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8화 (18/305)

제18화

-헌터, 정지한이 당신의 잠재력에 감탄합니다.

-3따봉을 받았습니다!

-헌터, 정지한이 당신에 대한 평가를 다시 수정합니다.

-3따봉을 받았습니다!

-트레이너 1이 당신에 대한 평가를 다시 수정합니다.

-2따봉을 받았습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엄지척에게는 따봉이 올라가는 소리가 연속으로 들렸다.

‘한번 푸닥거리하니까 따봉을 주네. 역시 헌터는 약육강식이라더니. 그런데 좀 많은 거 아냐?’

그렇게 엄지척이 속으로 혀를 차고 있을 때. 다른 이들은 경악하고 있었다.

‘분명 실전이라고는 그때가 처음인 루키라고 들었는데?’

헌터들은 한 명이 만들어 낸 잔인한 폭력극을 보고는 말을 잃었다.

원래라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 아닌가.

이긴다는 게 말이 되질 않지.

아무리 뛰어난 스킬을 가진다고 해도 기본적인 스텟, 즉 능력치 차이가 크면 공격이 박힐 수가 없는 법이었다.

거기다가 전문적인 전투 훈련은 단 한 번도 받지 않은 상태라고 들었다.

스킬이 대단해도 적재적소에 쓸 수 있어야 이길 수 있는 법이었다.

‘그동안 밸런스형은 최상위권까지 올라가기 힘들다 들었는데…….’

워낙 희귀하고 여러 상황에서 쓸모가 많아 가치가 있긴 하지만, 전투력 자체는 순수 한 우물보다 약하다는 평이 많았다.

‘그 한 번에 버프, 디버프, 원거리, 축복, 이동 기술, 회피기, 모든 걸 다 써버리는군.’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초보의 공격이 탱커 타입의 갑옷을 박살 낸다는 건.

그리고 뭐 하나 치중되지 않고 골고루 스킬을 찍었다는 것도.

“그 스킬들은 다 어디서 구한 거지? 가호하는 신이 있나?”

어느 헌터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가호하는 신이 있다면 그 계열 스킬만 입수가 될 거야. 정령 계열 스킬과 그림자 계열 스킬을 같이 쓰고 있어.”

“설마 헌터 상점? 하지만 던전에서 정식 사냥도 하지 않았는데 포인트는 어디서 얻은 거지?”

“헌터 상점도 수호신과 직업에 따라 제한이 있어. 하지만 이건 대체……?”

웅성거림이 점점 더 커져 갔다.

얼마 전까지 병아리, 그것도 다른 병아리보다 좀 더 크고 싹이 보이는 병아리라 여겼던 자가 자기 바로 뒤까지 바짝 달려왔음을 모두가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헌터들의 기색에 어리둥절한 것은 오히려 엄지척이었다.

‘조금 과하게 때리긴 했지만, 왜 저렇게 놀라지? 따봉이 계속 들어오네.’

일단 표정 관리를 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따봉이 아니다.

동생인 엄무척이지.

힐러가 달라붙어 힐을 하고 있는데 아직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상처야 다 나았겠지만……. 깨어나려면 어느 정도 걸리겠는걸.’

진지하게 동생을 바라보면서 생각 중인 엄지척. 그런 엄지척을 보며, 다른 헌터들은 다르게 생각했다.

‘가족 건드렸다고 아직도 분이 안 풀린 모양이군.’

‘하긴. 가족을 눈앞에서 건드리는 건 선 넘었지.’

‘그렇다고는 해도 사람을 저렇게 피떡으로 만들다니. 귀엽게 생긴 외모와 다르게 과감하고 잔혹해.’

-트레이너 2가 당신에 대한 평가를 다시 수정합니다.

-3따봉을 받았습니다!

-헌터, 니콜이 당신에 대한 평가를 다시 수정합니다.

-2따봉을 받았습니다!

동생인 엄무척을 보며 걱정하던 엄지척으로서는 갑자기 또 따봉이 들어오자 내심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렇게 미쳐 버린 이 상황 속에서 박수 소리가 울렸다.

짝, 짝, 짝.

“멋진 한판이었어.”

머리카락을 칼날처럼 자른 여인이 그 자리에 있었다.

수많은 헌터들 중 누구도 그녀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남색 슈트에 금장 단추가 고급스러운 여인이었다.

눈매가 정지한과 닮았다는 점이 꽤나 인상 깊다.

“누님.”

“오랜만에 보는구나, 아우야. 덕분에 좋은 구경 했단다.”

그녀는 입에 물고 있던 막대 사탕을 던졌다.

그러자 허공에서 드론이 나타나더니 바로 그녀의 사탕 막대를 붙잡아 Trash라고 쓰여 있는 투입구에 넣었다.

“은신 기술까지 탑재한 신형 드론이군요.”

“헌터들의 기감을 속이는 기계를 만드느라 고생했단다. 덕분에 성공했구나.”

헌터들 중의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메카닉 마스터.”

기계마도학의 최정상에 오른 이에게 경외를 담아 붙여진 이름이다.

저 드론이 오늘은 그녀가 버린 사탕 찌꺼기를 치우고 있지만 내일은 무슨 짓을 할지 상상만 해도 섬뜩했다.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 그녀가 말했다.

“엄지척이라고 했지? 탐이 나는걸?”

“안 됩니다. 규칙을 지키시죠.”

“알아, 룰은 룰이지. 할아버지가 정한 룰. 하지만 거래는 괜찮잖아?”

“얼마를 줘도 안 됩니다.”

그녀는 피식 웃었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해 보자고. 어쨌건 방금 실려 온 동생이라는 사람 치료해 줄게. 이름이 엄무척 맞지? 이 형제들은 이름이 참 재미있어. 뭐, 남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녀의 눈앞에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두 번째 드론이다.

눈에 겨우 보일까 말까 한 꿀벌만큼 작은 드론.

그 드론이 뱉는 차트를 그녀는 빠르게 읽어냈다.

“그리고 B급 각성석, 지금 쓰는 게 어때? 내 기술력이 서포트하면 효과는 극대화될 텐데.”

“그건…….”

“너한테 묻는 게 아니야. 거기 뽀송하게 생긴 베이비 페이스에게 묻는 거야.”

뽀송하게 생겼다는 게 무슨 뜻일까? 어감을 보니 칭찬인 모양인데.

엄지척이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저요?”

“그래. 도와줄까? 좋은 쇼를 보여줬으니 푯값으로 말이야.”

* * *

메카닉 마스터.

세계적으로 그 별칭으로 불리는 이는 손에 꼽는다.

국내에는 단 한 명뿐.

그녀가 이룬 업적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가 없다.

그녀가 나와 내 동생의 이름을 보고 웃으며, 남 말 할 처지가 아니라고 했는데 그녀의 이름도 다음과 같다.

성은 정씨.

이름은 비가(備加).

합쳐서 ‘정비가’다.

할아버지인 정만득이 무슨 바람이라도 분 건지 손주들 이름을 괴이하게 지었다.

정비가는 엄연히 말해 정식 자식은 아니었다.

차남에게서 나온 혼외 자식으로, 그것도 유명 연예인과의 사이에서 나온 딸이라던가?

차남 정기수는 혼외 자식이 생긴 것을 숨기려 했지만, 할아버지 정만득은 그녀에게 ‘정비가’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정식으로 입적시켰다.

그러나 당시 어린 정비가는 각성의 편린조차 보이지 않은 일반인이었고.

정기수는 자신의 사생아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러니 천덕꾸러기가 되어 지독한 차별 속에서 클 수밖에.

재벌가에서 각성자가 아닌 사생아를 대하는 방식이야 뻔하지.

다른 배에서 태어난 혼외 자식, 그것도 일반인.

과거 지라시 신문사에서 어린 그녀의 신발을 뺏어서 집 밖으로 내쫓는 장면을 찍은 적이 있었지, 아마?

기사가 논란이 되자 정하 그룹에서는 훈육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했고, 반성을 시킨 후 들여보내 주었다고 수습을 했고.

후발 기사로 엄격한 재벌가의 명문 교육이라는, 뭔가 그럴듯한 실드 기사로 덮으려고 했지.

그러나 한겨울에 초등학생을 맨발로 쫓아내는 사진은 꽤 오랫동안 인터넷을 떠돌다가 어느 순간, 포털 검색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 후, 들린 소식은 그녀의 어머니가 병으로 사망했다는 것. 그리고 딸만 남았는데, 딸은 해외로 떠났다는 것.

그리고 그녀는 미국 주립대학 공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그녀가 들어간 연구 팀은 미국의 원조를 받아 던전에서 나온 수많은 유물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는 것.

능력자가 아니어도 유물을 사용해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마도공학계의 큰 틀을 만들었다는 것도.

마도공학 시대를 연 셈이다.

그 소식이 닿자 정하 그룹은 몸이 달았다.

그녀는 순순히 정하 그룹으로 돌아갔다.

어째서 돌아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내 가십으로 하는 말로는 그녀도 계승권에 욕심이 있기 때문일 거라고 했다.

물론 자신을 그렇게 대한 친아버지에게 어떤 감정을 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할아버지인 정만득에게 꽤나 총애를 받는 존재가 되어 지금은 각성석을 먹고 각성자로서의 능력도 개화하게 되었다.

그녀는 생명체는 물론이고 기계에도 생명력을 불어 넣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 또 어떤 능력이 있는지는 밝혀지진 않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녀가 의사 면허 및 미국에서 특별히 지정한 의료 마도구 제작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는 게 더 중요하겠지.

“비가 누나라고 부르렴. 성은 붙이지 말고. 그러면 나도 너를 지척 군이라고 부를게. 성은 빼고 말이야.”

그녀가 손가락을 뻗자 허공에서 드론이 나타나 음표 모양의 막대 사탕을 뱉었다.

“레몬 맛인가. 성공이네.”

“성공이요?”

“아, 사탕은 랜덤으로 달라고 하고 있어. 레몬 정도면 맛있는 맛이지.”

처음부터 싫어하는 맛은 빼고 먹으면 되는 거 아닐까.

그런 눈으로 보니 그녀가 피식 웃었다.

“금연 중이거든. 이런 거라도 있어야 재미있지.”

맞다. 생각해 보니 그녀는 골초라는 얘기도 들었던 것 같다.

하루에 줄담배를 몇 갑이나 피운다고 한다.

지금은 금연 중이시구나.

“비가 님.”

“님 말고 누나.”

“……비가 누님.”

“그래. 그 정도면 합격.”

“동생을 고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직 시작 안 했어. 감사는 끝나고 하렴.”

동생의 입원 침대 앞에서 그녀는 차트 몇 개를 빠르게 보았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겸사겸사 각성도 지금 하려고.”

“지금요?”

아직 그릇이 다 만들어지지 않았을 텐데.

내 걱정을 읽었는지 그녀가 말을 이었다.

“이 정도 신체 능력이면 이미 그릇은 완성되었어. 더 운동시킨들 효율이 좋아지진 않을 거야. 그보다 감정 에너지가 높은 상태니 지금이 적기지.”

“감정 에너지요?”

“응. 인간의 희로애락은 잠재력을 깨울 훌륭한 불씨지. 각성석은 절실한 사람에게 더욱 반응한다는 이론이 있는데 나는 맞는다고 봐.”

처음 듣는 이론이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눈치는 아니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 말이야, 지금처럼 기분이 비참할 때가 어디 있겠어. 각성하기 딱 좋을 때지. 안 그래? 동생 무척 군? 응급조치도 성공적이었다며? 의식 있을 텐데 아닌 척하지 말고.”

“……알고 계시는군요.”

무척이가 눈을 떴다.

“어라, 말도 할 수 있나 보네. 어때? 지금 기분? 혀 깨물고 죽고 싶지? 엿 같은 새끼한테 형 앞에서 처발리고 나니 목에 물도 안 넘어갈 것 같지?”

“…….”

무척의 입가가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가 웃었다.

“좋은 표정이야. 너희 형제는 참 쌍으로 잘생겼어.”

그녀는 흐뭇한 목소리로 동생과 나를 번갈아 보았다.

“이렇게 도와주시는데 뭔가 보답할 게 없을까요?”

“글쎄다. 나도 변덕 때문에 하는 거라……. 음…… 솔직히 내가 비용 청구하면 갚을 수는 있고?”

세계적인 메카닉 마스터의 도움이다.

이런 기연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흠칫 놀라서 눈알만 굴리는데 그녀는 한참 웃었다.

“두 가지만 하자.”

“뭐죠? 갚을 수 있는 거라면…….”

“첫째, 지한이 그놈에게 약속 지키라고 전해.”

“네?”

“그 말만 하면 알아들을 거야. 물론, 네 입에서 그 말이 나와야 해. 중요해.”

말 한마디만 전하면 된다는 건가?

내가 손해 볼 건 없다. 오히려 너무 가벼워서 미안할 지경이지.

그녀가 두 번째 조건을 제시했다.

“두 번째.”

“뭐죠?”

“너 갓튜브에서 먹방 요리 채널 개설해. 너랑 네 동생이랑 둘이서.”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당황스러웠다.

어차피 따봉을 얻으려면 갓튜브는 활발하게 진행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먹방, 요리가 빠질 수 없으니 할 예정이긴 하다.

“돈은 내가 투자할게. 수익금도 업계 최고 조건으로 배분해 줄게. 그냥 카메라 앞에서 뭐라도 좀 먹어. 응? 너희들은 초코파이만 먹고 있어도 잘 팔릴 거다.”

……그녀의 말에는 사심이 찐득찐득하게 담겨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대박이 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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