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59화 (59/305)

제59화

[산산자자에에게게죽죽음음을을…….]

[죽죽음음이이그그대대를를평평안안케케하하리리라라…….]

정지한이 말해 준 신성한 불사자.

홀리 언데드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묘하게 음률이 느껴지는 게 졸리다.

과연 멸망의 트로트.

그 사운드를 뿜으며 해골들이 걸어 다닌다. 이들 중에 음치는 없다.

대신 잘 부르는 놈도 없고.

그럼에도 어째 절도와 군기가 꽉 잡힌 게 그냥 봐도 알 정도였다. 저것들 정예잖아?

게다가 무장은 왜 저렇게 잘 차려입었어?

전혀 낡지 않은 새것 같은 방패와 창으로 무장하고, 제법 단단한 금속으로 된 흉갑과 투구를 쓴 병사 차림의 언데드가 다섯.

이놈들이 신전 병사. 그렇다면 앞에 걷고 있는 번쩍거리는 녀석이 성기사인 것은 따로 누가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

실제로 이마에 ‘나는 성기사’라고 붙여 놓은 것 같은 무장이었으니까.

이른바 풀 플레이트 메일이라고 부르는 전신 갑옷을 입고 손에는 롱 소드를 하나 들고 있으며 온몸에 LED전구라도 단 것처럼 번쩍거리는 빛을 내는데.

본인은 언데드의 몸으로 성기사 2급 자격증을 따냈노라 시위 중이시다.

광고를 해라, 그냥.

그리고 그들의 뒤로 하얀 로브를 입고 기괴한 모양의 표식이 달린 새하얀 지팡이를 든 채, 머리통에 동그란 후광을 달고 있는 해골이 하나.

딱 봐도 유럽 신전 벽화에 나올 법한 죽음 그 자체다.

이 녀석도 마빡에 ‘신관 2종 자격증 보유’라고 써져 있네.

얘들은 이력서도 필요 없겠다.

그렇게 도합 일곱.

딱 봐도 위협적으로 보이는 녀석들이다.

그간의 몬스터들과 다르게, 팀플레이를 제대로 해낼 것 같다.

“시작 지점은 공격받지 않는 게 국룰이잖아! 저것들 대체 뭐야!”

별하나가 빼액 소리를 지르면서 기계처럼 화살을 잰다.

정지한이 여전히 인상을 쓴 채로 입을 열었다.

“전위 앞으로! 정지벽 시간을 벌어! 성광 씨 버프와 힐!”

“맡겨 주십시오!”

“위대하신 소의 사도시여. 그 젖으로 인류를 구원하시고 그 살로 굶주림을 해결하나니… 부디 우리에게 이 시련을 극복할 힘을……!”

성광이 기도를 하자, 전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날개 달린 소의 성령이 내려와 탱커, 정지벽에게 깃든 것.

그러고서는 정지벽이 쏜살같이 달려 나가며 두 손에 낀 너클을 ‘쿵쿵!’ 하고 충돌시킨다.

“날 봐라아아아아!”

탱커, 정지벽이 야만 전사 같은 분노의 함성을 내지르며 황소처럼 돌진해 그대로 통로에서 걸어오던 무리들의 앞으로 나아가다가 페이크를 쳐서 옆의 벽을 후려쳤다.

나이스 샷, 정지벽 씨!

쾅!

우드드득!

벽이 돋아난다.

마력을 머금은 벽은 순식간에 통로를 차단했다.

“이야아아압!”

쾅! 쾅! 쾅!

뒤로 물러나면서 순식간에 삼연타.

옆의 벽을 때린 세 번의 공격으로 3장의 벽이 돋아나 더욱더 두터운 격벽을 만들었다.

“뒤로!”

그때 벼락처럼 정지한이 소리친다.

정지벽은 조금의 의문도 없이 뒤로 뛰었다.

번쩍!

콰쾅!

빛이 터진다 싶더니 벽이 박살 나며 그 잔해 사이로 번쩍이가 걸어 나왔다.

위용 봐라?! 자기가 무슨 여포인 줄 아나?!

“정지벽, 시간을 끌면서 들어! 모두 들으십시오. 이 던전의 가장 큰 특징은, 그것은 어그로 스킬이 안 먹힌다는 겁니다!”

“그 거짓말 진짜예요?”

“아니, 이 무슨…….”

“그건 던전 레벨 4 이상에서나 나오는 거 아니었습니까!”

다들 경악했다.

나도 경악하다 못해 몸이 후들거렸다.

어그로가 안 통해?

[특수 던전인 모양입니다, 주인님. 어그로 스킬이라는 것은 결국 정신계 마법이나 비술에 속하는 것. 그것을 막아내는 힘을 지닌 것들도 분명 존재하니까요. 보통은 레벨 4 이상의 던전에서만 드물게 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여기가 거기라는 거군?

1성 던전이라고 하면 20레벨 내외의 각성자들이 출입할 것을 권장한다.

20레벨도 들어가지만 그보다 높은 소속 헌터들이 같이 들어가기도 한다.

단, 강제도 있다.

[1성 던전 - 20레벨 초과 입장 불가]

이렇게 시스템으로 박아 버리면 도리가 있나?

20레벨 이하가 무조건 가야 한다. 그 이상의 레벨은 입장이 안 된다.

21레벨? 당연히 못 들어간다.

들어가서 21로 렙 업을 하면 모를까, 입장은 절대 안 된다.

다만, 이렇게 되면 같은 1성 던전들 중에서도 난이도가 좀 더 낮고.

그 내부에서 나오는 몬스터들도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단 말이지?

하지만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건 리스크가 큰 데다가, 최근 갑자기 생기기 시작한 던전들은 동급 던전보다 몬스터들이 이상하게 더 강했다.

그래서 진입 제한 던전을 따로 정예 던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주군?]

미안. 생각이 길어졌어. 그래도… 다행이긴 하네.

[그렇습니다. 주군께서 이곳에 임하셨으니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겠지요. 물론 정지한 저자도 분명 꿍꿍이가 있을 테지만…….]

일단 우리 일부터 하자고.

다들 분전하고 있잖아.

아주 짧은 몇 초 사이, 나와 척량이는 의견을 교환했다.

그사이에 탱커, 정지벽은 성기사 정면으로 달려들어 너클을 낀 주먹으로 칼을 막아내고 있었다.

쾅! 쾅!

망치를 서로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만큼 성기사 언데드의 검력이 장난이 아니라는 의미.

그래도 정지벽이 만든 벽의 잔해로 통로가 막혀서 병사들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군.

그러나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 만능은 아니다.

탱커의 몸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생기기 시작했으니까.

“저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그사이 성광이 바로 힐을 넣는다.

상처가 아물고 핏자국만 남는 사이. 다른 이들도 행동을 시작하고, 나 역시 무기를 꺼냈다.

적들의 어그로가 끌리지 않는다는 건.

적들도 우리를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 그렇다면…….

“모노 바이크 소환!”

위우우웅.

아공간에서 판타지와 SF를 반반 섞어 놓은 듯한 번쩍이는 바이크가 튀어나온다. 그리고 잽싸게 그것에 올라타는 사이.

별하나의 스킬이 발동.

성기사의 다리가 묶이는 게 보였다.

동시에 무척이가 총을 꺼내 든다.

스킬이 발동된 총탄이 순식간에 성기사를 향해 쏟아졌다.

타타타타타탕!

성기사의 몸에 둘러진 성스러운 빛이 총의 위력을 반감시킨 듯, 갑옷이 뚫리지는 않고 여기저기가 우그러진 상태가 되었다.

[산산자자들들이이여여…… 안안식식을을받받아아들들여여라라.]

녀석은 물러서지 않은 채로 정지벽이 아닌, 뒤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녀석의 검에서 새하얀 섬광이 쏘아지며 잔해를 조각내 버린다.

우르르르.

잔해가 쏟아지고, 신전 병사가 걸어 나온다.

[거거부부할할수수없없으으리리라라…….]

[죽죽음음이이다다가가온온다다…….]

병사 녀석들도 재수 없는 소리를 하기는 매한가지.

그걸 들으면서 나는 시동을 걸었다.

“정지벽 씨 비키세요!”

모노 바이크 스킬 가속 발동!

부아아아아앙!

바퀴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스핀하며 급가속을 실현한다.

정지벽이 몸을 날려 피함과 동시에 달려가던 그대로 바이크를 띄워 허공으로 점프했다.

이거나 먹어랏!

백스핀 블로우!

하늘로 뛰어오른 바이크를 회전시키고, 가속력과 원심력을 담아 그대로 뒷바퀴로 녀석의 흉부를 찍어 버렸다.

콰쾅!

모노 바이크의 능력으로 마력까지 섞인 강맹한 일격이 꽂혔고!

퍼벅-

‘워우. 아프겠네~’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녀석의 몸체가 뒤로 나가떨어지는 것은 당연.

띠링-

-헌터들이 모두 당신의 스타일리시한 움직임에 놀랍니다.

-10따봉을 받았습니다.

음, 방금 좀 멋있었나 보군.

터널에서 달려 나오던 녀석들이 그대로 성기사 녀석과 충돌한다. 그러나 신전 병사들이 이 정도로 무너질 리가 있나?

후열에서 놈들은 해골 성기사를 받아내고, 놈은 동료들의 도움으로 곧바로 허리를 바로 세운다.

상부상조가 대단하다.

인간이 살아서 못하는 걸 죽어서 해내고 있다.

“역시 인간은 한번 죽어 봐야 하나?”

그사이에 나는 녀석을 친 반동을 마무리하면서 모노 바이크를 땅에 착지시켰다.

“극한 속사.”

그때다.

뒤쪽에서 동생 무척이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렸다.

뒤를 보니 녀석의 두 손에 들린 권총이 마치 기관총이라도 된 거처럼 총탄을 쏟아냈다.

저런 것도 할 줄 알아?

그러나.

그 총탄 세례는 몬스터들 앞에 나타난 반투명한 검은색의 막에 의해서 가로막혔다.

[죽죽음음이이그그대대들들을을찾찾아아왔왔노노라라.]

갑옷이 찌그러진 성기사가 일어서고, 병사들이 도열한다.

그 뒤에서 후광을 두른 해골 신관이 잔해를 빠져나왔다.

“디바인 실드예요! 어지간한 공격은 안 통합니다!”

성광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디바인 실드라…. 녀석들은 그걸 이용해서 천천히 통로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정지벽 뒤로 물러나. 그리고 여러분들, 전형적인 레이드 형태로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사람을 상대한다고 생각하세요. 예전부터 그 관련 훈련은 해 왔으니, 차분히 진행하시면 됩니다.”

“나랑 형은 그런 훈련 아직 못 받았는데 말이죠…. 이런 던전인 줄 알았다면 밖에서 이야기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보안상의 문제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엄무척 씨. 그리고 이 정도는 돌파할 수 있어야죠. 특히 엄지척 씨는 이미 적응을 잘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와하하, 정말 마음에 안 드는 팀장님이시네요.”

“하지만 계약서에 사인한 것은 당신의 형입니다. 그러니 얌전히 따르도록 하시죠. 그리고 아직은 위기 상황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 말에 무척이가 혀를 찬다.

헌터 보조원으로 살아온 내 감으로는 글쎄다.

뭐, 정지한 말대로 이 정도는 사실 그리 위기 상황도 아니긴 하지.

나를 포함해서, 여기 모인 멤버 전원이 루키라고 불릴 정도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니까.

그렇게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도 진형을 갖추었다.

나와 정지벽이 앞으로 나섰고, 별하나와 성광 그리고 엄무척이 뒤로 선다.

그 사이에는 정지한이 서 있다.

“엄무척 씨는 적당히 원거리 공격만 해 주시고…… 엄지척 씨는 알아서 할 거라고 믿겠습니다.”

어, 저기요. 저의 뭘 믿고 그러시나요?

[역시. 저 인간은 주인님의 능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그런 거야?

[예.]

오우~ 그러면 그 기대에 부응을 해 줘야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검은 보호막이 사라졌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성기사 녀석과 신전 병사 다섯이 달려들었다.

정지벽과 성기사의 거리는 겨우 이십 미터.

스킬을 가진 각성자라면 눈 한 번 깜박하면 도달할 거리다.

당연하지만, 그 속도를 따르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

위웅!

성기사 언데드가 전신에 성광을 내뿜으며 돌진.

탱커, 정지벽이 그에 맞서서 권투 선수처럼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 채로 달려 나갔다.

쾅!

성기사와 정지벽이 충돌. 그사이 나는 모노 바이크 스킬을 발동했다.

가속.

부아아아앙!

급가속하며 둘이 충돌하는 옆을 지난다.

그리고 달려오는 신전 병사들 중 하나를 들이박아 버리고는 그대로 내달렸다.

목표는 뒤의 신관.

적이 어그로가 없듯이, 우리도 어그로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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