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63화 (63/305)
  • 제63화

    “후아…… 살았다아아…….”

    별하나가 흐물흐물해지면서 쓰러진다.

    “아아… 신이시여.”

    성광은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후… 진짜 이 정도로 땀이 난 것은 오랜만입니다.”

    정지벽, 그녀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내고 나를 내려놓았다.

    극한까지 발달시킨 상완근, 삼각근 덕분에 몇 번이나 우리가 목숨을 구했는지 모른다.

    이래서 일류 탱커들은 죄다 쇠질을 하는구나.

    마력이 모자라면 믿을 건 패시브 스킬뿐인데, 그건 근육의 힘으로 버티는 거니까.

    “형, 돌았어? 아니, 아니다. 덕분에 살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나도 이 정도 위력일 줄은 몰랐지.”

    연금술 스킬. 거기에 마도공학 스킬.

    이 두 가지 스킬을 얻으면서 얻은 제작 설계도 중에는 폭탄도 있다.

    모노 바이크를 만들기 위해서 얻어냈던 것들 중 하나.

    당연히 모노 바이크를 폭탄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아까 그린 연성진도 그것을 위해서였고.

    하지만.

    그래서야 조금 강한 폭발을 하는 폭탄일 뿐이었기 때문에… 무척이의 스킬을 쓰기로 했다.

    “하…… 오랜만에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엄지척 씨, 정말 대단하군요.”

    “제가 대단한 게 아니에요. 무척이가 대단한 거죠. 무척이의 문자술사라는 게 이런 게 될 거 같긴 했는데, 진짜 될 줄은 저도 몰랐거든요.”

    문자술사.

    문자를 써서, 그 문자의 뜻을 현실에 강요하는 능력.

    그걸로 내가 만든 폭탄에 여러 가지 힘을 억지로 융합해서 욱여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성력, 마력, 기력이 저렇게 대폭발할 거라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성력과 마력의 반발력은 유명한 이야기잖아요?”

    그렇다.

    성력과 마력의 융합.

    그리고 폭발은 헌터 세계에서는 나름대로 유명하다.

    전 세계에 이걸 할 수 있는 인간이 드물어서 그렇지, 갓튜브 시대라서 여기저기 알려진 힘인 것이다.

    “그것에서 착안했죠. 게다가, 제가 무공을 쓰니까 기력도 섞으면 어떨까…… 하고. 결과적으로 너무 크게 성공해 버리긴 했네요. 그나저나, 신전이 파괴되지는 않네요. 역시 신전 타입 던전답다고 할까.”

    신전 타입 던전.

    그 내부의 시설물은 특정 조건이 아니라면 파괴되지 않는다.

    아마도 해당 신전의 주인인 신이 간섭하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

    그렇게 서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할 때였다.

    “우와! 레, 레벨 업 했어!”

    “나, 나도! 무려 5나 올랐어!”

    다른 사람들이 전부 경악해서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레벨이 5나 오르다니. 부럽네.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다.

    -신들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5,000따봉을 받았습니다!

    -5,000따봉을 받았습니다!

    -10,000따봉을 받았습니다!

    -8,000따봉을 받았습니다!

    -50,000따봉을 받았습니다!

    -500따봉을 받았…….

    그 이후로도 따봉이 계속해서 올라간다. 그 수가 수십에 이르렀다.

    이토록 많은 신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타이틀 [백신百神이 주시하는 자]를 얻었습니다!

    [백신百神이 주시하는 자]

    등급 : 레전드

    백에 달하는 신들이 주시하는 필멸자에게 부여되는 칭호.

    신들의 후원이 좀 더 쉬워지며, 받는 따봉의 수치가 10% 상승한다.

    아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따봉의 수치가 10%나 상승한다니?! 이거야말로 진짜 개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죽음을 거부하는 자]가 가장 높은 100,000따봉을 보냈습니다!

    -[죽음을 거부하는 자]가 신전의 권능을 사용합니다!

    심상치 않은 메시지가 떴다. 지금 이 신전의 주인이 가장 많은 따봉을 보냈어? 그리고 권능을 사용해? 그게 대체…….

    -[죽음을 거부하는 자]가 당신을 초대합니다.

    초대? 잠깐! 그건…….

    당황해서 내가 뭐라고 반응하려던 찰나.

    내 앞에서 빛이 폭발했다. 시야가 새하얘지고, 그리고 이내 모든 것이 회색으로 변했다.

    “뭐…… 뭐야?”

    주변의 모든 것이 정지해 있다.

    내 손을 내려다보니, 내 손만이 색을 띠고 있었다. 아니 이건 대체.

    [필필멸멸자자여여. 내내가가여여기기에에있있노노라라.]

    고막, 혈관, 피, 뼈, 살, 그리고 영혼. 모든 것에서부터 울리는 듯한 영적인 소리가 나를 두드렸다.

    내 모든 것을 진동시키는 소리는 기괴하면서도 경이롭다.

    고개를 돌려 보니, 회색으로 물든 세계에서 유일하게 검보라색으로 칠해진 무언가가 서 있었다.

    그것은 인간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살아 있는 어떤 생명체 같지도 않았다.

    금속성이 돋보이는 오벨리스크.

    길이는 약 3미터 정도로 천장의 꼭대기까지 치솟아 있다. 그걸 본 순간 본능이 속삭인다.

    신(神).

    [죽음을 거부하는 자]가 내 앞에 있다.

    긴장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려움이 생기지는 않았다.

    신들은 직접적으로 인간에게 해를 가할 수 없다.

    그것이 이 세계의 [규칙]이며, 그것은 [절대적]이라고 알고 있으니까.

    [필필멸멸자자여여너너의의행행위위는는몹몹시시훌훌륭륭하하여여제제안안을을하하기기위위해해내내가가왔왔노노라라.]

    제안? 일단…… 인사부터 해야겠지?

    “위대하신 신을 뵈어서 영광입니다.”

    오벨리스크가 웅웅거린다. 본능적으로 ‘신’의 기분이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천한 인간인 저에게 어떤 제안을 주시려는지 궁급합니다.”

    [나나의의권권속속이이되되어어라라그그리리하하면면죽죽음음을을거거부부할할수수있있을을지지니니.]

    -[죽음을 거부하는 자]가 당신을 「사도」로 임명하고자 합니다.

    -승낙하시겠습니까? 거부하시겠습니까?

    미친! 사도라고?!

    놀라서 말이 안 나온다.

    사도. 그것은 신의 힘을 직접적으로 휘두르는 존재다.

    일반적인 각성자와는 차원이 다른 강함을 가지고 있는 자들.

    최상위의 랭커들 대다수가 신의 사도인 것을 보자면, 그들의 힘은 진짜다.

    하지만.

    [죽음을 거부하는 자]가 대체 어떤 존재인지 모르겠다는 게 문제다.

    사실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신이기도 했다.

    게다가 문제가 하나 더 있기도 하다. 내 직업인 갓튜브 소셜 스타. 이것은 정체 모를 신인 ???가 나에게 내린 것.

    ‘사실 나는 이미 그의 사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

    이중 사도가 되려나?

    -경고. 수락할 시 갓튜브 소셜 스타 직업이 해제되며, 새로운 직업으로 대체됩니다.

    -경고. 수락할 시 따봉 상점은 해제되며, 직업 상점으로 대체됩니다.

    내가 의문을 가지자마자, 답변이 바로 튀어나온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그런데 새로운 메시지가 또 하나 더 나타났다.

    -새로운 직업의 정보를 출력합니다.

    [죽음을 거부하는 자의 사도]

    등급 : 레전드

    상위의 신 죽음을 거부하는 자의 사도.

    그의 권능을 전부 사용 가능하며, 그의 의지를 전파하는 존재.

    특전 능력 : 신성한 불사자(不死者)

    특전 능력 : 불사군주(不死君主)

    특전 능력 : 불사성자(不死聖者)

    *신성한 불사자(不死者) : 신이 놓아주기 전까지 죽지 않고 소멸하지 않아 부활하며, 완전한 육신으로 되돌아온다.

    *불사군주(不死君主) : 주인 없는 불사자와 신의 권속을 다스린다.

    *불사성자(不死聖者) : 신의 권능을 모두 사용한다.

    미쳤네.

    단편적인 정보만 보아도 어이없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겠다.

    일단 불사자, 안 죽는단다. 신이 나를 저버리기 전까지 죽지 않고 부활하는 능력.

    이게 무슨 미친 소리야, 대체? 안 죽어? 그런 능력은 들어 본 적도 없어! 거기에 불사군주.

    이거는 아무리 봐도 언데드를 지배하는 능력인 것 같은데 별다른 제한이 없네. 무한한 죽음의 군세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즉, 초강력한 네크로맨서라 이거지.

    거기에 더해서 불사성자.

    요거는 개깡패이신 신관의 능력을 가지게 해 주시는 것 같은데, 딱 봐도 강력해 보이지 않나?

    이 무슨 밸런스 붕괴 같은 직업이냐?

    ‘조언해 줄 척량은 하필 아까 폭발로 소환 해제가 되어 버렸으니, 원.’

    혼자서 생각할 수밖에 없나.

    일단 내 직업도 대단하긴 하다.

    오늘의 일 때문에 느낀 게 있다면, 내 갓튜브 소셜 스타도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졌다는 점이겠지.

    그래도… 불사자는 조금 당기긴 하지만…….

    “거절하시죠.”

    그렇죠. 역시 이건 거절해…….

    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회색빛 세상에서, 색을 되찾은 정지한이 걸어오고 있었다.

    * * *

    [오오…… 신신이이하하구구나나……. 실실로로수수천천년년만만의의즐즐거거움움이이로로다다……. 특특이이점점이이하하나나가가아아닌닌둘둘이이라라니니…….]

    죽음을 거부하는 자.

    신인 그조차도 놀란 듯 즐거워하고 있다.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이 즐겁다니, 과연 신은 신이라는 건가.

    하긴 신쯤 되면 할 게 더럽게 없을 테니 이런 즐거움이라도 있어야지.

    놀잇감이 되는 건 짜증 나지만 말이야.

    그런데… 어떻게……?

    “정 팀장님, 시간계 스킬로 이런 것도 가능하신 거예요?”

    “제가 시간계 능력자인 게 너무 티가 났었나 보군요.”

    “예. 아무래도.”

    “아직은 완전히 공개할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규격 외의 사태이니 어쩔 수 없죠. 그리고 제 능력은 보통 시간계 능력자보다 특별합니다.”

    시간계 능력자.

    시간을 제어하는 스킬을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그리고 아주 희소하고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런데 그보다도 더 특별하다?

    ‘재벌가 망나니 막내아들이 힘을 숨김.’ 뭐 그런 거야?

    [필필멸멸자자들들이이여여… 이이또또한한운운명명일일지지니니…… 사사도도가가되되어어라라…….]

    정지한에 대한 의문이 정리되기도 전. 죽음을 거부하는 자, 강대한 신의 힘이 나를 옥죄었다.

    -[죽음을 거부하는 자]가 강제로 권능을 하사합니다.

    이형(異形)의 힘이 피부를 통해서 빠르게 나를 잠식해 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진다.

    떨쳐 내야…….

    “거절하겠습니다. 그러니 이 시간은 되감겠습니다.”

    파칭!

    째깍. 째깍. 째깍. 째깍.

    귓가에 시계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리고 내 몸으로 밀려들어오던 힘이 그대로 되돌아간다.

    빠져나가는 게 아니다. 되감기는 감각.

    테이프를 뒤로 감듯이 거꾸로 뒤집어지는 그런 감각이었다.

    이런 걸 내가 어떻게 구분한 거지? 아니,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닌가?

    “어떻게 신의 힘을…….”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엄지척 씨. 준비하십시오.”

    “예?”

    [재재재미미있있있있구구구구구구나나……. 감히이이이내내내내신신전전에에에서어어어어반반반항항하하느느으으냐냐아아아…….]

    신의 목소리가 기괴하게 뒤틀린다. 그럼에도 뜻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너희희를를내내권권속속으으로로삼삼으으리리라라!!]

    앗, 화났다. 신, 화나 버렸어.

    뭘 준비하라는 건지 단번에 이해했다.

    창!

    나는 곧바로 쌍검을 꺼내 들고, 내공을 불어 넣는다.

    마치 광선검처럼 검이 빛으로 타오른다. 검기를 두르고 서서, 정면을 노려보았다.

    정지한이 말했다.

    “나, 인과율을 벼려내어 여기 검을 만든다. 시간의 신, 크로노스의 검이여.”

    옆에서 뭔가 거창하고 얼척 없는 소리를 중얼거린 정지한.

    그의 손에 불길하게 일렁거리는 검고 반투명한 검 한 자루가 생겨났다.

    그는 그 검을 한 손으로 쥐고는 가볍게 늘어뜨린다.

    ‘아니…… 검을 소환하는 것도 아니고 만든다고?’

    몹시 신경 쓰였지만 묻지 않았다. 아니, 물을 틈도 없다.

    왜냐면 앞에 있는 오벨리스크에서부터 검고 끈적한 그림자 같은 것이 빠져나오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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