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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123화 (123/305)
  • 제123화

    후욱!

    혈류의 흐름이 가속화된다. 체온이 바로 상승했다.

    머릿결이 비단처럼 출렁이더니 윤기가 나며, 피부는 더욱더 매끈매끈하니 흡사 흰 설원처럼 변했다.

    근육이 더욱 고르게 자리 잡고, 본래도 건강했던 몸이 더욱 건강해진다.

    바르게 숨 쉬고, 바르게 걸으며, 맑은 정신으로 세상을 걷는다.

    더 정명한 눈으로 세상을 보며, 막힘없는 소리를 들었다.

    여러 패시브 효과가 내 몸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이 하나로 폭발한다.

    -수없이 많은 스킬을 얻어 [백의 기술을 가진 자] 타이틀을 획득하셨습니다!

    -연계되는 스킬들을 습득하셨습니다!

    -연계되는 스킬들이 하나로 통합됩니다!

    -스킬 [인간]을 습득하셨습니다!

    “어?”

    타이틀 획득은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다.

    어떤 업적이 타이틀이 되고, 힘을 주는 구조는 신들이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로 많이 알려진 사실 중 하나니까.

    천 개를 다 채우면 아마 [천의 기술을 가진 자]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건 그거고,

    스킬 [인간]은 대체 뭐지?

    일단 타이틀 효과 확인하고서, [인간]도 확인해 봐야겠는걸.

    [백의 기술을 가진 자]

    등급 : 유니크

    100개 이상의 스킬을 가진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모든 스킬 효과 5% 추가 상승.

    [주군, 대박! 대박입니다!]

    오… 좋은데? 추가 옵션이 붙었어! 이거는 굉장히 도움이 될 거 같은데!

    ‘그렇다면 앞으로도 무리해서라도 스킬을 계속 얻어야겠어.’

    자. 이제 [인간]을 확인해 볼까.

    [인간]

    등급 : 유니크

    수없이 많은 가능성을 품고서, 앞으로 나아가는 지적 생명체.

    올바르게 숨 쉬며, 올바르게 걷는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기능을 모두 올바르게 활용한다.

    *인간일 경우 모든 능력 효율 최적화

    “이건… 아리송하네…….”

    [주군. 예측한 것과 다르십니까?]

    “어. 사실 숨쉬기가 떠올라서 1, 2따봉짜리 스킬들을 전부 구입한 거였거든. 내공 수련의 기본은 호흡이잖아?”

    [아. 이해했습니다. 호흡이야말로 운기토납의 시작이죠. 그러니, 숨쉬기 스킬을 얻으신 거군요.]

    “그래. 숨쉬기 그 자체에 보정을 주는 기본 스킬을 가지면, 내공 수련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거라고 봤으니까. 거기에 잠자기 같은 스킬도 회복에 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구입한 거지.”

    그런데 이런 스킬이 생길 줄은 몰랐는데…….

    [인간]이라.

    설명이 되게 애매모호한데……?

    [불편함이 느껴지십니까?]

    “아니. 활기 넘쳐. 그것도 엄청나게.”

    [그렇다면 나쁜 것은 아닌 듯합니다만. 정밀하게 측정하려면 한번 필드에서 싸워 보셔야 할 듯하군요.]

    “그러게. 상태 창에도 딱히 변화가 없고.”

    육체 성능 테스트를 한번 해 보기는 해야 할 듯.

    그나저나. 700개가 넘던 스킬이 모조리 사라지고, [인간] 딱 하나만 남았다.

    이거 숫자 700개 이상으로 쳐 주는 거 맞나?

    “그러면. 팍팍 가 보자고.”

    [더 구입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패시브 관련으로만 살 거야.”

    패시브 스킬을 별도로 구입하면 중첩된다는 것은 이미 알아낸 바다. 그렇다면 계속 사면 되는 거지.

    “일단 20만 따봉만 쓰게. 패시브 스킬. 1,000따봉 이하만 검색.”

    [예. 주군. 5따봉 스킬 51개, 10따봉 스킬 44개, 20따봉 스킬 38개, 50따봉 스킬 25개, 100따봉 스킬 19개, 500따봉 18개, 1,000따봉 13개, 전부 해서 26,605따봉입니다.]

    싸다…….

    다 해도 3만 따봉이 안 넘어.

    “모두 구입.”

    -연계되는 스킬들을 습득하셨습니다!

    -연계되는 스킬들이 하나로 통합됩니다!

    -스킬 [이뮤니티 패시브]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올 스테이터스 패시브]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스킬 마스터 패시브]를 습득하셨습니다!

    [이뮤니티 패시브]

    등급 : 레전드 (비성장형)

    많은 면역 능력과 저항 능력이 합쳐진 전설의 스킬.

    모든 종류의 데미지가 31% 감소.

    추가적으로 저항 및 면역 계열 스킬 획득 시 감소율 증가.

    [올 스테이터스 패시브]

    등급 : 유니크 (비성장형)

    많은 능력치 상향 스킬들이 합쳐진 희소한 스킬.

    모든 종류의 능력치 효과가 28% 상승.

    추가적으로 능력치 상승 계열 스킬 획득 시 상승률 증가.

    [스킬 마스터 패시브]

    등급 : 유니크 (비성장형)

    많은 스킬 상향 스킬들이 합쳐진 희소한 스킬.

    모든 종류의 스킬 효과가 24% 상승.

    추가적으로 스킬 상향 계열 스킬 획득 시 상승률 증가.

    “스킬이 합쳐지는 경우를 예전에 몇 번 듣긴 했는데, 이런 수준은 아니었는데…….”

    [주군께서는 특이 케이스니까요. 애초에 주군처럼 스킬을 다량으로 보유한 헌터가 거의 없습니다.]

    “그건 그렇긴 하지만. 이렇게 압축될 줄은 몰랐네.”

    헌터 보조원 일을 하면, 헌터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워듣게 되는 건 필연.

    헌터 옆에서 일하는데, 모를 리가 없잖아?

    그 당시에 들은 여러 이야기 중에는 스킬이 하나로 융합하는 경우에 대한 것도 있었다.

    비슷한 종류의 스킬을 획득할 경우, 합체해서 더 좋아진다는 것.

    하지만 아까 얻은 스킬 [인간]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이거라면 제법……?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이 광범위한 패시브 스킬들이겠지.

    게다가 여기까지 소모한 따봉은 불과 3만도 안 되는데 제법 강해진 느낌까지 드니까.

    “팀 미팅은 내일이고, 전투는 모래잖아? 오늘, 내일 둘 다 던전을 가는 일정은 비는 셈이지?”

    [그렇습니다.]

    “좋아. 바로 실험해 보러 가…….”

    띠리리.

    폰이 울린다. 동생 놈이었다.

    “어. 무슨 일이야?”

    -형. 갓튜브 봤어?

    “아니. 그렇게 밑도 끝도 없이 말하면 내가 뭘 아냐?”

    -염라두 새끼가 입 털었대! 이놈은 형이랑 같이 시험 볼 때도 그러더니 진짜 쓰레기네.

    “엥? 염라두가 뭐? 진정해 봐.”

    무척이를 진정시키자, 녀석이 차근차근 말해 주었다.

    바로 전화를 끊고, 갓튜브에 접속해서 그 문제의 라이브 영상을 틀었다.

    -그러니까 엄지척 헌터는 과장된 거라 이 말씀이시군요?

    -그렇죠! 정하 그룹에서 밀어 주고 있을 뿐입니다. 그놈이 타는 모노 바이크G라는 것도 마도 공학자 정비가가 제공했을 게 뻔하지 않습니까? 그런 아티팩트가 있으면 [희망의 성채] 솔로 플레이를 누가 못 하겠어요.

    실시간으로 인터뷰가 진행 중인데, 염라두가 아주 거친 언행으로 나를 사기꾼으로 매도하고 있었다.

    오우, 이 자식 보게?

    [헌터를 데려다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유명 채널 ‘헌터 봤수?’입니다. 구독자는 102만 명이고, 안정적인 콘텐츠로 이름 높은 곳이죠.]

    나도 알아.

    보조원으로 일할 때 제법 많이 봤거든.

    -그래서……. 염라두 헌터님이 제안하실 게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어떤 건가요?

    -화면을 보고 말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엄지척! 네놈이 구라 치고 있는 거 다 안다! 그게 아니라면 나와 일대일로 한판 붙어 보자! 도망치지는 않겠지!?

    -워우…. 워딩이 강하시네요.

    -이 정도는 해야 그 사기꾼이 기어 나오지 않겠습니까?

    헌터 시험 이후로 조용히 사나 했더니 이렇게 뛰쳐나오셨어?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나.

    [어린 것이 버르장머리가 없군요.]

    “뭐……. 어릴 때 헌터 되면 다들 저래. 헌터 대다수는 싸가지가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야. 괜히 내가 따봉을 많이 받는 게 아니야.”

    기자를 상대할 때라든가 다른 일반인 분들과 만났을 때 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따봉을 받는 것은 전부 그런 이유다.

    그나마 각성을 해도 등급이 낮게 나오거나 제작 같은 스킬 쪽이면 보통 아이들과 똑같이 섞여 산다.

    하지만 높은 등급이면?

    당장 중학교 때 각성해서 일반 고등학교도 안 다니고 특수 교육 받으며 지낼 텐데 쟤들이 반 애들이랑 당번을 돌아가면서 했겠냐, 청소를 돌아가면서 했겠냐.

    출석 번호로 불려 보길 했겠냐.

    아니면 친구들이랑 땡땡이를 쳐 보기를 했겠냐?

    거기다 염라두 같은 애들은 집안이 각성자 집안이라 날 때부터 선민의식 장착하고 태어나요.

    그런 애들은 중학교도 안 나가는 경우가 파다하지.

    들어가도 일진 돼서 애 하나 붙잡아 학폭하는 경우도 널렸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뭘 어째. 저 녀석이 원하는 대로 해 줘야지. 마침 잘됐네. 워밍업으로 딱 좋을 거 같아.”

    [그러면 방송을 해야겠군요.]

    좋아. 염라두에게 예의를 주입해 볼까?

    * * *

    “안녕하세요. 여러분. 엄지검지 엄지척입니다!”

    집에서 하는 라이브.

    얼굴을 가득 채우는 이른바 얼빡 각도다.

    일부러 후드티에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촬영 전에 세심하게 관리 좀 해놨지.

    “오늘은 긴급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되었는데요. 언제나처럼 던전에서 뵙는 건 아닙니다. 사실 내용도 짧아요!”

    -엄지, 하이! 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

    -엄하~!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

    -내 새끼 보고 싶었어 ㅠㅠㅠ 그 사이에 좀 야윈 것 같다ㅠㅠㅠㅠㅠㅠ

    -뭐야? 무슨 일로 긴급 생방 하는 거임?

    -염라두 새끼 때문인 듯?

    사람들이 하나둘 입장하고, 채팅창에 글이 올라온다.

    “이미 아시는 분도 계시는군요! 염라두 헌터가 저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는데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제가 헌터 등록 시험을 칠 때 염라두 헌터가 같이 있었죠, 아마?”

    -염라두 그 새끼, 그때 엄청 트롤이었잖아.

    -그때 염씨네가 돈 써서 기사 틀어막지 않았나?

    -트롤이 또 트롤하는 거겠지.

    “그래서! 도전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일대일로 우열을 가려 보죠! 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좋습니다. 사실 내일부터는 회사 던전 레이드에 참여해야 해서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 엄지. 언제 이렇게 건방져졌어? 가슴이 웅장해진다.乃乃乃乃乃乃乃乃

    -해치워 버려!

    -가랏, 엄지몬! 염라두를 처리해라!

    기대된다는 반응과 함께 다른 댓글들도 빠르게 달린다.

    -엄지맘들 어딜 염라두에 비비려고. 애미들 망상 심한 건 알겠지만 사기꾼을 싸고도는 것도 원투 데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

    ↳응~ 니 새끼 살인 미수^^

    -탈덕도 지능순인뎈ㅋㅋㅋㅋ 사기꾼 빠는 집단 잘 봤습니다.

    ↳응~ 엄지가 이길 거야^^

    [아이디는 모두 새로 생성한 것들이군요. 염라두 쪽 팬덤들도 바로 입장한 것 같습니다. 미리 좌표 찍고 대기 탔던 모양인데요. 주군!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양 서포터즈 사이에 싸움이 터진 모양입니다.]

    그거야 그렇겠지.

    염라두가 아예 갓튜브에서 싸우자고 질러 댔으니까.

    거기다가 염라두가 헌터 시험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폭로된 계기가 나였잖아?

    염라두 팬덤이 좋아할 리가 없지.

    역적 새끼 목 치려고 오늘만 기다렸을 거다.

    그래서? 그게 뭐?

    나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갓튜브 판은 말이다. 척량아.

    예쁜 게 우선이야. 잘생기고 봐야 해. 그래야 안티도 더 빡이 치거든.

    어차피 염라두는 나랑 돌이킬 수 없는 강을 넘었어.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한 시간 반 동안 메이크업을 해야지.

    기죽으면 안 돼.

    약하면 못 살아남아. 내가 기죽고 추해지는 순간 아마 수만 개의 댓글이 찔러대겠지.

    그렇게 되면 나를 좋아해주던 애들도 지칠 거야.

    처음 당장이야 에너지를 짜내서 어떻게든 나를 지켜 보려 하겠지만, 그건 오래갈 수 있는 관계가 아니야.

    그 사람들은 돈으로도 못 바꿀 소중한 사람들이야. 그러니 나는 언제나 그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해야 해.

    재수 없더라도 당당해야 해. 그리고 단단해야 해.

    그게 지옥을 건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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