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5화 (25/305)

제25화

두 번째 놈의 창대를 검으로 썰고는 소리 지르는 입 안에 칼날을 쑤셔 박았다.

식도와 기도를 동시에 관통한다.

백야의 칼날이 놈의 뒤통수를 관통해서 나왔다.

정확하게 턱 연골 사이를 가르며 검을 회수한다.

그것은 놈의 죽음을 뜻했다.

순식간에 두 놈을 썰어 버리고는 염력 화살로 놈들의 미간이 아닌 천장을 때렸다.

퍼퍼펑!

보통이라면 미친 짓이라고 할 터, 그러나 상대는 리자드 맨.

놈들은 진동을 감지한다.

천장에서 오는 갑작스러운 진동 때문에 본능적으로 놈들의 집중이 분산된다.

그리고 다시 나는 세 번째와 네 번째 놈의 목젖에 검을 찔러 넣는다.

암야의 칼날이 마치 버터를 썰 듯 부드럽게 진피층을 넘어 놈들의 근막을 찢었다.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성대가 분리되어 바람 소리만 울렸다.

그리고 마지막 한 놈이 전의를 잃고 도망치려 했다.

나는 백야를 던져 척추를 갈랐다.

퍼억!

전투가 끝났다.

이놈을 마지막으로 근방에 있는 리자드 맨들은 다 잡은 것 같군.

“…….”

쌍둥이들이 말을 잃고 나를 바라보았다.

-두 초보 헌터들이 당신을 조금 두려워합니다. 동시에 정밀한 검격에 눈을 떼지 못합니다.

-6따봉을 받았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아까부터 느꼈는데 이 쌍둥이들은 감성이 참 촉촉한 사람들 같은 걸?

자신들은 쓸모가 없을 거라며 자조한 거치고 내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따봉 셔틀…….

‘잘하면 100따봉 채우는 거 아니야?’

사람 감성이라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지는 법이다. 그런데 이 쌍둥이들은 참 한결같다.

나는 품에서 단검을 꺼냈다.

리자드 맨을 잡아 노획한 단검이다.

“사체 수습하죠.”

“네, 네!”

“아, 알겠습니다!”

쌍둥이들이 그제야 놀라서 각자 단검을 꺼냈다.

리자드 맨 잡아서 단검이 나올 때마다 이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리자드 맨의 주력 무기는 창이지만 이놈들 단검도 꽤 쓸 만하다.

이놈들은 자기 등 비늘로 단검을 만들어 쓴다.

비록 공격력이 낮아 몬스터를 잡을 때는 별 도움이 안 되지만 금속보다 가볍고 날이 곡면으로 휘어 있어 몬스터를 도축하기에는 그만이거든.

‘헌터 보조원 때부터 갖고 싶었지.’

엄청난 가격 때문에 당연히 그림의 떡이었어.

근데 그걸 여기서 얻을 줄이야.

짧은 시간 안에 리자드 맨을 전부 도축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마정석을 뽑고 비늘과 피를 채취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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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연금술 스킬.

그리고 초판 한정 특전 상품! 그걸 꺼낼 때가 되었다.

“스킬, 스크루지의 연금술사 서바이벌 캠프 발동.”

그러자 바닥에 펑 하고 모닥불과 연금술 냄비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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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지는 대체 뭐 하는 놈일까…….’

두 사람은 놀라서 입을 벌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시간이 없으니 빨리 끝내죠.”

나는 연금술 냄비 앞에 서서 곧바로 [스크루지의 연금술] 스킬을 발동시켰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포션 검색.”

-검↗색↗ 중입니다▧

책이 허공에 나타나 차라락 페이지를 넘겼다. 이윽고 페이지가 멈췄다.

-검색 1건.

-리자드 맨의 갓★갓☆정력제!

-실행하시겠습니까?

“응.”

-연금술 레벨이 낮아 성공률이 대폭 하락합니다.

-성공률 30%.

-시작합니다.

내 손이 움직이며 리자드 맨의 피를 냄비에 부었다. 그러고는 비늘과 살점 조금을 넣고 다시 휘젓는다.

냄비 안이 점점 어두운 빛으로 변했다.

-실패했습니다.

-사용한 재료들은 소멸됩니다.

-다시 시도하겠습니까?

“응.”

30%.

열 번 중에 세 번은 된다는 뜻이었다.

내가 죽인 리자드 맨이 15마리다. 한 마리가 1회 시도 분량의 잡템을 쏟았으니까 15번 시도할 수 있다.

-성공했습니다!

마침내 냄비가 빛을 낸다.

기뻐할 틈도 없이 바로 나는 다음 재료를 집어넣기를 반복했다.

-연금술 스킬 숙련도가 증가했습니다!

-지능, 마력, 체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연금술 성공률이 증가합니다!

‘오, 좋은데?’

그렇게 만들어진 포션은 총 5병.

[리자드 맨의 갓★갓☆정력제]

등급 : B-

리자드 맨을 이용해 만든 고대의 숨겨진 정력제입니다. 고농축 스태미나 포션으로 지속적으로 정신과 상처를 재생시키고 민첩성을 증가시킵니다.

효과 시간 : 6시간

‘대박인데? 이거 밖으로 들고 나가면 병당 수백은 뽑아먹겠는걸?’

과연 저♠자본 고소득♠이다!

저 신용 없는 광고 문구가 진짜일 줄 누가 알았겠나.

이렇게 된 거 다른 부재료로는 뭐가 만들어지는지 궁금한데…….

‘포션을 줄 테니 리자드 맨을 더 도축해 달라고 부탁해 볼까? 이 정도 성능의 포션이면 여기를 빠져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내가 부탁하자 둘은 고개를 저었다.

“포션 안 받고 더 도축해 드릴게요.”

“그렇게까지 하실 건…….”

내 말에 쌍둥이들이 말했다.

“어차피 엄지척 님이 다 잡으신걸요. 저희는 그동안 내내 손가락 빨며 쉬었어요.”

“맞아요. 저희가 살아 있는 것도 엄지척 님 덕분인걸요. 이렇게라도 빚을 갚으면 좋은 거죠.”

……진짜 좋은 사람들이다.

내가 그동안 만나 본 악질 헌터들과는 차원이 다른 인성.

‘그래도 포션은 줘야지. 괜히 여기서 죽기라도 하면 찜찜하니까.’

눈 먼 창날에 목이라도 꿰뚫리면 그날은 꿈자리가 나쁠 것 같았다. 그래서 쌍둥이들에게 한 병씩 안겨 줬다.

“이렇게 귀한 걸…….”

“저희는 진짜 괜찮은데…….”

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두 헌터가 당신의 선행에 진심으로 감탄합니다.

-6따봉을 받았습니다!

……참으로 촉촉한 감성이다.

이제 진짜 잘하면 보너스 퀘스트도 완료하겠네.

나는 쉬면서 체력과 마력을 회복시켰다.

앞으로 던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는 이상 최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

쾅, 쾅 울리던 염라두의 스킬 소리도 이제는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지친 건가? 아니면 깨달은 건가?’

아마 내 생각에는 깨달은 쪽 같다.

지쳐 죽었다면 최후의 발악 같은 스킬을 날릴 법도 한데 그런 게 없다.

거기다가… 놈에게 향하다 마주친 리자드 맨 몇을 내가 처치했기에 좀 더 여유가 있을 거고.

쌍둥이들은 부지런하게 도축해서 리자드 맨 손톱과 뼈, 뱃가죽과 비늘과 힘줄을 더 채집해 나갔다.

‘두 사람 모두 비위도 좋네.’

도축이 말이 도축이지, 꽤나 정신력이 필요한 작업인데 말이야.

소 한 마리를 잡아서 가죽과 근육, 지방과 뼈를 갈라내는 작업은 보통 사람의 감수성으로 힘들지.

갓 잡은 소의 근육은 아직도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고, 가죽은 아직 살아 있는 것처럼 부드러우니까.

하물며 인간과는 다르다 해도 사지 달린 리자드 맨의 몸을 해체하는 건 더욱 힘든 일 아니겠나.

‘아, 생산직이니 도축 스킬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으려나.’

그러면 다행이다.

“후, 다 끝냈어요.”

“좀 더 깔끔하게 했어야 했는데 실전은 처음이라 어렵네요.”

“아닙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는 스크루지의 연금술을 몇 번 더 발동시켰다.

[리★자드맨의 응급☆붕대]

등급 : C

탄력 있는 가죽을 이용해 만든 강력한 붕대. 출혈과 마비, 기절 등의 각종 응급 상황에서 당신을 구합니다. 회복계 스킬을 사용하면 효과는 배가됩니다.

[리자♥드맨의 버서커↗약]

등급 : B-

체력을 크게 감소시켜 다른 모든 능력을 증가시킵니다. 과용하면 사망합니다.

효과 시간 : 30초

쓸 만하다.

응급 붕대는 목숨 하나를 살려줄 수 있는 강력한 회복 아이템.

팀원 중에 회복 스킬을 가진 사람이 없을 때 톡톡하게 제 몫을 할 거고, 있다면 있는 대로 추가 효과를 받을 수 있으니 좋을시고.

그리고 버서커 약은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할지는 몰라도 내 능력으로 상대하기 어려운 적을 상대할 때 유용해 보이는걸?

게다가 둘 다 경매로 내놓는다면 상당한 돈을 벌 수 있어 보이는데.

나는 응급 붕대는 각각 하나씩 나누어 주고, 버서커 약은 내가 갖고 있기로 했다.

비전투원 두 사람이 그 약을 마실 상황이면 파티는 전멸일 상황. 차라리 응급 붕대로 목숨을 보전하는 게 낫겠지.

그러고는 남은 자투리 재료들을 부어서 잡템 수준의 아이템까지 싹싹 긁어 내서 만들고는 캠프를 해제했다.

“가죠.”

휴식은 여기까지.

이 앞에 뭐가 있는지 몰라도 나아가는 수밖에.

* * *

리자드 맨들이 보이는 족족 전부 처단하고, 방 씨 쌍둥이들이 그 리자드 맨들을 도축해서 잡템으로 환원했다.

‘조급해하지 말자.’

급하게 가면 결국 사망이다.

앞으로 나가고 정비하기를 반복, 또 반복해 나갔다.

따봉 숫자는 자연스럽게 쌓여 갔다.

-100따봉을 모두 모았습니다.

-추가 보너스 퀘스트 성공!

-추가 보상을 지금 받으시겠습니까?

아직 메인 퀘스트 클리어가 안 되었는데 보너스부터 받을 수 있는 모양이다.

“받을게.”

-보상으로 따봉 시스템이 업데이트됩니다.

-3.

-2…….

-업데이트 완료.

-지금부터 적에게도 따봉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게 무슨 미친 소리지?’

크르륵-

마침 타이밍 좋게 또 한 무리의 리자드 맨이 모퉁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놈들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흠칫 놀랐다.

타이틀 [리자드 맨 도전자] 효과가 발동했다.

그 짧은 순간, 나는 다시 놈들의 간격으로 들어가 암야를 날렸다.

츠가각!

향상된 근력으로 단숨에 목을 가르자 놈들이 경악했다.

-리자드 맨 1이 당신의 일격에 공포심을 갖습니다.

-1따봉을 받았습니다!

-리자드 맨 2가 당신의 일격에 크게 당황합니다.

-1따봉을 받았습니다!

미친…… 이런 거였어?

사람이 아닌 적에게도 따봉을 수급할 수 있다는 게?

* * *

얼마나 더 나아갔을까.

길이 끊겼다. 그리고 그 끝에 있는 건 거대한 석문.

“엄지척 님, 저거 보세요! 드디어 던전 클리어인가요?”

아니, 그건 아닐 거다.

던전의 끝에는 언제나 보스 몬스터가 존재한다.

아마 이 석문 뒤에는 그 보스 몬스터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내 생각을 이야기하며 쌍둥이들에게 뒤로 물러나 있으라고 말했다.

“보스… 보스 몬스터……. 알고는 있었지만.”

“잘될 겁니다.”

내 말에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엄지척 님만 믿어요.”

후우, 심호흡하시고!

나는 석문을 열었다.

크그그극-

그곳에 있는 건 거대한 비늘 달린 악마였다.

[제물을 바쳐라.]

놈은 그렇게 말하더니 마치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두 명.]

석실 벽에는 수많은 병장기들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내 뒤에서 굉음이 울렸다.

콰아앙!

“X발! 드디어 끝인가!”

염라두. 역시 이 새끼 안 죽었군.

중간에 다른 팀과 합류했는지 낯익은 헌터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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