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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113화 (113/305)
  • 제113화

    화르륵!

    지나온 궤적에 지옥 불길과 블레이즈 워크 불길이 타오르며 통과하려는 개미를 바삭하게 구워 내고 있긴 한데.

    급하게 불벽을 만든 거라, 시체를 밟고 넘어가는 개미가 다수 발생했다.

    이거, 세s코의 고충이 느껴지는군.

    [주군. 성벽을 오르는 개미들이 있습니다.]

    게다가, 여기가 마지막 성벽이라서 이미 성벽 근처로 왔던 개미는 그대로 기어서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플랜 B다. 먼저 가, 척량!”

    [예, 주군.]

    척량이 개미들을 향해 질주한다.

    개미가 척량을 공격하지만, 거대한 몸과 다르게 잘도 피해내며 개미들을 밟으며 달려간다.

    필드에는 척량이 불장판을 깔고… 나는.

    부아아앙!

    성벽으로 간다!

    성벽을 향해 질주.

    개미들이 성벽의 절반쯤을 기어오르는 것을 확인.

    나 역시 벽면보행으로 성벽에 달라붙는다.

    그러고는 포물선을 그리며 개미들의 위쪽으로 그대로 내달렸다.

    화르르륵!

    성벽의 벽면이 타오른다.

    이게 진짜 불의 장벽 아니겠냐아아!

    성벽을 기어오르던 개미들은 내가 만든 화염 방벽을 만나고 주춤하다가 그대로 돌진.

    그러나 뜨거움에 울부짖다가 그대로 성벽 아래로 추락한다.

    성벽을 기어가는 개미를 들이받아 검기로 쪼개 버리고, 그대로 불길을 벽에 두르며 내달리기를 잠시.

    드디어 성벽을 포함해서, 성벽 아래까지 전부 불바다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키익!

    치직! 치이익!

    고놈들 참 바싹하게 잘 타는데?

    불길에 몇 초 정도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개미들의 몸이 새빨간 색으로 물들며 그대로 쓰러지는 게 보인다.

    이윽고 모든 개미가 전부 불길에 구워지는군.

    키익.

    결국 마지막 개미가 쓰러지고, 저 멀리 포털이 닫힌다.

    해냈다. 내가 해내고 말았다. 이걸 해내고 말았어어어!

    -소리 질러어어어어!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

    -엄지야아아아아앜!!!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

    -그가 해냈습니다, 여러분! 완벽 올 클리어어어어!

    -엄지 안 다쳐서 다행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청자분들도 기쁜 모양인걸?

    [그동안 쌓아둔 타이틀. 거기에 스킬들의 중첩 효과로 일어난 위력이 대단합니다, 주군!]

    척량이도 난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공격 마법 보조 스킬에 화염 속성 보조 스킬, [크투가의 걸음]에서 나오는 불꽃에 [블레이즈 워크]의 화력까지 합쳐지니 개미가 팝콘처럼 터져 나가는 건 당연한 일.

    게다가 여러 효과로 마력의 소모도 높지 않았다.

    놀랍게도 4면의 성벽을 전부 커버했는데도, 마력이 절반이나 남은 거다.

    우와…. 이거 그림 나오겠는데?

    화염만큼 사람 시선을 끄는 게 어디에 있나.

    TV에서 중식 요리사께서 웍을 흔들 때마다 ‘Fire!’ 사운드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지.

    [이렇게 되면, 저렴한 스킬들도 모조리 구입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패시브 효과는 중첩됨으로써 더욱 강력해질 테니까요.]

    그거 좋은 생각이야, 척량. 하지만, 우선은 이번 쇼를 끝내자고.

    “여러분! 제가 해냈습니다아아아!”

    -장하다! 장하다, 엄지!

    -우리 엄깅이 언제 이렇게 대단해졌니? 이모는 그저 울어요.

    -이거는 ‘그 헌터’도 못 한 거 아냐? 저번에 ‘그 헌터’ 왔다 갔다며?

    -‘그 헌터’ 지금 던전 들어갔대. 그래서 이거 못 볼걸.

    채팅창에서도 환호와 ‘그 헌터’ 언급이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저게 중요한 게 아니지.

    과연… 4면을 전부 막아내고, ABCD의 4개 팀 전부 1위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자, 보여줘!

    [당신과 당신의 팀은 희망의 성채를 지켜냈습니다.]

    -던전 클리어!

    -기여도에 따라 정산을 시작합니다.

    -A팀 랭킹 1위 엄지척.

    -B팀 랭킹 1위 엄지척.

    -C팀 랭킹 1위 엄지척.

    -D팀 랭킹 1위 엄지척.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히든 퀘스트 보상을 정산합니다.

    -(대충 와인잔 흔드는 짤방)

    -(대충 불난 집에 피자 들고 가는 짤방)

    -아예 2위부터 없어? 아니… ㄹㅇ? 진짜?

    -이게… 이게 가능한 거였음?

    -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1,100따봉을 받으셨습니다.

    -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1,100따봉을 받으셨습니다.

    시청자들도 전부 기대를 하는군.

    심지어 따봉도 어마어마하게 들어오고 있고.

    시청자들의 따봉만 들어오는 게 아니지.

    신들의 따봉까지 달달하게 빨고 있는 중이랄까.

    [저 위대한 신들도 이런 상황은 처음 보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주군!]

    그런가 봐. 그래서… 보상은 뭘까?

    상자가 내 앞으로 내려오고, 그것에 손을 뻗었다.

    빛과 함께 상자가 사라지고, 그곳에는 찬란한 빛만이 남았다.

    전에 얻었던 희망의 정수와 같은 에너지의 덩어리였다.

    [희망의 심장]

    등급 : A+

    분류 : 개념.

    많은 세계에서 희망을 모아 만든 정수는 결국 희망의 심장이 되었다.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희망은 빛난다.

    이건 또 뭔가요…….

    -저거 전에 나온 거 아냐?

    -어제 나온 건 그냥 정수. 등급도 B+였고.

    -또 방패랑 합체하고 그러려나?

    “여러분들! 이게 대체 무슨 아이템일까요. 저도 궁금하네요. 일단 방패가 다시 튀어나오려는 기미는 없어 보입니다만…….”

    척량아. 이게 대체 어디다 쓰는 거니?

    [알 수 없습니다. ‘개념’이라는 종류의 아이템이라니. 이건 대체…….]

    그때였다.

    -신들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신들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신들이 당신을…….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대체 왜 주시를 한다는 메시지가 떠오르는지 알 수가 없었고.

    ‘기왕 주시할 거면 따봉이나 좀 더 눌러 주고 주시하시지. 왜 그러세요?’

    따봉이 이렇게 무섭다.

    이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기는커녕 따봉이나 누르고 주시하라는 생각부터 드니 말이다.

    이윽고 메시지는 어마무시하게 늘어나더니, 순식간에 백이 넘어서 수백 개나 주르륵 올라간다.

    [주군, 이…….]

    그리고 세계가 멈췄다.

    척량은 말을 하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고, 세계는 온통 흑백 영상처럼 변해 버리는 게 아닌가.

    아, 이거. 알고 있어.

    예전에 경험했던 그거잖아.

    [신]의 강림.

    [죽음을 거부하는 자]가 내 앞에 나타났을 때 이런 일이 벌어졌었지.

    그렇다면 뭐지? 대체 무엇이 오고 있는 거지?

    [희망의 성채]를 혼자서 지켜내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가?

    -희망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로 메시지만이 나타난다.

    [신]을 만난 건 이번이 두 번째지만.

    와…. 진짜 이놈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네.

    게다가 메시지는 늘 ‘존대’였는데, 지금은 아니다.

    -희망은 당신을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희망이 지켜보는 필멸자]

    등급 : 레전드

    희망의 신이 필멸자를 지켜보고 있을 때 부여되는 칭호.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희망은 빛난다.

    -부정한 정신적 영향에 면역.

    마치 꽃이 피어나듯, 타이틀이 시야 가득 물들고.

    이윽고 모든 메시지들이, 눈앞에 꽂히던 글자들의 나열까지 사라지고 나서야.

    세상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희망. 희망이라.

    희망의 신이 직접 내 앞에 강림했던 건가…….

    뭔가 대단한 타이틀이긴 하다. 부정한 정신적 영향에 면역.

    이것 외에도 가지고 있는 아이템, 타이틀, 스킬의 힘이 중첩되면 [신]이 직접 내 정신을 파괴하려고 해도 무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희망의 신’이라는 게 대체 누구지?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가 떠오르긴 했는데 얘가 희망의 신은 아닐 거 아니야.

    얘는 상자를 열었을 뿐이니까.

    북유럽에 그런 신이 있나? 아니면 이집트?

    [주군, 이번 보상의 사용법은 따봉 상점을 통해 정보를 알아보시는 것이 좋… 주군?]

    척량이 내 변화를 알아챘다.

    반대로 말하면 세상이 정지하는 그 순간, 역시나 척량도 굳어 있었다는 거지.

    ‘미치겠네. 이거.’

    잠깐 일이 있었어. 척량. 조금 있다가 말해 줄게.

    일단 방송은 계속 해야 하잖아?

    그리고…….

    방금 전. 희망의 신이 강림한 것 때문에 본능적으로 알게 된 게 있었다.

    저 [희망의 심장]이 어떤 것인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마냥, 기억 속에 사용법이 자리 잡은 것이다.

    희망의 신이 남겨준 또 다른 보상이겠지.

    “일단 이게 어떤 보상인지 모르겠지만,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말로는 모르겠다고 멘트를 날리지만, 이미 이게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

    손을 뻗고, [희망의 심장]을 향해 손을 뻗는다.

    이대로 접촉하면, [희망의 심장]이 내 심장이 된다.

    화악.

    빛이 인다.

    희망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른다.

    그것은 내 희망과 하나가 되고, 나는 희망의 심장을 품은 자가 되었다.

    감각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는 스킬이 하나 생겨난다.

    [희망의 심장]

    등급 : 레전드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희망은 빛난다.

    -불굴 효과 상시 발동.

    불굴. 저게 뭔지 게임 조금 해본 사람이면 다 알지.

    아무리 즉사할 공격을 받아도 hp1이 남아 한 번은 버티게 해준다.

    하지만 현실은?

    인간은 게임 캐릭터가 아니지.

    폴리곤이 아니라 피와 살로 이루어져 있고, 심장은 계속 뛰어야 하고, 뇌에는 혈액이 계속해서 공급되어야 하며.

    한번 손상된 허파는 최상급 회복 주문이 있는 게 아닌 한 재생되지도 않는 게 인간이다.

    그렇게 극단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피를 제법 많이 쏟거나, 독에 중독돼도 훅 가는 게 사람이지.

    저체온으로 사망하기도 하고, 작열통의 고통만으로도 쇼크로 사망하기도 하고.

    그러면 현실의 인간은 어떻게 되는 건가?

    어찌 되었건 이 스킬은 발동할 거고 현상은 유지될 터.

    한마디로 말하자면…….

    쓰러지지 않는다.

    치명상을 입어도 완전히 죽기 전까지는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다.

    괴상한 표현이지만 그 이상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그게 불굴이니까.

    희망에 어울리는 권능 아닐까?

    [이건! 주군. 불굴 효과의 스킬을 가진 사람은 전 세계에 몇 안 됩니다! 이건…….]

    나도 알아, 척량. 불굴 하나만으로도 전투력이 급등한다는 거.

    -희망의 성채에서 혼자 저 난리를 치면 저런 게 나오는 거였어?

    -와… 불굴이래. 저거 ‘그 헌터’도 없지 않아?

    -미국의 타이탄맨이 저거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타이탄맨이잖아.

    -근데 조금 아쉽네. 저거 탱커가 가져야 진짜로 효과 좋은 건데…….

    -우리 엄깅이는 탱커도 가능하거든요? 어그로 스킬도 있거든요?

    ↳이거 진짜임. 엄지가 첫 전투 할 때 어그로 스킬도 썼었음.

    ↳아니. 그럼 뭐야? 탱딜힐 혼자 다 하는 거야?

    ↳ 엄지 딜러임 乃乃乃

    ↳ 엄지 서포터임 乃乃乃

    ↳ 엄지 힐러임 乃乃乃

    ↳ 님들. 그만 즐기시죠?

    “오늘도 엄청난 게 나왔습니다. 여러분! 이야……. 이런 걸 받아도 되는 걸까요? 희망의 심장. 정말 의미심장하네요.”

    -드립이 아재 같아…….

    -아재요…….

    미안하드아! 손나 머리가 안 굴러가는데스! 땡큐, 쎄쎄, 그라치에!

    “오늘의 방송은 여기까지! 그러면 여러분들, 다음에 다시 만나요!”

    -엄지 도망친다 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

    -튀지 말고 좀만 더 해줘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

    라이브 아우성을 무시하고 곧바로 종료.

    동시에 포털이 열리기 시작했다.

    -던전이 클리어되었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포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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