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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60화 (60/305)
  • 제60화

    부아아앙!

    순식간에 신관에게 도달한다.

    그러나, 살과 근육이 없는 해골은 무표정하게 성표가 달린 지팡이를 내밀 뿐이다.

    [뭔가 옵니다, 주인님.]

    알아!

    모노 바이크의 손잡이를 놓고, 그대로 위로 표범처럼 뛰어올랐다.

    질량 곱하기 속도는 힘이라던가? 그러면 모노 바이크의 무게와 속도가 만들어내는 타격은 어느 정도일까.

    번쩍!

    동시에 녀석의 지팡이가 빛으로 충만해졌다.

    그 빛은 모노 바이크를 정확하게 가격하고, 모노 바이크를 허공에서 그대로 정지시켜 버렸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

    우오. 저런 스킬도 있었어? 아니, 그 전에…….

    척량아, 가랏!

    [분부대로.]

    척량이 내 목에서 벗어나 거대화한다.

    녀석이 뛰어내리는 것과 동시에 나 역시 모노 블레이드를 쥐고 떨어져 내린다.

    신관은 당황한 기색이 없지만, 아까와 같은 기술을 단번에 쓸 수는 없는 듯 보였다.

    당연하게도, 우리 둘이 녀석에게 수직 낙하하는 것을 아무도 방해하지 못했다.

    콰직!

    척량이의 발톱이 녀석의 두개골을 후려쳐 그대로 쪼개 버렸다.

    그 뒤를 따라 내 쌍검이 좌우로 그어지며 녀석의 몸을 절단, 로브와 성표 달린 지팡이를 그대로 동강 낸다.

    하지만 이걸로 부족하지.

    내가 배운 바로 언데드는 사지를 박살 내 놔야 안심이 되는 놈이니까.

    서걱! 서걱!

    단번에 사지를 자르고, 뒤이어 척량이 발로 내리찍으며 으스러트린다.

    그 상태로 뒤를 보니, 병사 둘이 내 쪽으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성기사와 다른 병사들은 동료들에게 붙들려 있다.

    아니, 붙들려 있다기보다는 파괴되고 있는 중이다.

    하기야.

    힐러 없는 상태에서 붙으면, 당연히 쫄리게 되어 있지.

    어디 보자. 모노 바이크는 아직도 빛 속에서 정지 중. 저거 신관이 죽는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네?

    그렇다면.

    해 볼까나.

    모노 블레이드의 쌍검을 쥐고, 내공을 조용히 끌어 올린다.

    무공 스킬. 그러나 실제로도 열심히 수련했다.

    스킬로서가 아니라 진짜 ‘무공’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 결과.

    츠츠츠츠츠츠.

    모노 블레이드에서 스킬이 아닌, 내가 스스로 불러낸 기가 안개처럼 흘러나오면서 검을 휘감는다.

    그리고 달려오는 두 병사를 향해 마주 뛰었다.

    팟!

    병사가 내지르는 단창이 양방에서 찔러 온다.

    건곤진기로 인해서 고양이만큼이나 예민해진 감각이 그것들의 궤도를 본능적으로 예측했다.

    몸을 가볍게 틀고, 창날 두 개가 내 좌우로 흩어진다.

    창대가 몸에 충돌하지만, 큰 타격이 없다.

    창대의 충돌을 무시하며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더 나아가 쌍검을 좌우로 세차게 휘둘렀다.

    검기가 둘러진 모노 블레이드는 아무런 저항 없이 두부를 베듯 두 병사의 몸체를 반으로 동강 내 버렸다.

    서걱!

    언데드 병사 두 명은 비명을 지르지 않았지만, 그 상체는 땅으로 떨어져 바둥거렸다.

    그 병사 중 하나를 척량의 발이 짓이기며 으스러트렸다.

    쾅!

    그리고 나머지 하나. 병사의 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걱!

    조각난 몸체가 그대로 꿈틀거리다가 움직임이 멎는다.

    좋아. 신관 하나에, 병사 둘. 처리 완료.

    -동료들이 당신의 강맹함에 경악합니다.

    -12따봉을 받았습니다.

    “휘유…… 우리가 얹혀 가는 거 아닙니까?”

    탱커, 정지벽. 그녀가 감탄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다만, 특이한 점이 하나.

    “성기사의 머리통을 붙잡고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야 근력은 자랑거리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콰직.

    성기사의 머리통이 정지벽의 손아귀 속에서 가루가 되었다.

    시원하네~

    그녀는 기본적으로 탱커지만, 공격력이 나쁜 편은 아니지.

    다만 빠르고 확실하게 상대를 처리할 수 없는 게 단점이니까.

    그녀의 스킬은 보호에 특화되어 있고, 그녀는 결국 근접해서 주먹으로 때리는 격투 타입이다.

    난전 상황에서 격투로 상대를 쓰러트리려다가는 아군을 보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녀가 탱킹을 하는 식이다.

    하지만 일대일 상황이라면 충분히 강력해지는 것이 정지벽 그녀였다.

    괴력이라고 부를 정도의 근력. 거기에 단단해지는 육체.

    속도가 빠르지는 않아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해질 수 있다.

    성광이 말했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은데요, 여기. 확실히 위험해요. 제 사도님들께서도 이런 야만적인 신전에 치를 떨고 계십니다.”

    성광의 뒤로 후광을 쓴 소가 ‘음머!’ 하고 울었다.

    별하나도 싸늘하게 답했다.

    “사람들이 살아 돌아오지 못할 만한 곳이군요. 우리 정도가 아니면 이번 공격만으로도 위험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많은 숫자가 나타난다면 우리 팀도 위험할 것 같은데요.”

    짝짝.

    그때 재벌 집 망나니, 정지한이 박수를 두 번 치며 이목을 모았다.

    “이미 느끼셨겠지만, 이곳은 위험한 던전입니다. 우리가 직접 경험한 던전 중 일전의 버섯 던전과 거의 비등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별하나는 역시 걱정되는 모양.

    “아니, 그쪽보다 위험하죠. 그쪽은 던전 그로잉 와중이었고, 속전속결로 보스를 제거해서 던전 클리어를 해냈으니까요.”

    그 말에 정지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은 이미 던전 그로잉이 끝나서 완전히 ‘성장’한 던전입니다. 그리고 보다시피. 어그로 스킬도 잘 통하지 않는 곳이며, 몬스터들이 지성을 가지고 있죠.”

    그 말에 별하나가 되물었다.

    “그리고 팀장님은 그런 정보를 알고도 들어오셨다… 그거죠?”

    “들어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아시다시피, 이 던전은 이미 사람을 제법 여럿 잡아먹었습니다. 내버려 두었다가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게 둘 정도로 정부가 무르지 않아요.”

    “…….”

    무척이 뾰로통한 얼굴로 보고 있다.

    하긴, 이 녀석은 던전 사냥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이해한다.

    솔직히 말이 안 되긴 하지.

    목숨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움직인다는 게.

    ‘내가 그래서 처음 각성자인 것을 숨길지 고민이 많았지.’

    헌터는 많은 권리를 갖는다. 대신 그만큼의 의무도 지게 되지.

    그중 하나가 강제 동원.

    ‘이번에는 표면은 권유지만 사실상 강제 동원인 거니까.’

    그게 이 미친 세상의 룰 아닌가.

    헌터는 사람을 죽여도 사형을 안 당해, 탈세를 해도 감옥에 안 가, 심지어 마약을 빨아도 언론에서 좀 시늉만 하고 끝나지.

    그 헌터 보호법 때문이다.

    심지어 어느 브라질 놈이 한국인을 죽였는데 본국으로 송환되고 면책돼서 아주 잘 살더라.

    그놈은 어떻게 되었냐고?

    브라질 강제 동원령 때 끌려가서 던전에서 죽었다.

    이게 이 세상의 법칙이다.

    심지어 던전 들어가기 전에 제대로 된 정보도 못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지.

    그래서 이런 던전 관련은 현장직과 사무직과의 간극이 클 수밖에 없다.

    목숨이 걸려 있는 이런 중요한 사안을 이렇게 돌리고 있다는 게 미친 소리 같지?

    그런데 그게 지금 세상이다.

    미친 세상이야.

    나는 동생 놈의 머리를 쓸었다.

    그래도 이 미친 세상 속에서 이 녀석 같은 정상인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는 알고 있다.

    “특수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게다가 제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우리라면 해결할 수 있는 던전입니다.”

    “저는 형만 지키면 됩니다.”

    엄무척의 단호한 말에 다른 멤버들 모두 놀란 기색 없이 어깨를 으쓱할 뿐.

    놀라지 않는 걸 보니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네.

    “물론입니다.”

    정지한이 대답했다. 무척이 녀석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내 옆으로 온다.

    “그러면. 우선은 한 명은 척후를 맡고, 다른 사람들은 거점을 만들죠.”

    척후는 가장 빠른 내가 맡기로 했다.

    당연한가?

    * * *

    부아아아아아앙.

    “이게 되네?”

    [모노 바이크는 보통의 바이크가 아닌 마도공학으로 만들어진 골렘이기 때문입니다. 벽면보행의 주문 정도는 스킬 적용만 하면 바로 가능하죠, 주군.]

    척량이의 말을 들으면서 수직의 벽을 모노 바이크로 내달린다.

    벽면을 내달리는 모습은 물리법칙을 외면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

    벽면보행.

    천장이나 수직의 벽을 평지처럼 걸어 다닐 수 있게 해 주는 마법 주문.

    하지만 대다수의 마법사들은 운동치가 많아서, 자주 쓰이는 주문은 아니라고.

    그리고 본래라면 마법사 클래스가 아니라면 상점에서도 이걸 팔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손에 넣을 수 없다.

    나는 빼고.

    클래스를 초월해서 광범위하게 스킬과 아이템을 판매하는 따봉 상점은 확실히 비범하긴 하지.

    그곳에서 벽면보행 스킬을 사서 모노 바이크에 적용했더니 이렇게 벽면을 달리는 것이 가능해지는구만.

    “나중에 동료들에게 모노 바이크를 만들어 주든, 제트 스케이트 신발을 만들어 주든가 해야겠는걸. 기동력에서 차이가 큰걸?”

    [글쎄요. 성광이라는 동료분이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만. 차라리 이동 속도를 증가시켜 주는 마법 무구를 제작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주군.]

    “그건 고민을 좀 해 보자.”

    [예, 주군. 그리고 적입니다.]

    척량이의 말에 눈에 마력을 모으고 복도 저편을 본다.

    그곳에는 어둠 속에 묵묵히 서 있는 무리가 있었다.

    성기사가 둘, 신전 병사가 여섯, 거기에 신관이 하나.

    일행이 도착한 입구에 나타났던 것보다 숫자가 많다.

    “지금 내 능력치면 레벨로 칠 때 얼마나 될까?”

    [알려져 있는 정보대로라면, 적어도 레벨 80대 수준의 강함을 가지고 계십니다.]

    척량의 말대로다.

    내가 그런 강함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일전의 군부대에서 트윈 헤드 놀을 제거하고 잔당까지 싹 다 소탕을 하는 건 불가능했겠지.

    이 던전은 레벨 40 제한 던전.

    레벨만 보면 2성 던전 중에서 중급 정도라고 볼 수 있겠네.

    20~60 레벨의 헌터들이 입장 가능한 던전들을 뭉뚱그려 2성 던전으로 분류하니까, 40이면 그 가운데이니 중급인 셈이지.

    문제는 평범한 40레벨 이하의 헌터들로서는 이곳을 공략하는 것이 목숨을 내놔야 성공할까 말까 하다는 점이려나.

    [그리고 이 던전의 적들은 정예 몬스터가 확실합니다. 레벨 40 제한 던전이라는 것은 적들의 레벨도 40대로 고정되지요. 그것은 위대한 신들이 정한 규칙. 결코 어그러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레벨 40이라고 해도, 그 능력은 더 뛰어나겠지. 정예니까.”

    [예. 맞습니다, 주군.]

    “그러면, 내 힘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전력으로 해 볼까.”

    핸들을 꺾는다. 가속에 가속을 더해서, 모노 바이크가 시속 300km를 돌파하며 무시무시한 소리를 냈다.

    여기다가…….

    “마력 감응!”

    화아아악!

    모노 바이크 전체에 내 마력이 덧씌워진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새로운 것으로 변했다.

    -마력 감응 : 탑승자의 스킬에 동화된다.

    모노 바이크의 특별한 스킬. 내 스킬에 동화되는 능력. 그리고 지금 동화시킨 것은 다른 게 아니다.

    건곤검법과 건곤신공을 이용해서 만들어내는 것.

    검기(劍氣).

    어지간한 물질은 두부 자르듯이 절단해내는 파괴의 힘이 모노 바이크 전면에 서렸다.

    그 상태로 속도를 더 높이고, 최고 속도로 내달린다.

    ‘이 녀석들 감정이 없는 언데드라서 그런지 따봉을 안 준단 말이야. 은근 나랑 상성이 나빠.’

    순식간에 벽면 보행을 하며 통로를 주파.

    그리고 미처 반응하지 못한 언데드 무리를 향해 그대로 모노 바이크를 벽면에서 띄워 덮쳤다.

    콰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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