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07화 (107/305)
  • 제107화

    “잠깐, 잠깐만요!”

    이 미친놈은 이제 삼백을 박았다.

    사칭을 하려고 삼백을 박은 새끼라면 삼백만 원만큼 미친 거고, 본인인데 그냥 나와 채팅을 하고 싶어서 백만 원씩 박는 거라면 그것도 그것대로 미친 거겠지.

    확실한 건 하나 있다.

    ‘저 메일 주소. 얻어야 해!’

    저 또라이 놈은 개또라이, 상또라이 새끼지만 세계에서 가장 구독자 수가 많은 갓튜버일 수도 있는 또라이다.

    그러니 관심을 끌어 메일 주소를 따내는 게 중요하니까.

    ……웃자.

    본좌는 햇살이고, 청량이며, 태양이니. 광기의 캔디니라.

    “와~ 어떻게 아셨는지. 소름~ 제가 진짜 패를 더 숨기고 있다는 걸 아셨군요?”

    -[illlllilililllllll] 님이 1,0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illlllilililllllll] : 허세가 아니면 보여 봐.

    저 아홉 글자 쓰려고 백만 원을 더 박았다.

    영어로 쓰면 글자 수가 다를라나?

    어느 쪽이든 겨우 저거 쓰자고 백만 원을 태웠다면 이미 이놈은 간 놈인데?

    어쨌든 이 새끼가 진짜 그 새끼가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슬슬 부담감이 밀물처럼 오는데, 이거.

    [주군, 시청자 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그래. 이 미칠 것 같은 부담감 속에서도 라이브 시청자 수는 무슨 스노볼처럼 불어나고 있어.

    고작 아홉 자 말하려고 백만 원씩 박는 ‘그 헌터’일지도 모르는 놈과 그리고 그놈을 붙잡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하는 나.

    와, 이만한 빅잼이 어디 있겠냐.

    그런데 그게 나네?

    딴 놈 일이었으면 등 따신 아랫목에 등 지지면서 보고 있었을 텐데 그게 나야.

    -엄지가 여기서 뭘 더 새로운 걸 보여줘? 이미 깔 거 다 깐 거 같은데.

    -야, 엄지야. 아무리 인기가 고파도 허세는 적당히 하자.

    -이미 일 위 확정인데 욕심부리는 거 보소~

    -illlllilililllllll는 진짜 ‘그 헌터’ 맞음? 짜고 치는 거 아니야?

    ↳이만큼 돈 박으면서 사칭하면 그것도 재능임.

    ↳아이디 똑같음. 찐첨지 맞아 보임.

    ↳찐첨진데 왜 욕을 안 함? 왜 정상인처럼 씀?

    ↳내가 그걸 어떻게 앎? 너도 100만 원 박고 물어보든지.

    -엄치야. 그냥 척량이 앞발 흔들면서 포기해라.

    그치, 이런 반응이 정상이지.

    가만히 있어도 1위를 먹을 수 있는데 누가 여기서 뭔가 더 하려고 하겠어?

    하지만 난 하고 싶거든.

    지금 이 따봉만으로는 이 엿 같은 세상을 지킬 방법이 없으니까.

    그러니 뭐라도 해야지.

    “옛날부터 궁금했습니다. 디펜스를 시작하면 어째서 다른 조가 보이지 않을까? 처음에 넷으로 팀을 가르는 이유가 있을 텐데 말이죠. 희망의 성채는 정사각형 모양. 모서리 방향은 또 출입이 불가능해요.”

    -그거야 뭐, 4개의 팀이 서로 섞이지 말라고 만든 거 아님?

    -A, B, C, D팀이 따로 경쟁하고 디펜스 하라고 만든 거.

    “네, 맞아요. 당연하죠. 하지만.”

    부아아아앙-!

    나는 모노 바이크의 손잡이를 잡고 바로 방향을 꺾어 가속을 사용했다.

    “성은 정사각형, 하지만 맵은 십자가 모양이죠.”

    묘사하자면 대충 이렇다.

    눈으로 보이는 풍경은 허허벌판에 성채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모양새지만, 성을 중심으로 사선 방향으로 가려고 하면 보이지 않는 벽이 우리뿐만 아니라 몬스터들까지 가로막고 있지.

    하지만, 성벽에서 성벽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알다시피 이 성 꼭짓점마다 망루가 있는데 이놈을 벽면보행 스킬로 질주해서 올라가 보면 잘하면 될 것 같단 말이죠~”

    -저렇게 높은데 된다고?

    -저거 끝까지 올라가기 전에 마력이 다 오링 날 듯.

    -누가 개미 잡다 말고 저길 올라가?

    그치. 보통은 그렇지.

    하지만 저어는 가능합니다.

    모노 바이크를 최대 속도로 올린다.

    “충분히 가속되었군요.”

    퉁!

    개미 사체들을 구름판 삼아서 가볍게 뛰어올라 망루에 바이크를 붙인다.

    그대로 성벽 위까지 달리고, 꼭짓점이 위치한 초거대 망루로 모노 바이크G의 타이어를 최대 출력으로!

    “우왓! 이 미친 새끼야!”

    “저놈 뭐 하는……. 엇?”

    “저 따봉충 새끼 일등 처먹은 것도 모자라서 또 이상한 짓 한다!”

    다른 헌터들의 괴성을 들으며 오르고, 또 오른다.

    바이크의 출력은 내 잔여 마력에 비례하지.

    내 마나 통이 이길지 중력이 이길지 모르겠지만 오르고, 또 오르고.

    끼리리릭-

    부디 이 속도가 꼭대기까지 닿기를!

    [마력 50% 남았습니다, 주군.]

    반이나 남았네?

    그 불 쇼를 하고도 반이 남다니, 역시 나는 대단해.

    [마력이 25% 남았습니다.]

    오, 4분의 1이나 남았잖아?

    이렇게 높이 올라왔는데 25%라니 대단하지.

    [마력이 10% 남았습니다.]

    이제 슬슬 어지럽네, 이거. 그래도 10%면 아직 다 떨어진 게 아니야.

    더 갈 수 있어.

    아주 널널해.

    “후욱.”

    그 순간, 기침에 피가 섞여 나왔다.

    [마력이 5, 4, 3……!]

    척량은 낙하 스킬을 준비하라는 듯 나한테 말했지만 나는 멈출 생각이 없다.

    [1… 주군, 위험합……!]

    그림자!

    내 몸에서 뻗어나간 그림자가 촉수처럼 나와 바이크를 집어 던진다.

    이것도 모자라면 죽는 건가?

    하하하, 그 난리를 하고 마지막이 추락사라니.

    몸이 붕 떠오른다.

    모든 사람들이 점으로 보인다.

    바닥이 아득하고, 개미는 멀고. 나는, 나는…….

    채팅 창이 한순간, 어지럽다.

    유작.

    엄지척 유작.

    고작 톱 헌터 메일 주소 따내려고 이 짓을 하는 미친놈.

    수많은 단어들이 점등하며 지나간다.

    어떤 단어는 면도칼과 같아서 흉기가 되어 사람의 마음을 찢고, 팬들의 마음도 찢어가며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찢는 사람들은 자신은 ‘일반인’이라 말하지.

    결국 그래.

    좋아하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사람은 약해지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냉소만 하고 살기에 삶은 짧지 않나.

    무슨 재미로?

    텁-!

    “허억, 허억!”

    망루 모서리에 손이 닿는다.

    바이크도 [그림자]로 간신히 붙잡았다.

    여기서 이 녀석이 소환 해제되면 큰일 나지. 다시 소환할 때쯤에는 게임 끝났을 테니까.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근육 전체가 비명을 지른다.

    평소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척량. 안 그래?

    [주군, 조심해서 올라가십시오.]

    척량의 목소리가 덜덜 떨린다.

    이 녀석도 내가 유작 남기고 갈 줄 알았나 보네.

    자, 그러면…… 웃자.

    “와, 죽을 뻔~?”

    -엄지척, 이 미친 새끼야!!!!!!!!!!!!!!!!!!!!!!!!!!

    -아이고, 내가 너 때문에 제명에 못 산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나 한 수명 십 년 까인 듯.

    난간을 붙잡아 일어나고. 바이크를 다시 던지고.

    탕!

    아, 이거 많이 상했군. 나중에 다 다시 수리해야겠어.

    “뭘요? 죽을 줄 알았어요?”

    -엄지 목숨 아홉 개는 있는 듯.

    -인생 원 코인이다. 엄지야. 죽으면 끝이야…….

    “에이, 사나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최대한 대수롭지 않게 넘기자.

    진짜 목숨 따위 아무렇지도 않은 미친놈처럼 보이게 하는 거야.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그런 헌터니까.

    재미를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는 미친놈.

    눈앞에 불이 있어도 웃으면서 달려가는 미친놈.

    자살 희망자.

    아니, 마지막까지 즐겁게 자신을 위해 뒈져줄 영웅.

    “자, 그러면 아래를 볼까요? 와우!”

    나는 아래를 과장되게 가리켰다.

    그곳에는 다른 조 사람들이 개미와 싸우는 게 보인다.

    -저거 B조네. 아직도 개미 다 처리 못 했음.

    -사이 나쁜 팀 두 개가 붙어서 개 싸우지 않았냐?

    ↳그래서 그쪽 BJ 시청률도 높음.

    오, 경쟁 콘텐츠 돼 버렸나 보네?

    그것도 꿀잼이지.

    우리 시스템이 붙여 놨는지, 서로 모르고 눌렀는지 모르겠지만 인간이란 본디 경쟁에 모든 걸 불태우는 존재 아닌가.

    문제는 공략이 많이 돼서 어지간하면 무사한 던전이라도 비등비등한 헌터 팀들끼리 개판이 나면 개미를 점점 더 못 잡는단 거예요~

    그래서, 이런 막판까지 못 끝내고 있는 거고.

    물약을 꺼내서 벌컥벌컥 마셨다.

    마력이 차오른다.

    -저 마력 물약 500만 원짜리 맞지?

    ↳라벨이 없는 걸 봐서는 엄지가 만든 걸 수도 있음.

    ↳엄지 가내수공업 쩖.

    -그래도 재료값 엄청나지 않나?

    -지난번에 엄지 연금술 하는 영상 떴는데 얘는 가내수공업도 곧잘 하더라.

    방금 전까지는 내 그럴 줄 알았다, 미친 새끼가 성벽 타는 영상을 유작으로 만드냐고 욕을 하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이 마력 물약의 가격에 대해 논하고 있다.

    좋은 일이야. 그치?

    챗창이 예쁘게 정화되었으니까.

    “자, 마력 쭉쭉 차고요. 지금부터 재미있어지는데, 그러면 #가보자고!”

    반파된 바이크에 오른다.

    좀 털털거리기는 해도 돌아가는 건 문제 없다.

    왠지 내 인생 같단 말이지. 이렇게 다쳐도 달릴 수는 있으니까.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고 했던가.

    올라가는 건 그토록 힘들었어도 내려가는 건 그저 한순간일 뿐.

    이 높은 망루 꼭대기는 얼마나 높은지 모든 게 점으로 보인다.

    그 위에서 나는 유성이 되어 빨라지고, 또 빨라진다.

    내공을 끌어 올린다.

    신BIKE합일을 일으켜 거대한 검기를 하나. 거기에 더블 어택의 힘으로 검기가 하나 더.

    “전부 갈라져라아아아!”

    -모노 바이크G 스킬, [가속]이 발동합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스킬 대미지가 크게 증가합니다! (최대 300%)

    최고 속력에 다다른 순간.

    콰가가가각!

    성벽 위의 개미들이 반으로 토막이 난다.

    바이크는 마치 깃털처럼 부드럽게 낙하 에너지를 전진 에너지로 변환하여 앞으로 나간다.

    [벽면보행] 스킬의 마법.

    그 진가!

    그대로 성벽의 벽면으로 방향을 틀어 달라붙은 개미들을 처리하며 나아갔다.

    부아아앙!

    모노 바이크G가 최고 속도로 내달렸다.

    300%의 대미지에 100% 발동하는 믿음과 신뢰의 더블 어택!

    시청자들 모두가 환호한다.

    아주 핫하게 달궈진 갓튜브 라이브 속에서 내가 말했다.

    “하하하! ‘그 헌터’님 메일 주소, 아주 달달하게 잘 먹겠습니다!”

    -[illlllilililllllll]님이 1,0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illlllilililllllll] : 이러고도 안 주면 나는 개새끼 되는 거네. 기다려 봐. 갓튜브 채널 개인 메일로 보낼 테니까.

    [주군! ‘그 헌터’ 공식 채널을 통해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와, 역시 사칭이 아니라 진짜였어?

    진짜 ‘그 헌터’야?

    * * *

    “와, 돌았군. 돌았어.”

    스물 후반 정도 되는 외견.

    큰 키에 적당하게 잘생긴 미남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유럽 장인들이 만든 앤티크 소파 위에 앉아서 극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갓튜브를 시청 중이었다.

    그랬다.

    그 라이브 채널에는 ‘그 헌터’만 있는 게 아니었다.

    [A/B].

    그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

    다만 세컨드 닉으로 엄지척의 채널을 시청하고 있었을 뿐.

    물론 처음 시작할 때는 엄지척만 보던 게 아니었다.

    한 번에 백여 가지 갓튜브 채널을 동시에 시청하는 건 그의 특기였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 하나씩 채널을 지워나가고.

    거대한 스크린에 보이는 건 엄지척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