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02화 (102/305)

제102화

모노 바이크G의 앞으로 검기가 생겨난다.

하나의 거대하고 예리한 칼날이 된 나는 정지벽을 등 뒤에 태운 채로 성벽을 타고 내려가 그대로 지면을 질주!

부아아앙!

우리가 있던 방향의 개미들은 별하나의 함정에 전부 찢겨 죽었기에, 성벽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남았기 때문.

그러나 개미들의 파도는 끝없이 이어진다. 이내 우리와 개미들의 거리는 얼마 남지 않았고.

이대로 돌파하며 반으로 갈라 주겠어!

“날 봐라아아아아!”

돌진의 타이밍에 맞춰서, 정지벽의 어그로 스킬이 발동한다.

개미들의 시선이 단번에 우리를 향하고 어마어마한 개미의 파도가 우리를 덮쳐 왔다.

그대로…….

콰아아아! 콰드드득!

갈라 버리며 나아간다!

부아아아아앙!

개미가 검기의 날에 믹서처럼 갈려 나간다.

조금의 속도도 줄이지 않은 채로 그대로 주욱 질주한다.

여기에 더블 어택까지 가해지니 확인 사살하듯 모조리 치어 죽여 버린다.

마력&내공을 듬뿍 머금은 모노 바이크G는 가공할 속도를 보여 주며 해일을 가른 것이다.

그렇게 내가 갈라내서 만든 길을 척량과 별하나가 따라붙고.

그녀가 든 화살은 유성이 되어 사방으로 뿌려진다.

콰과과과광!

개미들의 머리가 팝콘처럼 터져 나가고, 내 앞에서 덮쳐오는 개미들은 그야말로 잡초처럼 썰려 나갔다.

이윽고… 우리의 질주도 끝이 나는 건가.

개미가 꾸역꾸역 기어 나오는 포털에 도착했다.

“솟아라!”

정지벽은 재빨리 발의 고정대를 풀어내고, 포털 앞 지면을 주먹으로 내리찍는다.

땅에서 바위로 된 벽이 치솟으며 포털을 뒤덮는다.

완전히 뒤덮은 건 아니었다.

포털은 지름 5미터짜리 원형이었는데, 그걸 반 정도 가리게 만들고, 한 번에 몇 마리 나오지 못하게끔 길을 만든 것뿐.

그리고 그 앞에 내가 섰다.

내 첫 전투 때가 떠오르는걸?

고블린이 출현했을 때 딱 이랬는데 말이야.

고작 척후병이었지만 얼마나 무섭던지.

초보자 스킬이라도 안 꺼냈다면 한 줌 핏물이 되고 말았겠지.

차킹.

모노 블레이드 쌍검을 꺼내 든다.

흑백의 칼날 위로 검기가 길게 늘어난다. 그런 나를 향해 개미들이 쏟아져 오기 시작했고.

자, 쇼 타임!

물 흐르듯이 두 개의 검이 허공을 가른다.

칼은 칼이고, 개미는 개미니.

일컬어 본좌를 새 시대의 세S코라 부르노라!

턱을 벌리고 뛰어오른 개미를 향해 수직으로 검을 내리긋는다.

검기는 하나에서 두 개로 늘어나 그대로 개미를 훑고 지나간다.

츠칵!

첫 검이 놈의 키틴질을 찢어버리고, 두 번째 검격이 놈의 내장까지 썰어 버린다.

츠가가각-!

띠링-

-능력자, 정지벽이 당신의 신묘한 더블 어택에 감탄합니다.

-2따봉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하시건만 따봉을 또 주시네.

어이고, 고마워라.

첫 번째 개미가 그렇게 토막이 나고, 그 위와 아래에서 개미가 달려든다.

오른손 검을 횡으로 그어 놈을 잘라내고, 동시에 왼손 검을 사선으로 치켜올리며 또 다른 개미를 단칼에 잘라냈다.

-능력자, 정지벽과 별하나가 당신의 물 흐르듯이 흐르는 검기에 넋을 놓습니다.

-4따봉을 받았습니다.

베고, 자르고, 끊어낸다.

쌍검은 계속해서 개미들을 베어 넘겼다. 점점 더 빠르게, 그리고 앞으로 한 걸음 더!

콰쾅!

내가 만든 검기가 정지벽이 소환한 바위까지 갈라낸다.

이런, 검기 길이가 점점 더 길어지는걸?

다행히 내공의 소모는 그리 많지 않아.

정신이 점점 또렷해지는 게 느껴져. 이상하지?

검로(劍路)가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이제는 검이 닿기 전에 내 검이 어디로 향할지 그려지기 시작했으니까.

와, 이게 바로 깨달음이라는 건가?

더 가고 싶어, 더 휘두르고 싶어, 좀 더 유려한 선이 있을 것 같아. 좋아, 좋아. 가능해.

어느 순간, 검기가 포털을 통해서 한 번에 수십 마리씩 넘어오는 개미들을 모조리 베어 넘기기 시작했고.

그리고 어느샌가.

나는 포털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개미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 이거, 실화……냐?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타워 디펜스를 하는 게 아니라 아예 포털 입구에서 소환되고 있는 모든 개미들을 처단하고 있는 거야?

-ㅆㅂ. 레전설이다.

-엄지야! 乃乃乃乃乃!

-최강엄지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乃

-나 미칠 것 같아. 나 미칠 것 같아. 나 미칠 것 같아. 나 미칠 것 같아. 나 미칠 것 같아. 나 미칠 것 같아. 나 미칠 것 같아. 나 미칠 것 같아. 나 미칠 것 같아. 나 미칠 것 같아. 나 미칠 것 같아.

-[썬주란] 님이 10,0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썬주란] : 오랜만에 호쾌한 액션 봤네요.

천만 원 리액션을 해야 해.

하지만 손끝 하나 움직이기가 쉽지 않아…….

방금 얻은 깨달음을 추스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으니까.

-[썬주란] 님이 1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썬주란] : 후원 리액션 하지 말고 체력부터. 아직 방심하긴 이르니까.

고맙다.

보통은 바로 리액션을 해주기를 원하고, 심지어 조금이라도 늦으면 윽박지르는 경우도 많은데.

썬주란 그녀 자신도 헌터이기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이쪽 사정을 살펴주었다.

뭔가, 뭔가가 변하고 있어.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어 간다.

언어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내가 조금 더 ‘앞으로’ 나갔다고 감각이 속삭여 준다.

‘깨달음’.

나는 무학(武學)의 끝자락을 본 걸까.

콰직!

“키익.”

스톤 앤트의 껍질이 박살 나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의 장본인이 내 등 뒤에서 말했다.

“엄지척 씨, 진짜 헌터 된 지 얼마 안 된 거 맞습니까? 정말 대단하군요.”

“아유. 전부 정지벽 씨가 등 뒤에서 든든히 지켜 주셔서 그런 거죠.”

이렇게 죽을 것 같은데 사회생활 멘트는 반사적으로 나오는군.

직장인의 병이야.

고개를 돌려 보니 그곳에는 지면에서 솟구친 석창(石槍)들이 대나무 숲처럼 빽빽하게 이어져 있었고.

그 석창에 꿰뚫린 수많은 스톤 앤트들. 이런 스킬은 나 역시 본 적이 없어.

“레벨 업 하셨군요. 새로운 스킬을 얻으신 겁니까?”

“네. 바위벽을 소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석창(石槍)으로 진화할 수 있게 되었죠. 엄지척 씨만 성장한 게 아닙니다. 엣헴!”

그런 정지벽에게 별하나가 대꾸했다.

“하여간 다들 엄청 성장했네요. 나도 뒤처지면 큰일 나겠는데?”

그리고 높다란 돌기둥 꼭대기.

그곳에 척량과 별하나가 올라서 있었다.

“별하나 씨도 화살로 엄호 잘해 주셨는걸요.”

내 말에 별하나가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헤헤헤, 제가 좀 잘 쐈죠.”

“두 분 덕에 저도 좋은 걸 얻었습니다만?”

정지벽이 그리 말하면서 메시지 창을 나도 볼 수 있게 내 앞으로 띄워 주었다.

[철벽의 수호신] [학살의 대가] [머리통 따개] [살육의 위압감] [개미 절멸자]

무려 다섯 개의 칭호! 우리 셋이 얻어낸 칭호가 이렇게 많았어?

일단 칭호의 능력은 나중에 확인해야겠네.

곧 던전이 클리어될…….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우리들 옆의 포털이 스르륵하고 줄어들기 시작했고.

던전 클리어가 되었다는 메시지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당신과 당신의 팀은 희망의 성채를 지켜냈습니다.]

-던전 클리어!

-기여도에 따라 정산을 시작합니다.

-A팀 랭킹 1위 정지한, 2위 엄무척, 3위 성광 3인.

-B팀 랭킹 1위 엄지척, 2위 정지벽, 3위 별하나 3인.

-C팀 랭킹 1위 염라두, 2위 염진성, 3위 염기연, 염진철 4인.

-D팀…….

-퀘스트 보상을 정산합니다.

얼라리요? 염라두가 여기 와 있었어?

그 녀석, 헌터 생활 그만둔 거 아니었나 보네.

내가 방송하고 있는 걸 모를 리가 없을 테니, 눈에 안 띄려고 얼씬도 안 했구나. 이 녀석.

그나저나 대표님이 1위야? 이야… 랭킹 욕심 그동안 안 내시더니 웬일이래?

그나저나 탱킹을 본인이 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신 거지?

팟.

정지한 대표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이. 우리 팀원들 앞에 상자가 하나 나타나더니, 스스로 열렸다.

그것은 이내 하나의 물건이 되었다.

[수호자의 희망]

등급 : B+

분류 : 방패 (아티팩트)

다른 세계에서 희망을 빚어 만든 요새에서 만들어낸 방패.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희망은 빛난다.

기능 : 마음이 꺾이지 않는 한 파괴되지 않는다.

기능 : 사용자의 주변을 맴돌며 자동으로 공격을 방어한다.

방패가 내 머리를 완전히 가릴 만큼 컸는데, 묘하게 성스러운 기운마저 느껴지는군.

거기다가 빛까지 내면서 둥둥 떠다니는 게, 이거 무슨 정비가의 드론이 생각나는걸?

자동 방어 드론이라고 생각하면 되나? 그것도 성 속성 드론.

[훌륭하군요. 거기다 파괴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특히 독특합니다. 면적이 좁긴 하지만 스스로 자율 기동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아이템이군요.]

응. ‘마음이 꺾이지 않는다’는 조건이 뭔가 독특하기도 하고.

결국 내 정신력이 얼마나 유지되는가의 문제인가?

[네. 이 정도면 목숨 한 번 정도는 살려줄 듯합니다.]

-당신은 희망의 성채 랭킹 3위 안에 들었습니다.

-타이틀 [희망의 수호자]를 얻었습니다!

[희망의 수호자]

등급 : 에픽

희망의 성채를 지켜 내는 데 뛰어난 활약을 보인 사람에게 주어지는 칭호.

부정한 정신적 영향에 강하게 저항한다.

에픽 칭호?

정신이 아찔해서 한참 바라보았다.

[지금 단계 던전 중에서는 가장 좋은 칭호군요, 주군!]

오, 사기다. 그것도 개사기.

정신 방어 타이틀은 언제나 헌터들에게 소중하지.

그런데 희귀하기까지 해서 좀처럼 얻기가 힘든 게 바로 정신 방어.

옛날 마법소녀물 보면 그러지 않던가.

주인공이 힘들 때마다 장미를 던져 일침을 놓던 보이가 뜬금없이 납치+세뇌당해서 남의 핀업 보이♂가 되어 주인공을 공격한다거나 하는 거 말이지.

그놈은 꼭 핑크 포지션 주인공과 썸을 타던 사이예요.

아닌가? 요즘은 ‘나와 계약을 해서 마법소녀가 되어줘 ㅇㅅㅇ’ 하고 사기 계약서부터 들이미는 서타일인가?

아무튼 헌터 보조원을 할 때 가끔 서로를 찌른 채 죽은 시체를 보곤 했는데 전리품 때문에 싸움 난 것도 있겠지만, 세뇌 마법으로 인해 싸움 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조원인 내가 투입이 되었다는 건 완전 클리어를 하든, 중간 클리어를 하든 아무튼 소강상태라는 건데.

그렇게 누구 하나 세뇌돼서 개판 난 파티는 분위기부터 다르지.

특히 헌터 형제나 부모 자식이 함께 들어갔던 던전이면 삼가 조의를 표한다는 말도 못 해.

그냥 조용히 시신 수습하고, 유족에게 전해 주고 우리는 말 한 마디도 안 하고 자원 캐고 나가는 거야.

방송 찍어도 갓튜브로도 못 올려.

아무리 갓튜브가 개막장이라고는 해도 우리나라 정서상, 고인의 마지막을 세뇌당한 모습으로 박제하는 건 좀 조실부모하지 않나.

그게 얼마나 개 같은지 알기 때문에 헌터들도 정신 방어 스킬에 목을 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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