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92화 (92/305)

제92화

퀘스트 완료 보상.

유니크 스킬 교환권. 나뭇가지. 그리고 결계석.

“정보 보여 줘.”

척량은 스킬을 사용해 나뭇가지를 판별하고는 곧바로 나한테 창을 띄웠다.

[세계수의 아주 작은 가지]

등급 : ?

분류 : 재료 / 장식물

세계수의 아주 작은 가지.

장식해 두면 주변을 정화하며, 순도 높은 마력을 생성한다.

10미터 범위 마나 회복력 100% 증가.

10미터 범위 상시 하급 저주 해제.

헐?

상상도 못 한 물건이 나오셨네?

아니? 여기서 이런 물건이?!

어이가 없어서 한참 반복해서 읽었네. 너무 대단하셔서 이걸 어디다 써야 할지 생각도 안 나는데.

[거기다 결계석까지 한다면 엄청난 소득입니다, 주군!]

맞아. 이건 도시 내부에 던전이 생겨나는 것을 방지하는 물건이니, 이거 하나면 주변 지역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게 가능하지.

물론 최근에는 결계석을 무시하고 던전이 발생하는 일이 생겨나고 있기야 한데, 뭐 그래서 어쩔 거야.

보강 안 할 거야?

각 나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결계석을 더 산다.’ 버튼을 달칵달칵 누르고 있으니 오히려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이 와 버렸다.

그래도 뭐. 글쎄다.

이번에 돌아가면서 들은 이야기인데, 결계석을 뚫고 생긴 던전은 ‘단발형 던전’이 많다고 했다.

100% 확신할 수는 없긴 한데 대략 그런 느낌이라고는 해.

[어째 인간들의 연구는 애매한 것투성이군요.]

뭐, 우리는 아직도 던전이 왜 생기고, 왜 각성자가 생기는지도 모르니까.

[그래도 주군의 동생분께 더욱 큰 도움이 되겠군요.]

“역시… 그렇지?”

[예. 2배로 회복이 가능하다면, 주 1회가 아닌 주 2회의 사냥이 가능해집니다. 그것만으로도 타인에 비해 2배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하니까요.]

좋아.

단순 계산으로 봐도 성장 속도가 2배 아닌가.

아, 이건 못 참지.

[다만 이 귀물을 노리려는 이들도 나올 겁니다.]

“그렇겠지.”

[그런 의미에서… 이제 이것을 살 때가 되었습니다.]

척량이 나에게 어떤 화면을 보여 주었다.

“흐음, 던전 들어가기 전에도 따봉을 그렇게 탕진했는데 또 사?”

[네. 단기간에 충전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아껴서 천만 따봉을 모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천만 따봉.

그걸 모아야 재생형 던전을 완전 소멸시킬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 현상에 관해서 그 이상의 비밀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

지금 우리에게는 그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나 천만 따봉을 모으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입니다. 게다가, 천만 따봉을 모으기 위해서 성장하시는 속도가 느려진다면 위기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차라리?”

척량은 엄격, 근엄, 진지한 표정으로 여우 주둥이를 열었다.

[더욱 성장하여서, 한 번의 영상으로 천만 따봉을 얻으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하나의 영상으로 천만 따봉이 가능해?”

그건 진짜 무리 같은데.

[예. 실제로 최상위권의 갓튜버 몇몇은 이미 해냈습니다.]

“세상은 넓고, 위인은 많구나……. 부러워라.”

그 따봉이 내 따봉이었으면.

[주군의 채널 성장세도 현재 무시무시합니다. 지금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며, 오늘의 영상으로도 이미 따봉이 30만을 넘었습니다. 누적된 따봉까지 합하면 현재 보유 따봉은 41만이나 됩니다. 생방송을 편집해서 올리면 더욱 올라가겠죠.]

진짜냐. 들어가기 전보다 따봉이 더 많이 늘었잖아?

나 분명 이래저래 따봉 엄청 썼는데…….

“무시무시한 성장세일세.”

[주군께서는 희망의 상징이시니까요. 오늘의 행위 역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하는 일이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이야기해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했을 뿐이야.”

세계가 조만간 개판이 된다는데 손 빨면서 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

하다못해 라면이라도 사재기하는 게 사람 심리인데 뭐라도 해야지.

“아. 사람들은 세계가 멸망할 거라는 걸 몰라서 그런 거려나.”

그래서 나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걸지도.

[그 말씀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그보다는 희소성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레벨 제한 던전에 제한 없이 들어가는 거?”

[거기에 더하자면, 쇼맨십도 있겠지요.]

흐음… 확실히. 그것도 옳은 말이야.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는데, 정예 던전이라고 하더라도 저레벨 던전이니 손쉽게 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더라고?

이것도 그 ‘튜토리얼’이 끝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인가?

[그동안 ‘깨지 못할 던전’은 없다고 했는데, 아직까지는 틀림은 없어 보입니다, 주군. 하지만 깨기 위해서는 인류가 단합해야겠지요. 계산상 인류가 하나로 뭉쳐서 각 나라의 20레벨 이하 유저들을 모아 서로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유한다면 두세 번 트라이 만에 깰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인류가 뭉쳐서 정보를 공유하고, 하나가 된 마음으로 진격한다라.

고전 SF 소설에서 인류가 하나의 통합 정신체로 진화하여 지구를 떠나는 엔딩이 있긴 했는데, 보통 그건 인류가 끝인 거니까.

그 이후에 나왔던 로봇 만화들을 보면 그래요.

하나로 통합되어 한마음 한뜻으로 사는 순간 그건 인류가 아닌 거예요.

수십억의 인구가 있으면 수십억의 ‘싫어’가 존재하고. 또 수십억의 각자의 사정들이 있는 겁니다.

결국 태어난 순간부터 각기 다른 성격과 각기 다른 신체와 각기 다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서.

어릴 때는 부모에게 빼액거리고, 크면 회사를 상대로 월급을 루루팡 루루피 루루얍 하는 것이 본성.

그런데 인류가 통합하여 생존을 위해 한 목적, 한뜻으로?

“다른 차원 종족들은 어때? 그쪽도 통합하나?”

[따봉 상점에 올라온 상위급 스킬들로 추론했을 때, 엘프와 드워프가 있는 판타지 쪽 차원은 무사히 살아서 다음 단계로 넘어간 것 같고, 수인족 차원이나 마도공학 쪽 차원도 무사히 튜토리얼 단계를 넘어간 것 같습니다.]

엘프와 드워프가 막판에 뭉치고 뭐 그런 건가?

[그쪽은 모두 평균 수명이 우월하며 태어날 때부터 마력을 다루고 있어서 애초에 같은 레벨도 인간과 차원이 다를 걸로 추측됩니다.]

수인족은 뭐, 늑대인간, 뱀파이어 이런 쪽일 테니 말할 것도 없을 거고.

마도공학은 이미 우월한 SF 기술을 가지고 있을 거고.

지구만 불리한데? 우리는 끽해야 수명이 100살이고, 달에 몇 번 다녀오고 화성 로켓을 쏠 수 있나 없나 하는 게 전부라고.

[화합을 하면 가능합니다. 곤충형 종족의 경우 오버마인드가 판매하고 있는 스킬 북을 봐서는 모두의 의지를 하나로 통합하여 승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미처럼 말이지?

그런데 인류는 개미도 아니야.

우리는 사람의 수만큼 자신의 세계가 공고하며, 죽을 때까지 평생 외부 세계를 밀어내며 살 테니까.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네.]

척량은 입을 다문다. 그 뒤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결말이겠지.

솔직히 나 같은 일개 인간이 인류의 장점을 어떻게 알겠냐.

다른 종족과 싸울 수 있는 인류의 무기가 과연 무엇인지도 모르겠어.

척량이 말했다.

[주군, 한 가지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음?”

[인류는 백 년밖에 살지 못하고, 고작 종잇조각에도 피가 나며, 그렇게 다친 상처가 일주일을 가는 연약한 존재지요. 그리고 한 번에 많은 자식을 생산하지도 못합니다.]

음, 그래 나도 알아.

그래서 지금 이 튜토리얼이 끝나 가는데도 튜토리얼조차 어쩌지 못하고 있잖아?

[그렇기에 희로애락이 더 강렬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호오?

[인간은 매 순간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투쟁하며 살아갑니다. 이족 보행을 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도 긴 데다가, 그 이족 보행을 하기 위해 백 번은 넘게 넘어지지요. 결국 인류는 주어진 수명 동안 끊임없이 갈망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기뻐할 수밖에 없는 육신을 가졌습니다.]

감정인가.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

세계는 이토록 거대한데?

[그 감정이 따봉이 되어 들어오지요. 기계로 갓튜브 ‘좋아요’를 누른들 따봉은 오르지 않으니까요.]

실험해 보니 그랬다.

매크로로는 따봉이 오르지 않는다.

영상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낀 사람이 눌러야만 가능했으니까.

대단할 것도 없다.

그냥 ‘이거 웃기네~’ 하는 가벼운 감상으로도 충분. 하지만 감정 없는 기계로는 아예 이게 불가능.

거기다가 라이브 같은 건 감동을 잘 받는 사람일수록 그것만으로도 따봉을 더 잘 줬지.

[아프기에 인류는 열망합니다. 고되기 때문에 인류는 갈망합니다. 인류는 결코 통합될 수 없으나 하나의 음악이 세대를 거쳐 수백 년 동안 누군가를 감동시킬 수는 있습니다.]

척량은 갓튜브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는 아이를 보여 준다.

‘아이의 지능을 올려주는 클래식 음악.’

머리가 더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기는 분명 웃고 있었다.

그렇군. 어찌 보면 갓튜브야말로 진정한 인류의 무기인가.

[음… 넓게 보면 비슷한 면이 있지요. 원하는 것을 검색할 수 있고, 즉시 볼 수 있고, 감정을 빠르게 소진할 수 있습니다. 갈망할 수 있고요.]

그렇군. 사람들의 갈망을 모아서.

그래. 결국은 세계를 구하려면 슈퍼갓튜버가 되어야겠구나.

웃기지만 앞으로 뭘 해야 할지는 확실했다.

[옛 현자의 말로 사람의 안에는 소우주(小宇宙)가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각각 작은 신이 들어 있다고.]

아직 마력&내공은 절반이 남았다.

그리고 나한테는 이 세계수의 가지가 하나 있고.

새벽이 다 가기 전에 전부 회복할 수 있으리라.

남들보다 더 많은 수의 던전을 ‘처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처리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갈망해 준다면, 그렇다면…….

음, 답은 역시 모공 관리인가.

그때 잡았던 식물계 몬스터가 미용에 좋다던데 이놈으로 김치를 담가야겠어.

촤아악!

욕조 밖은 언제나 춥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나.

여기서 천년만년 누워있을 수도 없으니까.

튜토리얼 밖의 세상도 이럴까. 문득 궁금해지는군.

* * *

“형. 나 왔어.”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무척이가 돌아왔다.

이 녀석은 요새 꽤나 바쁘지.

[죽음을 거부하는 자의 신전]에서 돌아온 이후, 계속 어딘가를 오가고 있었으니까.

거기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혼자 던전에 다니는 것도 이제는 말리지 않고 있고.

물론 싫어하는 기색이긴 하지만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는달까.

그만큼 나를 믿는다고 봐야 하는 걸까.

“어, 왔…어?”

그리고 뭔가 섬뜩하고 이질적인 감각이 귀 뒤로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닌가.

무척이가 뭔가 변한 것 같다?

[주군께서 초절정에 이르셨기 때문이지요. 격이 오르셨기에, 과거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감지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오우, 그렇군.

이게 바로 기감(氣感)의 효과인가 보네?

단순히 주변의 적을 레이더처럼 찾아내는 것만이 아니었구나.

상대가 가진 힘도 어렴풋이 감지할 수 있는 거.

무협지 주인공은 이런 느낌을 늘 달고 살려나? 조금은 으쓱해지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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