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화
-엄지, 이긴 거 축하해!!!!!!!!!!!!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
-나 오늘 치맥해야겠다!!!!!!!!!!!!ㅠㅠㅠㅠㅠㅠㅠㅠ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
-엄지, 진짜 멋있었어 乃乃乃乃乃乃 그리고 고생했어bbbbbbbbb
채팅창이 따봉 임티로 가득 찼다.
이렇게 자기 일처럼 기뻐해줄 줄은 몰랐다.
여기서는 어떤 표정을 짓는 게 좋을까.
계산을 해봤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지.
보이기 위해 하는 반응이지, 내 진짜 속마음과는 조금은 다르니까.
보통이라면 방방 뛰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줄 터.
하지만 오히려 정반대로 가야겠다.
“우선… 음……. 죄송합니다. 오늘은 좀 거친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이러면 안 되는데… 너무 죄송합니다.”
어색한 말투와 어색한 표정.
-사과하지 마!!!!! 니가 왜 사과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람 그렇게 만들었으니 사과해야지. 사패 새끼도 아니고.
↳염라두는 안 팬 줄? 가족 협박 안 한 줄?
줄줄이 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나는 차분히 말을 이어 나갔다.
“그…… 아무래도 동생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감정 조절이 좀 힘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헌터 간의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건데 우리 좋게 좋게 해결하죠. 이런 모습 헌터님들도 볼 거고. 지금은 엄지척 헌터님이 승리한 걸 축하합시다.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
이 말을 시작으로 조금씩 댓글이 한 방향으로 정화되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이겼으니까요. 주군. 여유란 이긴 쪽이 가지는 거니까요.]
그 말대로라면 염라두 쪽 채널은 지금 아수라장이겠군.
[살짝 검색했는데, 정신승리파, 엄지증오파, 현실직시파, 이 광경을 비웃는 사람들까지 아수라장입니다.]
음. 라두야. 염라두야.
이 형은 동정하지 않으마.
-엄지, 이긴 거 축하해!!! 신경 쓰지 마!!! 우린 괜찮아!!!
-엄지, 이긴 거 ㅊㅊㅊㅊㅊㅊㅊㅊ!!! 완전 멋있었어!!!!
-이거 보려고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시켰는데 결국 손도 못 댔음 ㅋㅋㅋㅋㅋㅋ엄지, 축하한다!!
-멋있었어!! 오늘 경기 평생 못 잊을 듯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
자. 그러면 이제 클로징 멘트를 해 볼까.
방송을 종료하기 전, 나는 조금 그을린 머리와 이제는 재생돼서 검댕이나 조금 묻은 얼굴로 연극에서나 보던 과장된 인사를 했다.
“그러면 시청자분들 좋은 밤 되세요~ 엄지검지!”
캥캥!
척량이 내 어깨에서 자세를 취한다.
이번 전투에서 싸웠던 검술 모션을 짧은 앞발로 흉내 내자 다시 분위기가 좋아진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축하 속에서 방송이 종료되었다.
“괜찮으십니까. 엄지척 헌터?”
방송을 종료하자마자, 옆에서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탱커 정지벽.
그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보고 있다.
“아이고…. 오늘 못 볼 꼴 보여드려서 죄송해요. 염라두 저 인간이 선 넘는 말을 해대서…….”
“보기 좋았습니다.”
“예?”
“가족을 위한 헌신은 눈부신 것이니까요. 탱커는 본래 가족을, 친구를 지키는 겁니다. 악의를 가지고 오는 적이 있다면 막아서야만 하죠. 잘하셨습니다.”
“하…하하하. 이런 걸로 칭찬받으니까. 조금 기분이 이상하네요. 아하하하.”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면. 저녁에 다시 뵙겠습니다.”
그녀는 눈을 빛내더니 엄지를 척 들었다.
-능력자, 정지벽이 당신의 결투에 크게 감동합니다.
-3 따봉을 받았습니다.
“예. 이렇게 나와 주셔서 고마워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그리고 이거.”
그녀가 건네준 건 정체 모를 육포 팩이었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색이 이상한 것을 보니 이것도 분명 몬스터 고기로 만든 거겠지.
정지벽은 그렇게 인사하고 가버렸다.
쿨한 분이다.
[예. 그리고 듬직하신 분이기도 합니다. 탱커라서 그런 것일까요?]
그냥. 그녀가 강한 인간이라서 그런 거겠지.
* * *
[오늘 엄지척 헌터에게 일이 있었으니, 미팅을 내일로 미루겠습니다. 내일 오후 2시에 미팅 룸에서 뵙겠습니다.]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있으니, 정지한에게서 문자가 왔다. 이거 참 죄송한데…….
그러고 보니.
우리 회사는 단톡방도 없네? 아니. 없는 게 더 낫긴 한데…….
일단 개별적으로 문자 보내놔야겠다.
폰을 들고, 동료 하나하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정지벽에게는 오늘 도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별하나와 성광에게는 저 때문에 미팅을 미루게 되어서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송신.
정지한에게도 죄송하다고 메시지를 보내 놨다.
그러면. 오늘은 시간이 비게 되었네.
[결투장]에서 싸운 건 시스템이 모두 복구해 주니, 내공 소모도 아예 없고.
차라리 던전이나 한 번 더 갈까? 그나저나 따봉은 얼마나 쌓였으려나?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헛. 이건…….]
응? 왜?
[무시무시한 수치입니다, 주군. 현재 누적 245만 따봉입니다!]
“뭐?”
육성으로 외치고 말았다.
“어제만 해도 130만 조금 넘는 정도였잖아?”
[단번에 100만 이상의 따봉이 쌓인 것입니다, 주군!]
어째서? 어떻게?
[생방송 당시에도 어마어마한 따봉이 들어왔습니다만, 녹화본이 올라간 지금도 계속해서 따봉이 올라오는 중입니다. 리플을 보시죠.]
-염씨 놈들 개잘난 척하더니 진짜 꼴좋다~
-염라두 저놈은 야밤에 술 처먹고 슈퍼카로 역주행도 하던 새끼잖아. 그래 놓고 처벌도 안 받음.
↳이것이 정의의 심판?
↳인과응보!
-재벌 새꺄! 이게 바로 인민의 죽창이다!
↳엄지척이 인민은 아닌 듯?
↳걔 얼마 전까지 흙수저였음. 그러니 인민의 죽창 맞음.
“아니……. 이 사람들 대체 왜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거야?”
[사회 기득권층에 대한 동경만큼이나 분노도 크다는 반증이 아니겠습니까? 염라두는 헌터 시험 이후로 조용히 있는다고 있었지만, 그래도 찍힌 동영상들이 좀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이 정도로 좋아할 줄은 몰랐네…….”
[그러나 주의하셔야 합니다. 주군. 민심은 언제 바뀔지 모릅니다.]
알고 있어.
높이 올라간 만큼 떨어지는 것도 아프겠지.
그렇기에 기를 쓰고 줄 위를 걷고 있는 거고.
“후. 어쨌든 잘된 일이네. 따봉도 엄청 벌고, 그리고 생각할 점도 있었고 말이야.”
사회적인 공격. 그리고 직접적인 공격.
이것들을 막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사회적인 공격은 정지한의 힘도 빌리고, 나름대로 사회적인 어떤 인맥을 구성하는 게 좋을 것 같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동생분도 각성자라 이 부분은 다행이군요.]
그렇지.
적어도 자기 몸 챙길 정도는 되니까.
자,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까.
사회적 영향력이라.
[일단 급한 건 정지한이 막아줄 겁니다. 그 외에도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할게. 그러면, 스킬 트리부터 짤까?”
[예. 그것도 시급하니까요. 다만, 이제부터는 따봉을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천만 따봉을 모아야 하니까……. 그러면, 이렇게 하자. 앞으로 버는 따봉의 절반은 쓰고, 절반은 모으는 것으로. 그러면 위급 시에 따봉을 써서 탈출하기도 용이하잖아?”
[좋은 생각이십니다. 주군.]
“자. 그러면. 어떤 스킬을 사야 할까?”
[여기서부터는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선은 주군께서 하나의 길을 계속 걸어가느냐 혹은 다양한 경로를 모색하느냐부터요.]
“옛날에 고민했던 걸 다시 고찰해볼 때가 되었다는 뜻이지? 어렵네…….”
그동안은 잡캐 일변 루트였다.
하지만 그건 그때의 로드맵이었고.
생각지도 못한 타이틀과 스킬, 경지를 꿀꺽했으니 다시 한번 더 점검을 해보자는 뜻.
‘그동안 상상을 초월해서 성장했긴 했지.’
이런 체크 시간을 갖는 건 확실히 중요한 일이다.
따봉을 투자해서 마력&내공 랭크를 올리고, 혼원건곤신공의 랭크를 올리면 분명 레벨을 초월하는 강함을 손에 넣을 수 있을 수 있다.
어디, 한번 볼까?
[혼원건곤신공]
등급: 레전드 (성장형 C)
하늘과 땅이 있기 전 세상은 혼원으로 가득하였다.
혼원은 하늘(乾)과 땅(坤)으로 나뉘어 세상이 되었으니.
사람이 이를 스스로의 내면 소우주에 담으려 노력했다.
*권법, 검법, 장법, 경공보법, 내공심법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마력&내공의 랭크에 비례하여 위력이 상승한다.
*마력&내공의 랭크에 비례하여 신체 능력이 상승한다.
*마력&내공 랭크 A이상 페널티 무효.
“혼원건곤신공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나서는 확인할 겨를이 없었는데 어느샌가 랭크가 C가 되었네.”
[검기상인(劍氣傷人 검의 기운으로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의 경우 보통은 절정 고수라고 칭한다고 합니다. 그 경지가 아마도 랭크 C가 아닐는지요.]
“그런가?”
[예. 게다가 염라두와 싸우시던 당시, 한 발자국 더 경지가 드높아지셨습니다. 검막(劍幕)을 만들어 염라두의 공격을 분쇄하시지 않았습니까?]
“아. 그거. 머리에 열이 올라서 한 거긴 한데……. 하긴 그렇지. 검막은 애초에 검사(劍絲 검기를 실처럼 길게 뽑아내는 것)를 쓰지 않으면 안 되니까……. 어라. 그러면 나. 검사 쓸 수 있는 건가?”
[한번 해보시지요.]
“그럼 수련실로 가자고.”
나는 즉시 옷을 갈아입고 수련실로 향했다.
* * *
“와. 진짜 되네…….”
츠츠츠츠츠.
검기라 하면, 보통 스X워즈의 라이트세이버처럼 검에서 광선이 나오는 법.
칼날을 기(氣)라고 하는 에너지가 감싸고, 그게 무시무시한 절삭력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검사(劍絲)란 무엇인가?
검의 실이라는 단어처럼 이 광선이 실처럼 가늘어지면서 엿가락처럼 늘어나요, 쭉쭉 늘어나. 그리고 그거에 닿으면 전부 댕강하고 잘린다는 말씀.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처럼.
내 칼끝에서 빛나는 에너지로 이루어진 실이 살랑살랑 움직인다.
얼마나 뻗어나갈 수 있는지 실험해 볼까 싶어 계속 뻗으니까, 이게 무한정 늘어난다.
소모되는 내공의 양이 생각보다 적은 이유는, 아무래도 내가 가진 스킬과 타이틀들이 중첩해서 절약해 주고 있기 때문이겠지?
이래서 같은 레벨도 스킬과 타이틀 세팅에 따라 차이가 크구먼.
느낌만 보면 거의 60% 이상을 절약시켜 주고 있는 거 같아.
[각성 직후부터 계속해서 쌓아올린 스킬과 타이틀이 슬슬 빛을 발하는 거지요. 주군. 상위로 올라갈수록 기초 작업을 한 헌터를 다른 헌터들은 따라가지 못할 겁니다.]
그래. 마력 회복력과 소모량까지도 점점 격 자체가 달라지는 느낌이야.
[아무거나 잘라 보시죠.]
“자를 게 마땅치가 않아서. 따봉 상점에 뭐 있나?”
[쇠파이프가 1따봉입니다. 스킬은 없습니다만, 내구도가 일반적인 현실의 쇠파이프에 비해서 5배 더 좋다고 되어 있습니다. 아, 그리고 피격 자국이 잘 남아서 알기 쉽다고 하는군요.]
딱 봐도 연습용이구나.
검사지경의 흔적을 찾아야 하는 나 같은 경지에게는 딱 맞아.
“구입하자.”
뿅. 하고 내 앞에 쇠파이프가 하나 나타났다. 그리고 그걸 검기의 실로 휘감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