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68화 (68/305)

제68화

“크아아악!”

뇌 속에 번개가 지릿지릿하게 울리는 것만 같다.

발가락 끝에서 시작된 자극이 혀끝까지 휘돌며 힘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단전에서 시작된 힘의 격류가 전신으로 퍼져 나가면서 몸 전체를 흡사 하나의 검처럼 만들어 진기라는 이름으로 담금질한다.

쿵, 쿵, 쿵-!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기절하지 않도록 버티는 게 전부.

‘이 시간을 허투루 쓸 수는 없다!’

-[초보자 스킬 : 견고한 마음]이 발동합니다.

전투 중에만 발동하는 스킬이 지금 발동되었다.

아마 이 상태가 전투 상태에 가깝다고 스킬이 인지하는 모양이다.

고통 때문에 제정신을 차리기 어렵지만 무언가 내 몸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가까스로 내 몸에 흐르는 힘의 격류를 파악한다.

‘이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내 몸을 더욱 강화시킬 수는 없는 걸까?’

시스템이 스킬 전수를 하기 위해 발동한 이 힘이 몸 밖으로 나가 흩어지기 전에 전부 단전에 압축시킬 수는 없나?

후욱, 후욱-

가부좌를 하고 운기조식이라고 하는 그것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누가 가르쳐줄 것도 없이, 몸이 스스로 그 상태를 최적이라고 인지하고 휘돈다.

극한까지 벼려낸 정신이 버티고, 버티고, 버티고, 버텨낸다.

그것은 핸드폰 라이트에 의지해서 야산을 걷는 것과 비슷했다.

바로 발밑을 보기도 힘들고, 이 산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도착하기 전에 내 정신력 배터리가 다 닳아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GPS가 제대로 작동하기를 기도하며 걷는 수밖에 없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륵-

모공 위로 진득한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촉감은 느껴지나 눈을 떠서 그것을 확인할 여유 따윈 없다.

계속해서 숨을 반복한다.

두려워하며, 고통스러워하며, 그저 끈기 있게 같은 호흡만을 반복하며 성찰할 뿐.

그리고 잠시 후.

-스킬 [혼원건곤진결]이 [건곤신공], [건곤검법], [건곤신행보], [건곤금강공], [건곤검기]를 통합하였습니다.

-[혼원건곤신공]이 활성화됩니다.

“후우우우.”

[대공을 축하드립니다. 주군!]

척량의 감격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천천히 눈꺼풀을 여니 지독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침대는 새카만 오물로 덮여 있었고 몸을 일으키니 끈적하게 그것이 묻어난다.

활짝 열린 창문 앞에서 무척이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시야 가득 들어온다.

이 녀석, 내가 무아지경에 빠진 사이에 들어와 환기하려고 창문을 열었던 모양이다.

“그거, 괜찮은 거야. 형?”

“용케도 안 건드렸다?”

“형 소환수가 건드리지 말라고 해서 지켜만 보고 있었어.”

“그거 있잖냐…… 무협 소설 보면 많이 나오는 거. 벌모세수라고, 대충 그 혈관 청소해 주는 거. 그래서 몸에 좋은 거야.”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

본래라면 어째서 이렇게 일이 치러진 건지 몰라야 정상이지만, 방금 얻은 혼원건곤신공이 강제로 뇌에 각인해준 덕에 생생하게 알게 되었다.

‘몸 안에 들어온 내력을 담기에는 부족했지만 대신 육체를 바꾸는 데는 성공했구나.’

그때 [초보자 스킬 : 견고한 마음]이 발동한 게 신의 한 수다.

초보자 스킬을 아직도 써먹고 있다고 하면 아마 다들 놀라겠지.

“형, 깜박이는 켜고 들어와 줘. 자꾸 놀란다고.”

이놈도 문 열자마자 형이 끅끅거리며 몸에서 검은 물을 뱉고 있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싶다.

“미안, 이렇게 될 줄은 나도 몰랐지.”

“그냥, 뭔가 하기 전에 말을 해주고 하든가.”

“음……. 앞으로는 그렇게 할게. 그나저나 먼저 좀 씻어야겠다. 이거 꼴이 완전 가관일세.”

몸에 땟국물은 둘째 치고 악취가 아주 그냥 하수구에서 백 일 숙성된 음식 폐기물 수준이다. 우웩.

이게 다 몸에 있는 노폐물이라고? 사람이 어떻게 이러고 살아 있지?

“그래. 어서 씻어. 완전 썩은 내 나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무척이는 문짝만 한 거구를 일으켜 나가버렸다.

이 냄새를 견디고 지켜봐준 게 용하다.

* * *

호텔 바디 워시는 심지어 연금술사 길드에서 제조한 최고급 바디 워시로.

나 같은 헌터들이 사냥 후에 몬스터 체액이나 살점을 씻을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그런데 그걸로 다섯 번을 씻고, 특수 샴푸로 머리까지 벅벅 빨고 나서야 몸이 깨끗해진 게 느껴진다.

‘와. 지독하다.’

생각해 보니 그러네.

내 사정에 유기농 영양식은커녕 인스턴트 공장제 음식이 대부분이고, 몸 좋고 마음 좋은 명산은커녕 던전 뒤처리하면서 몬스터 사체와 사람 시체를 처리해야 하는 나날이었으니 오탁이 쌓이는 게 당연하지. 당연해.

그렇게 다 씻고 거울을 보니 티 없이 맑고 투명한 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연예인이 관리 빡세게 받은 피부에 사진 필터까지 씌우면 나오는 피부가 아닐까 싶을 지경.

“와아…….”

어떻게 이런 피부가 나오지?

옛날에 갓튜브에서 본 비싼 취미 목록에 구체관절인형이 들어가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어릴 적 그런 인형이 아니라, 무슨 인형 하나에 수백만 원도 호가하고, 해외 마니아들 경매로 나온 것들은 억대도 부르더라.

그 정도 수준의 인형들은 피부 묘사가 엄청났었는데 그걸 사람의 몸으로 재현한 느낌.

그뿐만이 아니었다.

체구는 탄탄하고 유연해지고, 근육은 더욱 무공을 쓰기 좋게 변해 있었다.

겉으로 봤을 때 뭐가 바뀌었는지 딱 짚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건 누구라도 알 수 있겠지.

대충 목욕 가운을 걸치고 나오니 침대 역시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그사이에 직원이 왔다 갔나 보네.

아이고, 이거 참 죄송스러워서 어쩌냐. 누가 봐도 이건 진상 손님이겠네.

내 표정을 읽었는지 무척이가 말했다.

“각성자 관련 사고는 익숙한지 그 자리에서 스킬로 소각해 버리더라고.”

“빨기에는 무리지?”

“여기가 괜히 비싼 게 아니야. 형. 원래 각성자 관련 침구는 전부 태우는 게 원칙이야. 전에 있던 손님이 독이라도 다루는 놈이면 어찌 될 줄 알고?”

그런가.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냄새는 안 나? 클린?”

“올 클린. 그리고 뭔가…… 형 확실히 변했네.”

“키가 좀 커졌나?”

내가 너스레를 떨자 무척이 이놈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혹시 뭐 중독이라도 당한 건가 싶어서 놀라서 달려왔단 말이지. 형 소환수가 말리지 않았으면 나도 뭐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네. 물론 뭔가 처음부터 건드리면 이상할 것 같은 느낌이 있긴 했지만.”

“그 정도로 심했어?”

“호러가 따로 없었다니까… 몸 전체에서 검은 땀이 막 흘러나오는데……. 어우, 말도 마. 꿈에서 볼까 무섭다.”

촬영 스킬은 늘 돌아가고 있으니까 그걸로 나중에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는걸.

[주군, 이번에는 마법을 따봉으로 구입하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이럴 때 쓸 만한 것들이 제법 있습니다. 따봉 포인트도 많이 들지 않고요.]

오, 그래?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척량이 말했다.

사실, 척량은 기본적으로 언제나 영체화돼서 나와 대화하기 때문에 타인이 척량과 나의 대화를 엿듣는 건 불가능하다.

“척량이 또 뭐래?”

척량과 대화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군.

이 녀석 눈치만 좋아가지고는.

“마법 익히래.”

“형 능력이 사기라니까. 수호신의 도움도 없이 모든 스킬을 구매하고 익히는 게 된다니, 원…….”

“하하하, 방송해야 해서 몰아주나 보다.”

“마법사는 어디를 가든 밥값 이상은 해줘. 어디를 가든 환영받는 중간 관리 능력자 같은 거지.”

욕인가, 칭찬인가?

“특히 마법 관련 신들은 지식 수집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스킬도 많아. 자연히 그 계열 전용 헌터 상점에서 구할 수 있는 스킬들도 많아서 다재다능하지.”

“대신 비싸다고는 들었는데……. 나는 가격이 어떠려나?”

“나는 커피 타 올 거니까, 하고 있어.”

“응.”

“아메리카노?”

“연하게.”

“늘 먹던 거네.”

무척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실을 나갔다.

문이 살짝 닫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척량에게 일부러 소리 내어 말했다.

“그러면 척량. 추천해 줘.”

[검색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척량이 이렇게 말했다.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됨에 따라 새로운 스킬이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야.

[클래스 마법 체계 - 1클래스 - 5,000따봉]

[1클래스 생활 마법 주문록 - 물 생성, 보온, 청소, 보존 - 2,000따봉]

[고속 주문 사용 - 10,000따봉]

[듀얼 스펠 캐스팅 - 100,000따봉]

[무음 주문 영창 - 3,000따봉]

아이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네.

생활 마법 쓰려고 사는데 [고속 주문 사용]이나 [듀얼 스펠 캐스팅], [무음 주문 영창] 같은 건 왜 필요한데?

그리고 듀얼 스펠 캐스팅은 무려 10만 따봉이요?

눈 뜨면 코 베어 가는 게 이곳이다.

[전능(全能)은 아닐지라도, 다능(多能)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주군. 특히 연금술과 마도 골렘을 제작하는 스킬을 얻으셨으니, 마법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신다면 더욱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따봉에 여유가 있으니 구입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듀얼 스펠까지는 좀 비싼 거 아닐까?

10만…….

10만 따봉이면 갓튜브에서 영상 하나로는 턱도 없다.

사람들이 조회 수만 올려주지 ‘좋아요’ 찍어 주는 게 어디 흔한가.

[으음, 하지만 지금 구입해 두시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법을 사용함에 있어서, 듀얼 스펠 캐스팅이 있으면 단번에 위력이 2배로 증가하니까요. 게다가 따봉은 지금도 늘어나고 있는 중이니 문제없습니다. 현재 보유 따봉은 20만 따봉을 넘습니다.]

거액을 때려 박으려니 피눈물이 난다 이거예요.

하지만 척량의 말도 확실히 일리가 있지.

살기 위해 모으는 따봉인데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다면 당연히 지르는 게 맞으니까.

[거기다가 주군께서 「초보자 스킬 : 견고한 마음」을 사용해 벌모세수도 이루셨으니 시전 속도 역시 더욱 향상될 겁니다.]

깨알 같았지. 그 초보자 스킬이 그렇게 쓰일 줄 어찌 알았겠어.

좋아. 구입해 보자.

띵! 띵! 띵! 띵! 띵!

알람이 다섯 번 울리면서 스킬 다섯 개가 내리꽂힌다.

아니, 정확히는 스킬 4개에 [1클래스 생활 마법 주문록]에 딸린 생활 마법 주문 4개까지 합하면 총 8개인가?

[추가로 추천할 마법은 이것입니다.]

[1클래스 주문 마력 방패 - 1,500따봉]

[1클래스 주문 근력 증가 - 1,500따봉]

[1클래스 주문 마력 부여 - 1,500따봉]

[1클래스 주문 도약 증가 - 1,500따봉]

[1클래스 주문 윤활 영역 - 1,500따봉]

[1클래스 주문 물건 조종 - 1,500따봉]

[1클래스 주문 하급 환상 - 1,500따봉]

[1클래스 주문 탐지 - 1,500따봉]

어째…… 1클래스 주문은 전부 1,500따봉이네. 엄청 비싸잖아?

거기다가 스킬 [클래스 마법 체계]를 익혀야 하는 게 전제 조건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는 클래스를 무시하고 그냥 마법 스킬을 발동할 수 있지 않았나?

그런데 굳이 이것을 추천한 이유는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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