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73화 (73/305)
  • 제73화

    점심시간 즈음, 우리는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 역시 집이 최고다.”

    호텔이야 최고급이긴 하지만 그래도 집만은 못하다.

    물론, 개조해놓은 이 대저택을 따라올 만한 곳이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고 말이지.

    거기다 요즘은 무척이가 신형 드론을 가사 도우미로 쓰고 있으니까.

    사람은 믿을 수가 없다고.

    ‘뭐, 그러면 기계는 믿을 수 있나……?’

    그 말에 지척이가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얘도 뭐 해킹하면 답이 없긴 한데, 그래도 여차할 때는 사람 죽이는 것보다 기계 부수는 게 더 낫잖아?’

    그……렇군.

    형을 배려한 모양이다. 거기다가 [마도 골렘 제작]으로 개조가 가능하기도 하고 말이지.

    삐, 삐삐삑-!

    집으로 들어가니 신형 드론이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돈이 있다는 게 이렇게 편하다.

    나는 대충 짐을 풀어 놓고는 이렇게 말했다.

    “기왕 집에 온 거 네 보상도 확인해 보자.”

    “형, 그보다 메시지부터 확인해야 하지 않아?”

    “GOF에서 온 거?”

    “응. 그거.”

    “하긴……. 그것부터 하긴 해야겠네. 후원을 그렇게 박아주었는데. 일단 옷부터 갈아입고.”

    “오케이.”

    호텔에서 깨끗하게 세척해 준 장비들을 장비 보관함에 집어넣은 후,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다음 소파에 앉아 메시지를 확인.

    동생 녀석도 같이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이거 영어네.”

    번역기를 톡톡 건드리자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력되었다.

    [Guardian of Freedom-HH05]

    Mr. 엄

    우리 가디언 오브 프리덤에서는 귀하의 활약을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던전 내부에서의 영상이 없으므로, 어떤 방식으로 던전 내에서 활약했는지 알 수 없음에도 다수의 간부들이 당신께 주목하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하 그룹에서 귀하와 맺은 계약의 조건에 대해서는 저희도 정보를 입수했으며, 저희는 그것의 3배 그리고 미국의 시민권을 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또한, 정하 그룹에 내야 하는 위약금은 전액 저희가 배상하도록 하겠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연락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와오.”

    “우와……. 세다.”

    무척이의 탄성과 함께 나도 멍하니 메시지만 몇 번이나 읽었다.

    세 배? 정하 그룹의 세 배?

    인센티브는 사실 건드릴 부분이 거의 없으니까 계약금을 그만큼 주겠다는 것.

    하지만 놀라운 건 위약금을 전액 배상하겠다는 부분이다.

    위약금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그것까지 전부?

    “미국은 돈이 썩어난다더니. 엄청나긴 하네.”

    “돈만 보면 엄청나긴 한데…… 썩 내키진 않네.”

    “왜?”

    무척이가 나를 의문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은 각성자 사망률이 제법 높거든.”

    “아. 그렇네.”

    각성자 사망률.

    각 국가마다 통계가 전부 있는데 의외로 한국은 전 세계 국가 중 45위로 낮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미국은 16위.

    물론 미국보다 높은 국가들도 15국가나 있지만, 그중 10군데는 개발도상국들이니까 비교할 거리가 안 된다.

    1위는 인도다.

    “미국은 지금 작은 정부를 지지하는 곳이니 각성자는 더 많이 풀어주고 있지.”

    무척이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이 녀석 말대로. 미국인은 미개척 던전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훅 가는 거지.

    대신 그만큼 콘텐츠 인기도 좋다.

    지금 갓튜브 스트리밍 서비스는 피를 먹고 자란다.

    그렇게 벌어들인 헌터들의 피는 황금이 되어 유가족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의료보험도 어렵다 보니 더더욱 돈은 소중하고, 그곳은 이제 자본주의의 꽃이 되었다.

    새빨간 악의 꽃.

    그 꽃이 열매를 맺어 갓튜브의 상당 수익을 채워놓고 있고, 그만큼 시장도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지.

    ‘계약이 되면 내가 안 가고 싶어도…… 던전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은 반드시 온다. 그런데 정보가 없는 던전에 마구잡이로 나를 넣는다?’

    아무리 장비가 빵빵하고 지원이 좋아도 사망 기사 뜨기 십상이니까.

    사실 이번 ‘[죽음을 거부하는 자]의 신전’ 던전의 경우도 정보 없는 특별 던전이니 들어가기에는 너무 위험한 던전이었다.

    실제로 우리 앞 팀의 경우 전멸하기도 했고.

    결과적으로는 잘 끝났지만, 정지한이 안전주의자냐고 하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성장에 관해서는 약간 조급한 기색도 있고 말이지.

    “아, 생각해 보니 형. 이제 녹화한 거 올려도 되네?”

    “응.”

    지난번 녹화에 대해 물어보니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답을 받았다.

    싱거울 정도의 흔쾌한 허락.

    그래도 편집은 좀 해야겠지?

    * * *

    [메시지가 계속해서 늘고 있군요. 중요한 장면은 가렸음에도 반응이 뜨겁습니다.]

    좌선을 하고 앉아, 두 손을 포개어 단전의 앞에 위치시킨다.

    들숨에 천지자연의 웅대한 기……는 개뿔이. 마법진을 이용해서 만든 사카린 같은 마력을 흡입하고, 날숨에 몸 안의 탁기를 내뱉는다.

    인생 원래 그런 거다.

    이제는 마나도 대생산 시대!

    옛날에야 누가 물을 사서 먹냐, 대동강 봉이 김선달이냐는 말을 했지만, 지금은 뭐 생수야말로 택배 기사의 악몽이 되었지 않나.

    그거랑 똑같다.

    깨끗한 청정 대자연 에너지 대신에, 던전산 마석 가루를 뿌려 만든 인공 마나를 흡입하세요!

    [주인님. 집중하십시오.]

    알아. 머릿속은 이래도 집중하고 있어. [듀얼 스펠 캐스팅 효과]가 멀티태스킹을 가능하게 해 줄 줄 누가 알았겠어?

    [확실히 그건 그렇습니다.]

    듀얼 스펠 캐스팅.

    이게 한 번에 마법을 두 개 사용하게 해 주는 스킬인데, 스킬이 적용되고 나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두 개의 생각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거!

    처음에는 무공 중 하나인 [양의심공] 익힌 줄 알았다니까.

    따봉 상점의 정보에 의하면 [양의심공]도 생각을 둘로 나눠서 한 번에 두 개의 스킬을 동시에 사용 가능하게 해 준다더라.

    다만 [듀얼 스펠 캐스팅]은 마법에만 기능하고, [양의심공]은 무공에서만 기능을 한다는데…….

    아무튼.

    이게 체화되면서 한 번에 두 가지 생각을 가능케 한다는 게 중요하지.

    때문에 본래는 잡념과 망념이 없는 무아의 상태에서 내공을 수련하지 않으면 주화입마로 저승행 티켓을 끊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 두근두근 내공 수행 중인 지금! 이렇게 딴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거지.

    [그렇다고 해도 방심은 하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주군.]

    물론이지.

    주화입마는 한번 일어나면 치명적이니까.

    순식간에 몸 어딘가가 폭탄처럼 쾅! 하고 터지면서 즉사할 수 있는 데다가, 잘해도 폐인이 된다.

    그거야 어쩔 수 없지.

    내가진기는 몸 안에서 기경팔맥을 따라 도도하게 흐르는데, 이게 터지면 당연히 몸도 같이 터진다.

    사람이 자동차처럼 부품 교환해서 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뇌졸중이 오는 이유가 뭐겠어?

    뇌로 향하는 혈관이 갑자기 막혀서 생기는 거 아니야? 몸 안의 기가 그런 식으로 터져 봐라, 살아있는 게 용하지.

    그나저나 메시지 중에서 중요한 건 뭐야?

    호흡을 계속하고, 내공을 순환시키면서 심령으로 질문했다.

    내공 수련에서 호흡은 몹시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입을 열 수 없으니까.

    [주군에 대한 팬심, 외경 등을 담은 메시지들이 대다수입니다. 약간의 유도심문이나 견제, 노골적인 비난 또는 타 갓튜버의 합방 제안도 있고요. 중요한 메시지는 아무래도 GOF에서 새로 온 메시지와 다른 기업들의 스카우트 제의겠지요.]

    조건들이 어떤데?

    [GOF가 최고입니다. 스카우트 조건을 올렸습니다. 전과 같이 위약금 전액 부담 및 미국 시민권. 거기에 받는 연봉의 6배를 제시했습니다.]

    6배라! 엄청나네. 저번에 3배를 제시했는데 단번에 2배로 뛰었잖아?

    [예. 그만큼 주군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제가 미국의 여러 뉴스를 검색해서 모은 정보에 따르면 GOF에서도 최고의 금액을 제시한 상태입니다.]

    돈지랄 제대로 보여 주네.

    [이 정도 금액이면, 저쪽에서도 뼈아픈 출혈을 각오한 것이기에 미국으로 옮기신다고 해도 위험한 상황에 빠질 확률은 줄어들 것 같습니다.]

    왜?

    [투자금이 곧 안전장치가 되지요. 주군을 잃는 것은 투자금을 날려버리는 일. 때문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장기적인 수익 실현을 위해서는 주군을 더욱 귀히 대할 것입니다.]

    이발사의 역설이랑 비슷하네.

    나를 비싼 돈 주고 데려갔으니 돈값 하라고 위험한 상황에도 써먹어야 하지만, 막상 써먹자니 내가 죽어서 투자금 날릴까 봐 써먹지 못하는 느낌.

    물론. 최악의 순간에는 나보고 나서라고 하겠지만.

    [어쩌시겠습니까? 주군께서 우려하시던 안전 부분이 많이 해소가 되었습니다만?]

    가지 않아.

    [즉답이시군요.]

    응. 일단 버섯 던전과 이번 신전 던전을 합해서 경험해 본 바에 따르면, 지금의 팀원들은 아주 훌륭하거든.

    미국의 각성자들도 뛰어나겠지만, 과연 지금처럼 손발 잘 맞고 마음까지 잘 맞을지 알 수 없잖아.

    내가 조직 생활 해봐서 아는데, 가장 큰 축복이 팀원 잘 만나는 거야.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수익도 마찬가지.

    계약금 6배가 탐나는 금액이긴 한데, 어차피 돈은 계속해서 벌 수 있어.

    지금 있는 팀원들과 헤어질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아.

    [훌륭하십니다. 주군.]

    별말씀을. 그래서…… 그 외에는 메시지가 없어?

    [예. 더 이상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좋아. 그러면 스테이터스 창.

    [엄지척]

    직업 : 갓튜브 소셜 스타

    레벨 : 1

    체력 : B 근력 : B 민첩 : C

    마력&내공 : B(+1 랭크 업) 매력 : C 지능 : D

    등급 : 반짝이는 작은 갓튜버

    총평

    성공적으로 데뷔하고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습니다. 따봉을 모아서 강해지고 유명해지세요.

    [훌륭하군요. 레벨 1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치입니다.]

    그렇지? 보통 레벨 업을 하고, 그로 얻은 스테이터스 포인트를 이용해서 능력 랭크를 올리니까.

    보통의 다른 각성자들.

    그들은 레벨 업을 하고 나면 얻는 스테이터스 포인트가 별도로 존재하는데, 그걸 사용해서 능력치 랭크를 올릴 수 있다.

    이게 참 더러운 게 랭크가 안 올라가면 힘도 안 늘어난다는 거다.

    예를 들어 스테이터스 포인트가 9가 있다.

    랭크 하나 올리는 데 필요한 포인트도 10. 그런데 9만 넣었다고 치자. 그러면 랭크가 안 올랐잖은가?

    1 모자라서 랭크가 안 오르고, 랭크가 안 오르니 힘도 강해지지 않는다.

    이 무슨 컴플리트 가챠 같은 시스템이냐!

    반성해라, 각성자 시스템!

    [주군은 따봉으로 스테이터스 포인트를 대체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요. 다만, 제가 모아놓은 정보에 의하면 능력치 상승에 사용되는 포인트의 숫자 차이가 적어도 100배나 된다는 점이 페널티입니다.]

    내 능력이 개사기 오버 파워 밸런스 붕괴급이잖아.

    포인트 차이까지 없었으면, 우주 멸망급 사기 능력이었겠지. 그나저나.

    척량아.

    [예. 주군.]

    이번 던전을 경험하고서 느낀 게 있어.

    [무엇입니까?]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막연히 믿던 것과 다르게 안전하지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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