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35화 (135/305)

제135화

박살 난 보육원이지만, ㈜정진에서 사람이 오더니 순식간에 고쳐 버렸다.

[복원]이라는 스킬을 가진 제작계 헌터로, 본래는 정하 그룹 소속이지만 ㈜정진에 단기 파견을 나왔다고 한다.

덕분에 우리는 그날 중으로 보육원에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드론들이 뽈뽈거리며 나가서 농장을 재정비하고, 그중 몬스터급의 동물 친구들은 어디론가 잘 도망쳤다가 알아서 돌아왔다.

여기저기 구울 시체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이건 조만간 헌터 보조원들이 와서 알아서 정리하시겠지. 구울 시체도 다 돈이니까.

주변 풍경이 스산하긴 해도 위협은 없어졌다.

“자. 드시죠. 오늘은 피자입니다.”

성광이 직접 요리를 해 왔다.

“와아아아!”

“피자다아아!”

“이거 일주일에 한 번 먹는 거예요!”

아이들은 역시 피자가 좋은가 보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니 이건 못 참지!

쭈우욱.

한 조각 집어 드니, 치즈가 아주 쭉쭉 길어진다.

이야…. 이거 진짜 최고급 치즈인가 보네.

어디 먹어 볼까.

합.

“오…….”

갓 구운 쫀득한 치즈가 길게 늘어나더니 풍미를 자아낸다.

치즈에 열기가 아직 남아 있어서 씹을 때마다 입 안에서 자글자글 소리가 났다.

농장에서 갓 딴 토마토와 직접 숙성시킨 도우까지.

층층이 쌓아올린 서로 다른 맛.

거기다 햄은 후추 맛이 강했는데 이게 또 특유의 불 맛까지 느껴져서 그야말로 이 피자 그룹의 센터를 맡고 있다.

‘와아.’

애들이 왜 이거 먹을 날만 기다렸는지 알 것 같아.

전에 대접받았을 때보다 더 맛있는데!?

그렇게 감탄하고 있는데, ‘부르르릉! 끼이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형!”

문을 벌컥 열고 무척이 녀석이 들어온다.

문을 안 잠가 놨나 보네.

성광이 말했다.

“……형제님. 도어락 어떻게 따신 겁니까?”

“그냥 열려 있었습니다만.”

무척이의 태연한 말에 성광의 동공이 지진했다.

하지만 나는 이놈의 20%가 기계이고 뼈 안에 들어 있는 마법공학 기술은 어떤 군수업체에서도 못 따라갈 성능이라는 걸 안다.

‘무척아…. 그 짧은 사이에 남의 집 문짝을 해킹했니?’

손만 대면 문이 풀리는 건가.

일단 태연하게 녀석을 맞이했다.

“어. 왔어?”

“아니. 형. 뭘 잘했다고 그렇게… 하……. 환장하겠네.”

라이브 보고 놀라서 달려온 모양이야. 그래서 자연스럽게 남의 집 도어락도 해킹으로 따시고 말이지.

내 동생이지만 은근 섬뜩한 데가 있다.

“아니. 환장할 건 또 뭐 있어? 밥은 먹었냐?”

“형 때문에 놀라서 아무 것도 안 먹었다고.”

녀석은 그러고서 ‘후.’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웃는 표정으로 돌아온다. 그러고는 성광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인다.

“갑자기 문을 막 열고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성광 씨.”

“괜찮습니다. 엄무척 형제님. 지척 형제님을 걱정하신 걸 알고 있으니까요. 지척 형제님께서는 좀…… 험하게 사시잖아요?”

“그렇죠. 꼭 오늘만 살다 갈 것처럼 굴죠.”

그러더니 남는 의자에 털푸덕 앉는다.

집주인이자 오늘의 요리사인 성광이 피자를 한 조각 내주었다.

녀석은 한입 받아서 물더니 놀라운지 눈이 커진다.

거 봐, 맛있지? 평생 못 잊을 맛이지?

“와! 무척 형이다!”

“아냐! 무척 오빠야!”

“나한테는 형이라고!”

“캥긔 형이다!”

아이들이 무척이를 보더니 아주 좋아라 했다.

이 녀석들 아주 그냥 갓튜브에 매몰되어 사는 거 같은데…….

괜찮은 걸까?

우리나라 교육 환경, 이것으로 좋은 것인가.

“그나저나 확실히 스킬이 좋네. 집뿐만 아니라 전자기기까지 싹 다 고쳐졌어.”

구울과의 전투로 불타고 반파된 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지경.

적당히 낡고, 적당히 잘 보수된 건물 내부의 가전제품 역시 전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었다.

“복원 스킬의 강점이니까요. 그게 없었다면 인류의 문명은 지금 보다 더 크게 후퇴했을 거라고 할 정도잖아요.”

성광의 말대로다.

마력이나 주술 같은 게 들어가지 않은 일반적인 사물은 복원 스킬에 의해서 파괴되기 이전으로 되돌아간다.

영상을 되감기하듯이.

때문에 인류 문명은 몬스터와의 전쟁을 버텨 내는 데 한결 수월해졌다.

파괴된 건물들을 재건하기 위해서 그 모든 돈과 시간을 다 쏟아부어야 했다면, 아마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심지의 크기는 더욱 작아졌을 테니까.

그때 같이 식사하던 직원 중 한 명이 벽에 붙은 TV를 튼다.

그러자 거기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엄지척 헌터가 막아낸 문발 지구 제23 대피소는 무사했습니다만, 22대피소에서는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여…….]

[정부에서는 서울 도심에서 일어났던 돌발적인 던전 게이트 출현 사태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보고 정밀한 수사 및 연구를 한다고 밝혀…….]

[사망자는 현재 121명. 부상자는 341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아직도 더 많은…….]

[긴급 속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돌발적 던전 게이트가 출현했으며, 각국에서는 엄청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에 반해 국내에서는 엄지척 헌터의 활약으로…….]

역시 피해가 제법 많이 나왔구나. 사망자가 121명이나 나왔나.

입이 쓰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주군. 주군께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알고 있어. 그냥 어렸을 적 생각이 나서 그래.

부모님 두 분 다 이런 식으로 돌아가셨으니까.

그때의 아비규환이 여전히 상처가 되어 남아 있다. 사람은 그렇게 터무니없이 갑작스럽게 사라지곤 한다.

내 씁쓸함을 느낀 걸까. 척량이 답했다.

[두 분 모두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겁니다.]

그래그래. 할아버지 양옆에서 내려다보고 계실 거야.

보시는 김에 따봉이나 눌러 주심 좋겠네. 아들이 이렇게 구르고 있는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직원이 TV 채널을 바꿨다.

애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케이블 채널이다.

아이들이 그걸 보면서 피자를 흡입한다. 그 모습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중에 성광이 편으로 과자나 잔뜩 들려서 보내줘야겠어.’

이 아기 돼지들. 삼촌이 디룩디룩 찌워 줘야겠다.

* * *

돈을 벌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은, 내 차를 사도 된다는 점이겠지.

그것도 아주 좋은 차.

나는 모노 바이크G가 있어서 안 샀지만, 무척이는 차를 구입했었다.

그걸 이번에 끌고 왔고.

그래서 돌아가는 길은 무척이 녀석이 운전하는 자동차 안이다. 억이 넘어가는 고오급 외국 SUV 차량.

여기에 무척이에게 맞게 마개조를 거쳤는데.

누가 마개조했는지는 안 봐도 갓튜브네.

시간은 이제 오후 11시. 늦은 차도에는 사람이 없다.

“형이 처리했던 게이트의 구울 던전이 가장 레벨이 높은 던전이었다더라. 형이 그거 조기에 차단 안 했으면, 더 많이 피해자가 나왔을 거야.”

운전을 하던 무척이가 뜬금없이 말을 꺼냈다.

“뭐야? 신경 써 주는 거야?”

“뻔히 보이거든. 옛날 생각 하는 거지?”

“뭐… 그렇지. 우리도 사실 던전 고아잖냐.”

무척이는 잠시 침묵했다.

보육원의 아이들. 목장의 직원들. 그리고 대피소로 피했던 사람들. 내 손길이 닿은 곳에 있던 사람들은 결국 다 지켜 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내가 모두를 구할 수는 없는 건 나도 아니까.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야 한다.

무척이가 한 손으로 내 눈을 덮어주었다.

“좀 자. 형.”

나는 피식 웃고는 녀석의 말에 따랐다.

피곤하기도 너무 피곤했고 차에서 희미하게 라벤더 향이 나서 쉽게 곯아떨어졌다.

* * *

다음 날.

어제 내가 구울과 시원한 캠프파이어를 하는 동안 다른 팀원들도 파주시와 고양시에 파견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척이도 곧장 성광의 보육원에 온 게 아니라, 전투를 몇 번 하고 나서 온 거였고.

파주와 고양은 서울 근교의 도시.

대규모의 몬스터가 나타났으니, 그걸 박멸하려고 특별동원령이 내려진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덕분에 던전을 가기 위한 미팅은 취소.

다들 마력을 죄다 쏟아부은 터라, 던전 공략도 취소다.

별일이 없다는 전제하에 일주일을 기다리게 생긴 것이다.

나?

나는 푹 자고 일어나서, 오전부터 운기조식을 하는 중이지.

자라난 세계수의 묘목에 마법진에, 거기에 내가 가진 스킬의 효과까지 해서 내공이 쭉쭉 차고 있긴 하다.

특히. 예전보다 더 빠르게 내공이 차고 있었는데…….

아마도 스킬 [인간]의 효과인 것 같다.

점심시간 전에는 내공이 전부 회복될 듯?

그렇다고 내공 회복만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따봉 체크도 해야 하고, 앞으로 어떤 스킬을 얻어야 하나 고민 중인 것.

[주군. 총 452만 따봉이 되었습니다. 경사스러운 일이군요.]

어제 있었던 일로 따봉이 어마어마했다.

이야… 엄청나다. 이 정도면 레전드 등급 스킬도 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러고 보니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스킬이 [부활]이었는데… 그게 있었으면 좋았을걸. 부활보다 더 저렴한 건 없나?”

[있습니다.]

어제의 사망자분들이 안타까워서 중얼거리고 있으니, 척량이 검색을 해 왔다.

[밀라이논 교단의 응급 소생 – 1,000,000따봉]

등급: 유니크 (비성장형)

뇌와 심장이 손상되지 않은, 죽은 지 1시간이 지나지 않은 자를 되살린다. 상처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되살린 직후 치료해야 하며, 치료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살아난 자는 5분간은 생존한다.

미친 세상이다. 이런 게 있네.

제약은 복잡하지만 쓸 만하네.

어제 같은 상황에서는 쓰기 어려웠을 테지만… 던전에서 유사시에 아주 쓸 만해.

[인터넷상의 정보로는 죽은 이를 살리는 부활 스킬을 가진 힐러는 전 세계적으로 5명뿐이며, 전부 최상위 랭커들입니다.]

“제한적이지만 부활 스킬을 가지면 좋긴 한데. 100만 따봉이라… 부담스럽기는 한 걸……?”

거기다가 100% 살리는 것도 아니고, 결국 상처는 그대로. 5분 정도 치료할 시간을 벌어 준다는 것.

‘이 새끼들 소모 마력이나 스킬 쿨 타임은 안 써 놓았네. 설마 일부러 안 써 놓은 건가?’

하단에 있는 [자세히]를 눌러도 뜨지 않는다.

이것은 더러운 거짓말의 맛이구나.

일전의 [최하급 악마의 심장] 때의 그 느낌이 나.

지난번에 feat. 블로그 포스팅 알바 사건이 떠오르는데, 이거.

100만 따봉 다음에는 완성하려면 100만 따봉 더 달라는 거 아니야?

자, 그러면 스킬 [사소한 직감]을 써보자.

양자택일의 사소한 직감아, 이건 정말로 나한테 도움이 될까?

‘…….’

[답변이 어떻습니까?]

애매한 기분이 드는데? 당장 내가 강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아닌 것 같아.

[그렇다면 관심 품목 체크만 해두고 구입 보류하죠.]

그래.

차라리 그 따봉을 쥐고 있다가 급할 때 바로 구매해서 사용하는 쪽이 더 나을 거다.

그때는 따봉이 더 모였을 거고, 더 괜찮은 스킬이 출시되었을 수도 있고.

따봉의 절반은 비축하고, 절반은 쓰기로 했으니까.

[주군의 생각이 옳습니다.]

내 스킬 외에 척량이 너도 모르겠다는 거지?

[네. 인위적으로 가린 건지, 판매자가 잊어버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칫 눈 뜨고 코 베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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