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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41화 (41/305)
  • 제41화

    사체에서 자라난 버섯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

    그들은 기괴하게 꿈틀거리며 한두 발자국씩 앞으로 내디뎠다.

    다행히 중앙과는 달리 외곽의 버섯들은 성장이 더뎠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던전 그로잉이 끝나면 더욱 진화된 버섯 몬스터들이 이 일대를 장악하게 될 터.

    우린 우선 캠프에 도착해 헌터 보조원들을 모두 내렸다.

    “캠프가 얼마나 버틸지는 몰라도 바깥보다는 나을 겁니다.”

    동료들은 바깥 상황을 보고 심상치 않은 걸 느꼈는지 모두 무장을 마친 상태였다.

    “어라, 대표님. 언제 따라가셨어요? 방금 전까지 저희랑 있었잖아요.”

    힐러 성광이 물었다. 정지한이 답했다.

    “스킬로 빠르게 갔습니다.”

    “다행이네요. 하긴, 예전부터 대표님은 불쑥불쑥 나타나곤 하셨지.”

    다른 팀원들은 익숙한 모양이다.

    그렇게 동료들만 태우고 다시 보스를 향해 달려가려던 차에 헌터 보조원들이 말했다.

    “저희도 싸우겠습니다.”

    김 씨 아저씨도 한마디 덧붙였다.

    “엄 씨, 나도 싸울게.”

    “미친 소리 하지 말아요. 김 씨 아저씨!”

    “캠프에 있어 봐야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기본적인 전투는 우리도 할 줄 알어!”

    “기껏해야 몸을 지키는 정도잖아요.”

    “기본 장비도 잘 받았어. 그렇죠, 대표님?”

    정지한이 이마를 찌푸렸다.

    “속성 공격이 담긴 기본 소총을 지급하긴 했습니다만…….”

    공격력이 강하진 않다.

    그냥 일반 총화기보다는 나은 수준.

    당연했다.

    몬스터 사체를 수거하다가 몬스터를 만났을 시에 트럭으로 대피하기까지 호신용으로 쓸 수 있게 만든 정도니까.

    김 씨 아저씨가 말했다.

    “어차피 너 죽으면 우리도 다 죽는 거잖여! 안 그래?”

    그 말에 보조원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인데…….”

    “없으면 손 하나라도 보태자고!”

    나는 더욱 화를 냈다.

    “아저씨, 그러다 죽어요! 죽는다고! 그냥 죽으면 다행이지, 평생 불구가 될 수도 있어!”

    “그러면 다른 수가 있어? 우리가 눈이 없냐? 손 하나라도 아쉬운 거 모를 것 같아?”

    울컥, 뜨거운 게 치밀어 올랐다.

    정지한이 말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엄지척 씨. 결정하려면 빨리 하셔야 합니다.”

    그는 선택을 내게 맡겼다.

    “젠장. 타요!”

    내 말에 보조원들이 와아, 소리 질렀다.

    “그래. 그래야지.”

    “그렇지 않아도 한 번은 쏘고 싶었어.”

    “김 씨, 사격 점수 얼마나 나왔어?”

    미친 사람들이다. 몬스터가 무섭지도 않은 걸까.

    ‘왜 하필 김 씨 아저씨가 와서…….’

    그때 매몰차게 대했으면 달랐을까?

    출세하고 눈 뒤집힌 사람처럼 냉대했으면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힘들 때 도와주었던 사람을 그렇게 대한다는 건 내게 불가능한 일이니까.

    김 씨 아저씨가 트럭을 조작하려 했다.

    “엄호 버튼이 뭐더라.”

    “됐어요. 제가 할게요.”

    나는 트럭을 조작해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트럭 지붕과 벽 일부가 내려가면서 안에서 밖으로 총을 쏠 수 있는 형태로 변했다.

    유사시에 트럭에서 헌터들을 엄호하며 도주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

    하지만 원래라면 누를 일이 없는 버튼.

    김 씨 아저씨가 말했다.

    “엄 씨, 감 안 죽었네.”

    “됐으니까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마요.”

    “하하하.”

    “무척이는 총기로 계속 엄호해. 레인저 별하나 님은 제 옆자리에 앉으세요. 수색 스킬로 길잡이를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탱커 정지벽이 말했다.

    “전 뭘 하면 됩니까?”

    “몬스터가 붙으면 벽을 만들어 떨쳐 주세요.”

    “예써!”

    “정지한 대표님은…… 능력이 뭔지 모르겠지만 몬스터 잡으실 수 있을 테니 알아서 도우시고요.”

    “네.”

    보조원 트럭.

    특수 트럭이라 일반 트럭 운전법과는 다르다.

    아직 변하기 전 던전의 지리를 잘 알면서도 섬세하게 운전할 줄 아는, 그러면서도 때에 따라 염력 화살 같은 원거리 공격으로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 운전자는 나밖에 없고.

    나는 척량을 영체로 바꿨다.

    영체인 상태의 척량은 영혼처럼 허공에 떠올라 내 주변을 맴돌았다.

    “내 눈이 되어줘.”

    -알겠습니다, 주군!

    운전 시야 사각지대는 척량을 쓴다.

    “갑니다!”

    나는 그렇게 차를 몰아 질주를 시작했다.

    * * *

    보스 방까지 일직선으로 밟았지.

    이 차의 배터리가 얼마나 남든 상관없으니까. 돌아올 걸 걱정할 여유? 그런 게 있겠나.

    탕, 타탕! 투투투투퉁!

    뒤통수로 동생의 총성에 다른 헌터 보조원들이 쏘아대는 중기관총 소리까지 개처럼 짖어대는 걸 보니, 어이쿠야.

    벌써 버섯들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한 모양이네.

    ‘생각보다 빠른걸?’

    별하나가 말했다.

    “좌회전요!”

    끼기기긱-

    핸들을 거칠게 꺾어 산길을 내달리시고. 마침 보이는 버섯 하나 차로 받아주시고!

    콰앙!

    범퍼가 좀 찌그러진 모양이지만 차체는 멀쩡한 모양이네.

    보통 헌터 보조원 차보다 단단한 게, 돈 좀 바른 모양이야.

    하지만 그렇게 치인 버섯 녀석은 딱히 별 타격이 없는 듯 벌떡 일어나는 게 아닌가.

    “쯧!”

    역시 그런가.

    예상은 했는데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네.

    마력이 머금어지지 않은 물리적 충격은 몬스터에게 별 대미지를 못 주기 때문이지.

    이게 됐으면 그 옛날 몬스터 웨이브 사태 때 헌터를 안 쓰고 전술 핵을 쐈지.

    얘들은 마력이 있어야만 제대로 타격이 들어간다.

    그래도 내가 할 건 정해져 있지.

    끼리리릭-!

    냅다 밟는 거다.

    하지만 계속해서 차를 들이받는 버섯 좀비들이 늘기 시작했다.

    차의 속도가 늦춰지기 시작하면 그 뒤는 끝장이다.

    ‘척량, 스킬 검색해 줘!’

    마음속으로 외치자 척량이 답했다.

    -어떤 스킬을 원하십니까, 주군? 추천으로는 보호의 가호, 광역 보호막이 있습니다!

    모범 답안이네.

    하지만 그걸 골랐다가는 더 꼬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직감이라고 해도 좋고, 헌터 보조원으로서의 짬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런 걸로는 안 돼. 이 상황을 돌파하려면 확실한 걸…… 아……!’

    그때 깜깜한 머릿속을 밝히며 생각이 번개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손을 뻗어 간신히 그것을 낚아챘다.

    ‘운전 관련 스킬! 내 따봉을 전부 태워도 좋아. 가장 좋은 걸로!’

    내 말에 척량의 눈이 커졌다.

    -괜찮은 아이디어군요! 주군!

    척량이 빠르게 앞발을 움직이더니 스킬을 검색해 내게 보여 주었다.

    [소울 드라이버 - 62,000따봉]

    등급: 에픽 (비성장형 B+)

    탑승물에 마력을 담아 조종할 수 있다. 탑승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제약이 없으며 운전 시 스킬 부스터를 사용해 일시적으로 가속시키거나 무기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62,000따봉? 양심 없네. 건곤신공이랑 가격이 맞먹네?

    -주군?

    내 전 재산이다. 전 재산값을 얘가 과연 해 줄까?

    ‘……사!’

    -알겠습니다!

    스킬 북이 허공에 나타난다.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스킬 북을 받아 흡수했다.

    스킬을 사용하는 법이 곧바로 머릿속에 들어온다.

    간단했다.

    차에 대고 스킬을 발동해 무식하게 마력을 퍼부으면 된다. 다행히도 그건 자신 있는 종목이다.

    나는 앞 포켓에서 스크루지 마력 회복 포션을 꺼내 빨았다.

    띠링-

    -3분 동안 마력 회복 속도가 크게 증가합니다!

    척량이 말했다.

    -주군, [아크 드래곤식 마력의 심장] + [아크 드래곤식 마력의 고리] + [건곤신공] + [오토 에너지 드레인] 테크가 힘을 발할 때가 되었습니다! 주군께서 레벨은 없지만 스텟으로 대충 레벨을 감안한다면 동 레벨에서 주군의 마나 통을 따라갈 인간은 없으리라 자부합니다!

    오냐. 마력 축적과 마력 회복은 내 주특기지.

    내가 소리쳤다.

    “엄호할 생각 하지 말고 모두 꽉 잡아요!”

    나는 곧바로 스킬을 발동시켰다.

    “부스터!”

    몸의 마력을 있는 대로 뽑아냈다.

    심장이 폭주 기관차의 엔진처럼 무섭게 뛴다.

    체내에 생겨난 마력이 엄청난 속도로 빠져나갔다.

    이게 탑승물에 마력이 서리는 감각인가!

    차가 푸르게 빛나며 순식간에 트럭 최대 속도인 시속 200km로 급발진해 버렸다.

    부아아아아아아앙!

    바퀴가 바닥을 긁으며 연기를 낸다. 그리고 차는 급가속해서 튀어 나갔다.

    타앙!

    앞을 가로막는 버섯 놈을 그대로 쳐 버렸다.

    그냥 트럭도 아니고 마력이 깃든 트럭이라서인지 버섯 놈이 갈가리 찢어진다.

    -로드 킬!

    -[소울 드라이버]의 숙련도가 2 증가합니다!

    -엄청난 속도에 탐승자들이 당신에게 감탄합니다!

    -52따봉을 받았습니다!

    -신들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1,000따봉을 받았습니다!

    -1,000따봉을 받았습니다!

    뭐야! 갑자기 1,000따봉?!

    -신들의 따봉은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주군. 하지만 지금은 이런 것을 신경 쓰실 때가 아닙니다. 집중하십시오!

    신들의 따봉은 기본 단위가 1천이냐! 놀랐지만 척량의 말이 맞았다. 지금은 메시지를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부아아아앙!

    액셀을 밟으며 전방을 주시했다.

    이대로 보스 방까지 간다!

    * * *

    엄청난 속도로 밟았다.

    보이는 모든 버섯들을 트럭으로 찢어 가며 밟고, 또 밟았다.

    중간에 성광이 멀미로 또 구토를 했지만 이번만큼은 등을 두들겨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 와중에도 동생은 계속해서 총을 갈겼다.

    탕-!

    사격 관련 스킬이 레벨 업을 하고 있는 걸까?

    점차 정밀해지고 강해지는 게 느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포션을 물처럼 빨며 눈앞에 보이는 버섯들을 받아 버릴 뿐이다.

    퍼버버벅!

    크으, 마력 녹는 거 봐라!

    -주군,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이러라고 사 둔 스킬이니까!

    마침내 버섯들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붉은 하늘이 보인다.

    그 말은, 보스의 영역에 당도했다는 뜻이겠군.

    구우우우우우우-

    보스가 포자를 내뿜는다.

    나는 그대로 리프팅 턴을 하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익-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차가 멈췄다.

    땅에는 깊게 타이어 자국이 푹 파인다.

    포자의 파도가 트럭에 닿기 직전 성광이 기도를 했다.

    “닭의 사도시여! 그 몸을 튀겨 우민들을 구원하신 위대한 성자시여!”

    치킨, 아니 닭의 사도가 나타나 날개를 펼쳤다.

    꼬끼오!

    닭의 울음소리가 트럭을 감쌌다.

    띠링-

    -광신도, 성광의 정화 스킬로 10분 동안 일대가 정화됩니다.

    앞에 광신도란 타이틀이 좀 찝찝할 뿐이지 실력 하나는 알아준다.

    -성장 중인 보스 악몽 버섯이 당신을 확인합니다.

    -1따봉을 받았습니다.

    원래라면 선공하기 전에는 자고 있어야 할 보스 놈이 깨어서 멀쩡히 우리를 인식하고 있다.

    -보스에게도 따봉을 받을 수 있는 건 좋은 보상이네요.

    단순히 따봉의 문제가 아니다.

    보스에게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그것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특혜!

    시스템 말 그대로 보스 악몽 버섯은 성장 중이었다.

    원래도 거목 크기였는데 이제는 밑동 크기부터 엄청난 기세로 굵어지고 있었다.

    거기다가 거대한 버섯 갓은 금방이라도 우리를 납작하게 짜부라뜨릴 것만 같았다.

    더 큰 문제는 그거였다.

    놈의 밑동이 보라색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

    척량이 말했다.

    -놈이 독 속성으로 변화하려는 모양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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