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39화 (39/305)
  • 제39화

    ‘파악은 끝났으니 슬슬 끼어들어 볼까?’

    원래라면 앞으로 세 무리 정도 잡을 때까지 지켜본 후 끼어들 생각이었는데.

    이 정도 팀워크라면 나도 무리 없이 바로 끼어들 수 있을 것 같군.

    “전투 클리어! 일단 잠깐 휴식합니다!”

    “역시 무척 씨예요. 원딜이 근딜까지 하기 쉽지 않은데.”

    “별말씀을요. 능력 덕분이죠. 저보다 저희 형은 더 굉장한걸요.”

    “아니. 야, 거기서 내 이야기가 왜 나와?”

    별하나가 혹시 무척이한테 관심이 있나?

    아니면 이건 꼰대 같은 내 헛생각일까? 그런 생각으로 동생에게 적당히 태클을 넣었다.

    우리는 버섯들의 사체에서 조금 물러난 자리에 대충 앉았다.

    정지벽은 허리춤의 수통을 꺼내서 물을 마시더니 역시나 육포를 즐겁게 씹는다.

    “정지벽 씨는…….”

    “뭘 그리 거리감 느껴지게 말해요? 그냥 지벽이라고 불러도 돼요. 제가 나이도 더 어린데 뭘.”

    그렇게 말하며 또 육포를 권한다.

    이번에도 몬스터 육포겠지? 사양 않고 받아 드니 그녀가 씨익 웃었다.

    “그거 좋은 이야기입니다. 팀원들 간에 거리감이 없는 쪽이 더 좋겠죠.”

    그때 정지한이 끼어든다.

    그러는 댁이나 말을 놓아 보시지?

    “어라? 그러면 저도 오빠라고 부르면 되려나요? 저도 엄지척 씨보다 나이가 어린데.”

    “아뇨아뇨. 굳이 그러실 것 없습니다. 초면인걸요.”

    이분들 왜 이리 인싸야?

    아이고, 버거워라. 내가 다시 거절의 멘트를 꺼내자 동생인 무척이가 이어서 말했다.

    “아직은 서로 예의를 지키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녀석의 얼굴은 엄격, 근엄, 진지했다.

    “아니, 굳이 그렇게 정색할 이야기는 아니고…….”

    “자 자, 휴식 시간 끝입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다음 사냥 가지요.”

    정지한이 적절히 이야기를 끊는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의 먼지를 털었다.

    그걸 보면서 내 의견을 제시했다.

    “잠시만요. 이번부터는 저도 낄게요.”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그리고 뒤이어 탱커 정지벽을 보았다.

    그녀가 탱커인 만큼 다들 그녀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는 것이다.

    “음~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영상을 보면 엄지척 님은 근접 딜러시니까, 제 옆에서 제가 흘린 녀석을 처리해 주시면 고맙습니다. 게다가 CC기도 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그건 한 번에 하나예요?”

    “예. 아직은요.”

    “그것만 해도 엄청 도움이 됩니다. 전술적으로도 여러 가지 변화를 줄 수 있고. 엄지척 님 정도 실력이면 더 깊은 곳을 들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두툼한 갈색 사각형의 조각을 꺼내 씹더니 나한테도 하나 더 준다.

    탱커들을 위해서 만든 고농축 육포.

    고블린 맛!

    호쾌한 식사였다.

    역시 사냥은 에너지 소모가 크기 때문이겠지?

    정지벽이 물었다.

    “다른 분들도 동의하는 겁니까? 물리기 없기?”

    그 질문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 깊은 곳, 그만큼 아이템이 많이 나온다는 뜻이니까.

    동생이 말했다.

    “형 방송하려면 당연히 빨리 낄수록 좋지. 그래야 분량도 잘 나오니까.”

    “아아, 맞다. 갓튜브 한다고 들었어요. 인기가 좋다던데 이번에는 저도 출현하니까 꼭 챙겨 봐야겠습니다!”

    팀원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물주, 정지한은 생각에 잠기다 이렇게 말했다.

    “엄지척 님 한 가지 약속해 주십시오.”

    “네?”

    “보스 몬스터는 절대 건드리시면 안 됩니다.”

    던전 중앙에 있는 보스 몬스터를 말하는 것일 터.

    여기가 미공략 던전인 건 이 보스 몬스터 때문이다.

    1,000년은 묵은 고목처럼 엄청나게 큰데 강하기도 오지게 강하다고 한다.

    다행히도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은 잠에서 깨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게 사냥하다가 나올 수 있다.

    ‘애효, 보스는 무슨. 뭐, 방송 찍다가 죽을 일 있나?’

    나는 간단하게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기 목숨은 자기가 챙기는 것으로.”

    팀의 제1원칙.

    생존은 셀프.

    문자 좀 쓰면 각자도생.

    ‘정지한은 뭔가 나에 대해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남을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던지는 성인군자로.’

    그게 되는 사람이었으면 헌터 보조원이 아니라 소방관을 했겠지.

    물론 체력 테스트 때 떨어졌겠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뭔가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저 참 이기적인 놈입니다. 나중에 제 목숨만 챙긴다고 서운해하지나 말아 주십시오.”

    내 말에 정지한이 내 양손을 꽉 붙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습니다. 그런 자세입니다. 악착같이 그렇게 생존하셔야 합니다. 오래 사셔야죠. 엄지척 헌터님. 반드시 장수하셔야 합니다.”

    ……약간 사람이 아니라 개복치 보듯이 구는 느낌도 있긴 하다.

    언제라도 돌연사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하아, 됐다. 어차피 속을 알 수 없는 양반이니까.’

    아무튼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곧바로 안쪽으로 향하기로 했다.

    길잡이 레인저, 별하나가 앞장섰다.

    “가장 효율적인 길로 가고 있는데 중간중간 몬스터들이 난입하긴 할 거니 조심하십시오. 아, 그리고 숲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버섯 포자가 강해지니 해독 대비해 두시고요.”

    버섯 포자.

    마시게 되면 지속적으로 체력을 감소시킨다.

    약한 독성으로 평범한 해독제에도 쉽게 해독되지만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미리 대비를 해둔 터.

    동생의 어깨에 [해독]이라는 글자가 문신처럼 떠올랐다.

    다른 파티원들도 저마다 스킬과 아티팩트로 해독을 준비했다.

    나는 내가 끼고 있는 방어구 [흑염의]가 독 저항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별문제 되지 않는다.

    그렇게 안쪽으로 향하다가 문득 발아래로 숲길이 아닌 단단한 블록길이 밟혔다.

    -버섯 포자 독에 노출되었습니다.

    -버섯 포자 독에 저항합니다.

    아이템 효과가 벌써 나타나네.

    다른 동료들도 이러겠지?

    “여기서부터 고대 유적입니다.”

    던전 ‘야광 버섯 숲’은 고대 유적을 뚫고 만들어진 버섯 숲이다.

    가끔씩 이곳에서 고대 유적의 보물들이 발견되곤 한다.

    레벨 20 이하라는 조건과 까다로운 버섯 몬스터들의 패턴, 그리고 성가신 독만 대비해도 꽤 쏠쏠하다.

    거대한 버섯이 하늘을 가리며 점점 더 어두워지는군.

    야광 버섯이라는 말답게 버섯들의 표면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지만 그래도 빛이 부족하단 말이야.

    [실프의 축복] 스킬을 사용해 모두에게 버프를 걸어 주도록 할까?

    우우웅-

    스킬을 발동하자 초록색 빛 무리가 주변을 돌아다니며 빛을 밝혔다.

    그러자 동생을 제외한 모두가 따봉을 하나씩 날렸다.

    -헌터들이 당신의 축복 스킬에 감사합니다.

    -5따봉을 받았습니다!

    동생의 따봉이 다른 사람들보다 적은 이유는 아마 내 능력을 알았기 때문인 것 같아.

    따봉은 진실한 마음에서 비롯되니까.

    의식을 하게 되면 도리어 따봉이 안 올라가게 되는 거지.

    우리 형 이거 받고 잘됐으면 하는 사심이 계속 방해하는 모양이다.

    탱커 정지벽이 말했다.

    “이 스킬, 영상 봤을 때도 느꼈지만 굉장히 유용하네요. 회복도 되고 시야도 확보가 되니까요.”

    원래 따봉이나 좀 벌자고 화려한 걸 골랐는데 이런 효능까지 있을 줄은 몰랐네.

    “잠깐, 몬스터 발견. 피할까요? 싸울까요?”

    레인저 별하나의 말과 동시에 멀리서 몬스터의 형체가 희끄무레하게 보였다.

    키이익-

    버섯 줄기가 내는 소리가 섬뜩하다.

    숫자가 제법 많았다.

    내가 말했다.

    “제가 저놈들을 이쪽으로 몰아와도 될까요?”

    내 질문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놈들을 향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약 10미터 정도까지 접근.

    그러고는 바닥에 있는 돌을 발등으로 찼다. 그러면서 스킬 [블레이즈 워크]를 발동.

    돌멩이가 불타오르며 회전한다.

    팅!

    돌이 내 앞으로 튕겨 올라와 빙글빙글 돈다.

    그런 돌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타앙!

    야구 배트처럼 휘두른 검면에 돌이 닿는다.

    돌멩이가 총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버섯 줄기를 관통했다.

    근력 스킬이 B인 데다가 건곤신공으로 능력이 강화된 상태!

    날아가는 돌의 속도가 엄청났다.

    덤으로 놈의 몸에 불이 붙었다.

    아까 전 스킬 [블레이즈 워크]를 발동시킨 덕분이다.

    키애애액!

    화가 났는지 버섯 몬스터 일행이 나를 향해 일제히 달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블레이즈 워크]를 발동한 상태로 지그재그로 뛰었다.

    내 발자국을 따라 화염이 그려지는데 이거 꽤 멋있군.

    버섯 몬스터는 나를 잡으러 뛰어오며 지속적으로 화염 대미지를 입는다!

    키아아악!

    버섯들이 몸에 불이 붙은 채로 달려오자, 어디서 송이버섯 굽는 향기가 난다.

    “와우. 정확하게 다섯 마리.”

    탱킹 준비를 하던 정지벽이 감탄했다.

    그리고 입에 침이 고였는지 소매로 스윽 입가를 닦는다.

    “돌아가면 버섯 몬스터 꼭 먹어야겠습니다.”

    -헌터들이 당신의 기술에 크게 감탄합니다!

    -8따봉을 받았습니다!

    이 정도 숫자면 백 프로 내 동생, 엄무척이도 섞여 있다.

    이 순간만큼은 따봉에 대한 생각을 잊은 모양이니까.

    정지벽이 너클을 부딪쳐 어그로 스킬을 사용한다.

    카아앙!

    “다 덤벼!”

    버섯 몬스터들이 동시에 정지벽을 향해 덤벼들었다.

    나를 지나쳐 내달리는 불타는 버섯들.

    “여러분, 어그로 스킬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방금 전까지 저를 보면서 쫓아오던 녀석들이 아예 관심도 없는 거 보이시죠?”

    방송을 생각해서 혼잣말을 열심히 중얼거려 보았다.

    그러면서 가장 뒤처진 한 놈을 향해 검을 내뻗었다.

    “라이트 블레이드.”

    위우우우우웅!

    검이 빛을 내기 시작한다.

    빛나는 검이 뒤처진 버섯 등판을 그대로 뚫고 들어갔다.

    스컹.

    억수로 부드럽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대로 칼을 휘젓는다.

    쩌억!

    녀석의 몸뚱이가 반으로 갈라졌다.

    이거 뭐…… 뒤처리 필요 없을 정도로 약한데?

    라이트 블레이드 절삭력이 이 정도면 모노 블레이드는 얼마나 더 대단한 거야?

    내가 스스로 감탄하는 사이 척량의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물 흐르듯 움직이는 게 대단하십니다! 주군! 저도 원 따봉 드립니다!

    척량의 따봉이 나한테 가산이 안 되는 게 천추의 한이다.

    타타탕!

    피피핑!

    앞을 보니 동생이 총알을 날리고 별하나가 화살을 날린다.

    둘의 원거리 공격도 보통은 아니라서 두 마리가 순식간에 처리되었다.

    버섯 살살 녹는다!

    “와, 버섯이 도착도 전에 구워져서 잡기 좋은데요?”

    별하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직 정지벽의 석벽에 도착하지 못한 두 마리를 바라본다.

    아직 라이트 블레이드의 빛은 꺼지지 않았다.

    그러면 여기서…….

    “풍운보법.”

    -이동 속도가 증가합니다.

    “다크 블레이드.”

    재빠르게 앞으로 돌진해 간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어둠을 흩뿌리는 다크 블레이드를, 왼손에는 찬란한 빛을 내는 라이트 블레이드를 든다.

    그리고 그걸 교차했다.

    “모노 블레이드.”

    두 개의 스킬이 융합하며 모노 블레이드가 빛을 뿜는다.

    동시에 나는 두 마리 몬스터의 등 뒤로 뛰어들었다.

    어그로 때문에 나를 보지도 않는 몬스터의 등 뒤에서 두 개의 쌍검을 번개처럼 휘둘렀다.

    서걱!

    스칵!

    두 마리 버섯의 몸이 시원하게 동강 나 버리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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