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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76화 (76/305)

제76화

“그러면…… 이 상태로 염혼염동 발동.”

지잉!

머리가 뜨거워지는 느낌이 난다.

그리고 그간 존재하지 않았던 감각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염감각(念感覺)이라고 해야 하나?

나를 중심으로 나에게 보이지 않는, 어떤 느낌이 감각으로서 주변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박쥐가 초음파로 주변을 분별한다면 이런 감각일까?

염혼염동은 기본적으로 염동력을 쓸 수 있게 해 주는 스킬이다.

이렇게.

“호잇.”

둘X 같은 포즈로 스킬을 사용.

우우웅.

부서진 바위 골렘의 잔해가 하늘로 떠오른다.

그 상태로…… 정신을 집중한다.

삐릿. 삐리릿.

요상한 소리가 나면서 골렘의 바위 덩어리 표면에 새하얀 젤라틴 같은 게 생겨났다.

그리고 그것은 바위를 휘감고 철퇴 모양으로 변했다.

염혼염동으로 만들 수 있는 물질인 엑토플라즘.

염력을 받아서 단단해지고, 유연해지는 만능 물질!

물론 스킬이 해제되면 흩어져 사라진다.

“이거는 조금 더 궁리를 해 봐야겠는걸. 어떻게 쓸지 딱 하고 감이 오는 게 아니야.”

막상 써 보려고 하니 장난감 쪽이 더 쓰기가 좋고, 염혼염동 쪽이 훨씬 난이도가 높다.

역시 스킬 설명만으로 그 능력을 짐작하는 건 위험한 일인 거지.

[예.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주군. 제가 관련 정보를 수집해 놓겠습니다.]

“고마워.”

[별말씀을요.]

“다만… 당장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생각하면 제법 쓸 만할지도.”

[어떤 계책이십니까?]

“계책이라니. 그냥 평범한 거야. 내가 움직이는 동안 염혼염동을 내 몸…….”

[주군! 습격입니다!]

내 목덜미에 있던 척량이 갑작스럽게 소리치더니 뛰어올라 몸을 부풀린다.

그런 척량의 몸에 외날의 도끼 하나가 날아와 충돌했다.

콰앙!!

도끼가 척량의 몸통에 박혀 들었다.

피가 흐르지만, 척량은 고통을 참아내며 비명도 지르지 않고 내 앞을 막아선다.

으아아아! 내 여우! 내 반려 애동!

[주군,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진짜 여우가 아니오라…….]

“실프의 축복! 실프의 회복!”

즉시 회복기와 버프 기술을 사용.

척량을 치료하는 한편 척량의 앞으로 나갔다.

저 황야 멀리에서부터 처음 보는 두 명이 걸어오고 있다.

한 명은 한 손에 방금 척량이 맞은 것과 같은 손도끼를 들고 있고, 머리에는 두툼한 오토바이 헬멧 같은 걸 끼고 있다.

옷은 던전에 드나드는 각성자 전용의 전투복.

그 뒤에는 역시 각성자를 위한 전투복에 지팡이를 들고 있는 사람이 서 있다.

“척량아. 상처는?”

[회복되었습니다. 고통은 남았습니다만… 저는 소환수이기에 이 정도 회복이면 곧 상처가 사라질 겁니다.]

그런가. 다행이네.

그나저나… 이건 아무리 봐도 그거지?

[예. 빌런입니다.]

-갓튜브와의 접속이 끊어집니다.

-갓튜브로의 방송 송출이 불가능합니다.

동시에 방송 송출 불가 메시지가 생겼다.

외부로의 통신이 끊어진 상황.

이걸로 확실해졌다.

‘그쪽에서 일부러 스킬이든 뭐든 써서 방송을 끊은 것 같아 보이는데……?’

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흉흉한 기색만 봐도 알겠다.

이유야 뻔하지.

나를 죽이려고 온 놈들 아니겠나.

이 미친 세상에서는 살인이 꽤 빈번하다.

물론 밝은 대낮에 도시에서 살인이 일어나는 일은 흔치는…… 않지만…… 물론! 가끔 그런 미친놈도 있기야 하다만.

보통은 이런 던전 안에서 살인이 일어난다.

증거가 거의 남지 않으니까.

그나저나.

이놈들은 세 가지 중에서 어떤 방법으로 기어 들어온 걸까?

던전의 입구는 정부에서 보낸 공무원들이 지키고 있다.

던전 출입 문제는 몹시 예민한 문제니까.

게다가 꽤 많은 던전들이 헌터가 들어가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닫힌다.

이번 던전이 그랬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는 거다. 그래서 들어온 거고.

그렇다는 건 이놈들이 내가 들어오고 던전이 닫히기 전에 몰래 들어왔다는 건데.

공무원을 매수하고 들어온 걸까?

아니면, 공무원들의 눈을 피해서 들어온 걸까?

그도 아니면 공무원들을 죽이고 들어왔나?

세 번째 경우는 한국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빈번하다고 들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무리지.

이 좁아터진 한국 땅에서 이들 전부를 죽이거나 난동을 부리고서 한국 땅을 뜨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까.

그런 일이 있으면 당장 1시간 내로 SNS 및 온갖 사이트 메인 페이지 뉴스로 박제당하고, 한국 전체가 끓어오르면서 잡으려고 난리를 피울걸.

그렇다고 해외보다야 적다는 것뿐, 우리나라도 살인이 안 일어나는 건 또 아니다.

‘헌터 시체를 치울 때 아무리 봐도 몬스터가 아닌 사람에게 당한 흔적이 있는 시체들이 있었지.’

그도 그렇지 않나.

연금술사 길드의 신형 올가미 덫에 목이 돌돌 감겨서 죽어 있으면 누구라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어릴 때야 신고도 해 보고, 윗선에 말도 해 봤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다.

던전 안은 무법 지역이고 특별한 영상 증거라도 없는 한에야 방법이 없단다.

이게 방산 업체+엔터테인먼트 회사+에너지 회사.

이 세 곳이 합쳐서 만들어 낸 기적의 논리지.

그리고 그 기적의 논리가 어기적어기적 나한테 걸어오시고 계신다.

후…… 누가 보냈냐?

설마 라이징하는 나를 질투해서 어딘가의 갓튜버 망생이가 살인을 사주한 건 아닐 거고.

[제 불찰입니다.]

아니야. 이런 건 천재지변이지.

오히려 생각보다 덤덤한 게 놀랍다.

아마 초보자 패키지에 포함된 [초보자 스킬 : 견고한 마음] 덕분이겠지?

[죽이실 겁니까?]

글쎄. 내키지는 않아.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겠지.

날 죽이러 온 놈의 사정을 봐줄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것도 아니라서 말이야.

[좋은 마음가짐입니다.]

그럴까? 그냥 오늘을 견뎌 보겠다는 것뿐인데.

그러니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겠어.

[예. 주군.]

그렇게 모노 바이크에 마력을 주입했다.

바이크가 발열하면서 대퇴근 아래로 기분 좋은 엔진음을 만들어냈다.

* * *

그랜트 마이어는 도끼를 들고 앞으로 걸어왔다.

-쯧, 이봐. 저놈이 아무리 슈퍼루키라지만, 우리 둘이 같이 나설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러니 좋은 거지. 보수가 두둑하고, 일은 쉽잖아?

-나는 손맛이 있는 게 좋은데.

-아시안 슈퍼리치들도 우리 쪽과 다를 바 없어. 돈이 총알보다 많아서 사람을 손끝으로 부려 먹는 거지.

마법 [싱크로 마인드].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는 이 스킬을 이용해 둘은 곧바로 의견을 교환했다.

돈만 주면 무슨 짓이든 다 하는 인간 백정이라고는 해도 의외로 둘은 근면 성실한 성격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기상해서 요가와 피트니스를 하고, 아침은 채식으로 먹으며 점심은 스시를 먹고, 저녁은 인도에서 온 명상 트레이너와 함께 명상을 하며 보내는 이 미국인은 아시안 컬처에 심취해 있다.

그래서인지 아시아 슈퍼리치들의 의뢰도 많이 받는 편이고, 그 의뢰를 받아 아시아인들을 살육하며 보낸다.

그런 그는 해가 몇이나 바뀔 동안 동료인 레이나 휴이와 함께하고 있다.

레이나 휴이도 파트너인 만큼 그와 똑같이 아침 요가와 피트니스, 그리고 채식, 점심 스시 같은 할리우드 아시안 컬처를 향유하고자 했으나 밤에는 코카인을 빤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랄까?

어쩔 수 없다.

날 때부터 캘리포니아 태생인 그랜트에 비해 레이나는 할렘가 출신으로, 마약쟁이 사이코패스 갱단들과 부대끼며 살았으니까.

이 미친 세상에서 마약은 할렘가의 김치가 되어 가고 있다.

의료 보험도 작동하지 않는 세상에서 마약은 그 어떤 타e레놀보다도 잘 듣는 진통제요, 자살에서 구원할 영도자였으니까.

그런 레이나가 그랜트와 만난 것은 순전히 그들이 각성자였고, 어느 던전에서 살육을 저지르다가 꽤 합이 맞았기 때문이다.

그랜트는 오래전부터 아시안 컬처에 심취해 있었고, 그런 그랜트의 취향을 존중해 사무라이와 닌자 대신 아시안 갱인 삼합회를 소개시켜 주었다.

삼합회한테 사무라이를 보여 달라고 했다가 청룡언월도로 맞을 뻔했지만 원래 아시안들은 예민한 법 아닌가.

-조심해. 그랜트. 저 오토바이는 소환수로 꽤 강력하다는 정보가 있어.

-알아. [염력 화살], [그림자 훔치기]도 주의해야 하지.

-대체 루키들은 왜 갓튜브를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우리한테 모든 정보를 까발려줘도 되는 거야?

두 사람이 쉽다고 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갓튜브를 하면 어쩔 수 없이 전력이 노출되는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놈은 유니크 랜덤 뽑기에서 뭘 뽑았는지 스킬명과 설명까지 공개했다.

참으로 어리석은 짓 아닌가.

-좋아. 그러면 저 코리안 사무라이를 곤죽으로 만들어 놔!

레이나가 지팡이를 들자, 그녀의 주문에 그랜트의 몸에 몇 가지 마법이 걸렸다.

근력을 증가시키고, 민첩함을 상향시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체내 시간이 가속된다.

세 가지 보조 마법이 걸리자마자, 그랜트의 대퇴부가 빵처럼 부풀어 오른다 싶더니 무슨 경마장 우승마처럼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쿵쿵쿠쿵쿵쿵--!

[엑스 마스터 LV 62]

-얌전히 레벨 제한 던전에나 박혀 있을 것이지!

-왜 이런 비인기 무제한 던전까지 와서……. 아주 용기가 대단하군그래? 이쯤 되면 오만인가?

그랜트의 직업 [엑스 마스터].

전사계 상위권 직업으로, 근접 공격에 대한 월등한 보정 보너스에 육체 보너스도 상당하다.

거기다가 [엑스 블레이드]는 검기와 유사한 스킬로, 도끼가 에너지 블레이드를 생성하며 빛을 낸다.

레벨은 62지만, 대인전에서는 더 상위 레벨의 각성자도 상대가 가능한 강력한 히트맨!

그런 놈이 탱크처럼 달려오자, 상대 역시 바이크에 올라탄 채로 그대로 질주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그랜트가 비죽 웃었다.

‘기껏해야 레벨 40짜리가 감히 덤비다니. 주제를 모르는 애송이 놈! 팔과 다리를 잘라 주마!’

일전 레벨 제한 던전 클리어를 해낸 엄지척의 예상 레벨은 30~40대의 어딘가.

공헌도 순위가 1위이니 분명 40에 가까울 것이라고 그는 추측했다. 그런 상대와 그랜트 자신의 레벨 차이는 20 이상!

제아무리 뛰어난 헌터라 할지라도 20레벨의 벽을 넘을 수는 없다.

그런 놈이 무제한 던전, 그것도 비인기 던전에서 골렘이나 사냥하고 있다?

-차라리 레이나 고향에서처럼 죽을 때까지 코카인이라도 빨지 그래?

이 미친 세상의 할렘가에서는 이런 식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자들이 많다.

하지만 던전을 이용하는 자살이라?

‘이것도 사무라이 정신인가.’

코리안 사무라이의 기사도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랜트는 생각했다.

마침내 서로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마주 닿는 그 순간.

그는 타이밍에 맞춰 도끼를 휘둘렀다.

그 찰나의 간극-

펑-!

바이크 뒤쪽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난다.

흡사 탄도 미사일처럼 갑자기 급가속!

손도끼가 떨어져 내리기도 전에 바이크가 그대로 그랜드의 몸통을 냅다 들이받아 버렸다.

쾅!

“컥!”

이건 이상한 일이었다.

물론 비각성자들에게는 당연한 일로 보일지 모르겠다.

허나, 헌터 세상에서 레벨 62 베테랑 근접 전투가는 원래라면 오토바이가 아니라 거대 덤프트럭에 치인들 버티는 게 당연하니까!

비상식의 세계에서 상식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이것은 실로 ‘비상식적’인 일이었다.

우드드득-

늑골이 단번에 부러지며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가 체내에서 울렸다.

충격량에 몸을 가누는 것도 불가능한 그 찰나.

그의 몸은 하늘로 튕겨나가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콰과과광!

일격에 그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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