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25화 (125/305)

제125화

“저번에 봤던 그 사람이 제법 건실하지 않았나?”

[누구를 말씀……. 아. BJ초코 말씀이시군요.]

“그래. 그 키우는 푸들이 초코라고, 자기도 닉네임을 초코라고 지은 사람.”

사실 이름이 김초코인데 말이지.

그때 이후로 이놈 방송은 크게 바뀌었다.

-엄지척 헌터님 싸움은 진짜배기죠. 이건 생눈으로 봐야 아는 겁니다.

-염라두 헌터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이죠? 그건 아마 직접 엄지척 헌터께서 싸우는 걸 못 봐서 그런 소리를……. 어라? 보셨을 텐데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걸까요.

-아아, 염라두 팬분들 말씀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 연금술과 마법공학 스킬이 있다는 것을 엄지척 헌터께서 보여 주였는데, 그걸 사기라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되죠.

-네. 저는 엄지척 님 편입니다! 제가 그분 덕에 우리 엄마 차 뽑아 줬어요!

……그리고 신고를 너무 많이 먹어 채널이 닫혔다.

염라두 팬들+염라두 부모님 팬덤까지 합쳐져서 신고 러시가 있었던 모양이다.

나중에 풀어 주기야 하겠지만, 그때는 이미 잊혀 졌을 때라 갓튜버로서는 타격이 크지.

[아예 엄지 튜브처럼 대형 채널이 되면 이 정도 신고 러시가 먹혀도 닫히지는 않는데 말입니다.]

그래. 구독자라도 많거나 좋아요나 조회수 지표라도 높으면 버티는데, 걔는 그런 것도 없으니 그냥 쓸려나간 거지.

[그 사람을 불러서 방송을 맡기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이런 싸움이라는 게 앵커가 있으면 더 볼만하잖아. 사실 내가 아는 사람이 없기도 하고.”

[앵커가 필요하시다면 한 명 더 부르시죠.]

“누구를?”

[정지벽 씨 어떠십니까? 무투파이시기도 하니, 앵커로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

“오! 역시 척량이야. 좋은 생각이네. 탱커님이 해주시면 땡큐지.”

즉시 폰을 들었다.

* * *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오늘 임시로, 엄지척 헌터와 염라두 헌터의 결투 방송 앵커를 맡게 된 BJ초코라고 합니다. 지금은 채널이 재심사 중이라 제 채널로는 못 하고, 엄지척 님 채널로 중계하게 되었습니다. 엄지검지! 그리고 초코!”

BJ초코는 꿈을 꾸는 것 같다.

애초에 그의 구독자의 90% 이상이 그날, 엄지척이 만들어준 구독자.

그 덕에 과자 회사에서 소소하게 광고도 들어왔고 덕분에 대출을 끼고 엄마에게 K-21을 사줄 수 있었다.

엄마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그는 처음부터 낮은 등급으로 시작했다.

변변한 스킬이나 수호성좌도 없고.

각성자 주제에 사냥 준비 비용이 사냥 나가서 벌어오는 돈과 거의 비슷한 상황.

그럭저럭 수익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서울에 내 집 하나 마련할 수 있을 만큼 버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남들 다 하는 갓튜브라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바둥바둥거려 봤다.

이름도 ‘김초코’라 바꿨다.

당시 잘나가는 개그맨처럼 웃겨 보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안 나온다.

그랬다.

내가 아무리 인기 갓튜버가 되고 싶다고 해도 이런 건 타고나야 한다.

카메라 앞에서 웃는 것도 쉽지가 않은 인간인 데다 스킬이 화려하지도 않아서 그냥, 수없이 많은 갓튜버들 사이에서 쓸려나가던 하루하루.

그는 이를 악물고 엄지척을 실드 쳤다.

익명 사이트에서는 염라두 서포터즈들이 여러 계정을 이용해 은근히 악소문을 내러 왔고.

엄지척을 사기꾼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하게 고소에는 안 걸리는 수준의 소문들이 불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중들은 그것도 모르고 물어서 고소 수준의 소문으로 부풀리기 시작했다.

엄지척 서포터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애초에 엄지척 서포터즈, 그러니까 ‘검지’들은 그 창단부터 기구한 애들이었다.

-내 새끼는 실력파고, 인성도 좋은데 왜 이렇게 조선팔도 상병신들이 다 달라붙어서 때리고 있는 거임?

-엄깅이 왜 또 죽으려고 거길 가고 있냐? X발… 안티 새끼들이 묫자리 찾고 있네…….

-무덤풍수 짤 좀 그만 올리세요. 관리자님 일 안 하십니까.

-타 맴 애들 그만 오라고!!!!!! 무덤풍수 짤 그만 올리라고!!!!!!!!!!!!!!!!!!

-이쁘다… 내 새끼 이뻐……. 이쁘고 멋져. 왜 이름도 엄지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BJ 초코가 보기에 엄지척 입덕 시기에 따른 팬들의 양상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1. 엄지척이 갓 각성했던 버스 사태 때 생방송 뉴스를 보고 입덕한 경우.

그들은 최고 고인물이 되어 기레기들이 기사 올릴 때마다 주먹 꽉 쥐고 좌표 찍어 댓글 관리하고 있다.

의외로 평범한 대중으로 시작했다가 그렇게 직행열차를 탔는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으로 봐서 가장 코어한 층이다.

2. 엄지척이 한창 전투 영상 안 올리고 먹방만 찍을 때 그 모습이 귀여워 힐링하러 들어왔던 경우.

그분들은 지금 광전사가 되어 생체 PDF 저장고가 되었다.

영상 제작 능력도 뛰어나 엄지척이 올린 영상의 일분일초를 모두 저장, 짤방으로 쓰고 있다.

3. 마지막으로 최근 [죽음을 거부하는 자의 신전], [희망의 성채] 때 엄지 섬네일이 예뻐서 눌러서 입덕한 삐약이들.

염라두와 그의 부모님들 팬덤에 밀려 덩달아 머리채 잡혀 뜬금없이 이게 불지옥 난이도의 K-덕질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고인물이 탱킹하고, 먹방 유입이 딜을 하며, 최근 유입되는 뉴비는 힐은… 못 하고 그냥 시작하자마자 지옥불에 튀겨지는 중이다.

몸은 지옥불에 누이지만 떨어지는 떡밥이 참 달다.

그랬다.

엄지척 본인은 그렇게 밝고 청량하며, 구김살 하나 보여주지 않고 햇살처럼 사시는데.

정작 파는 서포터즈들은 사약을 빨며 지옥을 걷고 있다.

탈덕을 하려면 애정이 식어야 한다.

하지만 내 새끼는 다른 갓튜버들에 비해 영상을 자주 올리는 데다가(여차하면 주 7회 통근 / 입던을 안 하는 기간에는 먹방이라도 찍어서 올림) 동생이 수시로 SNS에 사진 + 짧은 릴스를 올려 떡밥을 투척하고 있고.

그렇게 한 번씩 고난도 던전에서 대형 라이브를 뛸 때면 항상 새로운 것을 발견하여 팬들에게 자부심 뽕을 깔때기로 콸콸콸콸 입에 부어 주었고.

일찍 각성한 헌터들에 비해 인성도 좋고, 자기 관리도 흐트러짐이 없는 게 보였다.

무엇보다.

-엄지는 라이브 한번 할 때마다 자기를 갈아서 하는구나.

↳222233333 저러다 진짜 큰일 날까 걱정된다…….

↳보고 있으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착해. 착하고 밝고. 안쓰럽기도 하고. 나도 좋은 에너지 받게 된다.

결국 팬들은 도망도 못 간 채 이런 결론으로 향한다.

-그냥 내 새끼 사주에 병신 자석이 있나 보다…….

탈덕은 외부의 공격이 아닌, 본진의 병크에서 생기는 법.

유기농 월급 먹여 키운 내 새끼가 예전 같지 않았을 때.

곱고 예쁘기만 한 이놈이 어느 순간 한낱 수염 숭숭 아재라는 걸 깨달았을 때.

어딘가에서 더 가슴이 떨리는 무언가가 뜬금없이 치고 갔을 때 일어나곤 한다.

그렇기에 혼을 말아서 라이브하고 있는 라이징 엄지에게서 탈덕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덕질은 뭐랄까.

천국과 지옥 사이를 퐁당퐁당 하는 과정이다.

행복하기만 한 덕질은 없다.

불가에서도 말하지 않았나.

좋아하니까 고통스러운 거라고.

놀랍게도 엄지 덕질이 재미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

전투력은 나날이 강해지고 있고.

멘탈 역시 공고해지고 있으며.

지옥 불에서 튀겨진 덕에 조직력이 견고해지고, 또 견고해진다.

정작 유황불에서 탭댄스 중인 엄지척 본인은 오늘도 밝게, 맑게, 자신 있게 방송 준비를 하고 계시고.

‘물론 본인도 보통 성격이 아니니 버티고 있는 거겠지만.’

-엄지는 그냥 자기 이름 서치 안 했으면 좋겠다.

↳엄지도 사람인데 에고 서치 정도는 하지 않을까?

-서치하면서 싸우는 거든, 모르고 싸우는 거든. 애가 잘 버티니까 나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의미에서 김초코는 무조건 엄지에게 붙기로 했다.

비록 염라두vs검지 서포터즈 싸움에서 뜬금없이 김초코 등이 터져 채널이 이승을 하직했지만.

그렇다고 엄지를 배신하면 그건 집에 있는 반려견도 비웃을 일.

“나중에 채널 돌아오면 구독 꼭 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그날 이후로 김초코는 엄지척이 올린 채널을 수십 번, 수백 번 돌려봤다.

매일 밤 발성을 연습하고, 다른 유명 채널들 역시 하나하나 인풋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라곤.

‘아, 나 망할 만했구나.’

그동안 열등감에 가려져 다른 채널을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걸 벗고 나서니 세상에는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엄지 헌터님의 반이라도, 반의반이라도……!’

초코 튜브가 닫혔을 때 이제 진짜 끝인 줄 알았건만, 한 가닥 동아줄이 내려왔다.

붙잡아야지. 붙잡고 절대 놓치지 말아야지.

그는 정지벽을 소개했다.

“그리고 여기는! 엄지척 헌터와 같은 팀원이시고, 요새 라이징하고 계신! 탱커 정지벽 헌터 되시겠습니다!”

탕탕!

정지벽이 주먹을 부딪치자 근육이 꿈틀거린다.

190 장신의 거구가 만들어낸 등세모근, 삼각근은 화면 가득 위압적이었다.

“정지벽입니다. ‘근육과 함께’라는 채널을 요즘 시작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합!”

그녀가 엄격, 근엄, 진지한 표정으로 자세를 취하자 리플 역시 엄격, 근엄, 진지하게 올라온다.

-대체 어떻게 저 근육이 유지되는 거죠? 식사 제한 아예 안 하시는 것 같던데요.

-정지벽 헌터님은 호르몬 안 맞으시고 순수 쇠질로만 저렇게 깎으신 거죠? 스킬발 없이 순수하게 해냈다던데 진짜인가요?

↳ 관련 기관에서 검사했는데 진짜라고 함. 근데 근수저 같음. 저 정도로 근육을 깎으려면 그냥 타고나야 하나 싶음. ㅇㅇ

학구적이다.

대한민국에 헬스에 목숨 건 자들이 이렇게 많다.

그녀의 채널도 ‘근육과 함께’라는 이름답게, 초보자도 입문하기 쉬운 기초 헬스부터 시작해서 근육을 만드는 과정, 원리, 그 원리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까지 고찰한다.

“지금 저희는 일명 [결투장]으로 불리는 월드컵 경기장에 나와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정지벽 헌터님께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지벽 헌터님은 이곳을 자주 이용하셨었죠?”

“예. 다른 헌터와 싸워 보는 실전 훈련을 하기에 그만인 곳이죠. 실제로 다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꼭 가상현실 속에 들어가는 기분인데……. 탱커로서 어떤 경우에도 대응하려면 이런 곳에서 훈련이 필요하거든요.”

“어떤 경우라고 하시면…….”

-아앀. 대화 왜 이렇게 노잼이냐?

-그게 묘하게 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

-정지벽 쟤는 지 채널에서도 말이 많진 않았잖아. 헬스가 뭔지 보여줄 뿐이지.

-근데 이 초코는 뭐하는 놈인데 엄지 채널에서 앵커를 하는 거야?

↳저번에 희망의 성채에서 만났던 녀석.

↳아. 그 하꼬?

↳엄지 실드 치다가 채널 폭파됨.

-초코 님 멋있어요! 잘한다!

↳님 그런 거 쓰면 초코가 얼마 줌?

오늘 시청자들 반응이 묘하게 날 서있고 산만하다.

채널 자체는 엄지척의 채널이지만, 지금 이 둘이 방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

거기다가 염라두 쪽 서포터즈들이 들어와서 틈틈이 분탕질도 하고 있었다.

팬덤은 점점 지쳐 갔다.

-엄지 사기 그만치고 대국민 사과 하고 끝내자 ^^

↳응~ 니네 헌터 살인 미수~

-엄지 애미들 여기 다 모였네. 한 처먹은 사기꾼 집단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 새끼 염라두한테 처발릴 건데 그때는 뭐라고 정신승리할꽄ㅋㅋㅋㅋㅋㅋㅋㅋ

↳응~ 엄지가 이겨~ 乃乃乃乃乃

자정 없이 개판이 되어 가는 채팅방에 사람들이 많이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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