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화
스톤 앤트.
암석을 어설프게 깎아 만든 듯한 모습의 개미형 몬스터.
저래 보여도 골렘 같은 무생물 몬스터가 아니라 제대로 살아 있는 몬스터다.
바위를 섭취해 키틴질을 단단하게 만든다던가?
주식이 바위이니 그 이빨은 탄광의 채굴기만큼이나 위협적이지.
다만 거기까지.
압도적인 물량과 단단한 껍질, 그리고 바위 깨먹는 주둥이를 가진 게 전부.
그래서 속성 공격과 변칙적인 어택이 유리하다.
지축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토 속성 마법사나 껍질을 무르게 만드는 수 속성 마법사들에게 특히나 유리하지.
“와아… 영상으로 본 거랑 느낌이 다르네요?”
저도 동감입니다, 별하나 씨.
개미로 만들어진 해일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회갈색의 파도가 지면을 뒤덮으며 그대로 성벽으로 달려오기 시작한다.
그래. 영상 하나는 언제나 압권이지.
“자, 그러면 시작하죠.”
그리 말하며 무릎 한쪽을 살짝 굽히고 내 그림자에 손을 넣었다.
-어? 저거 뭐임? 저거 뭐임? 저거 뭐임?
-크크큭… 우리 엄지가 드디어 어둠의 다크와 계약을 맺었군.
-그림자에 손이 들어가네?
-얘는 대체 능력이 몇 개지?
-우리 엄깅이 왜케 유능하니! 이렇게 자꾸 유능해져서 어쩌려고 그래?
-1따봉을 받았습니다!
-1따봉을 받았습니다!
-1따봉을 받…….
따봉이 무시무시하게 늘어나는군.
채팅 창도 난리지만 일단 한쪽으로 치워 놓고는 다음 행동에 돌입하자.
묵직한 군용 가죽 포대를 꺼내서 그대로 별하나에게 던졌다.
“진짜 보배라니까. 지척 씨가 없던 옛날이 아예~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별하나 씨, 그… 아까의 슬픈 엘프 표정은 황천 갔는데요?
그녀는 푸헤헤헤 웃으며 가죽 포대를 옆에 내려놓았고, 정지벽이 다가가 그 안의 내용물을 꺼내 들어 별하나에게 바로바로 건넸다.
“그러면 시작할게요!”
그녀의 두 손에 들린 구슬이 마력광으로 번쩍였다.
“찢어 가르는 칼날 함정!”
스킬을 발동하자 날카로운 마력의 파장에 피부가 따끔거리는군.
그것과 동시에 구슬 하나하나가 수십 개의 칼날이 되어 흡사 톱니바퀴처럼 변해 유성이 되어 날아갔고.
성벽 밖으로 날아간 그것들은 땅에 안착해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
그리고 별하나는 계속해서 함정을 즉석으로 만들어 던져낸다.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고, 어찌 보면 천수관음처럼 보일 지경이다.
-별… 별하나 저렇게 강했어?
-오오……. 부처이시여!
-천수관음이다! 천수관음 강림!
-언니! 멋있다--!!
나만 생각한 게 아니었군.
별하나는 이름처럼 별을 사방으로 뿌려댔다.
이윽고 스톤 앤트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고.
콰직! 콰가가가각!
바닥에 무수히 깔린 그녀의 함정은 폭발이라는 이름의 예술이 되어 스톤 앤트들을 갈아 버리기 시작.
그리고 그것은 어찌 보면 파괴의 미학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러나 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준비된 함정은 아직 많사옵니다!
“미친. 저거 왜 저렇게 강해?!”
“야, 스킬 돌려. 어서! 이러다가 랭킹에 못 들어간다!”
“씁! 미치겠네. 왜 하필 오늘이야!”
다른 헌터들이 우리를 향해 쌍욕을 내뱉으며 스킬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우레와 화염이 지상을 폭격하고, 독 구름과 강철의 비, 그리고 물과 풀 마법 아이템까지 챙겨 와서 뿌려댄다.
‘돈으로 업적을 산다는 게 바로 이거지.’
레벨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는 헌터들 중에는 다수의 스톤 앤트들을 처리할 자신이 없는데 통장에 돈이 좀 많……으면 이렇게 일회용 아티팩트 폭탄이라도 사서 던져 버리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렇게 하면 시청자들이 안 좋아하지.
이런 영상은 한때 공장처럼 찍혀 나오기도 했고, 처음에는 돈 자랑으로 즐겁게 보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질렸지.
결국 실력이 없으니 그 짓이라도 해서 넘기는 거냐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심하게 늘다 보니 이미지 하락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나 같은 갓튜버들은 꿈도 못 꿉니다. 네압!
‘하지만, 직접 만든 신형 폭탄은 다르지!’
럭셔리 스포츠카 출고해서 인증하는 영상이야 많지.
하지만, 그 스포츠카를 내 손으로 만들어서 타는 건 또 전혀 다른 콘텐츠거든!
거기에 별하나의 레인저 투척 기술까지!
NPC들도 움직이기 시작하며 화살 비를 쏟아내는데 역시나 스톤 앤트들에게 화살 비는 그리 효과가 없어 보이는군.
결국 각성자들의 힘으로 어떻게든 해보시라는 거지.
그렇다고 해도 없는 것보다 낫고, 우리를 포함해 북쪽 성벽에 포진한 23명의 헌터들이 쏟아내는 화력은 스톤 앤트들이 성벽에 와 닿는 것을 아예 차단할 정도.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도드라지는 활약을 하고 있는 건 별하나.
내가 그녀가 쓸 함정을 [그림자 주머니]에 왕창 압축해 왔다가 화력으로 쓰고 있으니 가능한 성과!
그야말로 학살 파티!
-짧은 시간 안에 열 마리의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타이틀 [살해자]를 얻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백 마리의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타이틀 [학살자]를 얻었습니다! 타이틀 [살해자]가 [학살자]로 대체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오백 마리의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타이틀 [학살 전문가]를 얻었습니다! 타이틀 [학살자]가 [학살 전문가]로 대체됩니다!
[학살 전문가]
등급 : 특별
다수의 생명체를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대량 살상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칭호.
광역 공격 대미지 20% 상승.
광역 공격 시 마나 소모량 20% 감소.
“헐. 벌써 학살 전문가가 떴어요!”
“확실히 이 전략이 잘 먹히는군요. 엄지척 씨의 작전대로입니다.”
“여러분 역시 제작의 최고봉은 뭐다? 연금술이다!”
이제 라이브가 끝난 후, 미리 준비한 함정 제작 영상을 송출할 예정이다.
그러면 두 배로 벌죠?
-1따봉을 받았습니다.
그랬다.
이 던전은 굳이 공격을 하지 않아도 기여도가 인정된다.
힐러인 사제나 함정을 까는 레인저, 그 함정을 만드는 연금술사와 그 함정을 옮기는 탱커까지 기여도를 다 챙겨 준다.
연금술로 함정을 제작해서 가져온 나와, 군용 포대를 옮긴 정지벽, 그리고 그것을 스킬을 담아 쏘는 별하나까지!
이렇게 되면 개미 한 마리 잡을 때 셋의 공헌도가 들어가게 되지.
[그리고 별하나 씨가 원하는 주목도 확실히 챙길 수 있겠군요!]
그래!
원하시던 가련한 엘프 이미지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인간 융단 폭격 소리는 들을 수 있을 거야!
“시청자분들, 보이십니까? 누가 레인저가 암살자라 일대다 전투에 약하다 하던가요? 이건 모두 제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함정들이거든요?”
-아니, 함정으로 기관총 쏘기 있기, 없기?
-차라리 스크롤 사다가 던져라. 무슨 함정을 일일이 자기 손으로 만들어서 조달하냐?
-별하나는 이제 사람이 아님. 수류탄 투척 머신임. ㅇㅇ
-수류탄이 아니라 함정 아님?
-위력은 수류탄임. 아무튼 수류탄임.
->>>>폭탄마 별하나<<<<
그래. 가련 엘프보다는 폭탄마가 더 낫지 않을까?
더 세 보이잖아.
[음… 주군, 그건 훗날 별하나 님의 의견도 물어보셔야.]
아니야. 척량, 들어 봐.
청순가련 엘프로 굳어져 버리면 햄버거도 여덟 조각으로 나눠서 오물오물 씹어 먹어야 할지도 몰라.
그건 비극이지.
[하지만 폭탄… 폭탄마라니…….]
별하나는 무념무상으로 스톤 앤트들에게 함정(이라고 쓰고 시청자들은 폭탄이라고 부르는)을 던져 대고 있었기에 나와 정지벽만이 방금 얻은 타이틀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정지벽 씨에게 1따봉도 덤으로 받고 말이죠.
그런데 이거 양심이 조금 찔리는걸.
이 작전은 척량이 고안한 건데 말이지.
[저는 애초부터 주군의 스킬이며 주군께 귀속된 존재. 주군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책사로서의 중요한 업무입니다.]
아무리 내 스킬이라고 해도 그렇지, 나중에 뭔가 맛있는 거라도 먹여야겠어.
그러기를 잠깐.
우리가 자리 잡고 있는 라인은 끝까지 뚫리지 않았지만, 다른 쪽 라인의 헌터들은 결국 뚫리고 말았다.
“으아악! 막아! X발. 모두 막아아아!”
“빌어먹을!! 내가 템 넉넉히 챙겨 오라고 했잖아!”
개미들이 성벽을 기어오르고, 결국 성벽 위로 올라와 근접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탱커들이 스킬을 쓰며 개미들의 시선을 모으고, 딜러들과 NPC 병사들이 달라붙어 개미들을 재빠르게 처리.
그사이.
우리도 결국 [그림자 주머니]에 챙겨온 모든 함정을 전부 소모했다.
[여기서부터 페이즈 2군요.]
오냐!
“모노 바이크G 소환!”
번쩍!
찬란한 빛과 함께 모노 바이크G가 오른쪽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너의 도움도 필요해.
“척량!”
[주군의 명을 따릅니다!]
내 목을 휘감고 있던 척량이 그대로 뛰어올라 거대화한다.
사람 셋 정도는 능히 태울 거체가 된 척량이 늠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척량아! 척량아!! 척량아!!! 척량아!! 척랴ㅇ아아아아!! roTlqkfsotoRl!!!!!!!!!!!!
-** 소환수에, 그림자 능력에, 무공까지? 다 해먹네.
-아까 [학살 전문가] 타이틀 뜬 거 봤죠? 우리 엄깅이는 다 계획이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저기서 모노 바이크G는 왜 꺼냈대? 뭐 하려고?
-설마…….
“그럼, 갑시다!”
내가 바이크에 탑승함과 동시에 별하나가 서커스 곡예사처럼 뛰어올라 척량의 등에 올라타는군.
그에 반해서 정지벽은 자연스럽게 내 등 뒤의 바이크 뒷좌석에 올랐다.
철컥. 철컥.
정지벽은 자신의 워커를 모노 바이크G의 뒷좌석 발판에 단단히 고정했다.
‘탱커는 언제나 발밑을 보는 게 우선이라고 했지.’
힐러가 자살률이 1위라면 탱커가 2위다.
자신이 지키지 못했기에 사람이 죽었다는 죄책감을 못 이기기 때문.
그들은 언제나 가장 먼저 앞에 나서며 방패를 들고 불의 뜨거움을 느껴야 하는 직업이다.
어느 탱커는 결국 남 대신 맞아주는 게 우리 직업이라며 자조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성기사같이 독실한 신앙을 가진 분들이 많이 하신다.
우리나라도 초창기에 수녀님이나 승려님 같은 종교인들이 그쪽 직업으로 각성하셨다고 하지.
그 이후에 점차 젊은 사람들이 각성하게 되는데, 여전히 모태 신앙의 신실한 사람들이 많다.
‘정지벽은 무교지.’
정하 그룹은 각성자로 번창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피로 얼룩진 기업.
그곳의 실체를 모르면 모를까, 알기 때문에 어떠한 종교를 믿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고.
대신 정지벽은 성호를 긋듯이 발밑을 반드시 단단하게 고정한다.
탁-
“가세요.”
완벽하게 고정되었다.
이것으로 그녀는 이 바이크에서 마음대로 균형을 잡을 수 있을 터.
“그러면… 스타트!”
모노 바이크G가 벽면에 붙은 채로 수직 낙하하듯이 성벽을 내달린다.
-지척이 미친 새끼야아아!
-캬! 나왔다, 스파이더 라이딩!
↳님 벽면보행이라는 스킬이에요.
↳즐기시게 내버려 둬.
-저거 저번에 본 신bike합일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바이크 앞에 칼날 생기네?
-지척아, 가즈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