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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81화 (81/305)
  • 제81화

    [따봉은 아깝군요.]

    “그러게.”

    뭐 그렇다고 해도 정지한이 재빨리 구입한 [묵직함의 태도] 덕에 나는 이미 부자다.

    정지한이 가지고 있는 개인 루트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단기간에 200자루가 넘는 태도들을 모으는 건 불가능했겠지.

    ‘중간 수수료라도 챙겨 간다고 하면 그러라고 할 텐데 말이지.’

    오히려 나보고 구매 원가대로만 받아가겠다고 했다.

    돈을 많이 벌었으니 이 돈으로 더욱 강해지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상한 녀석이네.

    이놈도 혹시 돈으로 나를 조련하려는 건가?

    그렇지 않아도 500만 원과 10만 원을 왔다 갔다 하는 [A/B]를 보고 있으니 정신이 혼미해지던데.

    부자 놈들 속은 모르겠다.

    거기다가 그 범죄자들을 정지한이 데려갔으니까 제법 좋은 보상을 가져오는 건 확실하겠지.

    “그러고 보니까, 언데드 던전 토벌 건에 대한 보상은 아직 안 들어왔겠지?”

    [언데드 던전을 다녀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았습니다, 주군. 아직 조율 중이겠지요.]

    “하긴.”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시간.

    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무척이 녀석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자, 그러면. 순서대로 할까나.

    욕실로 들어가 탕에 물을 받기 시작.

    그대로 장비를 벗어 장비 전용 세척기에 넣어 준다. 그러고 나서 냉장고로 가서 캔 맥주를 하나 꺼낸 다음 욕실로 들어와 탕에 퐁당.

    “어으, 시원하다.”

    그리고 캔을 따서 목에 드링킹!

    “크으…….”

    시원한 맥주 거품이 쿠아아아 식도를 쓸고 내려간다.

    이게 어른의 즐거움이지.

    집에 와서 늘어지는 기분으로 맥주 한 모금 하는 낙. 좋구나~

    [아직도 주군의 그 시원하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차갑다는 뜻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만.]

    냅둬. 이건 한국인 종특이니까.

    [그러면, 이번 점검으로 앞으로의 전투 방식은 확실해졌군요.]

    맞아. 일단 첫 공격은 모노 바이크로 들이받고, 그다음 역소환.

    칼을 빼들고 근접전 시작.

    염력 화살과 그림자 빼앗기, 염혼염동으로 보조하면서 싸우기의 연계.

    [확실히 강력합니다.]

    그거면 된 거지.

    내가 그렇게 날뛰는 동안, 정지벽 씨가 어그로 끌면서 탱킹해 주시고 다른 동료가 두드려 패면 되니까.

    “그러면, 다음에 할 일은?”

    [따봉 포인트가 아닌, 돈으로 장비와 스킬을 구하시는 일이 남았습니다.]

    따봉 상점.

    장비도 팔고, 스킬도 판다.

    장비는 따봉 상점에서 산 적이 거의 없는 이유는 스킬이 우선이기 때문.

    사실 따봉으로 장비를 사는 건 낭비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냐면, 장비는 현실에서도 구할 수 있으니까.

    물론 스킬도 현실에서 돈으로 구할 수 있긴 한데, 현실에서 구할 수 있는 스킬은 그 수가 적고 가격도 비싸다.

    실제로 던전에서도, 아이템보다 스킬이 더 희소하게 떨어지니까. 그래서 장비는 어지간하면 돈으로 사기로 계획하고 있었다.

    “아직 시간 남았는데 쇼핑이나 조금 하러 갈까? 나 돈은 얼마 있어?”

    [현재 계좌에 있는 금액은 126억 원입니다.]

    “와……. 아니. 언제 그렇게 큰돈이 들어온 거지? 아직 [묵직함의 태도]도 다 안 팔았는데.”

    [언데드 던전 토벌 때의 금액으로 100억 원 포상금이 들어왔었습니다. 선지급이었으니까요. 나머지 26억은 전리품을 처분한 금액입니다. 그러니까 아직 정산이 더 남아있는 거죠.]

    “비싼 아이템도 살 수 있겠네… 거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연금술까지 더해버리면……. 와우.”

    새삼스럽지만 놀랍다.

    이래서 다들 목숨 갈아서 던전 들어가는 거구나.

    각성자가 되고 싶어 하는 거고.

    빈부 격차가 심한 건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

    브라질 같은 곳은 카르텔이 모든 것을 독점하고자 했다가 카르텔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각성자가 되어 그런 카르텔을 뒤집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카르텔을 만들었지.

    미국은 래퍼보다도 이제 헌터가 더 많이 번다.

    각성자가 기업이 되는 세상.

    내 목숨을 태운 가격이 이 정도라면… 음, 소시민은 만족스럽군.

    하지만 안주할 수는 없겠지.

    앞으로 세계 멸망이라는 기묘한 소리를 들어버린 터라.

    증거도 없으니 이걸 말한들 다들 믿어 주지는 않겠지만 여하튼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이런 나라도 계속해서 준비해야지.

    [인터넷을 뒤져 볼까요?]

    “부탁할게.”

    스킬을 확인했으니, 다음은 장비. 그리고 그다음은… 더 강해지는 것.

    그걸 생각하며 맥주를 즐겼다.

    * * *

    욕탕을 나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트레이닝 룸으로 향했다.

    이 집은 이게 좋다.

    센터까지 갈 필요 없이 집 안에 트레이닝 룸이 구비되어 있어서 내 스킬이 노출될 필요가 없으니까.

    뭐, 전 주인은 죽었지만 말이지.

    하지만 대한민국 서울 집값을 생각하면 귀신도 안 무섭다.

    오죽하면 재건축 기다리는 아파트도 [서울 시장 각성하라!], [조망권을 돌려놔라!]라고 외치는 피의 현수막 옆에 몬스터 방비 시설만은 최신식으로 설치하고 있지 않나.

    그리고 그 모습을 뭣도 모르는 외국인 기자가 빈부 격차라고 올렸으나, 한국인들의 눈에는 아직 안 긁은 복권과 긁은 복권 차이일 뿐인 것이에요.

    ‘올해도 은M아파트는 아직도 재건축이 안 되고 있지.’

    입주민 위원회의 엘더 각성자들이 서울시장 인형을 화염 스킬로 불 지르는 모습은 언제나 봐도 장관이다.

    물론 갓튜브 후원금도 받고 있다.

    돈 많은 집이 더함.

    아무튼, 귀신보다 서울 집값이 더 무서운 고로.

    소시민은 정지한에게 잘 빌붙어 이 펜트하우스에서 안 죽고 꿀이나 빨아 볼 예정이에요. 하와와와.

    트레이닝 룸은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탕탕-

    시험 삼아 발을 굴러 봤는데 소리가 울리지 않는다.

    바닥 충격을 흡수하는 재질인 듯?

    전 주인의 위치를 생각하면 비싼 거겠지.

    내 통장에 꽂히는 돈이 얼만데. 이 인간은 죽을 때까지 그렇게 벌었을 거 아닌가.

    “후웁.”

    마음을 가라앉히며 천천히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느릿느릿 사지를 움직여 나갔다.

    무공은 귀찮다.

    스킬로 등록하고 끝이 아니라 결국 그 요체를 몸이 익혀야 한다.

    단순히 스킬을 많이 사용해서 숙련도 수치를 올리고 끝나는 게 아니지.

    그놈의 ‘심득’이라는 게 현대인에게 있어 한없이 비효율적으로만 느껴지니 원.

    건곤신공들을 모아서 혼원건곤신공으로 바꾸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것들을 다시 내 것으로 만들려면 얼마나 더 걸리려나.

    나한테 과연 재능이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건 똑같으니. 음.

    그래. 삶이란 그런 거겠지. 매일 시험공부를 하듯이, 회사 출근을 하듯이.

    평범하게 사는 것보다 딱히 더 힘들 것도 덜 힘들 것도 없는 삶이다.

    하는 일이 다를 뿐, 우리는 늘 마음 한편으로 죽음을 파묻으며 살아가지 않나.

    이것을 잊어버리는 순간, 헌터는 타락하고.

    나 같은 사람들이 그들의 시체를 치우게 된다.

    [주군, ‘물건’을 찾았습니다.]

    깊은 명상을 깨고 척량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벌써?”

    [예. 보시지요.]

    방송 촬영 스킬을 응용하면, 인터넷에도 접속이 가능하지.

    그걸 이용해 척량이 내 앞에 화면을 띄워 주었다.

    이렇게 하면 내 마력도 소모되고 화면도 뒤가 비치듯 반투명해서 오래 보면 눈이 아파. 빨리 보고 끝내야지.

    헌터 마켓.

    헌터들이 자주 사용하는 글로벌 최대 거래 사이트.

    경매도 하고, 단순 판매나 구입도 있다.

    [주군께서 현재 가지고 계신 자금으로 살 수 있는 아이템들 중에서, 가장 적절한 것들입니다.]

    여러 아이템들이 목록에 올라와 있었다.

    그것들을 주욱 내리면서 읽어 보니, 척량이 준비한 게 뭔지 알 것도 같네.

    신체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물건들이군. 이거.

    [강완(强腕)의 팔찌 - 가격 34억 원]

    등급 : B+

    분류 : 장신구 (아티팩트)

    오우거의 힘을 담아내기 위한 마법이 서린 팔찌.

    무조건 근력을 15% 상승시켜 준다.

    (근력 S 이상은 +30으로 적용된다.)

    [넉넉한 피의 목걸이 - 가격 12억 원]

    등급 : A

    분류 : 장신구 (아티팩트)

    다른 차원의 어떤 세계는 뱀파이어가 지배하고 있는 세상이다. 그들은 욕망을 절제하지 못해서, 세계 전체가 뱀파이어로 넘쳐나게 되었다. 뱀파이어들 서로의 피는 그들의 식욕을 돋우지 못할 정도로 맛이 없기 때문에, 피를 만들어 내는 반지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

    미착용 시 시간당 1리터의 피를 계속해서 만들어 낸다.

    착용 시 착용자의 피의 양을 증가시켜 준다.

    [두 번 타격하는 장화 - 가격 67억 원]

    등급: B+

    분류 : 신발 (아티팩트)

    다른 세계의 시간의 신과 공간의 신이 언젠가 심심해졌는지 만들어 낸 보석이 달린 장화.

    15% 확률로 착용자의 공격이 두 번 타격한다.

    “강완의 팔찌랑 두 번 타격하는 장화는 알겠는데, 넉넉한 피의 목걸이는 무슨 이유로 목록에 넣은 거야?”

    [회복에 관한 능력 때문입니다.]

    “회복에 관한 능력?”

    [예, 주군. 트롤의 신체의 경우 다른 능력과 함께 트롤의 재생력을 얻게 해 주는 능력임을 이미 알고 계시겠지요?]

    “그랬지.”

    [그 재생의 비밀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시죠.]

    “트롤의 재생력의 비밀은… 그 피에 담긴 트롤 특유의 마력……. 아!”

    [그렇습니다. 피를 매개로 해서, 트롤은 강력한 재생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주군도 스킬 효과로 그와 비슷한 능력을 손에 넣으셨습니다만, 트롤과 다른 점이 존재합니다.]

    “실질적인 피의 양이 적다?”

    [예. 트롤은 체구가 크고, 피를 따로 저장하는 장기도 인간에 비해서 몇 배나 더 거대합니다. 그러니 재생을 함에 있어서 체력이 인간과 다르게 크게 소모되지 않지요.]

    와, 머리 잘 돌아가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트롤 관련 아이템과 스킬이 두 개다.

    [트롤 재생력의 반지]

    등급 : B

    분류 : 반지 (아티팩트)

    장착자에게 트롤의 재생력이 깃든다. 어떤 상처든지 빠르게 회복시키며 지치지 않는 스태미나를 선사한다.

    장착 시 전 능력치 +3

    체력 회복 속도 +10%

    최대 체력 +10%

    힘 +10%

    [트롤의 신체]

    등급: 에픽 (비성장형 B+)

    트롤의 힘, 근력, 방어력을 얻습니다. 질기고 단단해진 피부는 소총탄 정도는 막아낼 수 있습니다. 트롤의 재생력으로 상처 역시 빠르게 회복합니다.

    트롤 힘/근/방 = B

    회복력 = A급 치유 주문

    트롤의 신체 스킬은 힘, 근력, 방어력이 트롤 이상으로 올라가기 어렵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헌터 몸뚱이가 트롤급만 되어도 엄청나긴 하지.

    [그동안 상처 회복은 되나 탈력감이 들었던 것은 그만큼 피를 소모하기 때문입니다. 트롤과 같은 신체니까요. 트롤이 회복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강제로 몸을 치료했으니까요.]

    그렇군.

    여기에 아예 [넉넉한 피의 목걸이]까지 합쳐서 상승효과를 노린다?

    [네. 그렇죠. 피를 자체적으로 증가시켜 주고, 계속해서 생성해 주니 얼마든지 재생을 해도 체력 소모가 없어지는 셈입니다!]

    “걸어 다니는 힐링 포션이 되는 거네?”

    [음…… 그보다는 진정한 인간 트롤이 되는 셈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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