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4화 (14/305)
  • 제14화

    ‘장비는 남이 만든 걸 사자. 재료값으로 통장 탕진하게 생겼네. 거기다가… 거기다가…….’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따봉 벌이가 좋아 보인다.’

    우리가 무슨 민족인가.

    밥의 민족이다.

    아침 인사가 밥 먹었냐고, 저녁 인사가 밥 먹었냐다.

    최하급 포션을 희석한 차라도 일단 먹이면 사람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짤짤이로 생색 안 내는 척 인망을 벌기에 좋아 보인다.

    ‘그래. 먹는 게 남는 거다.’

    연금술을 뒤지기 시작했다.

    [☆★◇◆스크루지의 연금술◇◆☆★ - 4,800따봉]

    등급: 유니크 (성장형 F)

    자[email protected]린고비의 ▶화신, 킴 스크루지 비전의 연금술. 재료는 싸게, 생산량은 크게!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저자본 고▧액 창◆출의 기회!

    오픈 기념 원가 할인♠행사♥

    초판 한정 특↗전↗상품◀까지!!!

    *상기 제품은 반품이 불가합니다.

    ‘뭐지? …스킬 판매 창이 혼자 영롱하게 빛나고 있어.’

    매우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메일함을 열면 두세 개씩 날아오는 그것.

    이것을 구매하면 왠지 내 개인 정보가 날아갈 것 같고, 클릭하는 순간 20개가 넘는 불법 도박 사이트가 팝업되어 내 컴퓨터 리소스를 작살 낼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거?

    ‘하지만…… 하지만…… 스크루지! 저자본 고▧액 창◆출의 기회라니!’

    아련한 떨림이 심금을 울리는구나.

    왠지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리고 이런 걸 파는 새끼는 뭔가 크게 될 놈인데 동시에 언젠가 크게 X 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달칵-

    -4,800따봉으로 [☆★◇◆스크루지의 연금술◇◆☆★] 스킬을 구매했습니다!

    오픈 기념 할인 행사와 초판 한정 특전 상품, 그리고 알 수 없는 저↗렴↗함에 홀린 듯이 구매했다.

    어차피 반품 불가. 스킬 확인은 나중에 하고.

    “자, 이제 남은 건 전투인가.”

    아직까지도 못 정하고 있다.

    무난하게 잘나가는 스킬로는 검술이 손꼽히지.

    일단 ‘용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검술이 떠오르고, 멋있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검도 많다.

    검법도 화려한 게 많아서 눈에 띄고.

    그러나 그것으로 좋은가. 으음…….

    나는 일단 갓튜브 인기 동영상들을 찾아보았다.

    ‘그래. 역시 칼이 많군.’

    그다음이 마법이다.

    잡히면 죽는다.

    비록 체력은 약하나 무한한 지혜로 세상의 법칙을 속이는 자들.

    불공만 좀 쏴 줘도 홀린 듯 보게 된다.

    세 번째가 주먹이다.

    크와와와와! 원초적인 폭력 그 자체.

    주먹이 몬스터의 가슴을 관통하는 순간,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어도 그 광폭한 희열이 전해진다.

    그런데 적에게 맞게 되면 아파 보인다.

    검술은 방패나 검면으로 적의 공격을 막거나 흘려 보내는데 주먹은 그런 게 없지 않나.

    적의 공격을 흘려 보내려고 해도 팔꿈치와 어깨를 이용해 흘려 보내야 할 거고.

    ……아파 보인다.

    “그래. 인간은 도구의 생물이지.”

    절대로! 겁이 나서! 그러는 게 아니다.

    영장류의 증거를 굳이 포기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러는 것뿐.

    ‘미래는 검이다. 검이야.’

    검술을 쭉 검색해 보니 그것도 꽤나 다양했다.

    ‘왼손잡이, 오른손잡이로도 나뉘네.’

    단순히 스킬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기본적인 적성도 필요한 모양인데.

    나는 동전 두 개를 던져서 동시에 양손으로 받아냈다.

    타닥-

    양손잡이다.

    ‘그러고 보니 헌터들 중에 쌍검을 쓰는 사람은 드물지.’

    한 번에 두 번 공격, 공속 두 배, 전투력이 두 배, 장비값도 두 배, 그리고 양손잡이일 것.

    장비값이 두 배가 든다는 게 걸리지만 기껏 스타일리시할 수 있는 기회인데 포기하기는 아깝다.

    나는 전지적 관심 종자 시점에 빙의해 보기로 했다.

    ‘……쌍검이 미래다.’

    두 배 폼 나면 따봉도 두 배는 벌어 오기를.

    [무명검식 백야(白夜), 암야(暗夜) - 4,200따봉]

    등급: 유니크 (성장형 F)

    이름 없는 필멸자가 남긴 검술. 왼손 검법 백야와 오른손 검법 암야를 함께 섞어 사용한다.

    쾌검, 속검으로 화려한 검술이 특징이다. 스킬 레벨이 증가하면 새로운 스킬로 진화한다.

    진화 예정 - 붉은 달의 노래

    설명에서부터 근본 없는 피의 블러드가 느껴진다.

    잃어버렸던 중학교의 추억을 떠올리며 나는 홀린 듯 구매했다.

    그리고 나머지 스킬들.

    방어 스킬.

    [도망치는 그림자 - 5,232따봉]

    등급: 레어 (성장형 F)

    전설적인 신투가 만들어 낸 방어 스킬, 적의 공격을 빠르게 회피하거나 가지고 있는 무기를 이용해 빠르고 화려하게 공격을 흘려낸다.

    CC 스킬.

    [그림자 훔치기 - 7,800따봉]

    등급: 레어 (비성장형 D)

    전설적인 신투가 사용한 스킬, 적의 그림자를 밟아 이동 속도, 방어력 수치를 훔친다. 훔친 이동 속도와 방어력은 10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적의 그림자를 뺏는 퍼포먼스가 일품이다.

    이거 제작자가 같은 놈인 모양이네.

    일단 스킬 설명에서 걷잡을 수 없는 관종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이거?

    분명 신투, 그러니까 유명한 도둑의 스킬인데 도둑놈 주제에 어째서 화려한 기술을 사용하고 앉아 있는지 만든 놈 머리 뚜껑 좀 열어 봐야겠어.

    ‘알 게 뭐냐. 더 큰 따봉을 향하여!’

    회복 스킬과 축복 스킬.

    [실프의 회복 - 4,200따봉]

    등급: 레어 (비성장형 E)

    고대 숲, 바람의 최하급 정령이 상처를 빠르게 회복시켜 줍니다. 피시전자의 주변에 청량한 숲의 향기와 함께 고대 숲의 나뭇잎이 떠다닙니다.

    [실프의 축복 - 4,600따봉]

    등급: 레어 (비성장형 E)

    정령들이 무리 지어 축복합니다. 축복이 머무는 동안 초록색 빛의 무리가 계속해서 따라다닙니다. 공격력과 민첩성이 소폭 증가합니다.

    사실 회복이나 축복 계열은 신의 도움을 얻는 신성 마법 쪽이 더 대중적이긴 하지.

    하지만 그런 쪽은 필연적으로 신앙심을 요구한다.

    신전에 가서 기도드리고 참회하며 살기에는 삶이 너무 헬지옥이지 않나.

    거기다가 암야와 백야, 그림자 계열 스킬들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았다.

    신의 도움을 받지 않고 최대한 화려할 것!

    관종, 관종이어야 했다.

    내 성장은 관종으로 시작해 관종으로 끝나야 했다.

    정령! 정령의 축복을 쓰자!

    후훗, 슬슬 손가락이 철판 위 낙지처럼 오그라들기 시작하는군.

    잘하면 사춘기 표 좀 끌어 올 수 있겠어.

    그것은 일생을 아웃사이더로 살아온 자의 본능 같은 것.

    ‘크윽, 대의를 위해 참자.’

    마지막으로 이동기와 패시브 스킬이다.

    [풍운보법 - 5,100따봉]

    등급: 레어 (성장형 F)

    바람과 구름의 움직임을 참고하여 만든 보법. 유유자적한 서생의 삶을 상징한다. 동작에 기품이 담겨 있으며 물 흐르듯 고고하다.

    [백면공자 - 6,000따봉]

    등급: 레어 (비성장형 C)

    먹는 것은 전부 미용에 보탬이 된다. 피부 탄력, 여드름 제거, 다이어트, 모공 축소, 혈색 및 모발 개선까지!

    *상기 제품은 반품이 불가능합니다.

    백면공자. 어째서 저게 가장 비싼 걸까.

    상처를 치료해주는 것도, 적을 공격할 검법도, 그렇다고 적에게서 도망칠 날랜 발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유는 간단했다.

    고래로부터 미용, 미백, 다이어트가 붙으면 실속은 없으면서 가격만 개처럼 비싸다는 부조리가 그대로 따봉 가격에 반영되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직업은 갓튜브★소셜 스타.

    힘든 헌터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모 유지.

    미모가 유지되어야 팬이 유지되는 거고, 따봉도 유지가 되는 법.

    ‘크크크큭, 따봉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다.’

    가슴 한편에서 소리가 들렸다.

    내 안의 소중한 것이 부서지는 소리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이돌도 정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인형 모자를 쓰며 팬 사인회를 나가지 않던가.

    심지어 세계적인 아이돌들조차 그 인형 모자를 거부할 수 없었다.

    그것이 프로 의식!

    그건 나도 마찬가지.

    미모, 미모다.

    크게 해 먹으려면 일단 미모가 답이다!

    “크하하하! 크하! 크하하하! 나는 관종! 관종이다! 경배해라! 급식이들아!”

    실성한 사람처럼 웃으며 스킬 북들을 차곡차곡 쌓았다.

    외모지상주의 헬지옥에서 따봉을 얻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 * *

    스킬 북을 전부 익히고 하나씩 시연하고 나니 벌써 이틀이 훅 지났네.

    아직 숙련도를 쌓을 만한 수준은 못 되고 그냥 필요한 순간에 스킬을 사용할 만큼은 적응한 수준.

    나는 3분 왕뚜껑을 땄다. 그리고 면을 입에 후루룩 삼켰다.

    띠링-

    -3분 왕뚜껑을 섭취하셨습니다.

    -피부 탄력이 3만큼 개선됩니다.

    3만큼 개선된다는 게 대체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개선된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알아서 되었겠거니 하고 믿는 수밖에 없다.

    ‘이래서 영양 크림 사업은 반쯤은 플라시보라고 하는구먼.’

    전직 다단계 피해자였던 식당 이모님이 말씀하셨다.

    스킨, 로션, 에센스, 퍼스트크림, 나이트크림 등등 X나 많은데 확실하게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건 선크림뿐이었다고.

    나머진 믿음(플라시보)에 달려 있다고 했지.

    ‘백면공자 스킬, 이것도 혹시 믿음(플라시보)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겠군.’

    6,000따봉이 공중으로 산화될지도 모른다.

    허나 미용 관련 패시브 스킬은 필요했기에 묵묵히 믿어보기로.

    두두두두-

    폰 진동이 울렸다. 문자다.

    켜보니 계약금이 입금이 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예정대로인가…….’

    너무 큰 금액이어서 그런 건지 3차례로 나누어서 들어왔다.

    놀랍다.

    동시에 다시 진동이 울렸다.

    [정지한]

    입금했으니 바로 전화하는군.

    “여보세요.”

    [입금 확인하셨습니까?]

    안녕하냐, 밥은 먹었냐는 질문도 없이 바로 본론 들어가시고요.

    “아, 네, 네!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빨리 처리가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뭘요. 원하시면 자산 관리사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좀 더 자금 굴릴 때 편해지겠죠.]

    “감사합니다만… 그건 좀 생각해 보겠습니다.”

    [특별히 이유라도……?]

    “동생과 상의해야 할 게 남아서요.”

    그 말에 살짝 혀를 차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동생이 눈엣가시 같은 모양이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

    동생이 없었다면 그때 그 계약서에 벅벅 사인을 하고 끝냈을 거고, 지금 같은 여러 크고 자잘한 추가 조항들은 굿바이 했겠지.

    나는 그렇게 잡담을 조금 더 하고 스무스하게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인터넷 뱅킹으로 통장 잔고를 보기를 수차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 주목받는 헌터가 된 거구나.’

    웃긴 일이지만 현실감 없는 이 상황에서 나를 깨운 건 매스컴도, 따봉도 아니었다.

    인터넷 뱅킹 80억이었다.

    “…….”

    다시 폰을 들었다.

    동생에게 수화음을 날리기를 세 번.

    [아, 형?]

    왁자지껄한 헬스장 소리와 함께 동생이 받았다.

    * * *

    다음 날, 나는 동생과 근처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이유다.

    이 돈을 어떻게 할지 논의를 해봐야 하니까.

    “우와아아아! 무슨 게임 돈 같네.”

    하긴 동생 놈도 현실감이 안 드는 모양이야.

    나는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우선 집부터 사자.”

    내 말에 동생이 놀란 표정을 거두고 생각에 잠긴다.

    “집? 으음…… 장비부터 사, 형. 집은 나중에 사도 돼. 그나저나 형 헌터 스킬은 뭐야?”

    이놈이 자연스럽게 화두를 넘기더니 곧바로 본론부터 찔러 넣는 게 아닌가.

    이놈과 나는 하나뿐인 가족.

    우리 사이에 단 한 번도 비밀을 만든 적이 없었다.

    “알려주는 건 어렵지 않아. 그런데 그 전에 진지하게 물어볼 게 있어.”

    “뭔데?”

    “정말 나 따라서 헌터가 될 거냐? 죽을 수도 있다는 거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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