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35화 (35/305)

제35화

“이제 던전 리스트입니다.”

그는 내게 태블릿을 건넸다. 그곳에는 여러 던전 리스트들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중 한 곳을 골랐다.

“흐음…… 가장 난이도가 있는 곳을 고르시는군요.”

팀원들 모두 의외라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보상이 가장 짭짤하다는 말에 골랐습니다만 틀렸나요?”

내 말에 정지한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이미 너무 강해지셨죠.”

내가 고른 곳은 아직 누구도 100% 클리어를 하지 못한 미해결 던전 [야광 버섯 숲]이다.

“중도 포기가 가능한 던전이라고 적혀 있는데 해 보고 부족하다 싶으면 돌아가면 되고요.”

-과연 주군이십니다! 천하를, 천하를 평정하소서!

나는 척량이의 말을 못 들은 척하고 있다.

그렇게 간단한 브리핑을 나누고는 회의를 끝냈다.

정지한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무기가 부러졌죠. 새 무기를 조달해 드릴까요?”

“아닙니다. 이번에는 직접 제가 사 보려고요.”

-버섯이라고 했으니 화염 속성이 좋겠군요. 주군의 무공에 맞는 무기로 찾아보겠습니다!

척량은 벌써부터 앞발이 근질거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 드려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저는 어떤 포지션으로 들어가는 겁니까? 그리고 동생은요?”

탱커. 서포터 겸 딜러. 그리고 힐러가 있다.

나는 어떤 포지션으로 들어가는 거지?

“당연히 두 분 다 서포터 겸 딜러입니다. 둘 다 대미지 딜링이 강하게 나오고, 응용성이 높은 능력이지 않습니까?”

“탱커 하나에 서포터 겸 딜러가 셋. 괜찮나요, 이거? 어그로가 튀면 힐러가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요.”

엄무척 녀석은 모르겠지만, 내 딜링이 어디가 약한 편은 아닐 거다.

일단 근력이 B.

마력을 따로 쓰지 않아도 강철 정도는 맨손으로 구겨 버릴 수 있는 게 지금의 내 상태.

망치를 들고 그냥 내리쳐도, 어지간한 몬스터의 뚝배기는 작살이 나는 수준이다.

마력이 서린 헌터 전용 무기면 더욱 간단히 뚝배기 부수기가 가능하겠지.

그리고 그 정도는 정지한 이 사람도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래서 물어본 거다. 어그로가 튀지 않겠느냐? 그런 이야기.

“하하하! 걱정 마세요. 누구도 제 뒤로 넘어갈 수 없으니까.”

그런 우리의 대화에 탱커 정지벽이 끼어든다.

“그럴 의도로 말씀드린 건 아닌데……. 죄송합니다.”

“별말씀을요. 걱정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우리 모두 목숨 걸고 이 일을 하는 거니까. 그래도 걱정 마요. 어지간해서는 어그로 튈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녀가 시원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른 동료들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확실히 그녀의 실력은 믿을 수 있는 모양이군.

“믿겠습니다.”

-당신의 인품에 정지벽이 호감을 가집니다.

-2따봉을 받으셨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하고 헤어졌다.

* * *

-현재 포인트로 무기를 사는 건 아까운 짓입니다. 현금으로 시중 무기를 산 다음 주군의 연금술로 강화하는 게 베스트라고 판단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사냥을 위해서 장비 마련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척량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다.

그나저나 내 연금술이라면 [☆★◇◆스크루지의 연금술◇◆☆★]을 말하는 건가, 그 제정신이 아닌 스킬?

척량에게 되묻자 척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판매자가 준법정신이 없고 과하게 열정적인 것만 제외하면 좋은 스킬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렇군. 준법정신이 없고, 과하게 열정적이면 그런 이모티콘이 뜨는군.

이거 파는 놈은 분명 크게 잘될 거고 언젠가 한 번은 크게 조질 거다. 그런 예감이 와.

척량이 말을 이었다.

-연금술은 활용하기에 따라 무척이나 유용한 스킬입니다. 대장 기술이 없다면 그것을 보완할 만큼은 되죠. 괜히 무기의 완성이 인챈트라는 게 아닙니다. 거기다가 가성비를 챙기는 연금술이라니. 꽤 흥미가 생기는군요, 주군.

생각해 보면 지난번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었던 것도 [☆★◇◆스크루지의 연금술◇◆☆★] 덕분이다.

-어떤 무기가 나오게 될지 기대되지 않습니까?

확실히. 어떤 게 나올지 기대되기는 해.

그러면 바로 물건 사러 갈까?

-그러시죠.

나는 그 길로 헌터 백화점으로 향했다.

시중에 바로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이 8억.

이 안에서 끝낼 계획이다.

헌터 백화점이라는 곳은 말이 백화점이지, 사실 종합 무기 판매장이나 다름이 없는 곳이다. 애초에 일반인은 출입 금지.

무기 판매상 혹은 무기를 구매할 헌터만 입장 가능해서, 입구에서부터 헌터 등록증으로 인증을 해야 한다는군.

“휘유…… 크다.”

서울 모처에 위치한 헌터 백화점.

총 20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대한 건물이다. 이 건물에는 창문이 없고, 벽면도 석재가 아닌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다.

아포칼립스 영화에 나올 법한 최후의 요새 같은 디자인을 가진 이 건물은 보안을 위해서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사실 그럴 만도 하지.

어떤 헌터 무기는 수백억도 호가한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수준의 전략전술 무기도 존재한다.

백화점에서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수백억짜리 정도는 취급한다고 하니까 이렇게 지어 놓은 게 과한 것은 아니려나.

그 정문으로 다가가자 덩치 큰 가드가 문 좌우에 2명씩 총 4명 서 있다.

하나같이 전부 각성자들.

직접 오는 건 처음이지만, 어떻게 이용하는 것인지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지.

그래서 입구의 인증 기계에 헌터 등록증을 가져다 대었다.

삑!

유리문이 자동으로 좌우로 열렸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평범한 백화점 같은 느낌으로 꾸며진 내부가 보였다.

물론 꾸며진 게 그렇게 꾸며졌다는 거지, 진열대의 물건들은 평범한 것이 아니다.

한쪽에는 철퇴, 대검, 창 같은 무기가 매달려 있고, 다른 쪽에는 총기류도 보였다.

‘여기가 헌터 백화점.’

TV프로그램으로는 몇 번 봤지만, 내가 손님으로 여기를 들어오다니. 기분이 조금 이상하네.

-주군.

아, 미안. 잠깐 멍 때렸네. 할 일부터 해야지.

‘관찰!’

입구 바로 앞에 진열된 갑옷을 보고 관찰을 썼다.

-[통찰의 눈] 스킬로 무기의 본질을 파악 중입니다.

[3류 장인의 백금갑옷]

등급 : C

통짜 백금과 투명 마정석, 유니콘의 피를 섞어 갑옷을 만들었으나 장인의 실력이 떨어져 마무리가 엉성하다. 그러나 외형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시선을 주목시킬 수 있다.

-이런 방어구는 피해야겠군요.

“어, 이거 이탈리아 공방에서 만든 장인 갑옷인데…….”

브랜드 마크를 한 번 더 확인했다. 눈을 씻고 다시 봐도 내가 아는 그 브랜드의 물건이 맞다.

충격이다. 그것도 유명 헌터들이 입고 다니는 걸 몇 번 보기까지 했다.

-아마 [통찰의 눈] 스킬 레벨이 오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기본 능력치 자체가 나쁘진 않을 겁니다. 단지 장인의 능력이 부족해 재료의 잠재 능력을 올리지 못한 거죠.

“너라면 이거 살 거니?”

-음, 10억 주고 살 정도는 아닙니다.

동감이다.

-주군, 이곳은 [통찰의 눈] 스킬을 연마하기 가장 좋은 곳입니다. 비교적 좋은 아이템들이 진열되어 있는 데다 구경은 공짜니까요.

그것도 동감.

나는 그렇게 백화점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통찰의 눈] 스킬을 계속해서 연마해 나갔다.

띠링-

-숙련도가 올라 [통찰의 눈] 스킬이 C랭크로 레벨 업 했습니다.

-B랭크로 올라갔을 시 [통찰의 눈]은 [간파의 눈]으로 변화합니다.

“한 단계 남았네.”

-네. C까지는 팍팍 오르는군요! 소득도 생겼고요.

내가 구매한 건 5억짜리 무기, 그리고 3억짜리 방어구다.

[무명 장인의 쌍검]

등급: C+

흑철과 유니콘 혼혈의 피를 섞은 쌍검. 2자루가 한 세트로 재료는 미진하나 장인의 실력으로 극복해냈다. 검신과 혈조, 가드의 균형이 완벽하다.

[무명 장인의 재킷]

등급: C+

흑사의 비늘과 유니콘 혼혈의 갈기를 섞어 만든 재킷. 가볍고 튼튼해 속도형 능력자에게 적합하다. 재료 부족은 장인의 손으로 이겨냈다.

-속성 부여나 마법 부여는 필요 없습니다. 튼튼한 게 우선이죠. 그것만으로 절반은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정확한 능력치를 모르는 건 아쉬운걸?”

-감정 보증서에 20% 추가 금액이 붙으니까요. 지금은 군자금을 아껴야 할 때, 무기의 강함은 주군의 감정 스킬과 저의 안목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군자금.’

이놈 뿌리가 어디서 나왔는지 아니까 적응이 잘 안 된다.

-천하를 쥐시려면 무기보다는 내정에 투자하셔야 합니다. 주군! 군자금을 아껴 집을 개조하소서!

“나는 천하에 관심이 없…….”

-……물론 그러시겠지요. 소신 알고 있습니다.

척량은 내 말을 끊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척량의 눈에서는 ‘야망’ 두 글자가 이글이글 불탔다.

내가 천하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멱살이라도 잡아서 천하일통을 시킬 것 같은 열정이었다.

* * *

집에 오니 인부들이 오가고 있었다.

“아, 오셨군요.”

띠링-

-헌터 정지한이 당신에게 반가움을 표합니다.

-1따봉을 받았습니다.

정지한이다.

평소와 같은 슈트 차림이다.

그래도 더워서 그런지 이번에는 재킷은 입지 않고 조끼만 입고 있었다.

팔에는 슬리브 가터를 차고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어딘가의 고명한 장인이 만든 역작 같아 보였다.

‘헌터 백화점을 다녀오니 저 인간이 얼마나 돈이 많은지 보이는군.’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안다고.

그동안은 정지한이 입고 있던 옷이 얼마나 비싼지 잘 몰랐다.

물론 어딘가의 대단한 물건일 거라는 건 서민인 나도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이제는 다르다.

‘저거 백금이 아니라 별빛은철에 마력 회로를 박았구만. 투명한 보석은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최상급 축복계 마정석이고. 셔츠는 평범해 보이지만 경계선이 희미하게 빛나는 게 어느 신성 계열 마수의 갈기를 뜯어다 천으로 만든 제품이고. 그럼에도 이번 헌터 사이트 S/S, F/W 컬렉션 카탈로그에 없는 걸 보니 최소 한정, 최대 오더메이드로군.’

각성계 장인들이 만드는 아이템은 크게 4가지가 있다.

1. 일반

평범하게 언제나 살 수 있는 무구와 방어구다. 앞에 크게 그 장인의 로고가 들어간다. 실전성도 그럭저럭 좋고, 미도 그럭저럭 좋다. 가성비가 좋다고는 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양심 있는 가격이다.

여기서부터 바로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생긴다.

2. 넘버드

잡기 희귀한 마수들을 재료로 만드는 아이템으로, 일 년에 몇 개만 소량 생산한다. 아무리 많이 찍어도 5개를 넘지 않는다. 보통은 3개 정도가 적당하다. 올해 구매를 놓치면 내년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경매장에서 사는 수밖에 없다. 진열을 좀처럼 하지 않는데 진열되는 순간 날개 돋친 듯이 팔린다.

3. 한정

극히 희소하여 앞으로도 영원히 구할 수 없는 재료로 만드는 아이템은 한정 카테고리에 넣는다. 같은 장비를 적으면 3자루, 많으면 50자루까지도 만든다. 그러나 한정 수량이 끝나고 나면 해당 장비는 영원히 볼 수가 없다. 구할 수 있는 방법은 경매장뿐이다.

그리고 또다시 아득히 먼 안드로메다 계급을 넘어 그것이 있다.

4. 오더메이드

B랭크 이상의 특별한 각성 장인이 한 사람을 위해 제작한 장비다. B랭크 이상의 제작 각성 장인 자체가 드문 데다가 이 사람들은 돈으로 움직이질 않는다.

대가로서 긍지가 상당한 데다 이미 돈은 썩어날 만큼 넘친다. 밥숟가락을 만들어도 사겠다는 재벌들이 줄을 서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가끔씩 마음에 드는 능력자를 골라 그 사람의 능력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장비를 만들어 준다.

물론 금액은 위의 세 개를 합친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러나 그 장비의 능력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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