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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85화 (85/305)

제85화

그때 척량이 ‘주군! 보십시오!’라면서 나만 볼 수 있게 시스템 창을 슬쩍 띄워 주었는데 눈이 튀어나오는 줄?

“그러면. 이걸 쓰면 엄지척 씨의 능력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어어, 그거 아무리 봐도 쉽게 구하기 어려운 것 같은데 그냥 넣어 두시죠.”

……100만 따봉짜리 물건이십니다.

척량이 따봉 상점에서 찾아서 보여 준 게 이거다.

아니, 이 인간은 어디서 100만 따봉짜리 귀물(貴物)을 들이밀고 난리야?

따봉이 100만 정도면 헌터 상점에서는 얼마나 포인트를 요구할지 끔찍하구먼그래.

돈으로는 살 수 있나?

가끔 몬스터가 드롭이야 하겠지만, 저 정도 급 절대 계약은 보스 정도가 아아주 낮은 확률로 도로록 토하지 않나?

일단, 이 인간이 나한테 진심인 건 알 거 같아.

아마 내가 확실히 특이 케이스라 그런 거겠지?

그러면 적당히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 것 같긴 해.

척량은.

[음……. 가끔 섬뜩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일단 주군께 충심을 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어… 이놈이 나한테 진심이라는 건 알겠구먼.

확실히 특이 케이스이긴 하지. 이 판국에 나는 20레벨 제한 던전을 갈 수 있다고 말하는 미친놈이 우리 팀에 있다?

그것도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비싼 돈으로 들여온 루키다?

내가 사장이라도 눈 돌아갔을 거다.

자, 그러면 적당히 이야기를 하긴 해야겠군?

믿음을 먼저 보여야 할 테니까?

“이렇게까지 하시니, 일단 오늘 오신 김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절대 발설하지 않을 테니 염려 놓으셔도 됩니다.”

띠링-

-조력자, 정지한이 당신의 신뢰에 기뻐하며 서포트를 할 준비를 합니다.

-3따봉을 받았습니다.

……이 정도로 감동받을 줄은 몰랐어.

“음. 일단 저는 레벨이 1입니다. 여기서 오르지 않고, 고정되어 있죠.”

내 말에 그의 눈이 뱀처럼 가늘어졌다.

의심하는 건가? 하긴, 레벨이 오르지 않는 헌터라는 게 말이 되나.

나라도 못 믿을 거 같긴 하네.

이윽고 그가 확인하듯 입을 열었다.

“지척 씨께서 거짓말을 하실 이유는 없을 테니,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각성하신 거겠군요. 전 세계에서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종류의 능력. 맞습니까?”

으음, 거기까지는 역시 추측해 내는군.

예상은 했지만 이런 사람이 얼마 전까지는 정하 그룹 망나니였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더 자세한 건 밝히기 곤란하지만……. 으음, 레벨과 관계없이 능력치는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갓튜브 소셜 스타].

여러분의 따봉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는 중입니다.

기왕 이런 미친 직업을 얻은 김에 진정한 관종이 되어 세계를 구원해 보려고 하는데 어찌 생각하시는지.

‘알게 되면 악용이 심한 능력이지.’

약점도 분명하다.

아무리 던전을 간다고 한들 사람들이 엄지를 눌러 주지 않으면 나는 성장하지 못하니까.

뭐 이런 개꿀 견제 헌터가 다 있나 싶을 거다.

그래도, 원래 내 손의 로열 스트레이트 플래시도 몰라야 판돈을 올릴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러니 입을 조개처럼 딱 다물고 있을 수밖에.

“상상 이상이시군요… 확실히 일전 [죽음을 거부하는 자]의 신전에서도 대단한 능력을 보여 주셨었죠. 그러면, 능력치는 어느 수준이십니까?”

사실 계약상 능력치 수준 정도까지는 가르쳐줘야 한다.

다른 파티원들과 합을 맞춰야 하니까.

다른 파티원들도 목숨이 걸려 있는데 기본적인 것도 가르쳐주지 않으면 이 새끼는 조별 과제를 할 마음이 없는 새끼 아닌가.

다만 일전에 신전을 클리어하고 난 후, 상승한 능력치를 아직 회사에 업데이트하지는 않았었지.

“체력 B, 근력 B, 민첩 C, 마력&내공 B, 매력 B, 지능 D인 상태입니다.”

매력은 C였다가 패시브 미용 스킬인 [백면공자] 효과에 따봉 포인트를 조금 더 투자해 B까지 만들었다.

중2병도 잘생기면 콘셉트가 되는 법.

미친놈 춤사위도 미남이 하면 콘셉트로 보이는 게 사람 심리 아닌가.

“60레벨 후반대의 능력이시군요. 과연 대단하십니다. 매력이 높은 게 독특하군요.”

그렇지.

솔직히 어느 헌터가 매력을 찍겠나.

당장 체력, 근력, 마력, 민첩, 지능 올리기도 빡빡한데.

그 헌터가 바로 접니다.

“제가 타고나기를 잘생겨서 그렇습니다.”

“……네. 그렇군요.”

더는 묻지 않으니 왠지 경멸스럽군.

날 때부터 잘생긴 새끼는 이래서 안 되는 거야.

“아무튼, 이 정도 능력치면 1성급 던전은 혼자 클리어 가능할 수 있겠죠? 그러니, 다녀오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당장 긴급으로 정부 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회사의 지원 팀 역시 그쪽에 보내 두겠습니다.”

그래. 정부야 당연히 오케이겠지.

조만간 20렙 이하 쪼렙 삐약이들로 인신공양하게 생겼는데 찬밥 더운밥 가리게 생겼나.

“그러면 용무는 끝인가요?”

내 말에 정지한은 기가 막힌지 잠깐 말문이 막힌다.

뭔가 물어보려다가 결국 한숨을 쉬더니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그 던전에는 화염 속성의 능력을 미리 준비해 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밖에 차가 준비되어 있으니……. 네. 바로 가셔도 되겠군요.”

내가 미리 싸둔 장비를 보이자 그는 말리는 것을 포기했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뭐, 약속의 의미로 악수를 한 번 하고.

그대로 밖으로 나섰다.

이제 긴말할 게 더 있나?

목표는 여의도에 새로 생긴 1성급 특수 던전!

이걸로 다시 따봉을 잔뜩 받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천만 따봉 스타. 가보자고!

* * *

-말린다고 해도 갈 거지? 그러면 사지 멀쩡하게라도 다녀와. 절대로 방심하지 말고. 형.

던전으로 향하며 무척이 녀석에게 그래도 톡을 했더니, 바로 답장이 오는군.

아예 말없이 가려고 했는데 그건 사람 도리로 할 짓이 아닌 것 같아서 말이지.

‘이 녀석도 고생 중이지.’

자세히는 모르나 이 녀석도 특이 직업인 [기록사]인 이상 보통 헌터와는 다른 방식의 수련을 해야 하는 건 알고 있으니까.

뭐, 마침 딱 나가 있는 사이에 일을 벌이니 쪼오금 내가 치사하게 느껴지긴 하는데.

별수 있나?

그렇게 폰을 끄려고 하는데 다른 동료들에게도 일제히 톡이 왔다.

-레벨 제한에 아직도 안 걸린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대단하십니다. 그래도 방심하지 마시고 잘 다녀오십시오.

이거는 정지벽.

-우와. 그렇게 강했는데도 아직 레벨 20 미만이었어요? 진자 슈퍼~ 아니, 하이퍼 루키였네요. 그래도 방심은 절대 금물! 아시죠?

이거는 별하나.

-형제님께서 무사히 돌아오실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겠습니다.

이건 성광.

그랬다.

밥 한 끼 같이 먹었던 것뿐인 사이도 걱정이 되는 게 사람 마음인데, 심지어 생사를 나눈 전우들.

가슴 한편이 국밥이라도 먹은 것처럼 뜨끈해지는걸?

그렇게 동료들의 문자를 하나씩 확인하다 보니, 어느샌가 던전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내렸다.

“엄지척 헌터다!”

“엄지척 헌터! 레벨이 아직 20 미만이라는 게 사실입니까?”

“엄지척 헌터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과거 2성급 던전인 놀 던전을 솔로 클리어하셨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신 겁니까!”

아우성치는 기자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었다.

그걸 본 척량이 투덜거렸다.

[정말 빠르군요. 이 시대의 기자라는 존재들에게는 정말 감탄했습니다.]

공무원 쪽 누군가가 아마 기자와 끈이 닿았겠지. 아니면 정지한이 이끄는 헌터 보조원들과 각종 서포트 인력들이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추측이야 가능할 거고.

[그런 자들이 재벌가 헌터들은 왜 그리 빨아준답니까?]

맹견도 밥 주는 사람을 물지는 않거든.

거기다 일반 기자 정도는 각성자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릴 수도 있으니.

뭐, 그런 거지.

의로운 사람은 오래 살기 힘든 시대니까.

“물러서십시오. 공무 중입니다.”

“물러나시죠!”

그리고 그런 기자들을 경찰들이 막아내고 있었다.

도심지 내 던전의 경우 특별 관리 대상이기 때문.

그런데 경찰 외에 다른 이들도 우르르 온다.

큰 덩치, 검은 선글라스에 슈트를 입은 사람들이었는데, 정지한이 동원한 인력인 듯싶었다.

그나저나… 아직 시간은 넉넉하지 않나.

잠깐 멈추어 섰다.

그러고는 최대한 안면 근육을 당겨서 예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무척이 말로는 아이돌 미소라고 하던가.

이상한 소리지만, 웃음도 연습이 필요하더라.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려면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웃어야 하니까.

거울 앞에서 수백, 수천 번씩 연습한 미소를 탄창에 넣고 매력 B 방아쇠를 당긴다.

Fire!

“잠시만요. 짧은 시간이나마 질문 몇 가지는 받고 들어가겠습니다.”

내 말에 경찰들도, 그리고 경호원들도 적절하게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기자들이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얼굴을 붉힌 사람도 있는 걸 보니 역시 매력 B가 쵝오시다.

나중에 A급, S급 매력이 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구만.

물론, 이 이상은 따봉이 너무 들어서 무리고. 이제는 나도 체, 근, 민, 마, 지에 투자해야겠지만.

“우선 저에 대해서 관심 가져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시간 관계상 세 분의 질문만 받겠습니다.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약간 의외라는 표정으로 술렁거린다.

‘음, 각성병 한창일 루키가 기자에게 잘하기 쉽지는 않지. 그래도 나를 몇 번 촬영해 본 기자는 태연해 보이는걸?’

그래도 기자들이 따봉을 바로 주지는 않는 걸 보면 내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별로 없……나 보군.

그렇다는 말은 밥을 주는 주인이 별로 나를 안 좋아하나 봐?

-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기자들에게서는 따봉이 안 들어오지만, 어디선가 정체불명의 따봉은 들어오고 있는 게 아닌가.

뭐지?

[주군. 현재 카메라 몇 개는 생방송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아마도, 방송을 보는 이들의 따봉인 것 같군요.]

아하, 이런 식으로도 들어올 수 있구나?

내가 나온 방송에 ‘좋아요’를 누른다거나 하면 합산이 되나.

[신규 버전 업 때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좋아좋아. 할 만하군.

“예. 그러면. 여기 기자분 먼저.”

“R일보의 김서기 기자입니다! 현재 레벨이 어떻게 되십니까!”

“20 미만이라는 점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러면 다음 분은…… 저분.”

바로 답변하고 넘어가자 김서기 기자는 ‘아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표정을 지으며 아쉬워했다.

어쩔 수 있나, 질문이 짧으니 답도 짧을 수밖에.

“A미디어의 박민재 기자입니다! [죽음을 거부하는 자]의 신전 공략 영상이 세간에서 화제인데요. 그렇다고 해도 20레벨 제한 던전을 솔로로 도전하는 건 무모한 게 아닌가 하는 여론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충분히 자신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제가 여기에 진입하는 건 자살하는 게 되겠죠. 자, 그러면…… 다음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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