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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45화 (45/305)
  • 제45화

    기생 생명체라고 하기에는 원래라면 혼자서도 자립할 수 있는데, 스킬로서 동생의 몸에 붙어 있는 형태라고.

    대신 생명체인 만큼 책이든 뭐든 읽어서 저 혼돈의 문자에게 밥을 줘야 한단다.

    그게 저 기생 생물인 ‘혼돈의 문자’의 정체다.

    시스템을 거쳐 스킬의 형태로 만들어져서 안정화되어 붙어 있다고 하니 건강에는 괜찮은 모양이라던데.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정비가가 장담했고, 시스템 설명에도 그리 붙어 있으니 맞나 보지, 뭐.

    이미 붙어 있는 걸 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가…….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 개 같은 세상에서 각성자들이 믿는 단 하나.

    그것은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

    신앙보다 깊이 믿으며 중력보다 쉽게 눈으로 볼 수 있는, 절대 바뀌지 않을 법칙 같은 것이었다.

    동생이 책을 읽자 문양이 흔들리며 책의 문자를 빠르게 흡수했다.

    혼돈의 문자가 먹고 난 자리에는 백지만이 남아 있다.

    재미있는 건 동생이 읽은 문자만을 먹는다는 거다.

    페이지만 파르륵 넘긴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폰에 있는 이북도 되지 않아?”

    “되긴 해. 그런데 그렇게 하면 문자나 통화 기록도 먹어 버려서 귀찮더라고.”

    그래서 책만 먹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너 아직 수호신은 안 정했지?”

    “응. 그 이후로 많은 신들이 연락해 왔지만 계약에 따라서는 내가 불리한 것도 많으니까.”

    문화권에 상관없이 강대한 신들이 모두 동생을 찾았다고 들었는데, 이 녀석은 여전히 선택을 미루고 있다.

    아무래도 법대 출신이다 보니 신들이 내미는 계약이 조금씩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일까.

    척량이 말했다.

    -주군, 헌터들은 흔히 수호신을 일찍 고를수록 좋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음? 어째서?

    -아우님의 기본 스킬이 워낙 우월한 데다가 무기에 제약도 없는 A급 각성 직업인 만큼 성장 후에 천천히 신을 골라도 되거든요.

    만약 스킬만 괜찮다면 나중에 고를수록 좋다는 건가?

    -네. 아우님 정도의 인재면 좀 더 강해진 후에 유리한 계약으로 끌고 가도 좋습니다. ‘혼돈의 문자’란 그럴 가치가 있는 모양이니.

    척랑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게 옳은 선택인 거겠지.

    나는 다시 리플들을 읽어 내려갔다.

    -라이딩 스킬의 단점이 딱 한계가 정해진다는 게 문제임. 특수 트럭보다 강한 걸 어디서 구함?

    ↳ 맞말인 듯. 당장 살자고 포인트 날린 셈임.

    ↳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으니까 이해함.

    ↳ 생포인트 다 날렸으니 앞으로 엄지척은 헌터 생활에 지장 많아질 듯. 존잼이네. 나중에 죽는 거 방송해 주면 후원 날려준다.

    ↳ 와~ 나 궁금해서 그러는데. 엄지는 헌터 안 해도 얼굴로 먹고살아도 되는데 님 같은 혐생은 어케 삼? 진짜 궁금해서 물어봐

    ↳ 검지 현실도피 하는 거 보솤ㅋ 응~니네 헌터 망헌터ㅋㅋㅋㅋ

    이런저런 리플들이 쭉 이어졌다.

    포인트는 그야말로 헌터의 피와 살이다.

    어느 시인이 목숨을 태워서 얻는 핏값이라고 표현한 적도 있었다.

    그런 엄청난 포인트를 당장 살자고 부었으니, 앞으로 지장이 있을 건 당연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헨리 메르세데스처럼 골렘 라이딩하면 되지 않음?

    ↳ 헌터 상점에도 없는 마도 골렘 제작 스킬을 상식적으로 어떻게 얻냐.

    ↳ 헨리도 마도 골렘 스킬 북 얻고 나서 라이딩 스킬 구한 거. ㅇㅇ…….

    ↳ 그거 구해도 마나 후달려서 개 고생함. ㅇㅇ.

    ↳ 헨리도 클라이맥스 때나 탐. ㅇㅇ.

    ↳ 헨리가 먹는 마력 포션이 한 병에 300만 원짜리임.

    ↳ 이여. 톱급 헌터 클라스 보소.

    ↳ 걔는 똥 싸고 지폐로 엉덩이 닦을 듯.

    ↳ 이번 독일 차 광고도 걔가 했더라.

    -엄지 팬덤 곧 개판 나겠네. 원래 헌터들 실적 안 나오면 팬덤 해산하는 건 시간문제인데.

    -아니면 로또 맞을 각오로 관련 계열 던전 뻉이 치든가.

    -ㄴㄴ. 마도 유적 관련 던전은 전부 인기가 많음. 몇 주 전부터 대기하든가 아니면 완전 상위 티어 던전으로 빠져야 하는데 엄지 레벨로는 턱도 없음.

    ↳ 엄지 진짜 망함.

    그때 동생이 말했다.

    “아, 맞다. 형, 말한 마도 골렘 재료들 전부 구매했어. 뭘 만들 건지 모르겠지만 돈 좀 꽤나 깨졌……. 어? 형? 뭐 좋은 일 있어?”

    “응? 왜?”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고 있어서.”

    그 말에 나는 퍼뜩 입꼬리 단속을 했다.

    “별일 아니야.”

    “별일 아니긴. 뭐 엄청 좋은 일 있어 보이는데.”

    나는 괜히 찔려서 동생에게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부품은 언제 도착한대?”

    “어차피 사는 사람도 없는 재료들이라 내일이라도 당장 들고 오겠다고 하더라.”

    “오늘 돼?”

    “오늘?”

    동생이 생각에 잠기더니 폰을 들어 어딘가에 전화를 했다.

    * * *

    10만 따봉이 또 모였다.

    갓튜브 리플은 찬양과 우려, 악플이 섞여 있었다.

    ‘나도 이제 라이징 갓튜버인가?’

    인기 갓튜브에 좋은 리플만 달려 있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나를 구독한 구독자 수도 꽤나 증가했지.

    어깨가 으쓱으쓱한걸?

    ‘자, 필요한 부품은 다 도착했나?’

    지하 연금술실.

    널찍한 공방에 앉아서 도착한 부품을 늘어놓았다.

    “스킬, [마도 골렘 제작].”

    -[마도 골렘 제작] 스킬을 발동시킵니다.

    -어떤 도면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스킬을 발동하자마자 곧바로 내가 만들 수 있는 마도 골렘들이 차례로 떠올랐다.

    여기에 나는 한 가지를 덧붙였다.

    “스킬, [스크루지의 연금술] 발동.”

    -[☆★◇◆스크루지의 연금술◇◆☆★]이 발동됩니다.

    -중복 영역을 찾았습니다. 발동하시겠습니까?

    서로 다른 제작 스킬끼리 중복으로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건 척량이 가르쳐주었다.

    이것 역시 헌터 포럼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진귀한 정보!

    척량이 이렇게 말했다.

    -연금술 스킬로 ‘육포’를 만든다는 게 신기하지 않습니까? 요리 스킬과 중복되는 영역일 텐데요. 이처럼 제작 스킬은 서로 겹치는 영역이 존재합니다! 이를 이용하면 좀 더 활용도를 높일 수 있죠.

    “에이, 헌터 포럼 쓰레기네. 이런 것도 없고 말이야.”

    옛날이었으면 호기심에 어떻게 들어갈 수 없을까 찾아보던 사이트가 이제는 이리되었을 줄 어찌 알았겠나.

    원래 인간이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법!

    “중복해!”

    -[마도 골렘 제작]과 [스크루지의 연금술], 두 스킬을 더블 발동합니다.

    -발동 완료.

    -히든 레시피를 입수하였습니다.

    [마도 골렘 설계도 : 바이크]

    등급 : 히든 레시피

    [마도 골렘 제작]에 재료값과 에너지를 절약해 주는 연금술 스킬 [스크루지의 연금술]이 합쳐졌다. 적은 마력으로 마도 골렘이 낼 수 있는 출력을 고스란히 낼 수 있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 달릴 수 있으며, 사용자의 라이딩 스킬을 증폭시켜 준다.

    바이크에 직접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파괴력은 상승된다.

    -필요 부품이 모두 모였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골렘 제작을 시작합니다.

    그 순간, 내 손이 저절로 움직이면서 바이크를 조립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옆에서 척량이 말했다.

    “부품은 제가 건네 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 계속해서 마력을 소모해야 할 테니까요.”

    그래. 우리 복덩이!

    -골렘 제작 과정 중에는 마력이 빠르게 소모됩니다.

    -주의, 마력 제공을 멈출 시 마도 골렘의 등급이 하락됩니다!

    척량은 설계도대로 빠르게 내게 부품을 건네주었고, 나는 온전히 골렘에만 집중하며 제작을 해나갔다.

    그냥 특수한 재료의 오토바이를 조립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마력을 소모해야만 했다.

    ‘생각보다 마력 잡아먹는 하마네.’

    마도 골렘 제작 자체가 마력으로 시작해서 마력으로 끝난다.

    부품에 마력 회로를 새기고, 거기에 다시 마력을 퍼붓는다.

    파직!

    내 마력이 마력 회로를 타고 스파크를 만들었다.

    그 상태로 바이크 골조에 접합했다.

    -마력 3%가 소모되었습니다.

    -마력 5%가 소모되었습니다.

    -마력 10%가 소모되었습니다!

    허둥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단 하나의 이유 덕분이다.

    “[마력 회복의 비전 마법진]을 설치해 놔서 다행이네요.”

    그랬다.

    과거 [아크 드래곤식 마력의 고리]를 익힐 때 10,000따봉을 더 주고 비전 마법진도 익혔다.

    연금술실 바닥에는 [마력 회복의 비전 마법진]이 깔려 있었고, 계속해서 내 마력을 회복시켜 주고 있다.

    여기에 중복 스킬 가챠로 [더블 코어]까지 익히고 나니 회복 속도는 실로 무시무시했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크으, 마력 회복 포션 맛 끝내준다.”

    스크루지의 연금술로 미리 만들어 둔 마력 회복 포션까지 빨면서 만드니 빠지는 마력보다 회복되는 마력 속도가 더 어마어마해진 것.

    “일반인들은 마도 골렘을 만들 때 진짜 가장 큰 장벽이 마력량이라는 걸 모르는 모양입니다만, 대형 길드들은 알고 있었을 겁니다.”

    척량이 다음 부품을 건네며 말을 이었다.

    “주군 레벨에 이런 마도 골렘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거품을 물고 기절할 겁니다.”

    “이거 쪼랩은 만들지 말라고 내놓은 스킬이지?”

    “애초에 [마도 골렘 제작]은 최상급 스킬입니다, 주군. 마도 계열 던전이 얼마나 패턴이 더러운데요!”

    하긴 저렙 버섯 숲도 얼마나 패턴이 더럽던가.

    마도 시대와 연관된 던전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역시 그렇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다시 생각해도 그 거대 버섯은 두 번 못 깰 것 같다.

    -마도 골렘이 완성되었습니다!

    -등급을 책정 중입니다.

    -바이크의 이름을 정하시겠습니까?

    드디어 바이크가 완성됐다!

    모노 블레이드의 색을 따서 검은색에 은빛으로 포인트를 준 바이크는 문외한인 내가 봐도 썩 멋있었다.

    “검 이름이 모노 블레이드니까…… 저건 모노 바이크.”

    -소환수 [모노 바이크]가 완성되었습니다!

    -마력을 1회 이상 끊지 않고 제작에 성공해 추가 스킬이 부여됩니다!

    [모노 바이크]

    등급 : B (히든)

    분류 : 소환수 / 탈것

    연료 대신 주인의 마력을 태워 전진한다. [마도 골렘 제작] + [스크루지의 연금술]이 합쳐진 시크릿 작품!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 달릴 수 있으며, 사용자의 라이딩 스킬을 증폭시켜 준다.

    바이크에 직접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파괴력은 상승된다.

    스킬

    -소환/소환 해제 : 바이크를 아공간에 넣거나 밖으로 소환할 수 있다.

    -마력 절약 : 통상 마도 골렘의 마력 50%만으로도 같은 위력을 낼 수 있다.

    -가속 : 속도가 빨라질수록 스킬 대미지가 크게 증가한다. (최대 300%)

    -길 위의 무법자 : 온로드, 오프로드 모두 사용 가능

    추가 스킬

    -마력 감응 : 탑승자의 스킬에 동화된다.

    “사기, 개사기가 나타났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척량을 끌어안았다.

    “쿠에에에엥--!”

    “아이고, 예쁜 것. 이 예쁜 것!”

    그렇지 않아도 요즘 갓튜브에 척량이 나오면서 조회 수가 급상승했다.

    전투 비중도 없는 데다 엑스트라처럼 짧은 컷이었는데도 물어보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그야말로 동물튜브의 산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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