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46화 (46/305)

제46화

종종 이런 리플이 올라오곤 했다.

-여우 뭐임? 여우 뭐임? 여우 뭐임? 여우 뭐임? 여우 뭐임? 여우 뭐임? 여우 뭐임? 여우 뭐임? 여우 뭐임? 여우 뭐임? 여우 뭐임? 여우 뭐임?

-정령? 소환수임?

-척량이래!

-ㅁㅊ! 입에 넣고 쫍쫍 빤다!

-엄지척 님! 척량 먹이 주는 장면 좀 올려 주십시오!

-헐, 귀가 왜 이리 커?

-척량이 발바닥 쫍쫍 빤다!

방금 전에 봤던 리플들이다.

“안 된다. 척량이 발바닥은 내 거! 쫍쫍은 내가 해야죠. 안 그렇습니까. 척량 님! 한 번만 쫍쫍 빨게 해주십시오. 우리 척량 님!”

척량은 내 격한 애정에 비명을 내뱉었다.

“키양, 키야아앙!”

모노 바이크의 스킬 하나하나가 개사기지만 특히 한 가지, 제일 큰 사기 스킬이 있다.

-마력 감응 : 탑승자의 스킬에 동화된다.

내 생각이 맞는다면 이건 진짜 미친 스킬이다.

“모노 바이크를 탄 채로 블레이즈 워크를 발동하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척량 님?”

“키양?”

척량이 신음을 지르다 말고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윽고 척량의 눈이 커졌다.

“주군, 그게 만약 된다면 그거…….”

쫍쫍쫍쫍쫍!

나는 척량의 발바닥을 빨았다.

“어, 형…… 왜 이렇게 소란이야?”

동생이 내려와서 나를 보고, 발바닥 빨리고 있는 척량을 한번 보더니 한숨을 쉬고는 도로 위로 올라갔다.

미친놈 보듯이 3초 동안 바라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 * *

척량은 3시간가량 내 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삐졌다는 뜻이다.

“처, 척량…….”

“그렇게 세게 끌어안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주군!”

“미안해.”

“제가 단순히 안는 것으로 뭐라 하지 않습니다! 힘의 강약이 문제입니다!”

“너는 신공정령이잖아? 그 정도로는 절대 타격이 없을 텐데?”

“그렇습니다만 기분의 문제입니다. 거기다가 발바닥을 쭙쭙 빨다니! 이런 망측한! 군주가 신하에 대한 기본 예의조차 지키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척량의 꼬리가 까딱인다.

후, 삐진 게 풀리려면 꽤 걸릴 것 같다.

“진짜 미안해. 흥분해서 그만……. 내가 어떻게 해야 화가 풀릴 것 같니?”

“양반다리를 하고 앉으십시오!”

“아, 알았어.”

척량이 내 무릎에 올라오더니 뒤통수를 내게 가져다 댔다.

“이대로 정수리를 긁으십시오.”

“으, 응.”

‘이거 고양이도 아니고…….’

자그마한 여우 머리통이다.

정령 모드일 때는 몰랐는데 실체화를 하니 호떡처럼 따끈따끈하다.

손톱을 세워서 정수리를 살살 긁어 주니 기분 좋은지 여우 꼬리를 살랑거렸다.

갸르릉-

“후, 좋습니다. 주군. 10분간 이대로 제 정수리를 긁어 주는 게 벌입니다.”

이거, 이거대로 좀 힘들다.

이렇게 귀여운데 정수리만 쓰다듬어야 하다니 미치겠네.

‘또 콱 끌어안으면 화내겠지?’

참자. 참자.

“주군께서는 평타형 극공 딜러입니다. 보통 딜러들이 스킬 하나하나 써 가면서 때릴 때 주군은 평타형 대미지를 그렇게 낼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모노 바이크까지 더해져 기동력으로 압도한 상태죠.”

“응, 그렇지.”

“아마 동 레벨에서 주군만큼 강한 상대는 없을 겁니다.”

척량은 따봉 상점에서 스킬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앞발이 빠르게 움직이며 수많은 스킬 판매 창들을 여닫기를 반복한다.

“사실 신기하긴 합니다. 주군께서는 보통의 책사들이 간언하는 방식을 아득하게 뛰어넘었기 때문이죠.”

“책사들은 극공형 평타 딜러 추천 안 해?”

“……어느 미친놈이 그런 걸 추천하겠습니까. 주인님, 책사의 최우선 임무는 주인의 안전입니다. 아무리 대의가 있다고 해도 주인의 생명이 우선입니다.”

그, 그런가.

“거기다가 음…… 우리는 기본적으로 주어진 지식을 조합하여 주인께 간언을 드리는 게 임무. 극공형 평타 딜러는 정상적인 책사라면 절대 간언하지 않을 유형이죠.”

“그렇구나.”

“수많은 스킬들 중에서 단순히 운만으로 토대를 쌓는 것은 불가능하니, 이건 결국 육감이겠죠. 저희 세계에서는 본능형 군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육감?”

틀린 말은 아닌가.

생각해 보면 수많은 스킬 창을 보고 가장 내게 맞다 싶은 것들을 골랐으니까.

척량이 말했다.

“토대로서도 잘 작용하고, 본인 스타일과도 잘 맞았으니까요. 자기 객관화가 잘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이윽고 척량이 두 개의 스킬 창을 내게 보여 주었다.

“주어진 건 10만 포인트, 주군께서 얻어야 할 다음 스킬들입니다.”

* * *

얼마 후, 엄지척의 갓튜브 채널에 예고 공지가 떴다.

[엄지척 라이브 예고! 이니셜 A, 야외 드라이브의 진수!]

공지에는 세부적인 내용 없이 간단하게 몇 시에 시작할 건지 정도만 적혀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구독자들이 엄지척의 공지를 체크했다.

-乃엄지 라이브 파이팅乃최강 엄지乃절대 소중乃엄지 절대 지켜乃엄지 라이브 파이팅乃

-역시 드라이브로 가는구나. 스킬 포인트 많이 부족한가 보네.

-던전 공략 라이브가 아니고 야외 라이브? 지난번처럼 특수 트럭으로 몬스터 치는 거 보여 주려나?

-결국 그 짓도 몬스터랑 5레벨 이상 차이 나면 경험치 별로 못 먹잖음?

-마지막 꿀물이나 뽑으려나 보지.

하필 한계가 정해져 있는 드라이브 스킬. 엄지척의 끝물을 점치는 리플들이 많았다.

-전문가 나셨어요? 남의 포인트 상태에 감 놔라 배 놔라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시네.

↳ 그 전문가들이 엄지척은 이제 재기 못 한다고 이야기했잖?

↳ 헨리 메르세데스처럼 마도 골렘 스킬이라도 가진 거 아니면 한계가 정해졌다니까?

↳ 그 스킬 북을 먹었다고 해도 저 레벨에는 마나 통이 안 된다고. 헨리도 후달린다니까?

↳ 무슨 마력으로 마도 골렘을 움직임?

일개 개인이 아닌 전문가들의 논평이다.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엄지척의 팬덤 입장에서는 이게 되게 이상한 일이었다.

헌터가 자신을 희생해 민간인을 구한 일은 분명 흔치 않은 선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나오는 전문가들은 논평을 이용해 엄지척 장례식을 치르고 있었고,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아이디들이 우르르 몰려와 엄지척의 채널에 악플을 달기 시작했다.

헌터 소속사에서는 고소하겠다고 밝혔으나 갓튜브는 외국계 기업.

신상을 전달받기까지 시간이 있었다.

오히려 몇 번 차단을 먹고 지능이 상승했는지 육두문자를 쓰지 않고 조직적으로 괴롭히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정하 그룹 내부 사정을 알 길이 없는 팬덤 입장에서는 참 이상한 현상이었다.

사람 하나 악플로 죽는 거 아닌가, 그런 불안감마저 들기 시작했다.

팬덤은 결국 키보드를 들었다.

-그딴 전문가 말 알 거 없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면 울 채널에서 껒ㅈ여乃

-쪼렙 엄지한테 부글거리는 니들 인생도 알 만하다乃

-새싹 밟겠다고 우글우글 기어 나온 거 보니 인생이 애잔해 ^^乃

↳ 빠가 까를 만든다고 ㅋㅋㅋ 니 새끼 이제 헌터 생활 쫑 났다니까?

↳ 응~ 우리 엄지 헌터 못 해도 괜찮아. 얼굴 천재거든乃

-엄지 팬덤 논리력 상실한 듯 뇌절했네. 지 새끼 종친 줄도 모르고

↳ 범죄자 빠는 니보단 낫지^^ 난 착한 엄지 빨 거임乃

-엄지도 고생이다. 민간인 지키다가 좀 무리했다고 온 세상 잡놈들이 다 기어 나와서 물어뜯고 있네…….乃

- 乃엄지 지켜乃

↳ 乃엄지 지켜22222乃

↳ 乃엄지 지킨다!!3333乃

…….

그랬다. 어느 정도 구심점이 생긴 팬덤.

그것도 마약, 불륜, 음주 운전처럼 물의를 일으켜서 악플이 달리는 것도 아니고, 민간인들 지키려다가 생긴 사태다.

하지만 팬덤은 전문가급의 학위를 가진 것도, 업계인도, 프로 헌터도 아니다.

그저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이런 박해 속에서도 팬덤 중 탈덕자는 거의 없었다.

우선, 한국에서 이 정도 미모를 가진 헌터가 흔치 않은 데다가 관리도 꾸준했다.

주기적으로 SNS에 올리는 트레이닝 사진에서 그 미모는 한층 더 빛을 발했다.

거기다가 힘든 티를 낸 적이 없었다.

늘 밝게 웃는 모습이 도리어 사람을 안쓰럽게 만들었다.

게다가 내 헌터는 옳은 일을 했다는 것.

그 사실이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원래도 코어화가 진행되기 시작했던 팬덤이 도리어 불타올라 더욱 단단하게 뭉치기 시작했던 것.

한편.

-난 괜찮은 전략 같음.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는 자잘한 스킬 포인트라도 모아야 할 거고, 던전 또 가기는 부담스러울 거니까.

-이번에도 파티 사냥일까?

-안전 생각하면 파티 사냥 가야지. 누가 쪼렙이 필드를 솔로 플레이로 감?

-지난번에 엄지척 파티 꽤 안정적이지 않았냐?

-ㅇㅇ. 다들 희귀 직업에 팀워크도 잘 맞아서 괜찮은 그림 나올 듯.

팬도 안티도 아닌 사람들은 대부분 이 사태를 적당히 관망했다.

떠오르는 신인이 고꾸라지는 건 흔한 일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여 주느냐.

바닥에 떨어져도 턱부터 떨어지는 사람이 있고, 우아하게 낙법을 취하며 착지하는 사람이 있다. 그 모습이 중요했다.

논란 속에서 다음 날.

-오, 엄지척 라이브 켜졌다!

노이즈 마케팅도 마케팅인 법.

논란은 더 많은 관심을 끌게 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일제히 엄지척의 라이브 채널에 입장했다.

-뭐야? 산? 강원도 산꼭대기?

-미친, 그것도 솔로 플레이야?!

-거기 민가도 원래 없었고 군부대도 전멸해서 몬스터 필드 됐잖아!

-엄지척 자살하려고 작정했나?

-아니야. 그럴 리가 없을 거야. 분명 동료들이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나오는 전개일 거야.

-엄지야! 엄지야아아아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경악과 혼란, 아수라장 속에서 엄지척은 라이브를 시작했다.

“아아, 라이브 시작됐죠? 처음이라 긴장되네요.”

어색하게 웃으면서.

* * *

방송 잘되고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전방위 영상 촬영 스킬]을 켰다.

갓튜브와 연결해서 방송을 송출할 때 꼭 필요한 스킬 중 하나.

-라이브 채널과 교신합니다.

채팅이 어지럽게 올라오고 있었다.

-산에서 대체 어떻게 트럭 타고 내려옴?

-저기 길 끊겨 있을 텐데?

-아니, 길이고 나발이고 산꼭대기에서 뭔 수로 트럭을 타냐고?

-저 미친 곳을 왜 갔어, 엄지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엄지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 야, 오랜만에 헌터 시체 치우는 꼴 보겠네.

-[엄지안전중요해乃] 님이 1,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엄지안전중요해乃] : 엄지야 지금이라도 안 늦었다 돌아가자!ㅠㅠㅠㅠ

-[방송족같이하네]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방송족같이하네] :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1,000만 원 + 완주까지 하면 1,000만 원 준다.

그 순간 채팅 방이 아수라장이 되기 시작했다.

-죽으라는 거네ㅋㅋㅋㅋㅋㅋ

-도망치지 말라는 거지ㅋㅋㅋㅋㅋㅋㅋ

-고작 2,000만 원으로 헌터가 목숨 빵 ㅁㅊㅋㅋㅋㅋㅋㅋㅋ

-2,000만 원 세다. 이야 산 한 번 내려가는데 연봉이네.

-사나이답게 받을 거지? 엄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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