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화 (2/305)

제2화

마치 이것은…… 인터넷으로 보던 어떤 영상 사이트와 매우 흡사하군.

마침 폰에서 재생되는 영상의 요리 BJ가 ‘참 맛있겠쥬?’라고 엄지를 척 들었다.

아니, 그거 맞잖아?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그곳!

그 화면 레이어가 고대로 눈앞에 펼쳐졌다.

‘하, 할아……버지?’

꿈에서 로또보다 좋은 거 됐다고 하셨는데…… 그게 이거였나요?

일단 설명부터 눌러 보자.

-갓튜브 소셜 스타는 신 ???께서 부여한 직업입니다. 당신은 이제부터 타인의 따봉을 받아야 합니다. 따봉은 포인트로 전환되며, 이를 통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영상에 내 모습이 보이는군. 사람들이 나를 향해 엄지를 척 드니 곧바로 내가 막 반짝거리고 더욱 커졌다.

따, 따봉?

이거 실화냐?

내가 알기로 각성자, 혹은 헌터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시스템’이라는 능력을 받게 된다만.

시스템은 모든 것을 포인트로 해결한다.

스테이터스도 포인트로 올리고, 스킬도 포인트로 살 수 있다.

그뿐인가? 헌터 전용 경매장이 있어서 그곳에서 포인트로 물건을 거래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들과 나는 다르다.

뭔가가…… 달랐다.

헌터들은 몬스터를 사냥함으로써 포인트를 얻는다.

누군가는 그걸 경험치라고도 불렀는데, 나는 지금 그런 포인트를 따봉으로 얻는다는 이야기였다.

이게 뭣이여?

아니. 진짜? 레알?

문득 보조원 아저씨들에게 17따봉을 받았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따봉으로 진귀한 아이템이나 스킬을 구매할 수 있고, 일정 등급이 오르면 경매장 이용이 가능합니다.

-더 많은 따봉으로 더 큰 강함을 누려 보세요. 따봉이 곧 힘입니다!

음, 약간 설명이 미친 것 같군.

그다음 나는 스테이터스를 눌렀다.

-개인 스테이터스를 확인합니다.

[엄지척]

직업 : 갓튜브 소셜 스타

체력 : D 근력 : D- 민첩 : D

마력 : F- 매력 : C 지능 : D

등급 : 무명 갓튜버

총평

아직 데뷔 전인 병아리입니다. 따봉을 모아서 강해지고 유명해지세요.

아직 이름을 알리지 않아서 등급이 무명 갓튜버인 모양이다.

문득 각 능력치 옆에 엄지를 척 든 버튼이 보였다.

설명을 누르니 이렇게 떴다.

-따봉으로 능력치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신기하네.’

손에서 번개라도 쏠 줄 알았는데 갓튜브 소셜 스타라니 어이가 없어서 원.

‘바디 캠 떼고 오길 잘했네. 있을 때 했으면 빼박 정부 등록행이야.’

뭐 어쩌겠냐.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볼까.

“마력에 최대한 투자.”

-15따봉을 사용해 마력을 F+까지 랭크 업 하시겠습니까? (Yes/No)

보통이라면 근력이나 체력을 올리는 게 유용하다고 생각하겠지.

당장 눈앞에 고블린이든 오크든 두개골을 박살 낼 수 있어야 생존을 하는 거니까. 하지만 나는 일부러 마력을 올렸다.

‘지켜본 바로는 오히려 중요한 건 마력 같았단 말이지.’

갓튜브나 TV가 아닌 생눈으로 헌터들의 사냥을 지켜봐 왔다.

어떻게 보면 이른바 따까리라고 불리는 나 같은 직업이야말로 수많은 헌터들의 전투를 지켜볼 수 있는 위치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스킬을 쓰려면 마력이 필요한데 이 마력량의 차이로 전투가 크게 갈렸어.’

스킬을 3번 사용할 수 있는 헌터와 6번 사용할 수 있는 헌터는 지구력도 응용력도 차원이 달랐었지, 아마?

물론 근력이나 체력에 비해 당장 크게 차이 나는 성장은 없어. 그래서 도외시하는 헌터도 많지.

그런 헌터들은 중급 던전부터 슬슬 낙오되기 시작해.

‘그나저나 대체 계산식이 어떻게 되는 거야? 어째서 F+까지 올리는 데 15나 들지?’

자세히 보니까 계산식이 괴이하네?

‘아, 그러네. 따봉이라는 게 인기 하나만 잘 끌면 수만 개를 얻을 수도 있으니 이런 제한이 있는 걸지도.’

흐음. 쉽게 얻은 따봉이라고 막 쓰면 안 되겠는걸?

“예스.”

-마력이 F+랭크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15따봉이 소멸됩니다.

[마력 : F+]

드디어 몸 안에 마력을 축적시킬 수 있다.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력을 쓰기 위한 최저 랭크.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몸 안에서 물 같은 것이 흘러와 심장으로 고이는 게 느껴졌다.

‘와왓? 이, 이게 마력이구나?’

마력은 심장 안에서 원을 그리며 돌다가 내가 집중하는 곳으로 모여들었고.

나는 손에 정신을 최대한 집중해 마력을 모은 후, 그대로 파스 껍데기를 손으로 잡고 찢었다.

부욱!

‘우와! 가위도 없이 찢겼네!’

고작 종잇장 같은 파스 껍데기지만 감격이 밀려온다.

이거라면 택배 테이프도 가위 없이 자를 수 있겠는걸?

띠링-

-마력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했습니다!

[마력 : 육체에 부여하면 일시적으로 근력/내구력을 상승시킬 수 있다.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마력이란 게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지네?

그러나 조금 더 기다리니 다시 모여들기 시작하는 것이 바닷속에서 멸치 떼 속에 들어가면 이런 느낌일까.

나 진짜 각성자가 맞긴 한 모양이구나. 그런데 스킬이 없네.

이거 따봉을 더 모아서 스킬을 받아야 하나?

F+랭크로 업을 시키고 2따봉이 남았는데…….

맞다. 생각해 보니 따봉 상점이라는 게 있다고 했지?

“따봉 상점 오픈!”

그 순간, 눈앞에 커다란 가판대가 차르륵 펴지더니.

이제는 수없이 많은 스킬들이 눈앞을 가득 채우는 게 아닌가?

[천마일섬공 : 전설적인 천마의 검격. 그 검은 차원조차도 가른다고 전해진다. 검술 스킬 SS랭크 이상.]

[대천사의 세레나데 : 대천사 가브리엘이 연주한 치유의 찬가. 노래를 들은 관객들은 모든 병과 저주를 치유할 수 있으며, 일설에 의하면 마스터에 오르면 죽은 이도 살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악기 연주/가창 스킬 S랭크 이상]

죽은 사람도 살린다고? 놀라서 내려 보니 가격이 이랬다.

“……9……99999999……999 따…… 따봉?”

오래된 고전 게임에서 돈 에디트를 한 것처럼 9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눈이 빠질 것 같아서 창을 닫았다.

어차피 이런 건 못 사.

“2따봉으로 살 수 있는 걸 보여 줘.”

-리스트를 띄웁니다. 검색 중 3, 2…….

-1따봉 스킬 432개, 2따봉 스킬 358개가 검색되었습니다.

눈을 가득 채운다.

[숨쉬기 : 숨을 잘 쉬어서 건강해진다.]

[걷기 : 오래 걸어도 근육통이 오지 않는다.]

[먹기 : 잘 먹는다. 급하게 먹어도 체하지 않는다.]

[똥 싸기 : 어떤 상황에서도 쾌변이 가능하다.]

[잠자기 : 베개에 머리를 대면 얼마 후, 깊게 숙면할 수 있다.]

…….

스크롤을 쭉쭉 내려 보니 다 기체조 비슷한 스킬들뿐.

허허허, 따봉 포인트가 적으니 이런 스킬들밖에 안 나오는구나.

웃음밖에 안 나오네.

‘근데 설마 이거 포인트만 있으면 무제한으로 살 수 있는 건가? 특이하네. 다른 각성자들은 스킬 구매에도 제한이 있었던 것 같은데…….’

다른 헌터들도 몬스터를 잡으면 포인트를 얻는다.

그리고 그들 역시 상점을 쓸 수가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뭔가 들었던 거랑 엄청 다르다.

뭐, 구경하는 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계속 보기나 할까?

이것도 읽다 보니 재미있네.

보기, 쓰기, 뱉기…….

오, 2따봉으로 올라가니 수영, 물구나무도 있네.

[안마 : 몸의 혈액 순환을 도와 체력을 회복시킨다. 타인에게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안마? 이거…… 따봉 받기 좋겠는데? 안마 한번 해 드리면 다들 따봉 한번 해 주시잖아.”

그야말로 진흙 속의 진주.

이거라면 2따봉 쓰고도 계속 따봉을 벌 수 있겠어.

“안마 스킬 구입!”

종잣돈은 이렇게 굴리는 거다.

* * *

다음 날.

“엄 씨 왔어? 어제 힘들었을 텐데 일찍도 왔네.”

김 씨 아저씨가 오늘도 반갑게 맞아 주신다.

이 아저씨는 언제나 가장 먼저 출근하신다.

이분은 기숙사에 사는 것도 아니고, 경기도에 있는 집에서 출퇴근하시는데 새벽 버스는 서울 톨게이트 값을 안 받는대서 늘 첫차를 타고 출근하신다.

버스로 2시간. 출퇴근 합쳐 4시간.

본인 말씀으로는 몸은 힘들어도 가족들과 한집에서 사는 게 훨씬 낫단다.

“김 씨 아저씨야말로 어제 힘드셨잖아요. 좀 쉬시지 그래요?”

“쉬면 뭐 해? 할 것도 없는 거 돈이나 벌어야지.”

툴툴거리며 작업복을 입으신다.

나도 같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가슴에 바디 캠을 달았다.

삐빅-

-직원 인증 성공, 안녕하세요. 20,431번 근무자님.

바디 캠이 켜지며 기계음이 울린다.

적응이 안 된다.

“이거 영상 나중에 올려도 돼요?”

“그건 왜?”

“헌터들 보니까 바디 캠 기록 개인 방송에 올리던데, 우리도 올려도 되나 싶어서요. 청소 용역이긴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엄 씨도 여기 계약할 때 비밀 유지 조항 사인했잖아. 우리 같은 사람들이 무슨 방송이야?”

김 씨 아저씨가 그렇게 말하고는 담배를 입에 문다.

한참 연기를 뱉고 있다가 결심했는지 눈을 떴다.

“아니다. 나도 상부에 부탁해 볼게.”

“어? 도와주시는 거예요?”

“도와주기는 무슨. 어차피 가 봐야 깨질 건데 혼자 깨지는 것보다 둘이 깨지는 게 나으니까 같이 가 주는 거야.”

그리 말하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뜻이겠지?

하지만 우리 같은 하루살이가 본사에 뭐 요청한다는 게 쉬운 일 아니라는 건 지나가는 개도 안다.

그걸 도와준다고 하셨으니.

“고마워요.”

“같이 깨지러 가는 거니까 뭐 기대하지 말라니까, 엄 씨.”

“그래도 고마워요.”

김 씨 아저씨는 담뱃불을 끄고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엄 씨가 하는 거니 뭔가 생각이 있겠지. 응.”

그리 말하시고는 엄지를 척 드셨다.

-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도리어 내가 드려야 하는 건데, 어린놈 기 살려 주시겠다고 이렇게 도와주실 줄은 몰랐다.

“고맙습니다.”

“고맙긴 뭘.”

그리 말씀하시고는 머쓱하신지 혼자 훌레훌레 나가시는 게 아닌가.

* * *

“엄 씨, 본사에 바디 캠으로 개인 방송 해도 되는지 물어본다며?”

오늘도 오늘의 일이 뜬다.

일 내용은 늘 똑같지.

몬스터 사체를 토막 내고 나르는 일.

어떤 사람들은 우리보고 개미 같다고 하고, 또 어떤 부모는 커서 저런 사람 안 되려면 학원 다녀야 한다고도 하고.

그래도 뭐, 정작 나는 오늘 다친 사람 없어서 좋고.

그 말인즉, 몸은 죽을 만큼 힘들고 머리는 심심하다는 뜻이지.

“어? 김 씨 아저씨가 말하셨어요?”

거, 아저씨들 소문도 빠르네.

“누가 말했든 뭔 상관이여. 그런 부탁이면 다 같이 가서 깨져야지.”

“암, 암. 원래 깨지는 건 같이 깨져야 제맛이여.”

“맞아. 깨지는 것도 재미지. 혹시라도 말 꺼내는 거 무서워하덜 말어. 우리가 다 같이 갈 테니까. 같이 깨지면 괜찮은 거여, 원래.”

그 자리에 있는 일곱 명의 아저씨들이 저마다 같이 가서 깨지자고 하신다.

우리 중 누구도 진짜 해줄 거라고는 생각 안 하지.

나도 될 거라고는 생각 안 하고 있고.

그래도 고맙다. 심장께가 간질간질하다.

“우리 조금 쉴까요?”

“응, 그래. 쉬는 쉬간 되었으니. 어이! 강 씨! 좀 쉬자고!”

내 말에 모두가 쉬기로 했다.

잘됐다. 이참에 안마라도 해 드려야겠다.

스킬은 어떻게 발동하지?

‘스킬 안마 발동!’

-목표물이 없습니다.

아, 안마하면서 발동해야 하나 보다.

나는 가장 먼저 말을 꺼내 주신 김 씨 아저씨 곁으로 갔다.

“어깨 좀 펴 봐요.”

“아따, 안마라도 해 주려고?”

“그쵸. 뭐.”

“일없어.”

퍽 차가운 말투다.

옛날이면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알지. 여기는 체력이 재산인 곳.

괜히 내가 안마해 준다고 나섰다가 오후에 쓰러질까 봐 일부러 매몰차게 거절하시는 거다.

“거 좀!”

이럴 때는 그냥 어깨를 당겨서 마사지해 드리는 게 좋다. 그러면 못 이기는 척 받으시지.

“아구구…… 이렇게 해도 돌아오는 거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사르르 감으신다.

‘스킬 안마 발동!’

-안마 스킬을 발동합니다.

이제 되네.

스킬을 발동하자 손이 자연스럽게 어깨를 누르기 시작했다.

안마 방법 같은 것은 배운 적이 없는데도 마치 전문가처럼 굳어 있는 혈을 풀기 시작했다.

“큭…… 이거 아픈데?”

“그만할까요?”

“아니, 계속해라. 이상하게 너무 시원한데?”

굳어 있는 근육이 풀리면서 우드득, 소리를 냈다.

그러더니 굽어 있던 허리가 쭉 펴지는 게 아닌가?

“와, 어디서 배운 거여?”

보고 있던 아저씨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무슨 전문가가 하는 것처럼 움직이네.”

“이여… 전문가도 이렇게 쉽게 못 푸는데…….”

김 씨 아저씨는 아프면서도 시원한지 신음을 내뱉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아주 죽이는 모양이네.”

띠링-

-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실시간으로 따봉이 모이니 아주 좋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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