만, 부품은 전부 문발동의 쇼핑 거리에서 샀다.

    약초도 그쪽에 발주해 놔서, 이미 배달 완료된 상태.

    이 기계의 장점은 딱 하나지만, 그것이 다른 단점을 전부 덮어 준다.

    저렴한 가격에, 적절한 포션을 제작해 드려요!

    일단 등급 F의 포션이란 얼마냐?

    [현재 등급 F의 회복 포션이면 그 가격이 무려 50만 원 정도로 책정되고 있습니다.]

    와…. 왜 이렇게 비싸지? 단가 생각하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제약회사의 담합이 그 원인이라는 기사가 몇 개 올라와 있군요. 어떤 기자분은 이런 가격 형성 자체가 위법이 아니냐고 제약회사 녹취록을 풀었으나……. 아, 이분 얼마 후에 잘렸군요.]

    그렇구나.

    서민들은 비싸서 구매하지 못하고, 여유가 되는 일반인도 사기에는 조금 꺼려지는 가격.

    [담합 외에 이유를 들자면 유통기한이 짧아서 반년 정도면 맹물이 된다고 하네요.]

    하긴, 대피소 같은 데에 구비해 놓기는 해지만 자주 갈아 줘야 하는데 몇 년 전 포션이 그대로 군납으로 오고 있어서 관련 병사가 국방부에 찌른 사건도 유명하고.

    [맹물 포션 사건 말이죠?]

    응. 국방부 신고로도 안 먹혀서 청와대 신문고에 찔러서 난리 났지.

    그거 결국 개선됐나 몰라.

    아무튼, 엄연히 말해 포션은 병을 낫게 해주진 않는다.

    칼에 찔리거나 몬스터의 발톱에 몸이 상했을 때 외상을 치료하는 데 탁월하다.

    그래서 군이든 대피소든 일정 기간에 한 번씩 계속 포션을 교체해 줘야 한다.

    F급이 이럴 정도면 그 위 단계는 얼마나 비싸다는 거지?

    지금 내가 만든 이 마도공학의 정수는 최소 D급 포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그 기술 핵심은 [스크루지의 연금술] 덕분이었지만.’

    다른 연금술 스킬들도 물론 도움이 되었지만, 마도공학 자체의 수준을 크게 끌어 올린 것은 이 연금술 스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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