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나는 바이크 위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가볍게 마력을 불어 넣었다.
조용하면서도 깊게 떨리는 엔진 진동이 엉덩이 아래로 느껴졌다.
“그러면 슬슬 척량을 따라잡아 볼까요?”
척량의 모습은 까마득하게 멀어져 있다.
그리고 척량을 감지하고는 놀 여러 마리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그중 일부는 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거리가 아직 멀다.
크릉!
철도 씹는 강력한 이빨이 적의를 보였다.
그런 놀들을 보면서 바이크의 핸들을 잡아당겼다.
부아아아아아앙!
바퀴가 고속으로 회전한다.
순식간에 모노 바이크는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바람의 압력이 나를 덮친다.
주변이 빠르게 지나간다.
울퉁불퉁한 오프로드지만, 드라이브 스킬 덕분에 균형을 잡으며 질주했다.
사람에서 바람이, 그것도 광폭하게 질주하는 바람이 된 기분.
그리고 순식간에 놀을 향해 접근했다.
빠악!
마력이 담긴 타이어가 놀의 머리를 그대로 찍는다.
콰가가가가각!
바퀴에 마력이 섞여 회전하자, 놀의 몸체가 그 힘에 갈가리 찢겨나간다.
-로드 킬!
-[소울 드라이버]의 숙련도가 2 증가합니다!
-신들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역시 신들은 예기치 못한 걸 좋아한다니까?
육편으로 흩어지는 놀의 사체에서 눈을 돌려 그 찰나의 순간에 양손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아직 놀은 많다.
그리고 딱 좋은 눈높이에 놀들의 머리통이 위치해 있다.
슈칵!
쌍검은 순식간에 교차하며 좌우의 놀 머리를 베어낸다.
삐리릭-
-사용자의 의지 반응 시작.
-사이킥 링크 드라이브 사용.
두 손을 놓은 상태지만, 바이크는 내 의지에 따라서 움직인다.
순식간에 나를 발견하고 접근하던 놀들은 그대로 전멸했다.
그대로 바이크 정지. 마찬가지로 채팅 방이 잠깐 멈춘다.
다들 충격적인 모양이다. 그리고 사실 나도 약간 충격 먹었다.
내가 이렇게 강해졌을 줄이야.
척량이와 시뮬레이션을 해 두었기에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체감은 다르구나.
충격 속에서 내가 말했다.
“놀은 좋은 단백질원이죠.”
부아아아앙!
나는 그대로 모노 바이크를 타고 빠르게 산등성이를 내달렸다.
-갓튜브로부터 1따봉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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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기처럼 따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청만 하고 ‘좋아요’는 누르지 않았던 시청자들이 이제 누르기 시작한 모양이다.
-미쳤다 X발.
-꿈인가? 저게 뭐지?
-마력 회로 돌아가는 방식은 마도 골렘 같은데 저렇게 생긴 마도 골렘은 본 적이 없음.
-진짜 쩐다.
-이 맛에 갓튜브 라이브 보는 거지!!!!!!!!
-최강 엄지 차냥해!!!!乃
그런 사람들을 향해 나는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남들과 다른 라이브 채널, 엄지 튜브입니다. 구독, 좋아요. 눌러 주세요.”
-갓튜브로부터 1따봉을 받았습니다.
-갓튜브로부터 1따봉을 받았습니다.
-갓튜브로부터 1따봉을 받았습니다.
다시 좋아요가 따봉이 되어 쏟아졌다.
* * *
톱 티어 헌터들이 어떤 고뇌를 가지며 살아왔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동경만 해왔을 뿐.
그렇기에 그들이 남긴 영상들은 빠짐없이 보곤 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손바닥만 한 폰으로 반복해서 보았다.
무명 시절에 남긴 영상들도, 그리고 유명해진 이후 남겼던 신작 영상들도.
동경은 죄가 아니지.
하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을 위해 노력하는 건 분명 죄악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저 헌터 보조원으로서 살아갔을 뿐이다.
능력자가 된 지금.
그때의 동경들이 고스란히 내게 힘을 주고 있었다.
‘톱 티어까지 올라가는 헌터들은 반드시 한 번은 솔로 플레이를 한다.’
솔로 플레이.
동료 없이 혼자 사냥하는 건 위험한 일.
많은 초보 헌터들이 솔로 플레이로 사망한다.
하지만 톱 티어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인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정지한이 추천해 준 팀원들은 강하면서도 색이 강해. 이대로 계속 함께하다가는 내가 묻힌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순수한 내 능력을 보여야 했다.
그리고 그게 충격적일수록 좋지!
바이크가 빠른 속도로 내달리며 놀들을 썰어 버렸다.
여기에 한 가지 더!
투투투투투!
내 몸을 중심으로 화살이 사방으로 총탄처럼 쏟아져 나갔다.
염력 화살!
염동력으로 만들어진 화살들이 무차별적으로 놀의 머리를 강타한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나는 모노 블레이드를 꺼냈다.
무명검식 백야(白夜), 암야(暗夜).
라이트 블레이드.
검의 길이는 스킬 [라이트 블레이드]로 보강시켰다.
츠가가각!
마치 두부처럼 놀들의 몸이 잘려나갔다.
동시에 따봉 메시지가 다시 계속 귀를 때린다.
‘일반 따봉 메시지 오프.’
정신 사나워서 따봉 메시지를 끄고서 계속 달렸다.
-돌았네.
-마도 골렘 중에 저런 형태가 있었어?
크허어엉!
위험한 걸 느꼈는지 놀이 크게 고함을 질러 동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놀들은 꽤나 훈련이 잘되어 있는지 구조 신호에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놀의 무서운 점이 이거다.
2족 보행과 4족 보행을 모두 다 할 수 있다는 것.
여차하면 네발로 뛰는 이놈들은 산에서 인간의 속도를 뛰어넘는다.
‘바라던 바다.’
나는 시청자들이 들을 수 있도록 말했다.
“첫 바이크 시승식에 관객들이 많이 오네요. 좋은 일입니다.”
-엄지야! 강하긴 한데 괜찮겠니?
-척량이라도 도로 불러! 도와 달라고 해!
-아이고, 척량이 이미 한참 내려갔다.
“왜들 그렇게 쫄았어요? 아, 날 못 믿어서 그러는구나. 하긴 마도 골렘치곤 희한하긴 하죠?”
대략 세어 보니 서른 마리.
예상보다 많은 숫자가 집결했다.
이 근처 어딘가에 본거지라도 있는 모양이군.
나는 일부러 바이크 손잡이를 돌려 부르릉 소리를 냈다.
-[개간지엄지] 님이 100원을 후원했습니다.
-[개간지엄지] : 아, X발 멋있긴 X나 멋있네.
“하하하, 감사합니다. 이제 새 스킬을 보여 드릴게요. 자, 트롤의 신체 구입!”
[트롤의 신체 - 30,000따봉]
등급: 에픽 (비성장형 B+)
트롤의 힘, 근력, 방어력을 얻습니다. 질기고 단단해진 피부는 소총탄 정도는 막아낼 수 있습니다. 트롤의 재생력으로 상처 역시 빠르게 회복합니다.
30,000따봉이나 하는 물건이다. 말만 들어서는 그렇게 대단하게 느껴지질 않는다.
트롤은 몬스터, 상위급으로 올라가는 헌터들은 반드시 잡고 가는 몬스터 중의 하나다.
신의 힘을 얻는 것도 아니고 트롤의 힘을 얻는 걸 30,000따봉이나 줘야 하는 일일까?
하지만 척량이 이걸 추천한 이유는 단 하나.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던 며칠 전.
척량은 이렇게 말했다.
‘트롤의 방어력, 근력, 체력은 모두 B등급입니다. 주군, 지금 능력치는 근력 B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C 정도. 그걸 강제로 B급으로 맞춰 주는 스킬입니다. 거기다가 가장 중요한 건 회복력!’
트롤의 회복력은 헌터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다.
팔을 베어내도 다시 회복하는 이놈들은 장기전으로 들어가면 악몽이다.
그렇기에 그 힘이 담겨 있는 트롤의 피는 상급 회복 포션에 필수로 들어가는 재료 중의 하나.
‘A급 회복 마법을 계속 받고 있는 셈입니다! 거기다가! 일전에 얻은 반지의 효과도 중첩되기에, 재생력과 체력이 더욱 크게 상승합니다!’
하지만 성장하지 않는 스킬이다.
이것만으로 30,000따봉이나 줄 이유가 있을까?
시청자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엄지야. 포인트 낭비할 때가 아니야. 넌 가뜩이나 포인트 없을 텐데.
-저거 힐러 긴급 탈출용 스킬 아님?
그랬다.
성장 가능성도 없는 스킬에 다량의 포인트를 투자하는 건 그걸 평생 그 정도 근력, 방어력, 체력을 올릴 일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헌터라면 언젠가는 트롤보다 강해지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터.
-미쳤따리…….
-전투 스킬에 포인트를 써야지, 인마!
-엄지야! 도망쳐라!!
-근데 쟤 어떻게 저 스킬을 산 거지? 전사계 능력자인가?
-헌터 엄지 능지 떨어져서 잠들다.乃
-[멍청한 사람만 보면 짖는 개] 님이 100원을 후원했습니다.
[멍청한 사람만 보면 짖는 개] : 멍멍멍멍멍! 멍멍! 멍멍! 왈왈왈왈!
제법 날카로운 시청자도 있긴 있네. 내가 어떻게 트롤의 신체 스킬을 구입했는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이 정도는 상관없다. 사실 더 중요한 건 따봉이니까.
아까 따봉 메시지를 오프해 놔서 들리지는 않지만 상태 창을 보니 따봉이 가파른 속도로 쌓이고 있었다.
그리고 스킬을 산 효과는 즉시 이루어졌다.
신체 능력이 B등급으로 상향되고, 동시에 몸에 활력이 샘솟는 기분이 드는군.
피로감이 사라지고, 인간을 탈피한 느낌이야.
그래. 이걸로 나는 더 싸울 수 있다.
더 오래. 더 많이. 더 강하게.
오래가는 건전지가 된 기분인걸?
“다들 저를 못 믿으시는군요. 너무하십니다.”
고양감 속에서 나는 우는 척 눈물을 훔쳤다.
놀들은 이게 무슨 짓인가 싶은지 주춤주춤 서로 눈치를 봤다.
이윽고 무리 리더로 보이는 놈이 방망이를 치켜들었다.
컹컹컹!
그 명령에 따라 일제히 놀들이 덤벼든다.
그 순간, 나는 스킬을 하나 더 발동시켰다.
“모노 바이크 추가 스킬 발동. [마력 감응]!”
내 명령에 다시 챗창이 침묵한다.
-마력 감응? 그거…… 에고 소드 같은 레전드리급 검에 부여되는 스킬 아니야?
-그게 마도 골렘한테도 되는 거였어?
-미친 그게 돼?
대답 대신 귓가에 시스템 음성이 울린다.
-탑승자의 마력과 동화됩니다.
-모노 바이크, [트롤의 신체]가 전해집니다.
바이크의 표면에 마치 트롤 피라도 뒤집어쓴 것처럼 푸른 빛이 서린다.
나는 한쪽 다리를 지지대 삼아 휠 윈드를 하듯 바이크를 360도로 돌렸다.
퍼버버버벅!
트롤급 힘, 근력, 방어력, 마지막으로 재생력을 담은 달리는 무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신들이 다시 당신을 주시합니다!
-1,000따봉을 받았습니다!
-1,000따봉을 받았습니다!
-1,000따봉을 받았습니다!
오, 세 명? 누군지 몰라도 세 명이 보고 있는 모양이군.
일반 따봉은 오프되어도 신들의 따봉 메시지는 여전히 들린다.
1,000개씩이나 퍼붓기 때문인 걸까?
‘역시 서커스는 최고의 방송이지.’
마무리로 나는 바이크로 휠 윈드를 하며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의 머리를 [라이트 블레이드]로 썰었다.
키에에에엑!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날아간다.
지금 내 바이크는 트롤의 파괴력과 재생력, 거기에 머신의 속도와 중량을 갖게 되었다.
컹, 키아우우우!
놀은 더욱 증원을 불렀다.
“라이트 블레이드로 보완하긴 했지만, 역시 그래도 칼 길이가 부족하군요.”
-여의봉이라도 들고 다녀야 할 각.
-엄지 창술이라도 지금 익힐래?
-딴 데 욕심부리지 말고 바이크 님한테 업혀 살지 그래? 바이크로 타격하는 것만으로도 X나 강한데.
“어허, 안 되죠. 제가 주인공인데!”
트롤의 힘이라…….
그것 없어도 이미 내 근력은 트롤급이다.
급할 때마다 따봉을 퍼붓다 보니 벌써 그렇게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