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30화 (130/305)

제130화

아무리 그래도 동생 건드리는 건 선 넘었지.

‘정작 무척이는 별생각 없어 보이지만.’

그보다는 형이랑 자신이 같이 있는 사진 쪽이 영업에 도움이 된다면서 사진을 찍을 때 나를 반드시 끼우고 찍기 시작했다.

덕분에 얼빡으로 찍는 동생 얼굴 뒤에 자고 있는 내 모습, 가부좌 틀고 수련 중인 내 모습, 동생이 해준 파스타를 먹고 있는 내 모습 등이 같이 찍혀 올라가기 시작했고.

-둘이 사이좋다……ㅠㅠㅠㅠㅠ 잘 지내는 모습 보기 좋아요.

-형 점심도 만들어 주고 진짜 착한 동생이네 ㅠㅠㅠㅠ

-지난번에 올린 레시피로 밥 해봤는데 쉽고 맛있더라고요.

-이 와중에 엄지 너무 잘생겼다. 밥만 먹으면 잘생겨지는 듯.

이런 한국 팬 리플이.

-동생 형 착함. 좋음.

-동생 형 참치 통나무 주십시오.

-신부 손 조심하라.

또다시 정줄 나간 외국 번역기 글도 같이 올라왔다.

원문이 뭔지 짐작도 안 가지만 이모티콘으로 뜻만 알아볼 뿐.

어찌 보면 이놈이야말로 진짜 강철 멘탈이다.

나는 검색을 안 하고 버티고 있지만, 이 녀석은 SNS에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자연스레 자기 이름이나 서포터즈 일들도 다 검색해서 확인하고 있는 거 같으니까.

그렇게 이놈 팔로워가 수십만이 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무척이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건 당연한 걸지도.

[그나저나 마도 공학과 연금술 레시피에서 요구되는 따봉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연금술 제조 기계에 쓰이는 부품들을 죄다 구입해 그림자 주머니에 넣었다.

그렇게 나오는데 척량이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이곳에 오기 전에, 포션 제작기 설계도와 관련 스킬까지 죄다 따봉으로 구입하고 왔다.

예전에 갓튜브에서 마도 공학 공장 다큐를 본 적이 있다.

마도 공학 생산 공장은 사람을 갈아 넣어서 만든다.

이를 테면, 화염계 스킬을 가진 사람과 아이템 제작 스킬을 가진 사람이 만난다.

그리고 두 명이 만나서 스킬을 합해야… 화염검 같은 게 제작되는 방식인데.

이걸 공장을 만들 때 사용하는 것이다.

내구도 증가, 자체 복원, 마력 부여, 스킬 증폭, 파괴력 증가, 회복력 증가, 그 외 기타 등등을…….

공장에 설치되는 기계에 전부 때려 박는 거다.

이게 때려 박는 것도 순서와 규칙이 있고, 공학적으로 여러 가지 수준이 요구된다던가?

그뿐이 아니다.

거기에 현대 전자 기계 공학적인 측면에서의 설계도 들어가서 머리가 아플 정도.

그럼에도.

애초에 공장제 제품은 핸드 메이드 제품에 비해서 품질이 상당히 떨어지는데, 공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품질은 또 더더욱 떨어지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왜 그런지 관련 논문이야 많은데,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그냥 ‘헌터 물건은 공장제보다 수공예가 와따구나乃’ 정도로만 알고 있다.

그나마 그 품질을 상당히 보정해서 팔고 있는 게 바로 정비가의 정비 중공업.

물건마다 퀄리티 편차가 거의 없다.

그래서 그녀가 메카닉 마스터인 거다.

그리고 나는.

정비 중공업을 흉내 내기로 한 것이다.

다만, 중공업 계열은 정비가 씨가 꽈악 잡고 있으므로…….

내가 노리는 건 화학과 제약이다!

[기업체의 공장 제품들은 품질이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에, 포션 업계도 핸드 메이드 제품이 주류지요. 그 점을 찌른 것은 좋은 세일즈 포인트 같습니다.]

그렇지. 거기다가 내가 가진 다량의 스킬을 떡칠하면, 대량 생산을 해도 품질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겠지?

그나저나. 다 산 건가?

[예. 주군. 목록에 있는 물건들은 전부 구입했습니다. 스킬도 미리 구입해 두었으므로, 이제 스킬로 제작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 그건 집에 돌아가서 천천히……. 어?”

익숙한 사람이 저 멀리 보인다.

그런데 그 익숙한 사람은 혼자가 아니었다.

[성광이로군요. 아마도, 본인이 운영하는 보육원의 아이들과 같이 나온 모양입니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었다.

여자아이가 세 명, 남자아이가 두 명.

나이는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전부 초등학생의 나이로 보인다는 점.

그보다 더 어려 보인다 싶은 애도 보였다.

근데 보육원!?

‘성광이 그걸 운영한다고? 목장은?’

그 말에 척량이 답했다.

[목장과 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광 본인이 던전 고아 출신이라서 그런지, 보육원의 아이들도 몬스터에게 피해를 입은 고아 출신입니다. 현재 외부에 공개된 정보를 조합해서 말씀드리면, 보육원의 아이들은 현재 총 열다섯 명입니다. 그중 다섯 명과 같이 나온 모양이군요.]

진짜 성자잖아…….

[보기 드문 선인인 것은 맞습니다.]

여기서는 아는 척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괜히 좋은 시간 불편하게 만드는 건 아닌가 살짝 고민을 하는 와중. 성광이 나를 곧바로 알아챘다.

정확히는. 성광과 함께 다니던 아이가 나를 알아챘다.

“형형! 저기! 저기 엄지검지야! 엄지검지!”

음~ 내 갓튜버를 보는 아이인가 보다.

애들 교육에 좋은 영상이 아닌데, 적어도 채팅 댓글은 안 읽기를 바란다. 얘야.

[성광 쪽도 이쪽을 눈치챈 모양입니다.]

성광과 아이들에게 다가가며 인사를 건넸다.

“성광 씨, 안녕하세요. 우연이 다 있네요. 이 아이들은 성광 씨가 돌보는 아이들인가 보죠? 얘들아, 안녕~ 나는 성광 씨와 같이 일하는 동료야.”

이 정도가 무난하려나.

“진짜 엄지검지야! 우와!”

대충… 일곱 살? 여덟 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애가 호들갑으로 날아다닌다.

성광 씨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짓고서 나를 소개한다.

“우연히 뵙게 되네요. 오전에 있었던 일은 갓튜브로 봤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자~ 얘들아. 인사부터 해야지? 여기는 저랑 같이 일하는 엄지척 헌터님입니다.”

성광이 능숙하게 아이들을 컨트롤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보라에요! 여섯 살이고, 개를 좋아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김기철입니다. 여덟 살입니다. 근데 제 나이면 슬슬 나이는 빼도 되지 않나요? 성광 형.”

그렇군. 이제 유아용 자기소개에서 탈피하려는 시기가 왔는가.

“안녕하세요~ 저는…….”

아이들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한다.

유보라, 김기철, 이지연, 소다미, 박한진이라고 아이들은 자기를 소개했다.

애들 참 귀엽네.

우리 무척이도 저 나이 때는 키도 조막만 해서 참 귀여웠는데 말이지.

그렇게 아이들과 조금 놀아 주고 있으려니 성광이 어색하게 말했다.

“애들이 이렇게 엄지척 씨를 잘 따를 줄은 몰랐네요. 으… 죄송한데 같이 식사해도 될까요?”

[지금은 5시, 저녁 먹을 시간이긴 합니다. 주군.]

비단 척량이의 말 때문만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애들 눈빛이 너무 초롱초롱해서 먹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좋습니다.”

“와아아아! 밥 같이 먹는다으으으!”

“와! X발 존나 좋아아아아!”

……우리 꼬마 친구… 욕…하면 안 되는데…….

성광이 난처한 표정으로 욕은 나쁜 거라고 가르쳤지만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래. 일곱 살.

한창 욕 재미나게 배울 나이.

그렇게 배운 욕으로 부모의 멘탈을 작살 나게 하고, 선생님 멘탈도 황천 보내고.

그걸 옆에 있는 애가 또 배우고, 그 옆에 있는 애가 또 배우고…….

요즘은 갓튜브도 있어서 그거 보고 또 스스로 학습하고.

[바른말 교육법이야 매번 나오기는 하는데, 확실하게 효과가 있다 싶은 건 또 없다는 부모들의 후기가 있습니다.]

그치. 학군 좋은 데로 가면 또 나을까 싶어 무리하게 이사도 해 보지만 쉽지가 않단다.

성광과 함께 주차장으로 향하니 낡은 학원 버스 같아 보이는 게 있었다.

왜 학원 버스가 아니라 학원 버스 같아 보이냐면, 겉을 강화재로 보강 개조한 흔적이 있기 때문.

“이걸로 온 거예요?”

“네, 네. 이래 보여도 힘 좋아요.”

“좋아. 그러면 제가 운전할게요. 성광 씨는 애기들 태우세요.”

“네!”

성광은 아이들을 모두 학원 버스에 태웠고 나도 운전석에 앉았다.

차 시동을 넣고 도착지를 내비게이션으로 찍고 출발.

부릉-

역시 낡긴 했구나. 엔진 소리가 달라.

하지만 애들은 좋은지 ‘우와아아!’ 소리를 질렀다.

“뭔가, 뭔가 부드러워!”

“멈췄다 가는데도 안 흔들려!”

“형, 진짜 운전 잘한다! 성광 형은 멀미 나는데!”

성광이가 뾰족한 어투로 말했다.

“진짜 너무하네. 형 삐진다?”

“애들이 손님 부려 먹을 줄 아네요.”

내 말에 성광이 툴툴거렸다.

“저도 엄지척 씨처럼 드라이브 스킬 있었으면 더 잘했을 거라고요. 하여간.”

차는 부드럽게 고속도로를 타고 성광의 목장으로 향했다.

그동안 애들 질문은 끝이 없었다.

“엄지척 헌터! 엄지척 헌터는 왜 재킷을 입어요? 안 입으면 안 돼요?”

“칼 쓰는 거 한 손으로는 왜 안 써요? 두 손으로만 써야 해요?”

“몬스터 잡는 거 좋아해요? 성광 형은 힐하는 거 좋아해요.”

기자보다 더한 압박 면접이야.

“하루에 몇 끼 먹어요? 다섯 끼?”

“카레는 몇 그릇 먹어요?”

그렇군. 내가 애들 상대할 일이 별로 없어서 익숙지가 않은가 보다.

그래도 뭐, 나쁘지 않네. 나도 나중에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내 애도 저런 질문을 아빠한테 퍼붓겠지.

“요즘 애들 음악 뭐 좋아해요? 틀어 주게.”

“어……. 힘센 갓튜브 전대 틀어 주세요. 검색하면 돼요.”

검색해서 틀어 주니 애들이 모두 따라서 부르기 시작했다.

[각성자 키즈 튜버들 다섯이서 용사가 되어 세상을 지키는 내용이군요. 모두 헬멧을 쓰고 있습니다. 주군!]

원래 전대물이 그런 거야. 블랙이 누군지 꼭 봐라.

걔가 배신하는 이벤트 반드시 들어간다. 아니면 적으로 시작했다가 친구가 되거나.

* * *

목장에 도착하니, 성광이 말했다.

“저기 목장에 붙어 있는 건물이 보육원입니다.”

예전에 본 적 있었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지나쳤는데, 보육원 건물이었군.

농장 운영만으로도 적자라고 하지 않았나.

이래서야 돈을 써도 써도 부족한 게 당연하겠는걸?

“자아, 도착했습니다.”

그 순간 문득, 솜털이 곤두섰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왜인지 엿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면서 나는 내리려는 아이를 막무가내로 붙들었다.

성광이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본다.

힐러인데도 반사 속도가 빠르다.

그것과 동시에.

하늘에서 빛이 떨어진다.

콰아아앙!

버스가 충격으로 치솟는다. 나는 드라이브 스킬을 사용해서 최대한 버텨 본다.

[게이트!! 주군!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그래. 왠지 한번 경험해 본, 그 엿 될 거 같은 감각이더라.

[재수가 없네요.]

아니, 차라리 운이 좋아.

내가 없었으면 성광과 애들은 다 위험했을 테니까.

다행이야.

문제는 게이트가 보육원의 건물 위에 열렸다는 점.

그곳에서 절망스러운 것들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창백하고 딱딱하게 말라서 뒤틀린 것 같은 피부.

검은 기운이 몸을 타고 흐르며, 썩은 악취가 날 것만 같다.

두 눈은 이미 눈동자가 없어서 흰 백안뿐이고, 몸 여기저기에는 피가 말라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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