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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136화 (136/305)

제136화

“그러면. 이제 452만 따봉이 있으니까… 226만을 써 보자. 여기서부터가 또 고민이네.”

지금까지 익힌 스킬들은 전부 요긴하게 쓰고 있긴 하다.

화염계 강화 스킬들을 도배하고, 블레이즈 워크와 크투가의 걸음을 동시 사용하면 자잘한 잡몹은 거의 다 처리가 가능했다.

스톤 엔트는 이걸로 떼몰살을 시켰고, 세계수 던전 때도 보스를 불태우는데 썼으며, 구울 때도 쏠쏠하게 잘 써먹었으니까.

다만.

역시 강력한 단일 개체에게는 활용도가 제법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이번의 합체 구울 거인 녀석에게는 크게 통하지 않았으니까.

[주군. 화력 문제였을 수도 있습니다. 더 강력한 온도였다면 어땠을까요?]

“뭐야? 여기서 화력을 더 올리자고?”

화염계 위력 증가 스킬들은 이미 몇 개나 익혔는데?

[더 많은 따봉으로 강력한 스킬들을 익히는 것이죠.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3클래스 주문 화염 장벽 – 20,000따봉]

[4클래스 주문 화염 확산 – 100,000따봉]

[5클래스 주문 폭염 지대 – 1,000,000따봉]

기왕 잡은 거 끝을 보자는 거군.

척량이 이놈도 혹시 우리 민족인가?

켠 김에 보스까지 절단 내야 성이 차는 K-민족의 피가 흐르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5클래스부터는 100만 따봉이나 먹는단 말이야? 아니. 따봉 인플레 미친 거 아냐?”

100만 따봉 정도면 레전드 스킬을 살 수 있다. 그런데 5클래스 주문이 레전드급이냐?

아니 뭐 이래?

[5클래스의 주문들에 대한 정보를 뒤져본 결과. 그럴 만합니다. 고레벨의 마법사 헌터들 중 폭염 지대를 사용한 헌터의 영상을 보시죠.]

라틴계 외국인 마법사가 하늘을 비행하는 갓튜브 영상이 나타났다.

그 마법사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그의 아래 반경 수백 미터가 무시무시한 불길에 휩싸인다.

그 범위 안에 있던 몬스터들이 타고, 땅과 바위는 녹는다.

그 열기에 던전 안의 모든 게 초토화된다.

와우……!

[5클래스 주문부터는 마력 랭크 A라는 제약이 있습니다만, 주군께서는 이미 달성하셨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마법. 마법이라… 생각해 봐야겠네.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긴 하니까.”

마법이 나을까? 무공을 계속 파는 게 나을까?

하지만 무공은 스킬만 배운다고 다가 아니지.

세계에서 무공 사용자가 비인기로 분류되는 것은, 무공이 그만큼의 숙련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숙련도. 능숙함. 확실히 체화한 그 무언가.

실제로 나도 염라두 때문에 화딱지 나서 검사지경에 도달했으니까…….

수련. 수련이라…….

잠깐.

“척량. 수련을 도와주는 능력 같은 게 있을까?”

[수련을 도와주는 능력…. 무공의 수련을 더욱 깊이 하실 요량이시군요?]

“응. 일단 내 주력은 무공이니까.”

모노 바이크G로 들이박는 전투도 자주 하지만, 그 근간은 역시 무공이다.

[검색해 보겠습니다.]

척량의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인다.

[있습니다. 그런데… 와, 이거. 이런 게 가능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뭔데?”

[보시죠.]

[천무지체 – 5,000,000따봉]

무공을 익히는 데 최적화되어 있는 신체.

이른바 무골(武骨)을 넘어 선골(仙骨)이라고 칭하는 육신.

모든 무공을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가공할 성장 속도로 익힌다.

*스킬 [인간]의 효과로 1,000,000따봉으로 구입 가능.

이건… 뭐야?

천무지체.

무협 소설에나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천재적인 무공 재능을 가진 몸을 뜻하지.

그런 게 스킬로 있다는 것도 기함할 일이지만, 스킬 [인간]이 천무지체의 하위 호환일 줄이야…….

올바르게 걷고. 올바르게 숨 쉰다.

그게 [천무지체]를 세일받는 히든 피스였던 건가?

“이건… 사야겠군.”

[그리고 이것도 구매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응? 뭔데?”

[무신의 수련 공간 – 1,000,000따봉]

무신이 시간의 신과 협력하여 만들어 낸 수련 전용의 공간.

이 안에서 수련하는 동안 외부에서는 시간이 정지한다.

하루 1회. 48시간 이용 가능.

[시간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역시 대단한 권능이 아닐는지요.]

뭐 이딴 사기 스킬이?

당장 강해지는 건 아니다 보니 언뜻 따봉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무공 수련자에게 있어 수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특히 천무지체와 궁합이 아주 좋다.

성장 그 자체에 강력한 보너스를 주는 [천무지체].

거기에 수련 시간을 별도로 만들어 주는 [무신의 수련 공간].

이 두 개가 있다면…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겠지.

잠시 심사숙고하고 [사소한 직감]도 굴려준 후.

척량, 나, 직감이 삼진 승인으로 두 개 모두 바로 질렀다.

와, 200만 따봉 빠지는 소리가 아주 쥑이네.

그리고.

뭔가가 내 안에서 변했다는 것을 단번에 느꼈다.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내공이 스스로 소주천(小周天)을 시작하더니 곧 대주천(大周天)으로 넘어갔다.

사지경맥 전체로 기운이 뻗어나가고,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기운이 돌았다가 다시 단전으로 들어간다.

순식간에 그 강렬한 파도 속에서 몸은 스스로 자연스레 숨을 들이켜고, 바르게 좌선을 하고 앉아 혀를 코 밑에 붙인 후 입을 아주 조금 벌려 느릿하게 날숨을 내쉬었다.

충만한 힘이 전신에 흘러넘치고, 이윽고 그것이 하나가 된다.

그것은 나를 무아지경에 들어가게 만들었으며, 몽환과 깨달음의 경계를 걷게 한다.

그 안에서, 나는 지금까지 수련하고 사용해 왔던 무공을 본다.

내가 싸워 왔던 흔적들을 다시 기억한다.

그리고 깨우쳤다.

나는… 아직 무공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었어.

그렇기 때문에 나는…….

쿵-!

무언가 묵직하게 폭발하는 소리가 난다. 동시에 나는 눈을 번쩍 떴다.

“후우우우…….”

폭발은 몸 안에서 일어난 것이다.

내공의 순환이 작은 폭발을 일으킨 것. 주화입마의 느낌은 아니다.

다만 내 몸의 변화가 끝났기에 생긴 현상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 아쉽다. 조금만 더 했으면……. 뭔가 깨달을 것 같았는데. 아쉬워.

[주군! 대공(大功)을 성취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척량이는 늘 뭔가 무협 소설이나 중국풍 사극처럼 말한단 말이지.

내가 무공 사용자라 어울리기는 하지만서도.

“뭔가가 변한 거 같……. 이게 뭐야?”

내 몸 전체에 검고 끈적한 액체가 흥건했다.

살도 조금은 빠진 기분이 들고, 어마어마한 구린 악취가 비강을 찔러댔다.

[환골탈태를 하신 것입니다. 이것은 주군의 몸 안에 있던 노폐물과 불순물들이지요. 지난번에는 불완전하게 환골탈태를 하였는데 지금은 완전하게 끝을 낸 셈이죠.]

“아니, 이게 다 내 몸 안에서 나온 거라고?”

[그렇습니다, 주군.]

“놀랍다, 놀라워. 사람이 이렇게 더러울 수가 있는 건가?”

폐수처리장에서 수영하다 나온 줄?

“청소.”

1클래스 마법 주문 청소를 사용했다.

고작 1클래스지만 청소에 관해서는 위력 한번 끝내준다.

악취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내 몸에 눌어붙은 노폐물 찌꺼기도 그대로 치워진다.

“청소. 청소. 청소.”

남아 있던 악취까지 전부 청소 마법으로 처리.

마법을 연달아 사용하자, 남아 있던 것들도 싹 사라졌다.

후……. 끔찍한 악취였어.

[주군. 능력을 봐 주시지요.]

[엄지척]

직업 : 갓튜브 소셜 스타

레벨 : 1

체력 : A 근력 : A 민첩 : B

마력&내공 : S 매력 : A 지능 : B

등급 : 작은 별 갓튜버

총평

데뷔 이후 유명세가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따봉을 모아서 더욱 강해지고 더욱 유명해지세요!

“헐……. 뭐야. 능력이 왜 이래?”

본래 내 능력은 체력 B, 근력 B, 민첩 C, 마력&내공 A, 매력 B, 지능 D 정도였다.

그런데 거의 대다수 능력치가 무조건 랭크 하나가 상승.

지능은 아예 2단계 상승했다.

이것이…… 환골탈태의 힘!?

[천무지체가 되고, 환골탈태가 되셨으니 이 정도 효과는 당연한 것이지요. 게다가 앞으로는 무공을 수련하는 데 있어서 더욱 뛰어난 효율을 보이실 겁니다.]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바로 사용해 보시죠.]

“무신의 수련 공간?”

[예.]

“좋아. 바로…….”

띵동.

수련 공간에 들어가려는데 들려오는 벨 소리.

무척이는 아침이 되자 신체 조정을 한다고 정비가를 만나러 나가 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나 혼자다.

찾아올 사람은 없을 텐데… 동생 놈이 택배라도 시켰나?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보니 의외의 인물이 서 있었다.

“어….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 아니. 이럴 게 아니지. 들어오세요.”

정지한.

그가 문 앞에 서 있었다.

* * *

표정이 없어 평소보다 더욱 냉막한 얼굴의 정지한 대표.

그는 내가 타 준 코코아를 홀짝이며 마시고 있었다.

-코코아로 한 잔 부탁드리겠습니다.

뭘 마시겠냐고 질문했더니, 코코아를 달란다.

아니, 남의 집에 와서 코코아 달라는 게 정상이야?

보통은 그냥 차 달라고 하지 않나? 코코아를 구비해 놓은 집이 얼마나 있다고?

물론 나는 달달한 걸 좋아하기 때문에 늘 집에 코코아가 준비되어 있긴 하다.

육체노동이라고 할 수 있는 헌터 보조원 시절에 자주 마셨기 때문.

몸이 힘들면 열량 높은 걸 먹어야 하는 법이었으니까.

하여튼 그런 특이한 주문을 하길래 타 줬더니 얌전히 마시고 있다.

심지어 마시멜로도 동동 띄워 줬다.

그는 한 모금 마시고 음미하고, 다시 한 모금 마시고 음미하고를 반복한다.

아니. 누가 보면 미슐랭 스타 받은 코코아인 줄 알겠네.

“역시 맛있군요.”

한참 마시다가 한다는 소리가 저거다.

“하하하. 제가 코코아는 또 기가 막히게 타거든요. 보조원 생활 하다 보니까 늘었어요.”

끄덕.

그는 고개를 까닥이고는 빈 컵을 내민다.

“한 잔 더 부탁드립니다.”

“아. 예.”

이 인간……. 코코아를 이렇게 좋아했던 거였어?

생긴 건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것도 빨대는 안 빨고 잔째로 먹을 것 같은 인간인데. 입맛은 또 애들 입맛이시네.

일단 한 잔 더 타 주었다.

두 번째 코코아를 조금 홀짝이더니, 드디어 용건을 꺼냈다.

“구울과 혐오체를 처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혐오체를 쓰러트릴 때의 영상은 인상적이더군요.”

상당이 보기 거식한데 갓튜브 A.I.가 이건 또 블러 처리를 안 했어요.

정상 몬스터로 판단한 모양이다.

대신 키즈 튜브 계정으로는 혐오체 대신 테디베어가 구르는 걸로 보였다던데 진짜인지 궁금하네.

“바쁘실 텐데 제 영상을 봐주셨군요. 대표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지금 지척 씨의 상태가 더 인상적입니다. 환골탈태. 적어도 이 년 후에나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 말에 살짝 소름이 돋는다.

이 인간. 뭐야? 내가 가진 통찰의 눈 같은 스킬을 가진 건가?

“그렇게 놀라실 것 없습니다. 지척 씨의 눈이 특별한 것처럼, 제 눈도 특별한 것뿐입니다.”

그가 안경 아래, 눈동자 아래쪽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린다.

아, 아아. 그렇구나.

그래. 그 정도 자리에 있는 인간이 그런 스킬을 갖는 게 이상하진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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