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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137화 (137/305)
  • 제137화

    “지척 씨의 성장은…… 무척이나 이례적이죠. 다른 팀원들보다 성장 속도가 명백히 빠릅니다. 조정이 필요한 상태라고 할 수 있겠군요.”

    “조정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보통 슈퍼 루키라고 하면 본래 레벨보다 적어도 30% 이상 강한 이들을 뜻한다는 것 정도는 아시지요?”

    “아. 예.”

    그거야 알고 있다. 괜히 슈퍼 루키, 기대되는 유망주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같은 레벨 40이라고 해도, 슈퍼 루키들은 평균적으로 다른 40레벨 보다 30% 이상 강하다. 거의 50레벨대의 강함을 보이는 셈이다.

    평균이 그렇다는 거고, 어떤 이는 레벨 40인데 고레벨 헌터만큼 강하기까지 했다.

    나만 해도 레벨 1로 고정되어 있지만, 거의 80~90레벨대의 헌터만큼의 힘을 쓰고 있으니까.

    “같은 슈퍼 루키라고 해도 그 안에서 전투력이 천차만별이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되고, 지금 일류 헌터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그런 케이습니다.”

    “그렇군요.”

    “제가 모집한 팀원 모두 세계적으로도 최고가 될 가능성을 가진 분들입니다만……. 지척 씨는 그보다도 더욱 빠르게 강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매일 던전에 들어갈 정도로 마력이 회복된다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정지한이 직접 고른 사람들이다.

    성격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개개인의 장점과 개성 역시 강했다.

    근데,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매일 던전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네, 재능이고 잠재력이고, 결국 압도적인 사냥 횟수 앞에서는 무의미해지는 거죠.]

    지금 내 속도를 따라올 수 있는 놈은 동생인 무척이 정도려나.

    그 녀석도 지금은 살짝 버거워하는 단계고.

    “어…. 그런가요?”

    일단 나는 모르는 척 겸손하게 답했다.

    괜히 여기서 ‘잘 알아보셨습니다. 일일일던 에너자이저. 그게 접니다. 님이 몇을 찾아내든 제가 최고죠.’ 이래 봐야 아이고, 실없다는 소리 듣기 딱 좋지.

    “네. 결국 압도적인 마력 회복은 모든 계산을 무의미하게 만드니까요. 경험치뿐만 아니라 금전적인 면에서도요.”

    그 말에 척량이 동의했다.

    [전문가들 말로는 사실 헌터도 결국 본질은 3D 노동직이라고 하니까요.]

    화려한 인기로 감싸고 살고 있긴 하지만 결국 뭐.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직종인 건 사실이긴 하지.

    대신 돈과 명성을 얻을 수 있고.

    그러니까 말이야.

    이게 본질은 결국 칼로 금을 버는 연금술이야.

    나야 뭐……. 이래저래 남들 모르는 진실을 알아 버려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거긴 한데.

    “제가 알기로는 ‘그 헌터’를 제외하고는 최단 시간 마력 자연 회복 사례는 56시간입니다. 2일을 조금 넘는 정도죠. 사실 지척 씨는 던전 안에서도 계속 마력이 회복되니, 그 부분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그랬어?

    “물론 저희 회사의 대주주이시기 때문에, 지척 씨의 활약은 곧 회사의 이익, 그리고 지척 씨의 이익으로도 환원됩니다만. 때문에 조정을 해야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무슨 조정인 거죠?”

    “이익에 대한 분배입니다.”

    아하.

    “지척 씨 덕분에, 저희 회사의 이미지도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신규 헌터 모집에서도 상승세고요. 게다가 지척 씨는 혼자서도 던전에 들어가기를 즐기시니, 저희 회사로서는 지척 씨가 더욱 활약해 주시고, 더 안전해지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품 안에서 물건을 두 개 꺼낸다.

    이게 품에서 나올 만한 사이즈는 아닌데? 내가 가진 그림자 주머니 같은 아공간이 있나?

    의문을 뒤로한 채 꺼내 놓은 물건을 보았다.

    하나는 조각상이고, 다른 하나는 포션이 담긴 유리병 같은 물건이었다.

    “무신의 조각상. 그리고 요정의 눈물입니다.”

    “요…정의 눈물이요!?”

    아니. 형이 왜 여기서 나와?

    “세계수를 키우고 계시고, 최하급 악마가 나오는 던전에 다녀오셨을 테니, 남은 건 이 요정의 눈물이겠죠.”

    “아니…. 그건 어떻게…….”

    퀘스트에 필요한 물건을 안다고? 어떻게?

    이것도 신과 거래해서 얻은 정보인가?

    “고블린 던전에 다녀오셨지 않습니까? 그곳에 히든 던전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알았냐 이거야.

    나도 따봉 상점에서 블로그 알바 포스팅 비슷한 낚시질을 당하면서 알게 된 건데.

    내가 고블린 던전에 갔다 온 건 ㈜정진의 서포터 팀이 와서 전리품을 수거했으니까 당연히 이 인간도 대표로서 보고받을 테니 알 수밖에 없겠지만, 거기에 히든 던전 있는 걸 아는 건 별개의 문제.

    “세계수가 지금 시점에서, 그것도 지척 씨가 기르기 시작한 것은 예상외입니다만… 좋은 기회입니다. 잘 키워 주시기 바랍니다.”

    “아. 예.”

    지금 시점?

    그는 태연하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 무신의 조각상은, 무공 수련자에게 아주 유용한 물건입니다.”

    “제가 감정을 해 봐도 되죠?”

    “예. 얼마든지.”

    “통찰의 눈.”

    [무신의 조각상]

    등급 : A

    분류 : 소모품 (아티팩트)

    무신(武神)에게 직접 지도받을 수 있는 신상(神像).

    1회 사용 후 그 힘을 잃는다.

    기능 : 무신의 공간으로 이동하여, 무(武)에 대한 지도를 받는다.

    이건……. 예상외의 물건이다.

    “무신(武神)은 무술에 관련된 스킬에 깊이 관여하는 신입니다. 단순 무공이 아니더라도, 전투 기술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전부 무신의 영역이죠. 무신이 직접 후원하는 헌터는 많지 않습니다만, 그 가치는 꽤 널리 알려져 있죠. 그리고 이 물건도 마찬가지고요. 아는 이는 많지 않지만요.”

    투박하게 무인이 새겨진 조각이다.

    얼마나 거칠게 깎아 놨는지 눈코입도 구분이 되지 않는다.

    즉, 무신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면 별거 아닌 조각상일 수도 있다.

    허나. 무공 사용자, 아니 그냥 근거리 스킬을 익힌 자.

    그것도 자신의 실력에 한계를 느끼고 벽을 넘고자 하는 자라면 영혼이라도 팔고자 할 터.

    심지어 신이 직접 지도를 해주는 1회용 교육 티켓 아닌가.

    “어… 이걸 대체 어떻게 구해 오신 겁니까……?”

    그 순간, 무신상 발치에 피가 묻은 자국이 얼핏 보였다.

    ‘그래. 이런 물건은 늘 사연이 있지.’

    경매장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물건.

    정지한은 비밀이 많은 양반이다.

    구김 자국 하나 없는 뻣뻣한 슈트에 일분일초라도 낭비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인간미 없는 무언가.

    이런 양반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런 것들을 죄다 구했을 리 없겠지.

    [확실히 수상할 정도로 후하군요. 요정의 눈물도 저희로서는 구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그래. 요정의 던전을 찾아가는 것도 일이지만, 요정을 울리거나 웃게 해야 한다는 조건이 참…….

    [게다가. 무신의 조각상도 무시할 수 없는 보물입니다. 주군께 필요한 것은 현재 실전과 수련이지 않습니까? 무신의 수련 공간과 같이 사용한다면 주군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

    척량은 받으라는 간언을 돌려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 척량.

    나도 그리 착한 놈은 아니라고.

    찬물 더운물 가릴 때도 아니고 내게 도움이 되는 거라면 뭐든 받을 생각이니까.

    “그러면 받아주시는 것으로 알고, 일어나 보겠습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손을 내민다.

    나 역시 그 손을 마주 잡아 악수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 난 게 있어서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면 요청할 일이 하나 있었으니까.

    “참. 한 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예. 말씀하시죠. 뭔가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십니까?”

    그가 도로 자리에 앉았다.

    “거창한 건 아니고요. 제가 이번에 포션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거든요.”

    “연금술을 하시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포션 사업을 하실 정도입니까?”

    “모노 바이크G를 제가 만든 건 아시죠? 마도공학 쪽 스킬도 좀 있거든요. 그걸 이용해서 포션을, 대량생산까지는 아닌데 소공장 정도의 물량은 만들 수 있게 돼서요. 그걸 좀 판매하려고 합니다.”

    “자세히 듣고 싶군요.”

    그의 눈이 진지해졌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코코아 한 잔 더 부탁드립니다.”

    ……그냥 1리터 텀블러에 콸콸콸 부어 줘야겠다.

    * * *

    정지한과는 이야기가 잘되었다.

    ㈜정진의 직원들이 내가 포션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며, 판매도 해 주겠다고 했다.

    수수료가 붙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합리적인 수준이고 이미 회사의 절반이 내 것인 판에 회사의 이윤이 바로 내 이윤이 되는 거지.

    그리고 그가 돌아간 후. 그가 놓고 간 물건들을 보고 있다.

    “이걸… 이대로 얻게 될 줄은 몰랐는데.”

    [네.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깊은 비밀이 있어 보입니다.]

    “역시 그렇지?”

    [예. 정지한은 예전부터, ‘신과 거래를 한다…….’ 같은 수상쩍은 말을 하고는 했습니다만. 히든 던전의 정보를 알았다면 왜 사용하지 않았던 건지 알 수 없습니다.]

    “혹은 남들 몰래 다녀왔다…고 할 수도 있겠지.”

    [그렇습니다. 더 이상한 것은 ‘세계수가 지금 시점에서, 그것도 지척 씨가 기르기 시작한 것은 예상외입니다만…….’라고 한 부분입니다.]

    “지금 시점…? 마치.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할 때가 있단 말이지.”

    [정지한은 분명 시간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미래 예지 능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래 예지로 이름 높은 헌터도 있으니까요.]

    예지 능력.

    확실히 척량의 추측은 합당했다.

    미래 예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의 행동의 수수께끼가 여러 가지 풀린다.

    단순히 나처럼 양자택일을 감으로 찍어 맞추는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된 미래.

    진짜로 미래를 보는 눈이 있다면 이 행적이 설명이 되지.

    아니면 뭐…. 인기 웹소설처럼 회귀 같은 것을 했을지도.

    “회귀 같은 건 어떠려나?”

    [불가능합니다.]

    “어째서?”

    [신들이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요. 만약 신들조차 시간이 되감겨진 것을 모른다면……. 위대한 저 신들보다도 더욱 강대한 무언가가 그렇게 했다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그런 게 존재하겠습니까?]

    아득하네.

    신 위의 신이라.

    고개를 들어 보니 거기는 천장으로 막혀 있었다.

    하늘을 볼 정도의 실력조차 우리는 없다.

    만약 인간을 넘어서서 그 무언가가 된다면 무언가 더 보이는 게 있을까?

    그때는 하늘 너머의 무언가가 보일까?

    “음…. 역시 모르겠다!”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억지로 이해하려 해봐야 더 이상해질 뿐이야.

    “그러면. 일단 회귀자라는 사실은 제쳐 놓고. 미래 예지는 거의 확정적이라고 봐야겠네.”

    [그렇습니다. 분명 정지한은 망나니로 살다가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강력한 헌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날 미래 예지 능력을 얻고 바뀐 것이겠죠.]

    “그게 합당한 추론이긴 한데…….”

    그래. 미래 예지로 세계 멸망도 봤을 수도 있고 말이지?

    지금 내가 아등바등하면서 막으려는 그거 말이야.

    [현재로서는 그가 미래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주군께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은 눈치챈 것 같습니다. 호의적인 것도 그래서일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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