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69화 (69/305)
  • 제69화

    [염력 화살은 마법이 아닌 초능력 계열 스킬이라서 그렇습니다. 또한, 주군께서는 클래스 마법 체계가 없이도 마법을 스킬로 활용 가능하십니다만, 그것은 변칙적인 방법이지요. 마법사로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올 것은 자명합니다.]

    아아, 대충은 이해되는군.

    갓튜브 소셜 스타.

    따봉으로 타 직업의 스킬도 쓸 수는 있다.

    하지만, 기초가 없으니 스킬의 위력을 전부 다 발휘할 수 없는 거겠지.

    때문에 어찌 보면 다른 직업 그 자체를 따봉으로 잠깐 빌린 것이나 다름이 없는 셈인가.

    마법사의 조건은 [클래스 마법 체계]가 있을 것.

    이게 있어야 진짜 마법사일 터.

    그런데 어째 공격 마법 추천은 안 했다?

    [혼원건곤신공이 있으니 공격 마법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마법사로서의 진가는 환경 제어라 분석하고 있습니다. 따봉이 넉넉하다고 해도, 아껴 두는 쪽이 좋으니까요.]

    ‘하긴, 원거리 공격은 이미 [염력 화살]이 있는 데다가 견제기로 쓰기에 충분하니 아직은 따봉을 아끼는 게 좋겠다. 이미 피 같은 십만 따봉이나 [듀얼 스펠 캐스팅]을 사는 데 태우기도 했고.’

    그러면 전부 구입!

    띵! 띵! 띵! 띵! 띵! 띵! 띵! 띵!

    요란한 소리와 함께 스킬 북들이 전송된다.

    [헤헷, 이것으로 앞으로 청결 유지도 될 거고, 던전에 진입해도 식수 걱정은 없겠네요. 차후 마법 수준이 올라간다면 빵 정도는 생성 가능할 거고요~]

    척량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그래, 확실히 물은 중요하지.

    어떤 던전들은 일주일, 심한 곳은 한 달 동안 못 나오는 곳도 존재한다고는 하니까.

    그러면, 이걸로 애피타이저는 끝났나?

    이제 남은 건 메인 디시군.

    [예. 주군. 두 개의 랜덤 유니크 스킬과 한 개의 랜덤 유니크 아이템이 남았습니다. 그 이후에는 그에 맞춰서 따봉으로 스킬이나 아이템을 구입해야 합니다.]

    좋아. 바로 해 버리자.

    “형. 여기 커피. 늘 마시던 걸로.”

    “오. 고마워. 고마워.”

    커피 머신에서 뽑혀 나온 커피는 깊은 향을 만들었다.

    같은 아메리카노라고 해도 깡통 커피와는 확실히 다르구나. 이거.

    “그래서, 정리 끝났어?”

    “아직 남았어.”

    “그러면 나 밑에 헬스장에 다녀올게.”

    동생 놈은 날이 갈수록 근육이 흉기가 되어가는군.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 조각상이 아닌가 싶을 만큼 흉근과 복근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만큼 근육을 깎았으면 설렁설렁 해도 되련만.

    “오늘은 쉬지?”

    “어차피 성광 씨 덕분에 체력이나 피로는 금방 다 풀렸잖아. 이런 날일수록 몸을 단련해야 해. 형도 그러잖아.”

    남 말할 게 아닌가.

    하긴, 스킬을 발동시키는 것도 결국 몸이고, 마법을 쓰는 것도 이 몸뚱이다.

    기초 체력은 무조건 중요하지.

    “그러면 나도 다 끝나면 내려갈게.”

    “오케이. 나 먼저 간다?”

    그렇게 무척이 녀석은 트레이닝복으로 주섬주섬 갈아입더니 방을 나갔다.

    [자아……. 그러면. 녀석도 갔으니 해볼까요, 주군? 랜덤 유니크 확정권을.]

    “잠깐만.”

    [음, 왜죠?]

    이왕 하는 김에 방송을 하는 게 어떨까?

    [방송?]

    응, 언박싱 콘텐츠라는 게 늘 인기가 있거든.

    거기다가 이번에 클리어 불가 던전을 깼으니 그 보상이 모두가 궁금할 거야. 따봉도 수급이 가능하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괜찮네요. 전력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으니 확정권으로 얻은 능력은 숨겨 두고 이번 랜덤 확정권으로 얻은 능력만 공개해 버리는 겁니다.]

    역시 척량, 하나를 말하면 열을 알아듣는걸?

    [아닙니다. 이런 순발력은 군주의 감이지, 저 같은 책사는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책량이 진지한 표정으로 앞발을 올리자 심하게 귀여워졌다.

    나는 결국 이성을 잃고 이놈의 양 볼따구를 붙잡아 마구 당겼다.

    [끄으윽, 주군, 주구우우운! 체통을 지키시옵소서!]

    후욱, 후욱,

    이놈의 여우 새끼.

    왜 이렇게 귀엽게 생겨서. 후욱!

    * * *

    같은 시간.

    ‘아니다, 이 악마야!’를 일갈하며 입덕 부정기를 결국 거치고 만 희생양이 책상을 부여잡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최정상급 헌터이자, 오너 일가의 장녀로서 회사 업무까지 봐야 하는 그녀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생활을 영위 중이다.

    대한민국 물류 유통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군림하는 자.

    신성 그룹 오너 일가 장녀. 신주란.

    ‘내가 헌터가 아니었으면 이미 암이든 뭐든 걸려서 침대에 누워 지냈을 거다. 이 업무량은.’

    삶이란 그런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오너 일가의 딸이라고 하면 사치와 향락 속에서 살아가는 재벌 2세를 떠올리곤 하는데, 그건 보통 부동산 부자 일가들이 좀 그렇게 풀어주는 편이고.

    이런 헌터와 함께하는 사업체 집안은 부모님이 자식 대하는 것을 회장이 직원 대하듯 대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을 분기별 업무 실적 발표하듯 해야 하고, 가지고 싶은 게 생기면 프레젠테이션을, 심지어 영어나 독어로 발표해야 했던 그녀는…… 만성이 된 업무량과 우울증, 짜증, 그리고 번아웃까지 겹쳐져서 이 개 같은 상황이 더욱 개 같았다.

    ‘아니, 동생 놈들은 커서 도박만 하지 말라고 대충 풀어두면서.’

    걔들은 빌딩이나 좀 던져주고 사업을 물려줄 후계자는 스파르타를 시키는 게 바로 신성 그룹 가풍.

    적당히 애들 풀어주다가 성인이 되면 만민에 대한 만민의 투쟁을 해야 하는 정만득의 정하 그룹과는 180도 다르지.

    일이 많다.

    그냥 많은 게 아니다.

    미치게 많다.

    어릴 때 이걸 불평했더니 부모님이 허허롭게 웃으며 그녀에게 미국에서 유명하다는 집중력 약을 건넸다.

    물론 하나만 먹인 게 아니다.

    이른바 학군이 센 곳은 집중력 센터 같은 곳에서 약을 몇 개씩 처방받아 꼬박꼬박 애들에게 먹인다.

    정말로 효과가 있는 건지.

    효과가 있다고 해도 이 많은 약을 한꺼번에 먹는 게 과연 부작용이 없을까 걱정되지만 그래도 이 미친 세상에서는 먹을 수밖에.

    부모님은 신성 그룹을 가졌으면서도 피라미드의 정점을 유지하고 싶어 했고,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자신의 장녀가 탈인간이길 원했으니까.

    가진 집이 더한 법이다.

    아니 미친, 대체 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도 일이 줄지 않냐.

    빌어 처먹을!

    그런 그녀가 유독 더 짜증이 터지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아니, 젠장…… 엄지야. 스트리머면, 응? 지금쯤 방송 켜고! 저 잘 돌아왔습니다아~ 팬들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하면서 방긋방긋 인사도 좀 하고 그래야지. 초심 잃었냐?’

    파란새를 켜려다가 내려놓는다.

    한탄 글을 비밀 계정에 은밀히 갱신하려다가 꾹 참는다.

    한 2,000명쯤 팔로워가 있는 비밀 계정이지만 자물쇠로 잠겨 있으니 일단 은밀한 한탄 아닐까.

    ‘그래도 살아 돌아온 건 다행이야. 아니, 왜 그딴 곳을 기어들어 가고 난리야. 다른 헌터들처럼 좀 곱게 크면 안 되냐?’

    이게 뭐라고 하루에 열댓 번씩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한다.

    괜히 헌터 스트리머판이 개미지옥이라는 게 아니다.

    최애가 언제 죽을지를 모르니 미워지다가도 걱정되고, 걱정되다가도 또 미워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또 품게 되고, 병크 터뜨리면 미워지고.

    그러다 죽으러 던전 가면 또 불쌍해서 끌어안고.

    스트리머가 목숨을 가지고 줄넘기를 하면 팬들은 정신이 나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트리머가 살고 싶어서 본업을 멀리하게 된다?

    그리되면 또 자연히 탈덕이 마려워진다.

    이 미친 지옥의 버뮤다 트라이앵글 속에서 신주란은 번뇌의 사이오닉 회전목마를 돌고 있었다.

    ‘일해야지. X발… 일해야지. 엄지 얘 다쳐서 혹시 스트리밍 못 하는 거 아니야……. 아니, X발…… 아니, 일을 해야지…….’

    정신 차리라는 의미에서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쾅!

    그 순간, 비서 셋이 화들짝 놀라서 벽에 등을 딱 붙였다.

    겉으로 봐서는 영락없이 기분 더러운 상관이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비서 셋을 패닉 상태로 몰아붙이고 있을 때.

    마치.

    신의 계시처럼.

    우웅-

    폰에 알람이 울렸다.

    -갓튜브에 썬주란 님이 구독한 채널에서 라이브 영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스팟!

    그녀는 폰으로 전화를 받는 척하며 비서들에게 말했다.

    “잠깐 혼자 있고 싶으니 나가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전무님!”

    물 뿌린 개미 떼처럼 모두가 혼비백산해서 대피한다.

    그들의 뒷모습을 식은 눈으로 바라보며 신주란은 즉시 컴퓨터로 갓튜브에 접속했다.

    그리고.

    드디어, 망할 놈이나 망해서는 안 되는 최애가 얼굴을 드러냈다.

    조명 탓일까?

    왜인지 얼굴이 한결 더 뽀얘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좋은 자세였다. 초심을 잃지 않았다는 뜻이니.

    -안녕하세요. 전국의 검지님들~! 그리고 먼 곳에서 찾아와주신 시청자분들!

    엄지 이놈은 손가락 하트로 모두를 맞아 준다.

    멘트가 묘하게 촌스러운 것이 아직 이런 촬영이 익숙지 않은 게 보였다. 그래도 괜찮다.

    엄지는 그 맛에 보는 거니까.

    신주란은 잽싸게 검지 뒤쪽에 있는 호텔방을 훑었다. 보아하니 아는 곳이다.

    ‘정지한이 돈 좀 썼군. 하긴 요즘은 그 정도는 해줘야지.’

    그딴 던전에 집어넣은 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그래도 소속사가 최애에 쓰는 돈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1.2g 정도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저에 대해 걱정해주신 시청자분들께 감사드리는 의미로 긴급 게릴라 영상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어제 올렸으면 좋았겠지만,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기절했네요.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슬픈 표정을 짓는다.

    역시 눈이 크니까 감정 전달이 잘 된다.

    ‘괜찮아!’, ‘푹 쉬는 게 중요하지!’라는 댓글을 달려다가 참는다.

    썬주란의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굳이 썬주란이 아니어도 그 정도 댓글은 이미 검지들이 앞다투어 올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스트리머 좀 오냐오냐하지 말라는 욕설도 섞여 나왔다.

    아마, 헌터 스포츠 쪽 팬덤이겠지. 거기는 장난 아니니까.

    엄지는 양쪽에 팬층이 확보된 녀석이다 보니 이렇게 앗 하는 순간 댓글 수가 폭발하곤 한다.

    -자, 그러면 이번 게릴라 콘텐츠가 뭐냐 하면……. 짜잔! 「랜덤 유니크 스킬 뽑기」 언박싱입니다! 네! 어제 던전 보상으로 얻은 건데요. 여러분들과 같이 언박싱을 해 보려고 준비했죠~

    툭.

    손가락이 힘없이 내려갔다.

    “얘 미쳤네…….”

    랜덤 유니크 스킬 언박싱 영상?

    그냥 스킬 언박싱은 많다. 그런데 랜덤 유니크?

    이건 극히 드문 사례다. 돈이 썩어나는 몇몇 석유 재벌들이 어찌저찌 경매에서 돈으로 사서 언박싱하는 경우야 겨우 있다만, 얘는 그냥 헌터이지 않나.

    그걸 잘 안 하는 이유?

    정보가 힘이니까.

    각성자가 가진 스킬에 대한 정보는 좁게는 자신의 안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넓게는 국가 안위에도 영향이 갈 수도 있는 사항.

    그래서 그걸 따로 수집하는 정보기관도 있을 정도다.

    ‘대체 이걸 공개해서 무슨 이득이 있는 거지? 인기?’

    고작 인기 좀 벌어 보겠다고 이 짓을 한다고?

    인기가 밥 먹여 줘?

    그녀는 전화기에 있는 버튼 하나를 눌렀다.

    삐익-

    -예. 전무님.

    “보드카 가져와요.”

    맨정신으로는 못 보겠네. 이거.

    한 병 까고 시작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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