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4화 (24/305)

제24화

띠링-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비늘 악마의 신전]

난이도 : 던전 1성 - 중급

리자드 맨들을 물리쳐 중급 던전 ‘비늘 악마의 신전’을 빠져나가세요!

퀘스트 도중 따봉 100개를 받으면 추가 보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보상 : 중급 스킬 교환권

추가 보상 : ???

장난하나? 모든 던전에는 제각각의 이름이 있다.

그리고 그 이름은 그 던전의 속성과 난이도를 대표한다.

하물며 ‘비늘 악마의 신전’이라니.

신전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건 둘째 치고, 악마라는 단어가 함께 공존하는 건 뭔가 이상하네.

거기다 1성 중급 던전?

테스트용 던전이다. 그러면 최하급 던전이 기본이고, 출제 난이도를 높여야 한다 싶어도 1성 하급이다.

난데없이 중급.

“크하하핫! 죽엇!”

염라두는 리자드 맨 무리에게 화염 주먹을 날리며 전진했다.

처음 나왔던 녀석은 이미 숯덩이가 되어서 구르고 있다.

문제는 그 소리 때문에 계속해서 리자드 맨이 나오고 있다는 거다.

‘그나저나 강하긴 하네. 리자드 맨이면 꽤 고레벨인데.’

과거 헌터 보조원으로 일할 적에 리자드 맨과 싸우는 헌터들을 여럿 봐서 안다.

이게 보통 상황은 확실히 아니다.

녀석은 결국 통로 밖으로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그 뒤를 염마라는 사내가 뒤따른다.

후열에 있는 나와 두 병아리 헌터의 사정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난처하네요.”

안경을 낀 헌터가 한숨을 쉬었다. 다른 헌터도 한마디 보탰다.

“팀플레이는 전혀 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요?”

“…….”

나는 턱을 쓸며 앞서 나가는 염라두와 그의 똘마니를 살폈다.

화염 스킬이 멀리서도 잘 보일 만큼 화려하다.

콰과과광!

소리는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숨을 크게 삼키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어이, 염라두 씨, 혼자 가실 겁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답변이 왔다.

“X발 새끼야. 누가 너랑 같이 간대? 남은 두 새끼도 잘 생각해라. 정 나한테 붙고 싶으면 와서 무릎 꿇고 빌어 보든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화염 속성은 사람보다는 몬스터 헌팅에 특화되어 있다던데…….”

안경 낀 헌터가 난처한지 이마를 찌푸렸다.

다른 헌터가 말을 이었다.

“그걸 본인이 아니까 저렇게 배짱을 부리는 거죠.”

나는 담담하게 답했다.

“저쪽이랑 같이 가셔도 좋습니다. 자존심 좀 상하면 어때요? 생존이 우선인걸요.”

“…….”

침묵이 이어졌다. 이윽고 둘의 선택은 길지 않았다.

“저는 엄지척 씨만 믿겠습니다.”

“저도요.”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염라두, 그놈은 아무리 봐도 위험할 때 우리 누나를 방패로 삼을 것 같거든요.”

“난 괜찮으니까 너나 걱정해. 네 목숨부터 챙겨. 밥팅아!”

누나의 이름은 방진아.

대장장이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큰 망치를 사용해 적을 공격한다.

동생의 이름은 방진우.

재봉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실을 이용해 함정을 만들고 적을 포획할 수 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할게요. 저희 둘 다 그리 강한 스킬은 아니라서 짐만 될지도 몰라요. 염라두도 그걸 알고 있고요.”

시무룩한 목소리로 방진아가 말했다.

“그,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 볼게요! 뭔가 쓸모가 있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이미 우리가 대화하는 사이.

염라두 녀석은 통로 밖으로 사라졌다.

정말 팀원들을 내버려 둔 채로 그냥 가버린 모양.

이런 데서 팀원을 챙기지 않는다는 건 죽으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인성이 나쁘다 수준이 아닌 셈.

헌터 교과서에서는 이 행동을 이렇게 언급했다.

팀워크를 무시한 인명 경시에 잠재적인 사이코패스 살인마나 다름없는 짓이라고.

교과서 저자가 한번 당해 봤는지 강하게 말하긴 했다만 틀린 말은 아니지.

던전에서 팀이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신뢰 관계이며 생명 줄이니까.

‘네놈이 팀을 버렸으니, 나도 너를 버려 주는 게 인지상정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검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지금쯤이면 몬스터들이 염라두 쪽으로 몰려가겠군요. 출발하죠.”

“네?”

“그게 무슨…….”

둘은 놀란 눈으로 내게 되물었다.

나는 답하는 대신 염라두가 먼저 간 길을 천천히 뒤따라 걸었다.

통로를 손으로 쓸며 벽을 향해 ‘관찰’ 스킬을 남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관찰.”

[빛바랜 벽화]

풍화된 벽화다. 리자드 맨의 신화에 대해 적혀 있다.

“관찰!”

[낡은 벽화]

오래되어 알아보기 힘든 벽화다. 고대 악신에 대한 찬양이 담겨 있다.

계속 스킬을 남발하며 걷고 있자 둘은 궁금한지 참지 못하고 되물었다.

결국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화염계 폭발 스킬은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로 하기 좋고, 한 방, 한 방이 강력하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너무 주목을 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주목이요?”

염라두는 강하다.

사람이 아닌 몬스터를 상대한다면 나보다 강하겠지. 하지만 놈에게 부족한 게 하나 있다. 경험, 그리고 지혜.

“리자드 맨의 특성에 대해 아십니까?”

“네, 네! 어둠 속에서 엄청 잘 움직이잖아요. 비늘로 주변을 읽고요. 뱀의 특성과 비슷한 걸로 알고 있어요.”

헌터 생활에 필요한 기본 공부는 착실하게 한 모양이다. 나는 말을 이었다.

“네. 비늘로 주변을 읽죠. 특히나 사냥감이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진동과 열에 예민합니다.”

콰아아앙!

먼 곳에서 염라두의 화염이 폭발한다.

그 소리를 모두가 느낀다. 나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막귀로도 들리고 막눈으로도 보일 정도니 이대로라면 온 던전의 리자드 맨들이 모두 염라두 한 놈만 잡으러 몰려들 겁니다.”

“그, 그러면 우리한테도 올 텐데요!”

둘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그렇게는 안 되게 해야겠죠.”

나는 몇 번이나 [관찰의 눈]을 반복한다. 그리고…….

띠링-

[금이 간 벽]

오래된 마신을 찬앙하는 벽화. 뒷면에서 바람 소리가 들린다.

“이거다.”

나는 방진아에게 말했다.

“망치로 힘껏 부술 수 있죠? 대장장이시니까요.”

“네, 네! 그런데 벽을요?”

그녀는 약간 망설이다가 나를 본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확신을 가졌는지 힘껏 망치를 뒤로 젖힌다.

“잠깐, 지금 말고요.”

내가 손을 들자 그녀가 자세를 잡고 신호를 기다렸다.

이윽고 염라두의 화염이 다시 폭발했다.

콰과과광!

그 소리에 맞춰 내가 신호했다.

그 순간, 그녀가 스킬을 사용했다.

망치가 빛을 낸다.

“파워 해머!”

콰광!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은 굉음, 그러나 염라두의 소리에 묻힌다. 리자드 맨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벽이 부서지며 숨겨진 통로가 보인다.

남매가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방진아가 당신의 기지에 놀랍니다.

-3따봉을 받았습니다!

-방진우가 당신의 재치에 놀랍니다.

-2따봉을 받았습니다!

“들어갑시다.”

“헉, 헉…… 이러면 리자드 맨이 안 올까요?”

“그러지는 않을 겁이다. 염라두만큼은 아니어도 몇은 따라오겠죠.”

내 말에 남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누나는 스킬 한 번을 쓰고 가쁜 숨을 내쉬며 주저앉아 있었다.

막 전직한, 그것도 하급 각성자. 레벨 업 한 번도 한 적 없는 초보.

염라두 같은 특급 각성자가 아니면 누구든 똑같다.

두 남매의 능력으로는 리자드 맨 하나 잡을 수 없다.

“어서 들어가요.”

동생은 누나를 부축하고는 같이 통로로 들어갔다.

‘비늘 악마의 신전. 신전이라는 명칭답게 던전 안에 통로가 많아.’

던전의 호칭은 중요하다. ‘마굴’, ‘숲’, ‘대지’, ‘함정’, ‘탑’, ‘성’, ‘요새’…….

이러한 단어들은 각각의 던전 특성을 대표하고.

특히 신전은 수행자들이 지나갈 통로가 필요하지. 그리고 벽화나 석상이 맵의 힌트가 될 때가 많다고 배웠어.

그동안 해 왔던 이론 공부와 헌터 보조원으로서의 경험이 나를 움직였다.

둘은 그런 내가 신기한지 따봉을 주며 쫓아왔다.

‘아무리 그래도 따봉 100개는 무리겠지. 보너스까지는 포기해야 하나.’

하긴, 아무리 나라도 리자드 맨 여럿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버겁다.

나는 우선 두 사람에게 축복 스킬을 부여했다.

“실프의 축복.”

빛 무리가 떠오르며 두 사람을 감싼다.

-초보 헌터 방진아와 방진우의 공격력과 민첩성이 증가합니다.

정령들이 만들어내는 희미한 빛 무리 덕분에 주변이 조금은 보일 만큼 밝아졌다.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아예 감동으로 울 것 같군.

그건 아마 내 마력량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네.

-두 헌터가 크게 감격합니다. 당신에 대한 신뢰를 대폭 상승시킵니다.

-6따봉을 받았습니다!

‘마력 스텟을 올인하다시피 해서 찍은 게 여기서 빛을 발하는군.’

거기다가 내게는 [아크 드래곤식 마력의 고리]와 [아크 드래곤식 마력의 심장], 두 스킬이 있다.

보통의 초보 헌터들과는 마력 통과 회복량 자체가 다르다.

길게 이어졌던 비밀 통로가 마침내 끝나 갔다.

석상을 밀고 나오니 원래의 고대 신전 길이 나타났다.

콰과광!

앞이 아닌 뒤에서 폭발음이 울렸다.

“염라두를 꽤나 앞지른 모양이네요!”

두 쌍둥이가 기쁜지 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리자드 맨들이 나타났다.

“비밀 통로를 벗어났으니 이제 시작입니다.”

‘헌터 보조원 때의 생활이 도움이 되긴 되네. 하기야, 경험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잖아.’

나는 쌍검을 뽑아 들었다.

* * *

내 쌍검이 리자드 맨의 머리를 갈랐다.

츠가가각!

한 마리를 처치하고 나니, 다른 한 마리가 창을 휘두른다.

다섯 마리의 리자드 팀.

이놈들도 우리처럼 다섯씩 이동하고 있나 보다.

‘역시 초보자용 던전이 아닌데?’

나는 [도망치는 그림자]로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는 그대로 카운터를 날렸다.

크아악!

검이 비늘을 가르자 놈이 비명을 지른다. 소리 좋고!

그 틈에 다시 눈을 찔렀다. 안구를 관통해 뇌수를 찌르는 감각이 꿀럭하다.

검을 뽑자 리자드 맨의 피가 튀었다.

숨 가쁘군. 그리고 다음!

마치 도축자처럼 놈들의 급소를 정확하게 가르고, 살결을 따라 찢었다.

검격 한 번에 목의 연골, 가장 부드러운 곳을 갈라낸다.

리자드 맨 다섯을 혼자서 처치했다.

-다섯 마리의 리자드 맨을 처치했습니다.

-타이틀 [리자드 맨 도전자]를 얻었습니다!

[리자드 맨 도전자]

등급 : 노멀

제한 시간 내에 리자드 맨 다섯 마리를 홀로 물리친 사람에게 주는 칭호. 이 칭호를 가진 사람은 리자드 맨들에게 약한 공포감을 준다.

‘약한 공포감이 정확히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 순간, 모퉁이를 돌자 또 다른 리자드 맨들이 나타나셨고.

키아악!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어째 놈들의 몸이 살짝 굳는다?

그와 동시에 [풍운보법]으로 놈들의 간격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림자 훔치기].

이동 속도와 방어력을 동시에 깎는다.

스킬을 사용하는 모션이 멋스럽다. 그러나 그것을 즐기기도 잠시, 백야와 암야가 어둠을 찢었다.

키륵!

크……와아악!

리자드 맨들이 비명을 지르며 그제야 창날을 휘두른다. 하지만 늦다.

선타를 놓친다는 건, 즉 흐름을 놓친다는 뜻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