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라스트 엠페러-251화 (251/336)

251화

* * *

쾅!!!!!!!!

타다다다당!

콰가가가강!!!!!

“으아아아아악!!!!!!!!!”

“델타! 델타! 응답하라!!”

“델타 소대 침묵합니다!!”

“알파랑 감마 소대는!?”

“마찬가지입니다!! 응답이 없습니다!”

“제길!!!”

콰드드득….

“괴… 괴물이야!!”

쾅!!!!!!!!!!!!

격벽 너머에서 폭약 소리와 총소리,

날카로운 뭔가가 철판을 긁어대는 소리와

짐승이 뼈와 살을 씹어대는 듯한 살벌한 소리,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현 상황은?”

상황실에서 모든 걸 살피던 한 사내가 입술을 짓씹으며

헤드폰을 쓴 채 계속해서 무전을 주고받는 이에게 물었다.

“투입되었던 인원들은 물론이고,

알파, 감마, 델타 부대까지 모두 침묵했습니다.

또한, 감시 장비와 각종 센서들 또한 모조리 파손되었습니다.”

“…제길.”

사내의 얼굴이 창백했다.

알파, 감마, 델타 부대는 주석 직속 부대로

낮게는 언터쳐블 최상급부터 높게는 엠페러 상급까지

최정예 헌터들로 구성된 중국 최고의 헌터 살수 집단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미지의 적 앞에

한 시간은커녕, 채 십 분조차 방어해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1차 방어진은 5분 전에 꿰뚫렸고,

2차 방어진은 현재 빠른 속도로 뚫리고 있는 중입니다.”

“뭐?”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병사가 창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핵 공격에도 충분히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된 이곳이다.

상급의 마력석을 사용해 방어에 모든 걸 쏟아부은 곳이야.

그런데 두께 10m가 넘는 첫째 격벽이 5분도 안 돼서 부서져?

미사일과 포탄으로 폭격을 해도 거뜬히 몇 시간을 버틸 텐데?!’

“…상대는?”

사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처음 보고드렸던 대로 이한성 하나뿐입니다.”

“확실해?”

“이한성 외에 다른 존재는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병사가 화면을 보여주며 대답했다.

화면에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 하나 보였다.

빡빡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탄환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그는 가볍게 손을 휘둘러

파도처럼 그림자들을 일으켰고 탄환과 공격을 막아냈다.

먼발치에서 저격하는 이들에게는 창인지 뭔지

검고 날카로운 날붙이가 탄환만큼이나 빠르게 쏘아져 나가

그대로 그들의 목을 꿰뚫었고 사체는 그림자에 먹혀 사라졌다.

“…빌어먹을….”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어떻게든 저 괴물이 주석께 닿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낼 수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쾅!!!!!!!!!

2차 방어진의 문 너머에서 뭔가 터지는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

쾅!!!!!!!

이윽고 두 번째 격벽의 철제문에 큰 충격이 가해졌다.

“진입한다. 공격 준비!”

철컥.

사내의 말에 헌터들과 군인들이

긴장된 얼굴로 방어진을 향해 무기를 들어 올렸던 그때.

무전기 너머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치직. 후우… 어이.”

알파 팀 a 요원의 무전 채널이었다.

“…?!”

그러나 들린 것은 a 요원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이의 것이었다.

사내와 병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치직. 듣고 있는 거 안다. 대답해라.”

“…네놈이 이한성이냐.”

마침내 사내가 무전기를 잡고 응답했다.

“치직. 그래.”

‘역시….’

사내의 눈이 흔들렸다.

“치직. 이 문을 열고 주석에게 안내해라.

부수는 것쯤 어렵지는 않지만 쓸데없이 힘쓰기 싫고,

이 일과 상관없는 자들을 더 이상 죽이고 싶지도 않다.

어찌 됐건 당신들은 꼭두각시일 뿐이니까.”

“불허한다.”

“치직. 내가 지금 허가를 구하는 것으로 보이나?”

싸늘한 한성의 말에 사내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치직. 마지막으로 말한다. 1분을 주겠다. 문 열어.

나머지 1362명의 인원들 모두를 죽이고 싶지 않다면.”

‘…인원수마저 파악하고 있다고…?’

사내가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짓씹던 그때.

“치익. 들여보내.”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듯,

무전기로부터 주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내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병사가 버튼을 눌렀다.

쿠구궁.

이에 2차 방어진과 3차 방어진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전 병력에게 알린다. 현 시간부로 코드 레드를 해제한다.

이한성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경계 태세만 유지하고 있도록.”

방공호에 울려 퍼진 총서기의 목소리에

병사들과 요원, 헌터들은 즉시 무장을 해제했고,

문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성을 경계하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내가 시간을 끄는 동안 본대에 이를 알려라.

모을 수 있는 병력은 다 모아. 놈을 해치우는 건 그다음이다.”

“예!”

마이크를 내려놓은 총서기가 한성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하자 병사는 즉시 외부에 연락을 시도했다.

“…?!”

“왜 그래?”

“…여…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통신이 두절되었습니다.”

“왜. 뭐가 잘 안 되나?”

흠칫.

갑작스레 등 뒤에서부터 들려온 낯선 음성에

지휘실에 있던 병사들과 총서기의 몸이 일순간 굳었다.

‘이한성! 어떻게 여기에…?’

총서기의 눈이 빠르게 한성을 향했다.

“지금 너희가 서 있는 이곳 전체는

세계와 완전히 분리된 독립적인 공간이다.

쉽게 말해 내 의지로 이루어진 공간이며, 내 권역이지.”

“…뭐?”

“내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고,

그 어떤 방식의 연락도 외부에 닿을 수 없을 거다.”

놀란 총서기가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부서지다 못해 찢겨지다시피 한 1차 방어진 뒤로

새까맣게 몰려든 돔 형태의 어두운 그림자들이 보였다.

‘제길….’

“주석에게로 안내해라.”

“…알겠…소.”

‘…미친.’

한성을 바라보는 총서기의 눈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당의 위원들 중 유일한 헌터이자, 엠페러급 헌터인 그.

그조차도 한성의 서슬 퍼런 기세는

받아내기 힘들었던 모양인지 눈을 돌려 시선을 피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한성이 뿜어내는 살기에 기운을 끌어올려 저항하는 것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였다.

“앞장서라.”

“…가지.”

총서기가 앞장서 지휘실을 나가자 한성이 뒤를 따랐다.

“통하지도 않겠지만, 뭐든 하지 말기를 추천한다.

혹시나 허튼짓을 한다 싶으면 바로 죽이라 얘기해뒀거든.”

지휘실을 나서기 전 총책임자로 보이는 이에게

한성이 지휘실의 구석을 가리키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크르르….”

한성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늘에서 피어난 그림자들이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아… 알겠습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한성에게 존대하며 답했다.

* * *

주석에게로 가는 길은 꽤나 길었다.

주석으로 가는 길의 양옆에는

1~3차 방어진의 뒤로도 수많은 격벽이 있었고,

격벽의 뒤로는 무장한 군인과 미사일 포탑 등의 무기와

수백에 달하는 헌터들과 요원들이 전투를 대기 중이었다.

게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한참을 내려간 뒤,

십 분 가까이 걷고 나서야 겨우 아방궁에 닿을 수 있었다.

은행에서나 볼 법한 굉장한 두께의 문이 열리자,

화려한 의자에 앉아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특이할 것 하나 없는 모습의 그.

중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아저씨의 모습 그 자체였다.

신의 눈으로 그를 살펴도 특별한 건 보이지 않았다.

단 한 줌의 마력이나 사기, 마기도 느껴지지 않았고,

심지어 아이템이나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나가 있도록. 내가 이 문을 나서기 전까진 누구도 들어오지 마라.”

주석의 말에 총서기와 보좌관들의 눈이 흔들렸지만,

그 누구도 주석의 말에 거부하거나 되묻지는 않았다.

쿵.

문이 닫히고 둘만 남게 되자 한성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 주석인가?”

“그래. 장 차이민이다. 잘 부탁하지.”

자신을 차이민이라 소개한 주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주석은 한성을 눈앞에 두고도

그를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리라.

“날 보러 왔다면서 꽤나 화려하게 날뛰었더군.”

“먼저 싸움을 걸어오기에 받아준 것뿐이다.”

“그랬나. 미안하군. 아랫것들이 겁을 먹어 그런 것 같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애초에 닿지도 못했으니까.”

한성은 대답과 함께 회의석의 상석으로 가

편하게 앉아서는 다리를 책상 위에 얹으며 중얼거렸다.

한성의 구둣발로부터 흙과 먼지가 떨어져 책상을 더럽혔다.

“차라도 내오지 그래? 그래도 손님인데.”

“…그러지.”

아랫사람을 대하는 듯한 한성의 말과 도발에도

주석은 별 표정의 변화 없이 차를 타기 시작했고

한성에게 차를 타 건네주고는 회의석 끝에 가 앉았다.

“그래서 이곳엔 무슨 일로 왔나?

한가하게 차나 한잔 마시자고 온 건 아닐 테고….

계약에 문제라도 있나? 대가는 다 치른 것으로 아는데.”

“몰라서 묻는 것인가.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체하는 것인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그는 온화한 표정을 유지한 채 가져온 차를 마셨다.

“그럼 보여주지.”

딱.

한성이 손가락을 튕기자,

분명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검은 화면 하나가 생겨났고

국무위원과 진 차이핀 중장이 이야기하는 모습이 비쳤다.

“주석의 생각은 변함없으셨습니다.”

“…[email protected]”

영상이 끝나고 허공에 뜬 화면이 사라졌다.

“…그만큼 입단속을 시켰건만. 멍청한 녀석들….”

주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할 말은?”

“없다.”

한성에 말에 주석이 담담히 대답했다.

“싱겁군.”

“이해를 바라진 않겠다.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해.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내 조국을 위해 그런 것뿐이다.”

“끝까지 뻔뻔하군. 남길 말은 없나?”

“…죽일 셈인가?”

“당연한 거 아닌가? 죽이지 말아야 할 이유라도 있나?”

“…후회할 텐데?”

“후회?”

한성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내가 죽으면 네놈도 이곳에서 죽는다.”

“호오…?”

그의 말에 한성의 얼굴에는 호기심이 어려 있었다.

“그만한 준비도 없이 널 여기 들였을까.”

“계속해봐.”

“내 심장이 멎는 즉시, 이곳은 무너져 내릴 거다.”

주석이 벽면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삑.

벽면에는 화면이 하나 있었고 거기엔

주석의 것인 듯 심장 박동과 여러 수치들이 비춰지고 있었다.

“보다시피 이 기계장치는

내 심장 박동과 여러 생체 신호들을 탐지해내고 있다.

심장이 멎는 즉시 이곳은 파괴되고 수 킬로톤의 폭약이 터지지.”

주석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아무리 너라 해도 지하 수백 미터 아래에서

연쇄적으로 터지는 큰 규모의 폭발 모두를 견딜 수는 없다.

버틴다 해도, 수백 톤에 달하는 토사와 돌이 떨어져 내리겠지.”

“….”

“또한 마력을 봉쇄하는 마법진도 함께 작동할 거다.

S 최상급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에게도 실험을 마쳤고.”

그가 발밑에 있는 양탄자를 비스듬히 치워내자

그곳엔 여러 다양한 도형과 문자들이 새겨진 마법진이 보였다.

“네가 자랑하는 그 말도 안 될 능력의 이동기도

마력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지. 그렇지 않나?”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니 단순한 허풍은 아닌 듯싶었다.

“잘 생각해라. 어찌 됐든 넌 살아 돌아왔고,

날 만나러 이 자리에 와 있다. 그게 중요한 거 아니겠나.

굳이 날 죽이겠다고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잖나.”

협박이 통했다고 생각했는지 그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난 너로 인해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정예 헌터 부대며, 병사, 이 방공호까지.”

“….”

“허나, 날 놔준다면 이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

만약 더 필요하다면 분풀이용 병사들을 더 내어줄 수도 있고,

날 살려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너희 동맹에 가입도 하지.

너의 이름 앞으로 수 톤의 물자와 수천의 병력도 보내주마.”

“…미쳤군.”

병사를 장난감 취급하는 그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한성이었다.

“자. 어쩔 테냐. 이한성.

날 죽이고 네놈도 이 자리에 묻힐 것이냐?

아니면 이쯤에서 만족하고 돌아갈 것이냐? 선택해라.

나라면 후자를 택하고 나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그릴 것 같군.”

대답을 마친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 있었다.

“다행이군.”

“…? 뭐가?”

한성의 중얼거림에 주석이 대답했다.

“마음 편하게 네놈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서.”

“…뭐?”

뜻밖의 대답에 주석의 미간이 찌푸려졌고,

한성은 그런 주석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씩 웃었다.

“잘 가라. 쓰레기.”

딱.

당황한 주석이 소리치려 들자 한성이 손가락을 튕겼고

이에 주석의 발아래에 있던 그림자가 크게 일어 그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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