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71화 (71/305)

제71화

채팅 창이 애원 바다로 가득 찼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후에 동료들과 미팅도 해야 하고, 전리품 분배도 해야 하니까.

던전 정리의 시스템 보상이 아닌, 던전 내부의 몬스터 사체와 아이템들을 분배해야 하는 것이다.

야광 버섯 던전 때는 던전이 폭주하느라 쓸 만한 아이템을 별로 건지지를 못했지만, 그래도 던전 안의 버섯들이 큰돈이 되었지.

그리고 [죽음을 거부하는 자]의 던전 내부 영상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동료들과 상의해봐야 할 거고.

“그러면 다음에 뵙겠습니다. 오늘 방송 시청해 주셔서 감사하구요.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리겠습니다아~”

인사를 하고. 그걸로 방송 종료.

[수고하셨습니다. 주군.]

“후우. 방송은 늘 긴장된단 말이야…….”

[그렇긴 합니다. 생방송이니 실수하면 안 되니까요. 하지만 주군께서 실수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만…….]

“그럴 리가. 나도 사람인데. 그나저나 진짜 이번에 나온 것들은 전부 써 봐야겠는데?”

[염혼염동. 파괴되지 않는 장난감 소환. 환상의 조각. 검색 중. 정보를 말씀드릴까요?]

“응. 부탁해.”

[염혼염동은 염동력에 영혼력을 합친 것입니다. 물리력 외에 영력도 가할 수 있어서… 사용 방법이 무궁무진한 힘입니다. 게다가 특별한 것이, 영적 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는군요.]

“영적 물질?”

[지구에서는 엑토플라즘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프랑스의 생리학자 C. R. 리세(1913년 노벨상 수상)가 만든 조어라고 하는군요. 그가 어떻게 이 물질을 관측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척량의 눈이 푸르게 빛난다.

[일단, 지구 인터넷상의 정보에 의하면 영력을 가진 자가 유령과 교감을 하는 식으로 영력을 사용할 때에 만들어지는 정체불명의 물질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과거보다는 흔하게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걸 스킬로 사용하는 각성자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직 이 물질의 완전한 효능과 효과를 다 알지는 못합니다.]

그건…… 직접 스킬을 습득해 보면 알 수 있겠지?

본래 스킬을 습득하면 해당 능력은 단번에 이해하게 되니까.

그렇다.

일부러 스킬 습득은 안 하고, 언박싱만 해 두었다.

나중에 시연 영상을 찍더라도, 여기서 정보를 다 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

[파괴되지 않는 장난감 소환의 경우에는 제목 그대로의 소환 스킬입니다. 다만 장난감의 크기 및 종류를 고를 수 있다고 하는군요.]

“이거는 미묘하네.”

[예. 결국 둘 다 사용해 봐야 할 듯합니다. 일단 습득부터 하시지요.]

“오케이.”

어차피 나한테 귀속되어 판매 불가인 스킬들이다.

곧바로 두 개의 스킬을 즉시 획득했다. 그리고 두 스킬의 사용법, 특성 같은 지식이 뇌 안에 깃들었다.

연혼염동. 이렇게 사용하는 거구나?

그리고 파괴되지 않는 장난감 소환.

이거는…… 진짜로 장난감 소환하는 거네. 위력은 직접 써 봐야 알겠지만…….

[어떠십니까?]

“염혼염동은 정말 강력하긴 한데……. 숙련이 필요할 것 같아. 무공을 쓰면서 같이 사용하는 건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아.”

[그렇군요. 그것은 수련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그거야 그렇겠지.”

그렇게 말하고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파괴되지 않는다는 속성이 있지 않았나?

설마 [파괴되지 않는 장난감 소환] 제작자와 동일인은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룸 키를 들고서 밖으로 나갔다.

무척이 녀석 데리고 아침 식사 하러 갈 시간이었다.

* * *

“형, 방송은 잘했어?”

“어. 걱정 마.”

“녹화된 거까지 올리면 아주 대박이겠네.”

“그러게 말이야.”

운동하던 무척이를 헬스장에서 꺼냈다.

대체 얼마나 쇠질을 한 건지 땀내가 엄청났다.

“야, 잠시만.”

[1클래스 생활 마법 주문록 - 청소]를 발동하자 무척이의 몸이 삽시간에 깨끗해진다.

“형, 이런 것도 익혀?”

“응.”

“형은 전투와 제작 스킬만 배우는 거 아니었어?”

“헌터는 밥 안 먹어? 안 씻어?”

“……아니, 엄청나서…….”

-능력자, 엄무척이 당신의 생활 스킬에 감탄합니다.

-1따봉을 받았습니다.

진짜로 놀랐구나. 이놈의 새끼.

덕분에 1따봉 고맙다.

이 녀석은 내 비밀을 알아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보다 따봉을 잘 안 준다. 아마 내 능력이 자꾸 의식이 돼서겠지.

그런데도 이렇게 바로 하나 주는 걸 보니 어지간히 놀라긴 한 모양이네.

“이걸로 방송하기 좋겠는걸?”

엄무척이 수건을 털며 말했다.

“응. 시청자들한테 계속해서 뽀송한 모습을 보일 수 있겠지.”

라이브 방송의 가장 큰 문제점이 그렇다.

결국 헌터는 흙바닥에서 뒹굴고, 몬스터 체액을 뒤집어쓴다는 거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라고 묻는 정상적인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다. 이 미친 세상에서 목숨 걸고 라이브를 뛰는 자가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거지.

그리고 같은 흙바닥을 뒹굴어도 기왕이면 잘생기고 깨끗한 놈을 보고 싶어 한다.

굴러도 모델처럼 콘셉트로 적당히 더러운…… 터프한 기분만 내기를 바란다.

‘미친 세상이지…… 미친 세상이야.’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보시면 기함하실 거다.

하긴, 생각해 보면 임종 즈음에 헌터가 싸우는 것을 세상 사람들이 모두 시청할 수 있게 되고.

죽기 직전에 AI가 빠르게 송출을 끊는다고는 하나, 충분히 다음 장면이 예상이 되는 그런 것을 보며 사람들은 돈을 넣는다는 말에 말세라고 우셨다.

할아버지는 눈물이 많으셨다.

빈부 격차는 나날이 커져가고, 대한민국 도시의 집값은 날로 커져간다.

수도나 광역시 수준이 아니면 치안은 점점 더 나빠지고, 게이트가 열려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식량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분명 사람 대신 드론이 노동하는데도, 걔들은 노조도 안 만들고, 퇴직금도 없으며, 태양열로 움직이는데도 말이다.

그런 세상에서 눈을 돌릴 게 필요했다.

이제 사람들은 별이 떨어지는 모습에 소원을 빌기보다는, 내가 100원을 집어넣은 헌터가 줄타기를 하는 것을 보며 소원을 빈다.

“음, 인기가 밥 먹여 주니까~”

괜찮다.

나는 건강하고, 이런 세상에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1클래스 생활 마법 주문록 - 청소]는 계속해서 따봉을 벌어다 주겠지.

그렇게 밝은 마음으로 무척이와 조식을 먹으러 갔다.

최고급 호텔의 조식은 얼마나 대단할까?

“난 그냥 동그랑땡이 좋아.”

무척이가 투덜거렸다.

옛날에 같이 먹던 전분 소시지를 말하는 거겠지?

그런데 아마 그건 없지 않을까?

“오…….”

아니나 다를까, 제법 화려한 음식들이 주욱 진열되어 있었고, 이미 동료들은 접시에 덜어서 먹고 있다.

정지벽, 별하나.

그녀들은 이미 먼저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정지벽은 와일드하게 아침부터 고기를 잔뜩 쌓아서 먹고 있었고, 별하나는 식사를 다 끝낸 듯 커피를 홀짝인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몸은 좀 괜찮으세요?”

나와 무척이는 둘에게 인사를 하며 다가간다.

그리고 그녀 둘이 앉은 8인석의 롱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좋은 꿈 꾸셨습니까.”

“저도 지벽 씨도 괜찮죠~ 성광 씨의 솜씨는 대단하잖아요? 사실 피로한 것도 별로 못 느낄 정도예요.”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반갑게 인사했다.

으음, 분위기를 보니 사이가 엄청 좋아졌네?

얼마 전만 해도 두 사람은 꽤나 티격태격하던 사이 아니었나?

역시 사람은 생사의 기로를 넘어야 하는 법이다.

제아무리 원수라고 하더라도 합을 맞춰서 함께 싸우다 보면 전우애라는 게 생기기 마련이니까.

그런 생각을 속으로 은근히 삼키며 고개만 끄덕였다.

“그건 체력의 문제이긴 한데. 마력은 회복이 어렵지 않나요? 쌩쌩해 보이시네요.”

내 물음에 둘은 서로의 눈을 맞추더니 빙그레 웃음을 터뜨렸다.

마력 피로.

이건 육체 피로와는 또 별개다.

헌터들이 제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던전을 일주일에 하나 가는 게 전부인 이유도 이거니까.

스킬을 발동시키려면 마력이 필요한 거고.

마력이라는 게 밥 먹어서 회복되는 것도 아니고, 관련 물약이나 이것저것 있지만 그건 또 비싸다.

“저희야 뭐, 마력 피로는 익숙한 일이죠. 그나저나 지척 씨나 무척 씨, 둘 다 마력 피로가 없어 보이는데요?”

정지벽의 질문에 약간 머쓱해졌다.

“어……. 무공 때문 같습니다. 운기조식을 하면 피로가 제법 날아가거든요.”

사실 운기조식 하나만은 아닌 것 같고, 혼원건곤신공에 오토 에너지 드레인까지 겹친 덕분 같다만…….

거기까지는 그냥 입을 다무는 게 좋겠지.

“무척 씨는요?”

“저는 체력 소모는 컸어도 마력 소모는 그렇게 안 심해서. 괜찮습니다.”

정지벽은 무척이의 등세모근과 삼각근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확실히 무척 씨는 탱커의 자질이 있습니다. 그 근육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어요.”

그러더니 베이컨 세 장을 한 번에 포크로 집어서 무척이 접시에 덜어 주었다.

그래. 정지벽도, 무척이도 둘 다 한 근육 하지.

물론 본투비 탱커인 정지벽의 근육을 이기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무척이는 타고난 근골도 상당하니까.

지금도 이놈이 걸어가면 문짝 하나가 움직이는 기분이 들지 않던가.

별하나가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저는… 엄지척 씨처럼 무공을 익힐 걸 조금 후회가 되네요. 이 정도로 마력 회복이 빠를 줄은 몰랐는데. 뭐…… 물론 각성 스킬 자체가 그쪽 방면이 아닌 이상 애초에 스킬 북도 받을 기회가 없었으니…….”

-능력자, 별하나가 당신의 회복력에 감탄합니다.

-1따봉을 받았습니다.

오우, 쏠쏠하군.

무공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것 같아 좀 죄송스러운데?

“이건 엄지척 씨가 특별한 것 같습니다. 무공 계열 각성자들도 주기가 빨라야 주 1회입니다.”

과연 정지벽, 날카롭기가 식칼과 같군.

하지만 굳이 대답할 필요까지는 없겠지.

협력에 필요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오픈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그런데 정지벽이 먼저 패를 까는 게 아닌가.

“저는 먹어서 마력을 회복합니다.”

“네?”

“효율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요. 그래도 마력 회복 포션이나 비약은 전투 때 아끼는 게 좋겠죠?”

“그렇군요.”

내 답에 정지벽이 씨익 웃었다.

“거기다가 근육 유지도 중요하니까요.”

아, 정지한이구나.

정지한의 목소리는 어째 멀리서도 잘 들린다.

낮은데도 귀에 잘 들어오는 선명한 목소리다.

관련 스킬이라도 있는 걸까?

성광은 여전히 피로한지 하품을 했다.

성직자는 전 직업군 중에서 가장 마력을 많이 쓰는 직업.

본인 마력을 태워 사람을 살려야 하니 한계의 한계까지 짜낸다.

제아무리 회복 스킬이 있어도 무리인 것.

“안녕하세요. 여러분.”

성광의 식사는 수프와 계란 오믈렛 조금인가.

저거 먹고 살 수 있다는 게 용하다.

정지한은 접시를 내려놓고는 말했다.

“다들 모이셨으니, 식사하면서 일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식사를 가져오시지요.”

그 말에 성광은 아침부터 일 이야기냐고 투덜거렸다.

잠을 자도 자도 부족한 게 힐러고, 잠을 자도 자도 부족한 게 청소년이다.

성광은 두 개가 다 합쳐졌으니 아주 그냥 시너지가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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