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62화 (62/305)
  • 제62화

    “이 특수 던전은 확실히 난이도가 최상급이라고 할 만하네요. 레벨 제한, 거기에 ‘잠입’이라는 제한도 있었고, 지금 보는 것처럼 정보를 제대로 밝혀내지 않으면 퀘스트도 안 생기는. 조건만 3개네요.”

    “너무 후덜덜한데요, 이거…….”

    다들 현재 상황을 바로 이해했다. 그리고 표정이 조금씩 딱딱해진다.

    말투는 가볍지만 위기의식을 느낀 것 같다.

    당연하지. 나만 해도 중급이라고 예상했는데 상상 이상이라 머리가 띵하니까.

    그래도 이 분위기를 어떻게든 전환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몬스터 때문이 아니라 공포 때문에 죽게 될 테니까.

    “결국 예상외이긴 하지만. 그래도 할 수는 있다는 거네요.”

    그런데 다들 왠지 모르게 나를 본다.

    어…… 나 이상한 말 했나?

    “그렇잖아요. 이 던전, 분명 최상급이라고 되어 있지만. 우리 정도면 할 수 있는 거. 그렇죠, 정 대표님?”

    피식.

    내 말에 그가 희미하게 웃는다.

    -능력자, 정지한이 당신의 용기에 크게 감탄합니다.

    -3따봉을 받았습니다.

    오, 속으로 꽤 감동한 모양이군.

    “예. 엄지척 씨 말이 맞습니다.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요.”

    내 말에 다들 여전히 나를 본다.

    “여기 조건이 ‘잠입’이라고 하셨죠?”

    “예. 그렇습니다.”

    “혹시 이런 이야기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는데요.”

    “뭡니까?”

    “목격자가 없으면 결국 암살이다.”

    내 말에 다들 벙 찐 표정이 되었다.

    “진심입니다.”

    나는 엄숙, 근엄, 진지하게 동료들에게 말했다.

    * * *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수백이 넘는 언데드 병사들이 진군한다. 규칙적이고 올바른 그 발소리는 결국 엄지척 일행이 나타났던 홀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엄지척 일행이 없다.

    수백이나 되는 신성한 불사자들은 홀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해골 병사들이 기둥 뒤를 찌르고, 벽을 두드려 본다.

    그사이에도 병사들은 지상의 통로를 통해서 계속 도착한다.

    그렇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어느 순간.

    성기사가 기괴한 목소리를 내었다.

    [위위다다. 찾찾아아라라.]

    그러자 신관 하나가 성스러운 지팡이를 들어 기도하는 모습으로 뼈만 남은 이빨을 달그락거렸다.

    [죽죽음음께께서서함함께께할할지지니니.]

    그가 경건한 진언을 말하자, 주변의 병사 일부의 몸에서 보는 이를 경건하게 만드는 은은한 성광(聖光)이 뻗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변화는 순식간에 찾아온다.

    우드득.

    병사들의 몸이 해체되고, 그리고 서로 합쳐진다.

    뼈로 이루어진 그들은 거대한 지네처럼 변하고 말았다.

    그것은 그대로 벽으로 기어가, 벽을 타고 기어오른다.

    충분히 길고 거대한 뼈로 된 지네는 기괴하게 움직이며 천장에 몇 개 있는 구멍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저 천장의 환풍구로 쓰이는 통로로 대피한 것을 알아차린 것!

    지네가 통로에 닿으면 그대로 사다리가 되어 수많은 신의 하수인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죽음이 오는 소리를 들어라.

    그것은 마치 바닥에 떨어진 매미를 향해 개미들이 행진하는 소리와 비슷했다.

    힘을 다한 매미는 결코 개미에게서 벗어날 수 없고, 조만간 갈기갈기 찢어져서 개종의 굴로 들어가게 되겠지.

    그때다.

    생(生)의 목소리가 불경하게 울려 퍼졌다.

    “빛이 있으라.”

    그리고 천장의 환풍구 통로 속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두툼한 형태의 금속 구체였으며, 표면에는 기하학적인 문양이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불경한 목소리의 말처럼.

    빛이 되었다.

    * * *

    “다 됐습니다.”

    나는 즉석에서 만든 연성진(錬成陳-연금술사들이 만드는 마법진)을 그려 냈다.

    그 중심에는 소환 쿨 타임이 돌아와 다시 소환된 모노 바이크가 있고, 각기 다른 방향의 가장자리에 우리 모두가 서 있다.

    “이런 게…… 가능하셨습니까?”

    “연금술을 어쩌다 보니 익혔다는 건 보고했었잖아요? 이런 것도 가능하긴 하더라구요.”

    “허…….”

    정지한이 몹시 놀란 얼굴이다.

    그만 놀란 게 아니다. 무척이도 놀란 얼굴이고, 탱커 정지벽, 레인저 별하나, 힐러 성광까지 뜨악했으니까.

    -헌터 성광, 별하나, 정지벽이 당신의 기술에 감탄합니다.

    -10따봉을 받았습니다.

    -능력자 정지한이 당신의 의외성에 감탄합니다.

    -2따봉을 받았습니다.

    모두가 살았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정지한은 재미있는 걸 봤다는 얼굴이군.

    “아까도 이야기드렸지만, 목격자가 없으면 결국 암살이죠. 그리고 마침 아래쪽에 몬스터들이 전부 모여 있기도 하고요. 이게 해결책이 될 겁니다.”

    “지척 씨는… 늘 새롭군요. 감탄했습니다.”

    “잘되고 나서 더 감탄해 주시면 고맙겠네요. 자, 그러면. 시작합니다. 우선 제가…… 내가진기부터 넣을게요.”

    내가진기. 무공 사용자인 나만이 가진 능력이다.

    그것을 모노 바이크 안으로 밀어 넣는다.

    “다음, 별하나 씨 스킬 사용하세요.”

    “넵스!”

    별하나가 서포터로서 가진 스킬 중 하나. 상대의 행동을 묶는 함정 스킬을 모노 바이크에 사용했다.

    “다음 정지벽 씨!”

    “알겠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이번에는 정지벽이 탱커 스킬을 사용.

    모노 바이크의 내구력이 일시적으로 강화되었다.

    여기서…….

    “이제 제 차례군요.”

    성광이 나선다. 그리고 그의 스킬 중 하나, 축복이 모노 바이크에 서렸다.

    마력, 기력, 성력.

    세 가지 힘이 부여된 모노 바이크.

    그러나, 그 세 가지 힘이 하나로 합쳐진 것은 전혀 아니다.

    그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존재할 뿐.

    스킬이라는 힘이 본래 그렇게 작동하기에 가능한 일.

    진짜는 여기서부터다.

    “무척아.”

    “오케이.”

    엄무척. 내 동생. 그리고 문자술사.

    녀석이 두 개의 문자를 쓴다. 두 개의 문자는 하나의 단어가 되었다.

    [융합融合].

    마력. 성력. 기력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하면서 세 가지 힘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당연하다. 이것은 서로 다른 종류의 에너지, 합쳐질 수가 없는 힘.

    스킬의 힘으로 억지로 뒤섞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

    그리고…… 여기서, 내가 한 번 더 힘을 쓴다.

    “연성진 활성! 내 의지대로 하나가 될지어다!”

    우리 바닥의 연성진이 발동했다.

    빛의 기류가 우리 전체를 뒤덮고, 이내 모노 바이크를 향해 나아간다.

    연성진으로, 모노 바이크의 구성을 뒤바꾼다.

    서로 융합하려고 끓어오르는 세 가지 힘을 품에 안은 채로, 스킬에 반응해 모노 바이크는 그 형상이 무너지며 변화한다.

    무수히 많은 입자가 꿈틀거리며 형태를 바꾸어 결국 단지 하나의 둥그런 구체가 되었다.

    웅. 웅. 웅. 웅.

    그것은 소리를 낸다.

    표면에 그려진 기하학적인 문양에서 위험한 느낌의 연녹색 빛이 났다.

    이게 뭐냐고?

    폭탄입니다.

    “형, 이거 생긴 게 무슨 방사능 나올 거 같은데…….”

    “제, 제대로 만든 것 맞습니까? 이거…… 상상 이상입니다만?”

    정지벽의 표정에 공포가 스쳐 지나갔다.

    정지한을 제외한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왜냐면.

    웅. 웅. 웅. 웅.

    완성된 물건이 상상을 초월하는 파장을 내뿜고 있었으니까.

    웅웅거리는 순간마다 내뿜는 그 힘의 편린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게다가.

    내가 만든 거라서 알 수 있다. 이거. 곧 터진다.

    카각. 카가각.

    그때다. 통로 밖.

    우리가 들어온 시작 지점 쪽에서 뭔가가 갉아 드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보인 것은, 호러 영화에서나 볼 법한 끔직한 녀석이었다.

    뭐야, 저건?!

    두개골이 여럿 붙은 데다가, 팔다리가 여러 개나 뒤엉켜서 붙어 있다고? 지네냐?

    와아, 인간 형태를 버리니까 뭐든지 할 수 있구나?

    “정 팀장님! 마무리해 주세요, 빨리!”

    “정말 기상천외하군요. 좋습니다. 그러면…….”

    정지한이 손을 쓴다.

    “때가 올 때까지 정지해 있으라.”

    그의 스킬이 모노 바이크, 아니. 이제는 모노 붐바가 된 구체를 향해 사용된다. 그리고 즉시, 정지벽이 움직였다.

    “으랴아압!”

    그녀의 근육이 부푼다.

    마력이 서린 몸으로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쾅!

    구체가 대포알처럼 통로 밖을 향해 튕겨 나간다.

    통로 입구로 막 들어오던 혐오스러운 뼈다귀가 그대로 박살 나고, 그 아래로 모노 붐바가 떨어져 내리는 게 눈으로 보였다.

    우리가 도착했던 시작 지점으로 모노 붐바가 떨어져 내리고 있겠지.

    얼마만큼 떨어졌을까?

    속으로 가늠한 다음, 적절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될 때.

    나는 입을 열어 말했다.

    “빛이 있으라.”

    그리고. 빛이 생겨난다.

    * * *

    죽음을 거부하는 자를 추종하는 신관들 중에서도 드높은 자.

    주교 그라온.

    본래라면 보스 룸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존재.

    그러나 지금은 수백의 군세와 함께 이곳에 있다.

    던전의 ‘제한’이 어느 정도 풀려 있기에 가능한 일.

    그러나 지금 그는 환풍 통로에서 떨어져 내리는 불길한 구체를 보고 위기를 느꼈다.

    불길하고 강대한 힘이 들끓어 오르는 그것을 관측했기 때문에.

    그는 즉시 다른 신앙자들을 향해 명령했다.

    저걸 막지 않으면 대참사가 벌어지리라.

    [공공격격하하…….]

    그러나.

    그의 명령은 늦었다.

    정지한이 걸었던 시간 정지의 스킬이 해제되고, 구체는 순식간에 빛 그 자체로 변하고 말았으니까.

    화악.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다.

    빛이 생겨나 그대로 주변을 밝히며 확장해 나간다.

    그것은 순식간에 지름이 수십 미터로 변하며 닿은 모든 것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극에 이른 에너지의 폭력이 주변의 물질과 비물질을 가리지 않고 짓이기고, 으스러트린다.

    영적인 무언가조차도 흔적조차 남지 않고 증발하는 힘.

    그리고 그것은 곧 팽창을 멈추고 불안정하게 뒤흔들렸다.

    그 이후 일어난 것은 거대하고 끔직한 폭발이었다.

    콰-우.

    콰아아아아아앙!

    미증유의 폭발이 홀을 뒤덮으며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 * *

    “벽이여!”

    “약화의 함정!”

    “저희를 구하소서!”

    “문자술 - 방벽!”

    “정지하라!”

    으아아아아--!

    동료들이 소리를 지르며, 다급한 표정으로 스킬을 쏟아냈다.

    통로에서부터 쏟아지는 막대한 힘에 대항하기 위해!

    정지벽이 소환한 벽이 우리 앞을 막아서고, 그 위로 별하나의 스킬이 힘을 약화시켰다.

    그 뒤로 성광의 신성한 방패와 무척이의 문자로 만들어진 방패가 겹쳐지고.

    거기에 정지한의 시간계 스킬까지 부여됐다.

    나?

    “모노 블레이드!”

    두 개의 검을 꺼내고 그대로 모노 블레이드를 전개.

    성광과 무척이의 방패 뒤에 섰다.

    파괴의 힘이 정지벽의 벽을 찢어 버리고, 그대로 신성 방패와 문자 방패에 와 닿으며 흔들린다.

    그러나.

    이내 두 명의 보호막도 파괴되고, 힘의 여파가 뚫고 들어와 나에게로 향한다.

    정지한의 스킬 때문인지 느릿하게 오는 힘의 위력을 향해 나는 무엇이든 ‘삭제’해 버리는 모노 블레이드를 가열 차게 휘둘렀다.

    퍼어엉!

    그럼에도, 그 위력이 강해서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내 몸 전체를 난타당한 것처럼 두드려 맞고 튕겨 나간다.

    꽉!

    뒤에서 정지벽이 내 몸을 잡아 주었다. 덕분에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내가 마지막에 한 칼질로 파괴력의 대부분은 어쨌든 사라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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