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마력 회복의 비전 마법진]은 나 외에도 사용 가능하다.
마법진 그리는 데 돈이 많이 들어서 문제지.
하지만 나와 무척이 둘 다 돈은 이제 상당히 많이 벌기에 재료비 정도는 충분히 충당할 수 있고.
거기다 지금은 돈을 모을 때가 아니라 투자해야 할 때.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강해지는 게 좋지.
때문에 무척이의 방에도 이미 마법진은 설치되어 있고, 수련실에도 설치를 해 놨지요.
다만 이놈의 마법진이라는 게 뭐, 당연히 마법진 위에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거라, 자러 가거나 수련실에서 수련할 때 외에는 효과를 보기가 힘들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랄까?
그러나, 여기에 [세계수의 아주 작은 가지]까지 합쳐 보면 어떨까.
‘장식해 두면 주변을 정화하며, 순도 높은 마력을 생성한다.’라는 효과가 있는데 이걸 그냥 원래 있던 마법진에다가 ‘장식’해 둔다면?
-[세계수의 아주 작은 가지] 능력이 발동합니다.
-10미터 범위를 ‘성지(聖地)’로 지정합니다.
-성지 내에서 마나 회복력이 100% 증가합니다.
-성지 내에서 하급 저주를 상시 해제합니다.
주변이 ‘성지’로 지정되면서 성스러운 연초록빛이 스쳐 지나간다.
“어때?”
“형. 마력이… 너무 빨리 회복되는데?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마력 회복의 비전 마법진]이 마력 회복률 200%지.
여기에 [세계수의 아주 작은 가지]까지 곱하니 상승효과는 끝없이 증가하여.
-최대 증가 수치 마력 회복 599% 증가합니다.
“이 이상은 레벨 업을 해야 증가하는 모양인데?”
[네, 주군. 이 이상 회복률을 올리려면 그만한 레벨을 갖추어야 가능할 겁니다.]
그렇군. 이것도 천장이 있었어.
“형. 마력 회복 599% 자체가 이미 제정신이 아닌데? 이 정도면 일주일 걸려서 회복할 게 하루 이틀 지나면 다 회복된다는 뜻이잖아!”
그렇군. 무척아. 너는 이 정도로 만족하니?
형은… 형은 저 안에서 세 시간이면 마력&내공이 전부 회복된단다.
이런 눈으로 쓰윽 바라보고 있으니 무척이가 한숨 쉬었다.
“이 안에서 마력 제어 수련을 하면 어떨지 궁금하긴 하네.”
“호오?”
“그건 스킬로도 커버가 안 되니까. 나는 관련 스킬이 없으니까.”
“음, 나는 무공 쪽으로 제어하고 있는 상황이고.”
마력 제어 관련 스킬을 가지면 기본적으로 다른 헌터에 비해 마력을 운용하는 효율이 더 뛰어나다고는 들었다.
뭐, 나라면 따봉 상점에서 아예 스킬을 사서 구할 수야 있다만. 척량이 뜯어말렸지.
따봉값이 비싼 데다가 이미 무공을 익히고 있으니 중복 스킬과 비슷하단다.
숙련도가 오르고 깨달음이 커지면서 진기를 더 잘 제어하게 되고, 이렇게 감각을 깨치게 되고.
그리고 만약 무공에서 말하는 궁극의 무언가가 된다면 결국에는 인간을 뛰어넘게 되겠지? 아마.
탈각(脫殼)이 신적인 무언가, 즉 성좌를 뜻하는 게 된다면 그리되겠지.
“좋아. 괜찮은 생각인 거 같아. 세계수 나뭇가지가 만들어 내는 성지(聖地)의 효과가 상당한 것 같으니까 거기서 연마해 봐. 나는 다른 일 좀 해야겠거든.”
“다른 일?”
“응. 해 볼 게 있거든.”
[세계수의 아주 작은 나뭇가지].
이놈을 보고 있으니 한국인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어요.
‘저거 양산할 수 없나?’ 하고.
LTE도 답답하다고 4G, 5G를 노리는 나라 사람이다 보니 이거 대량 생산해서 어떻게 좀 안 될까 하고.
예전에 어느 원예 만화 보니까 나뭇가지를 심어서 나무로 만들더라고.
그리고 나무의 나뭇가지를 또 꺾어다가 다시 화분에 심어 나무로 만들더라니까?
[주, 주군. 멀리 보고 계시는군요. 신 척량, 감탄했습니다.]
그러니?
이게 멀리 보고 있는 걸까?
그냥 좀 더 해 처먹을 수 없을까 생각 중인데?
[네. 해당 아이템의 가격은 던전 소멸의 비밀 가격과 동일. 무려 천만 따봉이었잖습니까?]
그러게 말이야.
따봉 상점에서 이것도 팔고 있을 줄 몰랐어. 그러니까 이건 무척이나 귀한 물건인 거지.
어쩌면 행운 수치를 올려주는 아이템 영향도 있을 수 있겠어.
[네. 행운을 무려 5나 올려주는 야광 페어리 팬던트 덕분이겠지요. 그때 버섯 던전을 클리어하고 얻은 보상이 이런 복이 될 줄이야.]
행운을 올려주는 아이템 자체가 흔치 않지.
애초에 기본 스텟에 행운 자체가 보이지 않으니까.
이게 아이템 드롭률에도 영향을 주는구나.
여기에 던전 보상이 강화된다는 칭호.
[특수 던전 최초 무희생 정복자]까지 행운에 합쳐지니 엄청난 게 나와 버렸어.
척량이 말을 이었다.
[네. 지구 돈으로 따지다면 뭘 비교하든 결계석이 가장 비싸지만요. 그건 현대 사회의 시세일 뿐이고 따봉 상점에서 매기는 가치는 나뭇가지 쪽이 훨씬 더 높습니다.]
따봉 상점에서는 백만 따봉이던가?
무려 열 배나 차이가 난다는 게 신기하네.
우리 세계에서는 결계석이 훨씬 더 비싸고 급할 텐데.
물론 [세계수의 아주 작은 나뭇가지] 자체가 정확히 어떤 아이템인지도 모르고 있겠지만.
흐음. 어찌 되었건 그래.
저 [세계수의 아주 작은 가지]는 살아 있단 말이지. 나뭇잎도 초록색이고 집어 들면 싱그러운 향이 느껴져.
만약 아직 살아 있는 상태라면 이걸 ‘성장’시키면 어떻게 될까?
이걸 꺾꽂이라고 부른다지?
[던전 보상 아이템을 꺾꽂이하겠다고요? 주군?]
그래.
이상해?
[어… 주군은 역시 가끔 상상도 못 하는 방향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만약 이게 가능하다면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겠군요.]
그래. 천만 따봉짜리 아이템을 양산해 보자고.
뭐가 될지 한번 지켜나 보자.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주군.]
척량은 무언가를 열심히 검색하다가 입을 열었다.
[주군, 일전에 제가 추천드렸던 것과 함께 이것들도 구입하시겠습니까?]
[그림자 ? 300,000따봉]
등급 : 유니크 (성장형 F)
그림자라는 개념을 다루는 능력의 근원.
영적인 힘과 심상이 하나로 합쳐져 그림자라고 하는 현상을 이용하여 신이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그림자 주머니 - 50,000따봉]
등급 : 레어 (성장형 F)
그림자를 이용한 아공간을 만들어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마법사들이 만들어내어 소유하는 아차원 공간과는 다른 종류의 것.
-습득 조건 : 선행 스킬 [그림자]
[레시피 - 엘프의 성장 촉진제 - 10,000따봉]
등급 : 레어 (비성장형)
연금술을 가지고 있어야만 사용 가능한 비약 제작서.
엘프들이 사용하는, 수목을 더 빠르고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연금 비약.
그림자.
어찌 보면 특정 직업의 근원이 되는 능력이다.
전설적인 신투가 만들었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림자 훔치기]와는 별 상관 없는 스킬이긴 하네.
이걸 익히면 그림자 그 자체를 다룰 수 있게 된단다.
닌자 만화에 나오는 그림자 술법이나, 내 왼손의 흑염룡 같은 게 가능해지는 모양.
그리고 보니 [어둠 정령의 부름]과 [다크 블레이드]도 결국 그림자 계열 스킬이니 아마 뭔가 더 시너지가 있겠지?
[네. 더욱 강력해질 겁니다.]
거기다 영화에 나오는 빌런같이 그림자를 촉수처럼 뻗어서 움직이거나 하는 것도 가능한가 본데. 맞지, 척량?
[그렇습니다. 실제로 ‘그림자’ 능력을 가진 각성자들이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지요. 가장 유명한 것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섀도 맨’입니다만……. 허나 주군, 그런 능력적인 힘 때문에 이것을 추천드리는 게 아닙니다.]
알아. 더 중요한 건 그거잖아.
스킬 [그림자 주머니].
[예. 제가 인지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대용량의 보관이 가능한 아공간 스킬이 바로 이 [그림자 주머니]입니다. 주군의 앞길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스킬이지요.]
그렇군.
지금까지의 던전들은 사실 당일치기로 가능했다.
하지만 3성급 던전,
그러니까 최소 레벨 60대 이상이 들어가는 던전들은 그 넓이가 얼마나 방대한지 마치 하나의 세계 같기도 해.
때문에 어떤 헌터 팀은 며칠에서 몇 달까지 체류해야 하는 일도 존재하는데, 그런 던전은 클리어 이후 헌터 보조원들이 들어가서 전리품을 가져오는 것도 만만치 않지.
다행히 그렇게 넓은 던전들은 클리어 후, 포털이 열려 있는 시간도 꽤 길긴 하다만.
그러고 보니 옛날에 ‘독사의 늪’이라는 3성급 던전에서 전리품 수거하던 때가 생각나네.
그때는 방독면 쓰고 일해야 해서 숨쉬기가 참 불편했는데, 독기 때문에 필터도 3시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해서 참 고역이었어.
“그러면 전부 구입!”
따봉이 한꺼번에 쭉 빠져나간다.
특히나 스킬 [그림자]. 이건 양심 없이 비싸네.
그만큼 활용도가 높은 스킬이니 가격도 높게 책정된 모양이야.
[남은 따봉은 25만이군요.]
그래. 벌어도 벌어도 계속 쓴다.
투자라고는 하지만 목숨값이 이렇게 순식간에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니 좀 무섭기도 해.
스킬 북을 전부 익히고 나니 2개의 능력+연금술 레시피까지 전부 머릿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게 아닌가.
“역시 스킬 북은 사기야. 이러니 무공이 인기가 없지.”
그저 손을 대고 습득이라고만 말해도 그 내용을 전부 알고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장점이겠나.
‘우선 생각나는 대로 대충 해 볼까?’
마치 본능과 비슷하다.
물고기가 헤엄을 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없듯, 나도 자연스럽게 그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게 된다.
츠즈즈-
내 발밑의 그림자가 2차원의 평면 세계에서 3차원의 무언가가 된다.
입체감이 생기더니 촉수처럼 움직이기도 하고, 내 몸의 형태 그대로 본떠서 움직이기도 한다.
“이거… 꿈틀거리는 게 좀 징그럽네. 방송에 나오려면 좀 숙련된 다음에 보여 줘야겠는데?”
[네. 중2병 콘셉트는 꾸준히 인기가 좋았습니다만 징그러운 것과 중2병은 계열이 엄연히 다르니까요.]
그렇지.
둘을 같은 카테고리로 묶는 사람도 있지만 막상 중2병은 좋아하면서 징그러운 걸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반대로 징그러운 걸 보는 사람들 중에 중2병 라인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자알 갈라서 써야겠어.
계속해서 그림자를 다루고 다루고 다루다 보니 제법 샤프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고.
“오, 할 만한데?”
마치 팔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은 기묘한 감각.
흡사 손으로 만지는 것처럼 감촉을 느낄 수도 있다.
물론 맨손은 아니고 장갑을 낀 느낌이랄까.
[훌륭하십니다. 아무리 스킬을 습득했다고 할지라도, 아예 형상까지 바꿔 가면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문데!]
그럴 리가.
스킬 북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는 거 아니었나?
[주군께서 약간 오해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주군께서는 유달리 스킬 활용을 잘하십니다. 대부분은 이런 속도로는 힘들죠. 물론 무공 같은 스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요.]
그렇구나. 하긴.
헌터들도 자기가 각성한 능력을 활용하는 모양은 다 제각각이니… 그러면 나는 재능이 있는 거려나?
[세상에는 여러 방향의 재능이 있습니다만. 일단 어떠한 스킬을 스타일리시하게 발동, 활용하는 데는 천부적이십니다.]
오오!
그나마 다행인걸? 이거.
자, 그러면 이제 남은 건 나뭇가지인가. 문제는 재료네.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폰을 꺼냈다.
정하 그룹 자회사인 정진(挺進)의 헌터 보조원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재료 조달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된 거 대기업 기분 좀 즐겨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