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66화 (66/305)
  • 제66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이게 그냥 호텔 방 같은 게 아니었다.

    고급 바(BAR)에 거실로 쓰이는 룸.

    이곳에는 앤티크풍의 롱 테이블과 의자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거기다 거실에는 커다란 전면 유리창이 있어 도시의 전경이 전부 내려다보였다.

    회의용 룸도 별도로 하나 더 있고, 그 룸은 여러 가지 책들이 꽂혀 있는 서재로 꾸며져 있으며, 주방 설비가 완비된 상태의 다이닝 구역까지 있다.

    그뿐인가? 침실은 무려 몇 개나 있는 상태!

    거기에 대형의 대리석 욕조에, 안쪽에는 개인용 사우나 부스도 있는, 그야말로 럭셔리 그 자체!

    왠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 벗으니, 동생 녀석도 기다렸다는 듯이 같이 벗었다.

    오자마자 동생이 말했다.

    “형, 온돌이야.”

    과연 내 동생은 한국인이다. 이렇게 생겼지만 한국인이야.

    그리고 이 호텔 지은 놈도 한국 놈이고.

    아니, 그런데 무슨 놈의 호텔에 개인 사우나 부스까지 달려 있어?

    천만 원 녹이는 거 아깝지 말라고?

    “이야…… 살면서 이런 데를 다 와 보네.”

    “앞으로도 올 수 있으니까 그렇게 감격하지 마.”

    “아니. 그래도. 내 돈 주고 오기는 너무 아깝다 야. 누가 하룻밤에 천만 원을 녹여?”

    역시 그놈들의 사고는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어릴 때 본 연속극에 재벌이 새벽에 헬기 타고 내려와서 주인공한테 꽃을 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내 나이가 되니까 코스믹 호오러가 느껴지더라.

    헬기 운전사분은 저 시간에 야간 비행 하느라 얼마 받으셨을까.

    저 뒤에서는 사랑을 외치고 있는데 차마 재벌 3세라고 안전 수칙 지키라는 말을 못 하시고 계시네.

    저러다가 저 재벌 놈이 떨어지면 헬기 운전사분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남주인공의 꽃다발보다 헬기 아재의 설움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게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겠지.

    어쨌든 이 룸에는 나와 무척이뿐이다.

    아까 최상층의 VIP 전용 라운지에서 다른 일행과 헤어졌기 때문이다.

    -이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은 단 3개뿐이지만, 제가 전부 빌렸습니다. 저와 성광 씨가 같은 방을 쓰고, 정지벽과 별하나 씨가 같은 방을, 엄지척 씨와 엄무척 씨가 한 방을 쓰시면 됩니다.

    -오늘은 푹 쉬시고, 내일 오전에 모여서 이번 던전 공략에 대한 정리 회의를 하도록 하죠.

    정지한이 장장 삼천만 원을 녹이면서 우리에게 한 말이다.

    역시 아직도 현실감이 안 드는군.

    그 이후. 호텔 직원의 안내로 우리는 이 방으로 이동한 것이다.

    [주군, 상당히 호화스러운 장소입니다. 정지한 저자가 주군을 확실히 대우해 줄 모양인데, 이건 마음에 드는군요.]

    그래. 돈만큼 솔직한 게 없지.

    아마도 내 능력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으니 그런 거겠지만서도.

    “일단 씻어야겠다.”

    “어. 형 먼저 할래?”

    “아니. 샤워보다는…… 탕이나 좀 쓰려고. 얼마나 큰지, 저거 뭐 수영해도 되겠다, 야.”

    “하긴. 탕에 푹 담그는 게 좋겠네. 맞아. 아까 직원한테 들으니까 옷이랑 장비는 문 앞에 두면 알아서 세척해서 새벽에 가져다 둔대.”

    “올…… 비싼 값을 하네. 그러면. 물부터 받자고.”

    “엉.”

    훌렁훌렁 장비랑 옷을 벗고서 욕조로 향했다.

    물을 받아 놓고, 간단하게 샤워. 그리고 다 받아진 물로 들어간다.

    뜨끈한 느낌에 입에서 절로 소리가 튀어 나갔다.

    “어으~ 시원하다~”

    [주군께서는 특이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데 시원하다니요?]

    같이 들어와서 물에 둥둥 뜬 척량이의 모습은 확실히 귀여웠다. 하지만 척량이는 기본적으로 소환수. 이런 열탕의 느낌은 잘 모를지도.

    그나저나 척량아. 내 행동은 한국인 종특 같은 거야. 신경 쓰지 마.

    [알겠습니다.]

    간단히 대화를 하는 사이.

    무척이가 벗은 것들을 문밖에 내놓고서는 탕으로 들어오며 나를 향해 주의를 준다.

    “형.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마. 팬 떨어질라.”

    “아, 왜. 노가다 하고 나면 이게 그렇게 좋다고. 뭐. 우리 집에는 욕조가 없어서 공중목욕탕 가서 이러고 있었지만.”

    “이게 ‘귀엽다’의 단계로 가면 그것도 귀여워 보일 수도 있어. 하지만 처음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일 수도 있는 거고.”

    “그……런 건가.”

    동생 무척이는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긴 해도. 잘생기면 그것도 캐릭터가 되긴 하는데. 만약 그런 콘텐츠를 찍게 되면 입수 전에 약간 머리라도 정리하고 들어가.”

    보조원 일을 할 적에 아저씨들하고 일 끝나고 탕에 가서는 모두 어으~ 좋다아~ 이러는 게 국룰이었는데.

    “그나저나 형.”

    “왜?”

    “격세지감이긴 해. 그렇지?”

    “확실히 그건 그래.”

    격세지감.

    각성되는 건 로또 맞는 것에 비교가 된다.

    다만 1등이냐, 5등이냐의 차이랄까?

    각성해도 능력이 별 볼 일 없으면 그렇게까지 인생이 확 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비상시에 징발돼서 죽는 경우도 왕왕 존재하고.

    “아빠랑 엄마가 살아 계셨으면 좋아하셨을 텐데…….”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가족에 대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랬겠지.”

    무척이도 힘 빠진 목소리로 답해 준다. 어렸을 적의 기억들, 추억들이 한데 버무려진다.

    잃어버린 것들은 왜 그리도 반짝이는 걸까.

    쥐고 있을 때는 모르다가 잃고 나니 알게 되는 것들.

    에이, 그건 그만 생각하자.

    그보다는 당장이 중요한 거겠지. 그래서 각성하기 전에 할아버지 꿈도 꾼 게 아니겠어?

    무척이와 합을 제대로 맞춰서 한 첫 전투.

    제법 빡빡했다. 목숨의 위협이 느껴졌다고 할까.

    “무척아. 그만둘까? 이거 제법 목숨 내놓고 하는 일이더라. 너랑 나랑 같이 하다가, 둘 다 죽을 수…….”

    말을 하며 옆을 보니, 무척이가 고개를 벽에 대고는 그대로 곤히 잠에 빠져 있었다.

    이 녀석도 지칠 만하지.

    “짜식. 침대에서 자야지. 여기서 자다가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그러게 말입니다. 주군의 동생은 장수로서 경계심이 부족하군요. 나중에 교육을 시켜야 할 듯합니다.]

    “그나저나… 진짜 앞으로 어떻게 할까…….”

    잠든 동생을 옆에 두고서, 창밖의 야경만 멍하니 지켜보았다. 하지만 답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 * *

    ‘세계가 멸망한대!’

    어? 진짜?

    ‘빨리 도망…… 아. 늦었다.’

    무척이가 석탄이라도 씹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멍청하게 하늘을 봤다.

    우리는 빌딩 숲의 대로변에 서 있고, 하늘에서는 엄청나게 큰 혜성이 떨어져 내렸다.

    그게 땅에 떨어지고, 터지며 어마어마한 구름을 만든다.

    그런데 나도 무척이도 의외로 멀쩡한 상태였는데, 거대한 구름 사이로 커다란 자막 같은 게 쓰여 있었다.

    -타이틀 [특수 던전 최초 무희생 정복자]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눈을 떴다.

    깜박. 깜박.

    눈을 몇 번 깜박여 본다. 흐렸던 시야가 곧 깨끗해진다.

    어제 잠들었던 화려한 객실의 천장과 내 시야 정면에 있는 메시지가 보인다.

    “으그그극.”

    몸을 쭈욱 펴면서 방금 전까지 꾸던 꿈을 기억해 냈다. 행성이 떨어지는 꿈이라니…….

    이거 좋은 꿈이겠지? 그런데 일어나자 보게 된 이 메시지는 대체 뭐야?

    [특수 던전 최초 무희생 정복자]

    등급: 레전드

    특수 던전의 발생 이후.

    최초로 희생 없이 던전을 정복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던전 보상이 강화된다.

    오…… 엄청 좋은 타이틀이잖아? 그런데 이게 왜 지금 나온 거지?

    게다가 보상이 강화된다는 게 얼마나 강화된다는 건지 알려주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내 귀로 뉴스 소리가 들려왔다.

    “정하 그룹의 막내아들로 알려진 정지한이 리더로 있는 팀이 세계 최초로 특수 던전을 해결했습니다만, 던전의 정보는 아직 미공개인 상태인데요. 이건…….”

    TV에서 자주 보던 아나운서의 목소리. 그런데 화면 돌리는 소리가 나더니,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천하의 미국도 우리 한국보다 3시간 늦게 해결했습니다. 거기다가 그쪽에는 희생자가 2명이나 나왔다고 하죠. 결국. 문제는 레벨 제한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특수 던전은 그 내부의 ‘조건’도 까다롭지 않겠습니까? 그런 곳에 한정된 레벨의 각성자가 한정된 숫자만큼만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 전술적으로 엄청나게 불리한 거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것은 정부 차원에서 특수부대를 만들듯이 자원을 특정한 팀에 몰아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민간 기업 수준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거죠.”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그렇게 몰아줬다가, 덜컥 외국으로 이민 가면 어떻게 됩니까? 미국으로 간다면, 그거 막을 수 있어요?”

    세 명이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토론을 하는 내용이 나온다.

    핵폭탄 터지는 꿈. 눈 뜨자마자 본 타이틀. 거기에 TV 방송까지.

    아. 혼란하다, 혼란해.

    [주군. 기침하셨습니까?]

    좋은 아침. 너도 잘 잤니?

    심령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생각으로 척량이에게 아침 인사를 해 주었다.

    [저는 잠을 잘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주무시는 동안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정보 수집?

    [예. 밤새 주군과 정지한 그리고 다른 동료분들에 대한 관심이 아주 컸습니다. 이제는 국지적인 관심이 아닌, 세계적인 관심일 정도니까요. 아쉽습니다. 영상을 올렸으면 더 큰 반향이 일어났을 텐데…….]

    녹화는 잘되어 있어.

    [바로 올리면 되지 않나요?]

    아니, 편집해야지.

    어차피 생방송이 아닌 이상에는 차라리 하이라이트 장면을 편집해서 올리는 쪽이 더 따봉 벌기가 좋아.

    [오, 그렇군요!]

    거기다가, 던전 내부에서 생방송이 안 되었으니, 이걸 무단으로 올리기 전에 동료들과 이야기를 해 보려고. 던전 정보도 공개되는 거라서 논의가 필요해.

    [그래도 따봉이 엄청나게 많이 모였습니다. 주군.]

    오. 얼마나?

    [확인해 보시죠.]

    따봉만 보이는 메시지 화면이 내 앞에 나타났다.

    -현재 총 따봉 수 : 123,478따봉

    12만 3천 따봉?!

    ……음?

    자릿수를 잘못 센 건가?

    다시 세도 마찬가지잖아? 이거?

    아니, 탕진한 지가 얼만데 벌써 또 이만큼 모였다고?

    “대단한데?”

    [보상도 수령하시지요. 주군.]

    “좋아.”

    어제 미루어 둔 보상 메시지를 다시 불러냈다.

    -[죽음을 거부하는 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대가로 [확정 유니크 스킬 북]이 주어집니다!

    -1위 보상 [랜덤 유니크 스킬 북]이 주어집니다!

    -1위 보상 [랜덤 유니크 스킬 북]이 주어집니다!

    -1위 보상 [랜덤 유니크 아이템 박스]가 주어집니다!

    총 4개의 보상.

    그나저나 확정 유니크 스킬 북…….

    이거 진짜 안 나오는 건데.

    [이번 보상은 대단하군요. 주군. 확정 유니크 스킬 북의 경우 제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공개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24명 외에는 얻은 자가 없습니다. 비공개적으로 이런 보상을 획득한 사람까지 포함한다 해도 50명이 넘지 않을 테죠.]

    확정 유니크 스킬 북.

    이거는… 내가 원하는 유니크 스킬을 얻게 해 주는 물건이다.

    랜덤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것!

    유니크급에서는 얼마든지 고를 수 있어!

    즉, 따봉 100만짜리 스킬도 얻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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