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라스트 엠페러-128화 (128/336)

128화

* * *

새벽 6시. 한성의 방

“됐다!”

밤을 꼬박 새운 듯.

한성의 눈가에는 다크 서클이 진하게 내려와 있었다.

한성의 침대 위에는 스태프 하나와 스물이 넘는 토템,

저격용 라이플 하나와 돌격 소총 하나, 대구경 권총 두 자루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이들은 모두 검게 반들거리고 있었다.

또한 각각의 무기들 아래로 세 벌의 방어구가 놓여 있었다.

칸의 방패를 만들어 준 김에 나머지 수하들의 무구들도

업그레이드해줘야겠다는 생각에 곧장 작업에 착수한 것이었다.

“후우… 꽤나 고생했군.”

한성이 만족한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한성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고 얼굴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타우한, 벨루몬, 티에라.]

[예. 주군.]

[부르셨소?]

[말씀하세요. 주군.]

벨루몬들이 즉시 답해왔다.

[나오도록.]

일렁거리는 차원을 열고 벨루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쩐 일로 부르셨나이까.”

벨루몬이 물어왔다.

“너희들의 무구가 완성되었다.”

벨루몬들을 바라보던 한성이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밤새 뭘 만드나 싶었더니 이걸 만드는 거였소?

몸 상하오. 주군. 이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쯧.”

타우한이 퉁명스레 중얼거렸다.

“타우한의 말이 맞아요. 주군. 좀 더 본인의 몸을 소중히 하세요.

주군은 이제 혼자가 아니시니까요.”

티에라가 거들었다.

“…둘의 말에 틀림이 없사옵니다. 주군.”

무구에 눈을 떼지 못하던 벨루몬이 뒤늦게 한마디 거들었다.

“알았다. 알았어. 어유… 잔소리가 무슨 삼촌보다 더하군.”

“잔소리를 듣지 않게 주군이 잘하면 될 거 아니오. 안 그렇소?”

타우한의 손에서 연녹색의 빛이 일렁이더니

한성에게로 스며들었고 한성의 다크 서클이 눈에 띄게 줄어갔다.

“알았어. 알았어. 조심할게. 후후.”

타우한의 정성 어린 치유에 무거웠던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낀

한성이 웃으며 답했다.

육체적인 피로보다는 기절 직전까지 소모되는 마력의 반복과

벨루몬들에게 좀 더 최적화된 무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욕심 탓에

머리가 꽤나 아프던 한성이었다.

“….”

무구를 바라보는 벨루몬의 안광이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벨루몬은 다른 수하들에 비해 유독 힘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그도 그럴 게 그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한성의 전력 중 첫째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왕의 군사로서 응당 그에 걸맞은 힘을 갖춰야 한다는

강박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벨루몬은 여유가 될 때마다

새로운 마법을 연구하고 개발했으며

이를 사용해보고 수정하길 반복했다.

뿐만 아니라 한성이 하사해준 그림자 병기 덕에 넘쳐흐르는 마력에도

그는 한성의 힘에 안주하지 않았고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힘의 원천이자 자신의 모든 것인

심장이 부서질지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심장에 마력을 조금씩 더 새겨 넣고 저장해

최대로 저장할 수 있는 마력의 양을 늘리는 무모한 짓도 시도했다.

티에라나 타우한이 단련이나 수련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도 여유가 있을 때마다 늘 벨루몬의 허상 공간 안에

들어가 자신의 힘을 갈고 닦았으니까.

그러나 벨루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이런 벨루몬의 집착과 강해지고 싶다는 그 마음을

한성도 알고 있었기에 다른 일들을 제쳐두고

무구를 만든 것이기도 했다.

“우선 셋 다 무구들을 꺼내도록.

벨루몬 너는 심장과 스태프를 분리해두고.”

한성의 말에 벨루몬은 스태프를, 타우한은 토템들을,

티에라는 총들을 소환해 각자 자신의 자리 앞에 두었다.

딱.

“?!”

한성이 손가락을 튕기자 벨루몬의 스태프와 티에라의 총들이

검은 연기로 화해 한성의 그림자로 스며들었다.

이와 동시에 타우한의 토템들에 새겨져 있던

알 수 없는 문양과 글자들이 살아 움직이기라도 하는 것마냥

공중으로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떠오른 문자들은 한성이 새로 만든 토템으로 몸을 옮겨갔고

옮겨간 문양과 글자들은 황금색의 찬란한 빛과 함께

새로운 집(?)에 자리를 잡았다.

작업이 끝이 나자, 그림자 병기로 만든 토템들 또한

제 임무를 다했다는 듯 연기로 화해 한성의 그림자로 스며들었다.

“…주군의 재주는 정말 신기하오.

도대체 내가 얼마나 더 놀라야 하는 거요. 거 참….”

타우한이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됐고. 받아라. 이번에 만든 토템들은 이전의 토템들보다

마법 데미지와 캐스팅 속도를 비약적으로 증폭시켜줄 것이다.”

한성이 건넨 토템들을 손에 쥔 타우한의 표정이 묘했다.

“어… 엄청난 힘이오. 주군.”

토템들에서 피어오른 황금색의 빛이 타우한의 마력과 공명하며

어우러지기 시작했고 이내 타우한에게로 스며들었다.

[칠흑의 토템이 ‘타우한’에 귀속됩니다.]

“…신성의 힘이 강화된 건가.”

자신과 상극의 힘이어서인지 벨루몬이 인상을 찌푸렸다.

“강해진 힘을 모두 제대로 사용하려면 시간이 꽤나 걸릴 것이다.

그러니 그때까지 부단히 연습하도록.”

“아… 알겠소 주군.”

“마법 데미지의 증가는 회복량, 공격형 마법 데미지, 버프 수준

이 세 가지 계열로 나누어 모두에 적용될 것이다.”

“알겠소.”

“회복의 정도는 강해져 너의 손짓 한 번에

죽어가는 이조차도 죽음에서 건져낼 수 있을 것이고

너의 벼락은 하늘과 땅을 가르게 될 것이다.

파사의 진은 벨루몬이라 할지라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며

너의 버프로 하찮던 마물도 고위 마물과 맞붙을 힘을 가질 것이다.

어때. 마음에 드나?”

한성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무후후.

전에 느껴본 적 없는 충만한 힘이 온몸에 가득하오.

이 힘이라면… 이제까지 내 능력이 부족해 시도해 본 적 없는

사자소생(死者甦生)도 가능할 성싶소. 연습해봐야겠구려.”

토템을 살피는 타우한의 눈이 반짝였다.

“그거 좋은 소식이군.”

한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힐러가 보일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마법인 사자소생.

이것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죽음에 대한 공포도,

전투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게 되리라.

“방어구도 입어보도록.”

“오… 이것이 그것이오?”

타우한이 씩 웃으며 방어구에 손을 가져다 댔다.

방어구는 칸 때와 같이 살아 있는 것처럼

타우한의 거체를 빠르게 감쌌고 모양을 바꿔갔다.

[칠흑의 조각이 ‘타우한’에 귀속됩니다.]

“멋지군.”

한성이 타우한을 보며 웃었다.

큰 키와 덩치임에도 의외로 수트를 입은

그의 모습은 둔해 보이지 않았고 꽤나 멋있었다.

“너의 방어구에 특별한 기능은 없다. 나와 같은 수준이지.

다만 민첩 증가 대신 마력 회복 속도 증가 기능을 넣어

이를 극상으로 높여 뒀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신의.”

“물론이오. 주군. 무후후.”

“다음. 티에라.”

“네. 주군.”

티에라의 눈이 기대로 가득 찼다.

철컥.

한성이 총을 들어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너의 무구는 전과 같이 세 종류이다.

저격용 라이플과 소총, 대구경 권총 두 자루가 그것이다.”

“네.”

새로운 무기를 바라보는

티에라의 두 눈 역시 호기심과 기대로 반짝거렸다.

“세 무구 모두 전의 무구들에 비해 공격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방어구 관통력을 추가했고 이 또한 대폭 강화해두었다.

너의 탄환은 미사일이 될 것이고 최후의 보루는 핵탄두가 될 거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무기들의 특성을 살려서 기능을 세분화했다.”

“…세분화라면…?”

“우선 저격용 라이플.

이는 장거리에서 적을 저격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총이다 보니

정확도와 사거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를 신경 썼고 더 높였다.

앞으로 더욱 안정적인 저격과 요격이 가능할 것이다.”

“…여전히 볼트 액션 방식이군요.”

저격용 소총을 바라보는 티에라의 눈이 날카로웠다.

“그렇다. 총 내부 메커니즘이 단순할수록 흔들림이 적으니.”

“맞는 말씀이세요.”

“둘째. 돌격 소총이다.

중거리 및 근접에서 사용하며 돌격하여 적을 제압하는 총이다 보니

안정성과 속도가 중요하다 판단해 반동을 줄이고 연사 속도를 높였다.

그렇다고 반동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공격력이 강해진 만큼 반동이 심할 테니까. 이를 염두에 두도록.”

“네. 주군.”

“마지막으로 대구경 권총이다.

이는 일격의 마무리로 사용되거나, 위급한 경우에 사용되다 보니

앞서 설명한 총들보다 공격력을 배로 높였다.

화력이 너의 생각 이상으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함포 수준 이상이라 봐도 무방할 거야. 반동을 조심하도록.”

“네. 주군. 감사합니다.”

그녀 역시도 전보다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는지

전에 없던 환한 미소로 총을 받아 들었다.

“자. 쥐어 보도록.”

“네.”

티에라가 총을 집을 때마다 총들은 티에라의 마력에 공명하듯

웅웅거리며 눈부시게 푸른빛을 내뿜었다.

또한 총들은 티에라의 신체 구조에 가장 최적화된 모양으로

스스로 그 모습을 조금씩 바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한 모습을 갖추었다.

완성된 총기에서 피어오른 푸른빛은 티에라의 푸른빛과 어우러졌고

이내 티에라에게로 스며들었다.

“…이건 대단하네요. 정말….”

빛을 어루만지던 티에라가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칠흑의 저격수가 ‘티에라’에 귀속됩니다.]

[칠흑의 돌격대가 ‘티에라’에 귀속됩니다.]

[칠흑의 쌍둥이 포가 ‘티에라’에 귀속됩니다.]

“후후… 아 마지막으로 여기.”

티에라에게 한성이 주머니 하나를 건넸다.

“이게… 뭐…예요?”

주머니를 열자 속이 다 비치는 투명한 공 백여 개가 보였다.

“이는 수류탄에 착안해 만든 것이다. 공방장에게 부탁해 만들었지.

최후의 보루를 담아 투척하면 더없이 좋은 무기가 될 것이다.

교란용, 공격용, 방어용 등으로 요긴하게 사용 가능하겠지.

다 사용하고 나면 다시 만들어 줄 테니 말하도록.”

“네. 주군. 고맙습니다.”

티에라는 주머니를 소중히 받아 들었다.

“방어구도 입어 보도록.”

“네.”

방어구가 티에라를 감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트를 멋들어지게 빼입은 티에라의 모습이 드러났다.

[칠흑의 조각이 ‘티에라’에 귀속됩니다.]

“호… 역시 태가 남다르군. 티에라. 아주 멋져.”

“그런가요? 후후.”

“넌 나와 같은 민첩 계열이기에 딱히 손대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잘 부탁한다. 티에라. 후후.”

“네. 주군.”

“자… 마지막으로… 벨루몬.”

“예. 주군.”

벨루몬의 안광이 불타올랐다.

“너의 스태프 또한 전에 비해 그 능력치가 현저히 증가했다.

특히 마법의 위력과 캐스팅 속도가 배가 되었다.

같은 마법을 시전한다 해도 위력은 배가 될 것이며

마법을 캐스팅하는 데 드는 시간은 절반으로 줄 것이다.”

“후… 배라니… 더 괴물이 되겠군….”

미래를 엿보기라도 한 것일까(?)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타우한이었다.

“뿐만 아니라 마법 저항력이 높은 마물들과의 싸움을 대비해,

마법 관통력을 추가해두었다. 그리고 이를 대폭 강화해 두었지.

이것으로 너의 앞을 막아서는 마물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타우한이 유일할지도. 후후후.”

“조심하슈.”

타우한이 씩 웃으며 토템을 흔들어 놀림에 가세했다.

“이런 건방진….”

벨루몬의 안광이 타올랐다.

“쓰읍….”

그러나 한성의 경고 한 번에 그대로 그 기세가 확 사그라들었다.

“자.”

“주군을 실망시키지 않겠나이다.”

한성이 건네준 스태프를 벨루몬은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들었고

자신의 심장을 상단에 박아 넣었다.

검붉은 빛의 마력이 스태프에서 폭발적으로 솟구쳐 올라

벨루몬에게로 스며들었고 그의 백골 사이사이로 새어 나왔다.

안광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뼈들은 당장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

요란한 소리와 함께 크게 덜그럭거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

벨루몬의 고함과 망자들의 비명 소리가 길드 전체에 울려 퍼졌다.

고통에 정신을 놓은 듯 벨루몬은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마력의 통제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양의 어둡고 소름 끼치는 마력에

길드 내의 모든 마물들이 전율하며 불안해했다.

“왜 이러는 거요 주군?!”

놀란 타우한이 그를 깨우려 했지만 한성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갑작스레 강해진 힘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고통스럽긴 하겠지만, 다치거나 죽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

곧 깨어날 것이다.”

한성이 담담하게 말했다.

쾅!!!!!!

한성의 방문이 터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토템을 잡은 타우한이 손이 번뜩였고

한성의 앞으로 방호가 솟구쳐 올랐다.

티디디디디딩.

터져나간 방문의 자재들이 타우한의 방호에 부딪쳐 요란한 소릴 냈다.

“주군!! 괜찮나!!”

피어오른 흙먼지와 떨어져 내리는 건물 자재 사이로 칸이 보였다.

“왜 안 오나 했다….”

한성이 중얼거렸다.

박살 난 방문의 뒤에는 언제 닥칠지 모를 기습 공격에 대비해

방패를 들고 이쪽을 바라보는 칸이 있었다.

“괜찮으니. 방패 내려놔라.”

“어… 음… 아… 알겠다.”

담담한 한성의 음성에 상황을 살피던

칸이 당황한 표정으로 방패의 소환을 해제했고

이는 검은 연기로 화해 녀석의 팔찌로 스며들었다.

“무슨 일인가. 주군.”

칸이 물어왔다.

“벨루몬이 강해진 힘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니

괜히 소란 떨 필요 없다. 좀 있으면 본 모습을 되찾을 거다.”

“…그런가.”

칸의 눈이 벨루몬을 향했다.

“무후후. 그래도 용감하구려 칸.

군사의 마력에 싸우려 덤비다니 말이오. 난 소름이 돋아서 원.”

타우한이 소름으로 돋아난 털들을 쓸어내리며 칸에게 말했다.

“…난 주군의 방패니까.”

칸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됐으니 더 부술 생각 말고 거기 있어라.

어차피 할 말이 있어 부를 생각이었으니.”

“아… 알겠다.”

얼마나 지났을까.

후우우우우웅….

천장을 뚫을 듯 새어 나오던 검붉은 빛들이

점차 잦아들고 그 범위도 기세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하아아아….”

숨을 토해낸 벨루몬이 점차 안정을 찾아갔고

피처럼 붉던 안광도 점점 줄어 이내 꺼졌다.

“됐다.”

[칠흑의 스태프가 ‘벨루몬’에 귀속됩니다.]

“내 말이 들리나. 벨루몬.”

벨루몬의 앞까지 걸어간 한성이 말을 걸었다.

이에 벨루몬의 안광이 선명하게 타올랐다.

쿵.

벨루몬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예. 주군.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고 또렷이 들리나이다.

신하 된 자로서 주군의 목소리를 어찌 듣지 못하겠나이까.

미천한 절 기다리게 해 드려, 또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충만한 마력이 그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강해졌군.”

“주군의 하해와 같은 은혜 덕입니다.”

한성이 씩 웃으며 중얼거렸고

벨루몬 또한 따라서 웃음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일어나.”

“예. 주군.”

“…휘유. 안 그래도 괴물인 자를 더욱 괴물로 만들다니….

이제 뭐라 불러야 하오? 괴괴물? 어우… 앞날이 깜깜하군.”

타우한이 툴툴거렸다.

“축하해요. 군사. 더 높은 경지에 들어섰군요.

이젠 마도(魔道)의 극에 달한 자라 불러야 할까요? 후후.”

“고맙군. 티에라. 역시 넌 저 소대가리와는 다르군. 후후….

강해진 것은 너 또한 마찬가지다.

이제는 내 절대방어로도 너의 일격을 받아 낼 거란 자신이 없군.

또한 그 어떤 칭호도 내겐 불필요하다.

오로지 주군의 군사라는 칭호만 있으면 되니.”

“…축하한다. 군사.”

칸이 낮게 중얼거렸다.

“고맙군. 칸. 후후….”

“방어구를 입어 보도록.”

“예.”

[칠흑의 조각이 ‘벨루몬’에 귀속됩니다.]

“수트가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꽤나 분위기 있군. 벨루몬. 아주 멋져.”

“감사합니다. 주군.”

벨루몬이 자신의 수트를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너 또한 타우한과 같다. 마력 회복 속도 증가 옵션을 넣고

이를 극상으로 높여 두었다. 힘을 쓰기가 훨씬 수월하겠지.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군사.”

“죽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해 보필하겠나이다. 주군.”

“이미 죽은 몸 아니오? 군사?”

“입 다물어라. 소대가리.”

“자자. 잡담은 그만하고 너희 모두에게 할 말이 있다.”

“하명하소서.”

벨루몬의 말 한마디에 장내는 엄숙해지고 조용해졌다.

“너희에게 귀속된 무구는 너희와 함께 성장한다.

그 말인즉슨 너희가 강해질수록 무구도 함께 성장한다는 뜻이다.

또한 너희의 무구는 내구도가 없다.

내가 거두지 않는 한, 부서지지 않으며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아낄 생각하지 말고 강해지는 데에만 집중하라. 알겠나.”

“지엄하신 왕의 명을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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