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05화 (105/305)

제105화

이 업계에서 최정상인 갓튜버가 하나 있다.

당연히 해외 헌터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장 많은 좋아요 수도 가지고 있지.

그 사람은 초일류 헌터이면서도 갓튜버인데 자주 방송을 하지 않고, 후원도 안 받는다.

거기다 한번 방송을 할 때면 솔로 플레이만 고집하지.

그리고 방송의 대부분이 욕으로 도배된다.

외국 욕이긴 한데 번역기 돌려 보자면 대충.

‘개 같은 던전’, ‘개X같은 던전’, ‘X같은 헌터 던전’, ‘개X발 내가 왜 이 짓을’, ‘씨X알 망할 던전’, ‘행운 X망 스킬 X발’, ‘내가 왜 입던을 해서 이 고생을’, ‘밸런스 지랄 염병’ 등등 시작부터 끝까지 욕만 한다.

욕만 하면서 던전을 깨지.

몬스터를 썰고 함정을 해제하고.

부모 욕, 조상 욕, 하느님 욕, 사돈의 팔촌 욕, 사돈의 팔촌의 팔촌 욕까지 모두 다 찰지게 욕만 내뱉는다.

시청자?

그런 거 배려도 안 한다.

멘트?

욕밖에 없다.

그러나 언제나 사람들이 클리어가 불가능하리라 믿어 온 ‘관리’ 상태의 던전들을 클리어하며, 기가 막히게 몬스터들을 썰어 왔다.

그는 최상위 공략 불가 던전만을 가고, 그 공략 불가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면.

죽은 보스 몬스터의 대가리를 빡빡 발로 차면서(차는 동작도 뭔가 찌질하다).

‘이 쉬운 걸 X발 이제야 깼네.’, ‘아오, X발, 내가 X발, 이걸 왜 X발 이제야.’ 등의 욕을 내뱉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고는 퀘스트 완료 창을 혼자서 열심히 찍지.

그것도 한 2시간을 욕하면서 뿌듯하게.

그때는 같은 욕도 뭔가 행복해 보인다는 게 정론.

‘그 헌터’, 또는 ‘그 사람’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얼굴을 가리고 플레이하기 때문에 누군지 알 수가 없고.

아이디도. illlllilililllllll 같은 익명 카페에서나 쓸 법한 아이디를 쓰고 있으며.

성별도 이름도, 심지어 목소리도 변조되어 송출되기 때문.

키가 굉장히 크고 깡마른 체구라는 게 알 수 있는 전부.

그래서 팬들은 특정을 하기 위해 ‘아일’이라고 부른다.

I와 L밖에 없는 아이디이니 붙여서 그렇게 부를 수밖에.

팬 외의 일반인들은 ‘그 헌터’라고 부르고.

한국 팬덤은 욕첨지라고 부른다.

말하는 게 옛 소설 ‘운수 좋은 날’의 김 첨지 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욕은 뭐, 욕 말고는 말을 안 하는 형이라 모두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그렇게 정했단다.

그 외에 약간 찐따미가 있다며 찐첨지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 정도?

그때 ‘그 헌터’가 사냥 중에 보여 주었던 마력 회복 속도가 보통 헌터의 수십 배에 달하는 괴물 같은 속도였다.

그때 난다 긴다 하는 전문가들도 모조리 충격을 받았지.

“아마 제 스킬은 그분과는 다른 것일 겁니다. 그러나 그분은 저보다 스킬 트리를 더 잘 짜셨겠죠?”

이렇게 조금이나마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라이징에게는 도움이 된다.

그래도 여기서 선을 안 그어 놓으면 괜히 이상한 루머가 돌 수 있으니 딱 박아 두긴 해야지.

-오오, 그래도 되게 신기하다… 살아만 있으면 사냥이 계속 가능하다는 거 아님?

-보통 헌터의 몇 배로 사냥을 나갈 수 있다는 거고.

-다치지만 않으면……?

-엄깅이 그래도 조심하자… 괜히 몸 상할까 걱정된다…….

[갑작스러운 라이브라서 그런지 코어 팬들이 주로 모인 것 같습니다.]

응. 내 생각에도 그래.

전과 같은 어그로 댓글은 거의 안 보이네?

대신 동시 라이브 숫자는 좀 적군.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나?

“자, 그래서 오늘은 저 혼자 이 희망의 성채에 왔습니다!”

그래. 혼자 왔지요~ 왜냐면 견적을 봤는데 이 정도면 팀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충분할 것 같았거든.

거기다가 실험해 볼 것도 조금 있고?

“바로 어제, 저는 이 희망의 성채에 섰었죠. 그런데 어제 여기 입장했을 때 봤던 메시지가 조금 마음에 걸렸습니다. 바로 이 메시지죠.”

[희망의 성채를 보호하는 모든 행동에 점수가 부여됩니다.]

미리 준비한 화면을 띄워 모두에게 보여 준다.

“희망의 성채를 보호하는 모든 행동이란 무엇일까요? 고민하며 자료를 조사한 끝에 재미있는 게 발견되더라고요?”

-뭔데? 대체 뭘 알았다는 건데?

-그래. 우리도 가르쳐 줘라.

이미 몇 번이나 최초로 무언가를 보여 주었던 나다.

당연히 시청자들도 뭔가 범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는지 채팅 창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우선… 다른 헌터분들이 찍으신 영상 중에는 이 성벽이 부서지는 경우도 종종 있더라고요. 그리고 그걸 수리하면 [수리 전문가]라는 칭호를 얻는다는 정보를 얻었죠. 그리고 이 성벽에 설치된 발리스타 있죠? 이게 부서질 적에 수리하면 [땜장이]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고요.”

-저런 건 위키에도 써져 있는 거잖아?

-그래서 저거 일부러 성벽 부수거나, 발리스타 부순 다음 수리하는 놈도 있음.

-제작계 헌터한테는 그 칭호가 좋다더라. 그래서 대기업 소속 제작계 헌터는 기업에서 그 칭호 따게 서포트해 주잖아.

-하긴. 희망의 성채가 막 위험한 던전은 아니니까.

그래. 여기까지는 잘 알려져 있지.

“그래서, 생각해 봤습니다.”

-아, 그러니까 그 생각이 뭐냐니까여.

-엄지 생각만 벌써 두 번 했다. 나 하차하기 전에 빨리 좀!!

역시 한국인은 참지 않긔.

“이 성벽 위에서 늘 헌터들과 같이 싸워 주는 이 NPC분들을 지키면 어떨까? 하고요.”

몬스터를 죽이는 건 누구나 하는 일이지.

하지만 NPC를 지키는 건 쓰잘데기없는 짓 아닌가.

이 희망의 성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레벨 55 미만이어야 하기 때문에 다들 바쁘거든.

한정된 시간, 그리고 한정된 레벨 업 구간, 그 안에 먹어야 하는 업적은 많으니 다들 정해진 공략 안에서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지 않겠나.

가끔 등장하는 관심병사도 본인 딴에는 효율 찾아서 한다고 그 사고를 치는 거니까.

그러다 보니 나처럼 이런 별의별 실험을 다 해 보려고 하는 놈은 멸종한 거지.

그에 비해 나는 어차피 1레벨로 고정되어 있는 판국이니 이 던전을 사실상 무한하게 돌며 개꿀을 빨아 버릴 수 있지요.

‘더 많은 따봉, 그리고 새로운 타이틀까지!’

일단 [성벽 지킴이]는 웨이브가 끝나기 전까지 성벽을 완전한 상태로 지켜 내면 얻을 수 있는 타이틀.

이게 판정이 묘한 것이, 일단 파손되었다가 수리가 되어도 지켜낸 것으로 판단되어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

성벽 수리하다가 [땜장이] 같은 타이틀을 추가로 얻는 것은 덤이다.

그런데 나는 어제 싸움에서는 이걸 얻지 못했었단 말이지.

[즉, 타이틀 [성벽 지킴이]도 얻고, NPC도 보호하면서 새로운 타이틀 획득도 노려 볼까 하는 계획입니다. 주군!]

그래. 나의 책사여. 그 계획 승인하도록 하겠노라!

“자, 그러면 슬슬 준비를 해 볼까요? 슬슬 몬스터가 나타날 시간이니, 그러면 여러분, 오늘 방송도 막장으로 가 봅시다!”

그러면 시작해 볼까나.

우선은…… 점프다!

나는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 * *

“와아, 엄지가… 엄지 짓을 시작하는구나~”

신주란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알람을 보고 집무실에 틀어박혔다.

오늘 점심도 맥D날드의 햄버거 세트에 감튀, 콜라 라지.

언제나 점심은 그것만 먹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각성자가 되었는데도 학원가를 전전해야 하던 그 시절부터 생긴 습관.

마침 엄지튜브의 알림도 떠서 늦지 않게, 즐겁게 라이브를 감상하며 베이컨토마토디럭스를 먹으며 보낼 수 있나 했는데.

“와… 1일 1던전? 그게 된다고?”

이 개X망 밸런스 전직 시스템. 내 이럴 줄 알았다. 개X발.

육두문자를 0.3초 컷으로 내뱉은 신주란은 NPC를 모두 지켜 보겠다는 엄지척의 선언을 제로 콜라로 쭈욱 삼키고는 다음 전개가 궁금해져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프렌치프라이만 열심히 조졌다.

‘벌써 재밌어지네. 그래, 똑같이 하면 채널 돌리지.’

왜일까.

엄지 이놈은 다른 갓튜버들과는 다르다.

어떤 부분이 다른지 묻는다면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노력한다?

그거야 어느 갓튜버나 노력하지.

남들과 다르게?

대형 채널 중에 기획 회의도 안 하는 갓튜버 있나.

미모 관리?

모두가 관리한다.

이놈은 매력에도 능력치를 투자하는 게 아닌가 하는 킹리적 갓심이 드는데, 설마하니 어느 미친놈이 힘, 체력, 마력 놔두고 매력에다 귀한 포인트를 박고 있겠나.

“아, 그러네. 이놈. 방송 망하면 세상이 멸망할 것처럼 하고 있지.”

말하고 나니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싶다만 그거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어.

이놈은 오늘만 살 것처럼 촬영을 해.

그러니 결국 보고 있는 자신도 과몰입을 하게 되는 거고.

그때 화면 속의 엄지가 말했다.

[그러면 여러분, 오늘 방송도 막장으로 가 봅시다!]

그 순간, 엄지척이 성벽 아래로 수직 낙하를 시작하는 게 아닌가.

‘미친놈아, 이제 저 아래가 개미 늪으로 꽉 찰 거라고!’

아니, 지난번처럼 개미 좀 처치하고 가면 얼마나 좋아. 그때 팀플레이 좋더만.

왜 굳이 개미 늪에 퐁당 빠져서 스위밍이야.

아, 안 되겠다.

삐익-

그녀는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

-네, 대표님!

“위스키 온 더 락으로……. 아니 한 병째로 주세요.”

오늘 점심은 제로 콜라에 위스키 말아먹겠네.

[희망의 방패요? 하핫, 그런 사기 아이템은 봉인해야 제맛 아니겠습니까? 척량이도 그렇게 생각하지?]

[컁, 컁!]

[그래. 뉴비의 마음으로 #가보자고!]

그래. 엄지야.

제로 콜라에 위스키가 합쳐지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니까 살 안 찌지 않을까?

어쨌든 엄가 놈 유작이 될지도 모르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게 될 판인데 맨정신으로는 무리지.

따닥-

그녀는 염동력만으로 위스키를 따서 유리 글라스도 아닌 맥D날드 종이컵에다가 콸콸콸콸 부었다.

비율?

모르겠다. 아무튼 많이.

엄지척은 바닥에 착지하기 직전 모노 바이크G를 소환해 탑승, 절묘하게 충격을 완화시켰고.

‘다행이네.’

안도하려는 찰나 저 멀리 포털에서 개미의 홍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포털 앞에 갑자기 거대한 곰 모양의 인형이 생겨나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어디에다 쓰이는지 모르지만 파괴 불가였던 그 장난감 소환 스킬이 포털 입구를 막아 버린다.

[파괴되지 않는 장난감 소환].

과거 엄지척이 방송으로 공개했던 스킬, 딱히 성장형 스킬도 아니어서 뭐에 쓰나 했더니.

물론 탱커가 하듯 접지력을 이용해 틀어막는 건 아니니 조금씩 밀린다.

하지만 병목현상이 생기는 것까지는 개미 놈들도 어쩔 수 없나?

“저걸 저렇게 쓴다고?”

목구멍을 쏘는 게 위스키인지 탄산인지 모르겠다.

아주 후끈하네. 방송도, 식도도!

[척량!]

목에 걸려 있던 작은 사막 여우가 순식간에 거대화한다.

황소 정도의 크기!

[척량, 왼쪽!]

[컁!]

두 사람, 아니 사람 하나와 여우 한 마리는 좌우로 갈라지며 바위 개미가 달려올 길을 예측해 질주하며 동시에 스킬을 발동한다.

[블레이즈 워크!]

여우와 바이크 뒤로 화염의 벽이 솟아오른다.

“이 과정에서 탕진됐을 마력이 두 배, 아니, 네 배는 될 거야.”

화염 벽의 크기와 길이만 봐도 엄청나다.

엄지척 본인의 말대로 이건 마력 회복이 100% 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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