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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111화 (111/305)
  • 제111화

    과거 헌터 시험 때.

    염라두가 했던 욕설과 모든 짓거리들은 갓튜브를 타고 만방에 퍼졌고.

    유명 헌터이신 부모님이 여론을 진정해 보려고 했으나, 그때 함께 헌터 시험을 쳤던 자들이 모두 염라두의 행실을 증언했다.

    그들의 증언이 저녁 뉴스를 타고 생방으로 중계가 된 게 문제.

    그나마 염라두의 부모님은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

    여기서 아들을 감싸 봐야 논쟁만 커질 뿐이라는 것을 빠르게 파악하고 최대한 납작하게 엎드렸다.

    -모든 것은 명백하게 제 아들의 잘못이며, 또한 자식을 잘못 키운 저희들의 잘못입니다. 부디 준엄히 꾸짖어 주시고. 저희 부부 역시 반성하여 아들의 인성 교육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각종 보육원과 위탁 시설에 거금을 투척.

    본인들도 자원봉사를 나서서 했다.

    쇼 프로는 자식 교육으로 고통받는 부모를 비추며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그렇게 반성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니 자식 농사 쉽지 않더라는 동정 여론이 일어났다.

    세탁은 성공.

    그렇게 이미지는 깨끗한 흰 빨래로 거듭났다.

    그리고 염라두 부모님은 말했다.

    너는 이제 최대한 매스컴 앞에 서지 말라고.

    정 나서고 싶으면 사회봉사 같은 것들이나 찍어서 올리라고.

    앞으로의 3년이 너의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고 10년을 좌우한다고.

    ‘C8, C8……!’

    결국 희망의 성채에서 엄지척 그 따봉충 새끼를 만났는데 욕 한 번 할 수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진짜로 부모님이 장난 아니게 화내실 테니까!

    ‘아빠면 그냥 맞고 마는데 엄마는 화나면 울어 버리니까! C8!’

    그렇다고 이놈 인성이 고쳐질 리가 없지.

    “아니, 저게 뭐 신기하다고 지랄이야. 아일은 왜 왔어? 아오, X팍…….”

    ‘그 헌터’를 아일이라고 부르는 건 해외 팬덤.

    염라두의 롤 모델이 바로 ‘그 헌터’ 아일이다.

    자신의 롤 모델이 엄지척 그 따봉충과 메일을 나누었다는 소식까지 들리니 참기가 어렵다.

    속에 불이 나는구나!

    콰창!

    결국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부쉈다.

    “저 개새를 어쩌지? 아, C… 엄마만 아니었어도 내가 박살을 내 주는 건데…….”

    코로 쒸익쒸익 스팀을 내뿜고 이를 갈며 팔짱을 끼고 브라운관 앞을 한참 맴돌았다.

    이윽고 그는 결심했는지 폰을 들었다.

    “어, 난데. 시킬 일이 있어. 엄지척이라고 알지? 어, 그놈 못 하게 어떻게든 방해해버려. 어차피 [A/B] 지령 때문에 엄지 찍으려고 스트리머들 많이 들어갈 거 아니야? 걔들 돈 주고 시키고, 우리 섭외할 녀석 있으면 집어넣어 봐. 돈? 그건 걱정하지 말고. 어쨌든 확 조져버려서 눈앞에 안 보이게 치워버리란 말이야!”

    울컥 화가 나서 덧붙여 말했다.

    “어차피 하꼬 밑바닥 갓튜버 애들은 돈만 주면 다 해. [A/B]는 엄지 질릴 때까지 찍으라고 했지, 방해하지 말라는 소리는 안 했잖아? 뭐, 대놓고 하면 꼬리가 밟혀? 그러면 안 밟히게 어떻게든 시나리오를 좀 짜! 뇌가 없어? 그지 새끼들이 지능도 떨어져 가지고는!”

    삑!

    염라두는 전화를 거칠게 끊고는 영상을 노려보았다.

    “내가 너만은 꼭 잡고 만다. 두고 봐라.”

    * * *

    옛날 구석기 시대의 헌터 때는 이 [희망의 성채] 공략법을 몰랐단다.

    그때는 구석기답게 총보다 뒷집 오타쿠의 중세식 바스타드소드, 일본도가 더 낫다는 사실을 막 깨닫고, 또 그런 무기보다는 몬스터 이빨이 좀 더 단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시기.

    인류는 갓 태어난 아기 사슴처럼 사지를 후들후들 떨고 있었지만, 세상은 이미 게이트들이 생긴 후고. 거기서 몬스터가 쏟아지고 할 때였다.

    -[희망의 성채]는 사람 백 명이 모여야 시작이 되는 던전이다.

    그걸 모르니까 계속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고, 주변 지역에 개미가 쏟아지고 난리도 난리가 아니었지.

    입장 조건을 처음으로 알게 된 건 군인 50명, 소방관 20명과 헌터 30명이 모이면서 던전이 열렸을 때였다.

    그러나 일반인 70명과 헌터 30명이 이걸 깰 수 있을 리가 없지.

    인류는 그렇게 또다시 친절한 이웃들을 무수히 잃고 던전에도 ‘시작 조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지식은 피를 원했다.

    굳이 크툴루 신화나 아즈텍의 인신공양까지 갈 것도 없이. 불을 다루기 위해서는 불이 얼마나 뜨거운지 아는 과정이 필요했다.

    구석기에서 신석기의 길이 열린 셈이다.

    그리고 지금.

    이제 현대에 온 인류는 [희망의 성채]를 하나의 놀이터로 소비하고 있었다.

    “전국의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그 유명한 엄지척 헌터를 촬영하러 왔습니다. 저요? 저야 깍두기 해야죠~ 아, 요즘은 깍두기를 모르려나? 그건 위키를 찾아보시면…….”

    “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과연 이 [희망의 성채] 던전을 4팀 1위로 디펜스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총 4구역 모두 1위를 차지할 거라는데요. 배팅 시간 10분 남았습니다. 지금 실패 쪽이 더 우세한 가운데…….”

    와, 불법 도박도 끼셨어요?

    갓튜브는 이거 차단 안 하나? 아, 도박이 합법인 해외 계정으로 하시나?

    “디펜스 전문가로서 제 소견을 말씀드리자면, 엄지척 헌터의 행동은 그야말로 오만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으며…….”

    웃기는 일이야.

    나를 제외한 전부가 무기조차 꺼내지 않고 방송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으니 말이지.

    그리고 조금도 전투에 참여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굴고 있었다.

    백 명이 모였는데 그중 대부분이 나 찍으러 온 갓튜버고, 그냥 손을 놓겠대.

    던전이 터지기 직전에나 움직이려는 모양이네?

    [보상 안 받을 생각으로 고레벨 헌터도 와 있으니 터질 걱정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까, 주군의 처형식을 기다리는 거죠.]

    혼자서 디펜스를 하다가 죽거나, 아니면 겁이 나서 항복을 하면 내 채널을 처형하거나?

    물리적 죽음인가, 사회적 죽음인가.

    꽤 괜찮은 수네.

    [여기서 주군께서 포기하시면 채널 이탈자는 예상으로는 약 십만에서 십오만 정도. 물론 각종 익명 사이트와 SNS에 여론 조작이 들어갔을 때의 계산입니다.]

    하긴, 안 할 리가 없지.

    지금도 따봉충이라고 눈엣가시로 여기지 않나.

    그랬다.

    과거 백 명의 친절한 이웃들이 희생해서 입장 조건을 밝혀낸 [희망의 성채]에 이제 구십구 명의 헌터가 한 명의 헌터를 처형하기 위해 모였다.

    [주군. 확실히 저들의 행동은 확실히 과합니다. 아무리 [A/B]의 지령을 겸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군요. 아마 어딘가 제3의 세력이 껴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정하 그룹 쪽인가?

    [그 또한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완전히 다른 곳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새끼야? 대체.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내가 그렇게 원한을 살 타입이 아닌데 말이지.

    대체 얼마나 가슴이 옹졸해야 이 짓을 하는 거야?

    [그래도 대놓고 공격하진 않는군요.]

    나도 라이브를 하고 있으니까, 만약 공격에 들어가게 되면 매장이지.

    이게 국제 헌터법 때문에 나라 법이 물이 됐긴 해도 여론이라는 게 무시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조용히 대기만 타는 거지.

    그러나 내가 혼자 해보려다 디펜스 못 하고 무너지면, ‘우린 엄지 하는 거 지켜만 보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민폐냐.’ 하고 갑자기 모두가 나서서 수습하는 시늉을 하겠지.

    그리고 개민폐 엄지척으로 프레임 짜서 여론 공격 들어갈 거고.

    [네, 만약 그 프레임까지 잘 먹히게 되면 십오만이 아니라, 최대 이십에서 삼십만까지도 이탈자를 만들 겁니다.]

    그래. 세상에는 채널이 많아.

    내가 아니어도 대체할 헌터는 별처럼 많지.

    인생 그런 거야.

    다들 머리가 좋아요. 여기서 구른 잔뼈가 원투 데이겠어?

    봐봐. 스트리머 안 하는 헌터도 구석에 가서 앉아 있잖아.

    재수 없으면 99명이 전부 다 미리 짜고 들어왔을 수도 있겠네.

    [갓튜버가 아닌 사람들까지 아예 전투를 하지 않아서, 개미가 성벽을 박살 내도록 유도하려는 거군요.]

    그래. 뭐, 하지만 오히려 잘됐어.

    나는 저 중에서 가장 처지가 열악해 보이는 헌터 곁으로 갔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영상 촬영 스킬이 아니라, 정비가의 촬영 드론이 앵앵 떠다니면서 찍고 있거든.

    그건 스킬 살 포인트도 없고 재산 털어서 드론을 사야 할 정도라는 거니까 얘는 지금 이거 찍는 거 말고는 답이 없는 거야.

    “안녕하세요.”

    “아, 아, 안녕하세요.”

    내 말에 그 헌터가 어색하게 답했다.

    그래.

    단체로 이 짓을 하는데 찔리겠지. 하지만 알면서도 돈은 벌어야 하니까 하는 거지.

    “드론 좀 빌릴게요.”

    “네?”

    통성명조차 하지 않고, 나는 그 사람의 드론을 빼앗았다.

    그리고 화면을 켰다.

    “안녕하세요~ 엄지척입니다. 촬영 드론이라 거리 조절이 좀 힘들려나. 제 얼굴 너무 크게 나오는 거 아니에요?”

    [이른바 얼빡 각도군요. 주군. 삑톡에서 많이 쓰는 구도입니다.]

    괜찮아. 이참에 카메라를 잡아먹자고.

    [오, 제가 왜 남의 채널에 등장했냐고요? 이분! 이분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지요.]

    그렇게 말하며 이름도 모를 그 헌터의 어깨를 팔로 감싸서 친한 척을 해준다.

    그 헌터도 얼굴이 시뻘게져서 외쳤다.

    “아, 안녕하세요! 헌터 초코입니다!”

    ……스트리머 명 바꾸셔야겠는데?

    [큰일 났군요. ‘초코’라니. 뒤돌면 까먹을 이름입니다. 주군!]

    심지어 머리나 피부색이 초코 색이라거나 무기나 옷차림이 초콜릿을 연상시킨다거나 하는 것도 전혀 없이.

    그냥 초코였다.

    “왜 스트리머 명이 초코인가요? 초코 님?”

    “우, 우리 집 푸들 이름이 초코라서, 저도 초코입니다!”

    [……검색해 보니 개 영상이 하나 있는데 손이 떨려 제대로 찍지를 못했군요. 앞날이 걱정됩니다. 주군. 이 험한 갓튜브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으시려고. 요즘은 애동도 재주넘기를 해야 구독자가 생길까 말까하는 세상인데.]

    척량아. 미안하다.

    내가 너를 신공 정령이라고 너무 막 써먹었던 것 같다.

    “그렇군요~ 초코 헌터님. 만나서 반가워요. 이것도 인연인데 제가 초코 님 드론을 끌고 다녀도 되겠습니까?”

    그 순간.

    방관하고 있던 모든 헌터들이 이쪽을 돌아봤다.

    그래. 뜬금없이 작은 갓튜버에게 친한 척을 하니 이상하지?

    “네, 네!”

    얘가 뜬금 로또를 맞았으니 더 이상하겠지~

    “좋아요. 영상 드론은 AI가 한정되어 있으니까, 차라리 제 얼굴 샷을 주로 찍게 할게요. 그리고, 제 라이브도 켭니다.”

    -능력자, 김초코가 당신의 인품에 감탄합니다.

    -2 따봉을 받았습니다.

    이름이 김초코셨어?

    그러면 그걸 말해야지. 왜 애완견 이름을 말하시는 거야?

    웃길 수 있는 기회인데.

    이분 큰일이네. 기회가 와도 잡지를 못 하니.

    [주군처럼 기회가 오자마자 붙잡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보통 머리가 하얘져서 아무 말이나 내뱉게 된다고요.]

    그런가?

    어느 쪽이어도 좋은 거지.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래, 모두에게 진짜를 보여 주자고.

    짐은 햇살이고, 청량이고, 매드니스 캔디이니.

    본좌 혼자서.

    이 [희망의 성채]를 완전히 지켜 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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