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49화 (49/305)
  • 제49화

    나는 검을 날렸다. 이번에는 놀이 아니다. 뒤에 있는 나무.

    쾅!

    마치 도끼로 벤 것 같은 소리가 울리면서 아름드리나무가 넘어진다. 거기에 나뭇가지를 조금 쳐내고는 그 거대한 나무를 들었다.

    “이 정도면 무기로 쓸 만하네요.”

    -ㅁㅊ. 모노 블레이드 강제 은퇴.

    -저거 사기 칼 아니었냐?

    -첫 라이브에서 나무한테 밀리는 거?

    -형 진짜 저거 들고 휘두를 거야? 그게 돼?

    “다들 트롤 스킬의 개사기를 모르시네. 이래서 톱 티어 헌터 동영상만 보면 안 되는 거예요. 나 같은 뉴비에게는 얼마나 개꿀인 스킬인데.”

    그때 화살이 날아왔다.

    나는 통나무를 휘둘러 화살을 막아냈다. 일부 막지 못한 건 바이크에 박혔으나 스킬 [트롤의 신체]에 막혀 도로 튕겨 나갔다.

    소총도 박히지 않는 질긴 피부가 바로 트롤의 피부다.

    고작 조잡한 화살이 내 바이크를 어찌하는 건 불가능했다. 거기다가 흠집마저 회복되는 게 보였다.

    “오, AS비 굳었네요.”

    -크으, 꿈의 바이크다.

    -[전국카센터연합] 님이 100원을 후원했습니다.

    [전국카센터연합] : 우리 같은 사람은 뭐 먹고 살라고 저런 개 같은 스킬을 썼어?

    “하하하, 헌터용이니 봐주세요.”

    그 말과 함께 나는 바이크에 올라 빠르게 통나무를 휘둘렀다.

    퍼버버벅!

    일격에 10마리가 넘는 놀들이 날아간다.

    “오, 나이스 샷!”

    그러나 더 많은 놀들이 지치지 않고 계속 달려들었다.

    나는 산을 타며 놀이 보이는 족족 한 번에 날리기 시작했다.

    “역시 양학에는 통나무가 최고죠.”

    신명나게 놀들을 날려 보내는데 문득 채팅창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10분…… 아니 20분 지났나?

    -왜 마력 포션을 안 먹지?

    -마력은 둘째 치고 저렇게 휘두르는데 사람 팔뚝이 무슨 강철로 만든 것도 아니고 지쳐야 정상 아니야?

    -엄지 저렙 아니었어?

    -바람 정령의 축복만으로 저게 돼?

    척량이 추천해 준 2번째 스킬 덕분이다.

    이건 전투 시작 전에 미리 구입해 두었었지.

    [조화의 축복 - 40,000따봉]

    등급: 에픽 (비성장형 B)

    올 스테이터스 +10, 근력만큼의 보너스를 지구력이 받게 됩니다.

    설명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스테이터스가 전부 상승하고, 근력만큼의 지구력을 추가?

    애초에 근력이 B등급인 나는 추가로 B등급어치의 지구력을 더 얻는 것이다.

    플러스 개념이기 때문에, 단번에 지구력이 두 배가 되는 것!

    전사 계열 헌터들이 헌터 상점에서 살 수 있고, 다른 계열 헌터들은 구입이 불가능한 스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사 계열 헌터들에게는 쓰레기 취급 받는 스킬 중의 하나지.’

    포인트 가격도 상당히 비싼 축인데, 올 스테이터스 10 상승이라는 게 가격에 비해서 미묘하게 안 좋다.

    포인트가 남아돌아 헌터 상점 VIP 찍는 게 목적이 아니면 이걸 살 이유가 없다.

    근력만큼의 지구력 추가 버프.

    이 성능만큼은 인정하나 포인트를 생각하면 그냥 버프 계열 다른 스킬을 사는 게 이득일 지경.

    만약에 옛날의 나라면 이건 없는 스킬인 셈 쳤을 거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상당한 이득을 주는 스킬이었다.

    ‘주군께서는 종류에 관계없이 따봉 상점으로 스킬을 구입하실 수 있지 않으십니까? 패시브 계열 스킬은 하나라도 더 구입하시는 쪽이 이득이십니다. 패시브 스킬 효과들이 중첩되시니까요.’

    그렇다.

    본래 헌터들은 자신의 직업 관련 스킬밖에 구입하지 못한다.

    그 종류와 한계는 정해져 있으니까.

    ‘이렇게 되면 사기, 개사기지!’

    이건 시청자들에게는 비밀이다.

    내 기본 지구력이 탈레벨급이라는 추측을 뿌리는 게 훨씬 이득이다.

    그래야 적들이 나를 공격할 때 한 번 더 생각해볼 테니까.

    -왜 안 지치는 거야? 왜 포션을 안 먹는 거냐고?

    -와…… 진짜 궁금하네.

    궁금증에 미치려는 시청자들의 채팅들이 쏟아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눈앞에 있는 수많은 놀 부대들을 학살했다.

    그때 나무 사이에서 척량의 동그란 뒤통수가 보였다.

    [주군!]

    척량이 짖으며 내게 꼬리를 흔든다.

    나는 연극 톤으로 물었다.

    “척량! 더 안 내려가고 뭐 해?”

    척량은 D즈니의 동물처럼 낑낑대며 발짓을 했다.

    내가 그걸 보고 말했다.

    “놈들의 본거지를 발견한 것 같은데요?”

    진화로 얻은 탐지 스킬 덕분이다.

    내 말에 척량이 맞는다는 듯 앞발을 열심히 퍼덕여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캥!

    “오, 거대한 놀 부락이라는군요! 다른 몬스터들도 보인답니다!”

    정답이라는 듯 척량이 풍성한 여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귀엽다.

    “몬스터? 뭐, 트윈 헤드 놀이라고?”

    -트윈 헤드 놀?

    -그거 레벨 80이 넘지 않나?

    -ㅁㅊ. 엄지 고작 렙제 20짜리 던전 깼잖아?!

    -80짜리 보스를 단독으로 잡겠다고?

    첫 라이브부터 롤러코스터를 타게 되었다.

    * * *

    척량이 안내한 곳은 어느 군부대 앞이었다.

    입구에는 [자주국방 선진병영]이라는 글자가 가장 먼저 보였다.

    페인트도 이미 말라붙었는지 곳곳이 뜯어진 흔적이 역력했다.

    녹슨 철 냄새가 났다.

    부대 앞에는 머리카락이 붙어 있는 해골들이 꼬챙이에 꽂혀 있었다.

    ‘몬스터 웨이브 피해 지역인가?’

    과거 갑작스럽게 던전이 폭증했던 때.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에게는 총화기가 좀처럼 통하질 않았다.

    그때 군인들이 할 수 있었던 건 민간인들이 대피하는 동안 시간을 버는 것 정도.

    그러나 그 시간벌이조차도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아, 여기 알아. 백수리 부대. 여기서 단독으로 세 개나 되는 마을 주민들 대피시켰어. 하필 몬스터 웨이브 때문에 길도 끊어진 터라 사상자가 많이 나왔다고 했어.

    -오오오, 밀덕 등장!

    -[백수리 사단]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백수리 사단] : 울 할아버지가 그때 육군 장병분들 덕분에 대피할 수 있었거든. 그래서 알게 된 거임.

    이 세상에서 인간은 더 이상 최상위 포식자가 아니었다.

    세상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희생으로 돌아가고 있다.

    “놀 무리는 빈 병영을 본거지로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골치 아프네. 놀 지능에 총을 만드는 건 못해도 들고 쏘는 건 할 수 있을 거임.

    -지들한테는 총이 안 통해도 인간한테는 잘 통하니까. ㅇㅇ

    -총알 남아 있는지가 문제임.

    -몬스터 웨이브 때 밀린 곳이면 오래돼서 총 안 굴러 가지 않을까?

    -그건 모르는 일임.

    시청자들도 심각해져서 한마디씩 보탰다.

    -엄지야, 안 가면 안 돼? 지원 부르든가.

    -ㅇㄱㄹㅇ 이 이상은 평범한 갓튜브 라이브는 아닌 것 같다.

    -어차피 산 내려가는 게 미션이었잖아? 그냥 좌표만 찍고 산 내려가자.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때였다.

    -[방송족같이하네]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방송족같이하네] : 들어가서 보스 찍으면 1,000만 원 준다. 보스 잡으면 1,000만 원 더 줌.

    -[스릴매니아]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스릴매니아] : 나도 받고 더블로 2,000 줌. 보스까지 잡음 4,000!!!

    ……어차피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돈까지 준다고?

    또다시 채팅 방이 터지기 시작했다.

    -오늘 걸린 돈만 해도 1억 2천?! 미친?

    -엄지야! 잘 생각해라. 이런 기회 없다!!!!

    -ㄴㄴㄴㄴ! 가지 마! 1억 2천 벌자고 죽을 일 있냐? 산 내려가기만 해도 6천이야!

    -저걸 누가 감? 애바지.

    -척량이 보소. 주인 킬 하려고 묫자리 찾아놨네.

    -저렇게 귀여우면 주인 킬해도 됨.

    -엄지야 가지 마! 엄지야 가지 마! 엄지야 가지 마!

    “음…… 뭔가 착각하신 것 같은데요. 저는 어차피 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장님들 고맙습니다. 갓튜브에 카드 승인 가능한지 잠시…….”

    이렇게 돈을 줄 거라고 BJ에게 어려운 일을 시키고 돈을 지불하지 않는 걸 방지하기 위해 갓튜브는 미리 고객이 등록해 둔 카드를 체크한다.

    이윽고 갓튜브에서 메시지가 왔다.

    승인이 되었다는 메시지다.

    “승인되었군요. 감사합니다, 사장님들!”

    이로써 확실해졌다.

    저 두 놈은 어떻게 해서든 날 죽이고 싶어 하는군.

    예상과 다르게 산을 타는 게 쉬워지니 절박해진 모양이야. 더블로 돈을 부를 정도로.

    “어때, 척량. 내가 이길 수 있을 것 같니?”

    컁!

    -주군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나는 척량이 기특해서 육포를 건넸다.

    “자, 버프 다시 걸자.”

    그러고는 내가 가지고 있는 버프들과 스크루지 연금술로 만든 버프 물약들을 척량에게 먹게 하고는 나도 빠르게 먹었다.

    -수통, 아무리 봐도 포션 넣어 둔 것 같은데? 시중에서 파는 물약 아니지?

    -그동안 갓튜브 헌터 라이브만 몇 년을 봤지만 엄지는 되게 다르게 움직인다?

    그래. 계속 궁금해해라.

    그렇게 궁금해할수록 계속 내 영상을 볼 테니까.

    모든 보충을 끝내고 모노 바이크에 올랐다.

    부릉-!

    일부러 엔진 소리를 크게 내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시작합니다!”

    바이크가 쏜살같이 병영으로 들어간다.

    입구에는 놀 두 마리가 지키고 있다. 아까와는 다르게 무장도 갖춘 놈이었다.

    탕!

    티팅!

    워. 이놈들 총 쏘네?

    다행히 총탄은 바이크 바디에 맞고 튕겨나갔다.

    사실 내 몸도 [트롤의 신체] 때문에 총탄은 안 통한다.

    그사이 척량이 몸을 띄워 놀의 목을 물어뜯었다.

    크와앙!

    단숨에 목을 뜯어버리는 것과 동시에 내 검이 놀의 머리를 쳐서 날렸다.

    -더블 킬!

    -신들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1,000따봉을 받았습니다!

    -1,000따봉을 받았습니다!

    오늘 따봉 벌이 좋고!

    그다음 연병장에 있는 놀의 두개골을 타이어로 뭉개서 박살 내고는 마구잡이로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컹! 컹!

    놀들이 일제히 튀어나온다.

    필드에서 만난 놈들보다는 훨씬 강한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보통의 놀과는 다른 놈들이 나타났다.

    다른 놀보다 머리가 하나 더 크고, 무장도 더 단단해 보였다.

    놀 주제에 사슬 갑옷을 입고, 도끼를 든 놈들이다.

    놀 워리어!

    일반적인 놀보다 더 강력한 상위 종.

    체구가 큰 만큼 더 강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크르르릉! 컹! 컹!”

    놈들은 콧바람을 거세게 내쉬며 일반 놀들에게 뭔가 명령했다.

    놀들은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대열을 잡고서 나를 향해 질서를 갖춘 채로 달려들었다.

    “블레이즈 워크.”

    -스킬, [블레이즈 워크]가 발동됩니다!

    -모노 바이크의 [마력 감응] 스킬이 발동 중입니다.

    -모노 바이크에 [블레이즈 워크] 효과가 적용됩니다.

    바이크 타이어 아래로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척량, 너도 블레이즈 워크!”

    -소환수 척량이 [공명] 스킬을 사용합니다.

    -소환수 척량에게 [블레이즈 워크] 스킬이 적용됩니다.

    척량의 발아래에도 화염이 피어올랐다.

    [공명] 스킬은 모노 바이크의 [마력 감응]과는 다르다.

    공명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공명 : 주인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단, 여우의 육체로 발현될 수 있는 것만 가능하며 사용자의 마력이 소모된다.

    ‘덕분에 마력이 더블로 빠지는군.’

    속전속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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