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379화 (완결) (379/379)

379화

데블스 에이지가 인간의 승리로 끝나고 5년 후, 마법과 인간의 기술력 덕분에 초토화된 대한민국은 엄청난 속도로 복구되었다.

대한민국은 칠죄종의 강림했던 국가인 중국의 바로 옆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구의 10%도 죽지 않았을 만큼 방위를 확실히 한 국가로 알려졌다.

그 덕분에 한국에 이민을 오는 사람들의 수도 많아졌다.

마지막 칠죄종인 루시퍼를 쓰러뜨리러 갔던 4명의 영웅 중 전대섭과 허덕륜은 큰 부상을 입어 후유증으로 은퇴를 했다.

물론, 그래도 웬만한 A급 헌터들보다 강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이미 두 세대를 책임졌으니 이젠 쉬고 싶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셀은 더 이상 마나와 오러를 다룰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려 은퇴를 했다.

그 이후, 자신이 거느리던 기업을 운영하는 데 집중해 세계 최고의 자본가가 되었다.

하오는 망해 버린 중국을 재건하기 위해 중국의 영토에 뿔뿔이 흩어진 몬스터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부상을 입기 전처럼 강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여전히 강렬한 포스로 중국 헌터들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김현우 헌터는 한국 헌터 협회의 각성 범죄자를 담당하는 헌터팀의 팀장이 되어 범죄 척결에 힘을 쓰고 있었다.

김현우라는 이름만 들어도 흉악범들이 벌벌 떨 정도로 강력한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자하르의 연구소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마법 큐브를 활용한 무기들이 인류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자하르는 영웅이 되어 있었다.

자하르의 연구실에 새로운 연구원으로 서혜연이 들어왔고 서혜연은 아티팩트 연구에 몰두해 새로운 아티팩트 구동 방식을 알아냈다.

전대섭이 떠난 명운 아카데미는 조금 어수선했지만 새로운 지도자가 그 자리에 들어섰고, 그는 뛰어난 능력과 리더십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빠르게 진정시켰다.

오히려 전대섭과 달리 젊은 새 지도자를 얻은 명운 아카데미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며 세상의 변화에 발을 맞춰갔다.

등급제로 혜택에 차별을 두어 경쟁심을 고취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탈피해 오로지 자신의 성장과 미래를 상상하며 향상심을 끌어 올렸다.

새 지도자가 명운 아카데미의 등급제에 피해를 입었던 인물이었기에 등급제를 바꾸는 데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반발도 꽤 많았고 삐걱대는 부분도 많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등급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아카데미가 굴러가고 있었다.

총 6단계로 나뉘어 있는 아카데미는 1학년부터 5학년, 그리고 마스터 학년까지 존재했다.

각 분야의 숙련자들이 모여 서로의 기술을 주고받으며 성장한다는 취지가 마음에 들었던 새 지도자는 마스터 등급 제도는 남겨두었다.

하지만 각 연도의 졸업생 두세 명만 들어갈 수 있었던 전과 달리 일정 수치 이상의 성과만 얻어낸다면 마스터 등급으로의 승급을 신청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정진혁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제2차 데블스 에이지가 끝난 지 5년이 되는 해의 봄.

전대섭이 남몰래 키우고 있던 제자인 정진혁이 명운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본래 각성자가 이끌던 가출팸에서 수많은 폭행을 당하고 어쩔 수 없이 소매치기를 하며 살던 아이였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를 구해주고 그의 재능을 알아채 전대섭에게 소개를 해준 것이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그는 미래시라는 들어본 적도 없는 특별한 특성과 현세대 오러 마스터라 불리는 구찬영이 가지고 있는 신장, 대마법사 전대섭이 가지고 있는 마나의 주인이라는 특성까지 가지고 있는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쟤가 그놈 맞지…?’

‘하필 같은 반이야….’

정진혁을 본 같은 반 학생들은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정진혁은 고아인데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기초 교육도 받지 못했다.

그 탓에 다른 학생들보다 2년이나 늦게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능이 엄청나게 뛰어나니 질투의 대상이 된 것이다.

힘없는 질투의 대상에 대해서는 언제나 이상한 소문이 돌기 마련이니까.

“진혁이가 일이 있어서 한 달 정도 늦게 반에 합류하긴 했지만 다들 친하게 지내거라.”1학년 C반의 담당 교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수업 준비를 하러 교실 밖으로 나갔다.

정진혁은 조용히 비어 있는 책상에 앉아 수업을 준비했다.

그때, 정진혁의 옆에 누군가가 다가와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이야…. 두 살이나 더 처드시고 와서 경쟁을 하시겠다? 너무 양심이 없으신 거 아닌가요, 형님?”두발 자유인 아카데미이지만 굳이 붉은 머리로 염색을 하고 입술에 피어싱까지 한 남자 학생이 정진혁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정진혁은 그를 보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딱 봐도 양아치….’

정진혁은 양아치들에게 굉장히 큰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어릴 적 트라우마를 만든 놈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1학년에 오래 있을 생각은 없어. 금방 3~4학년으로 올라갈 거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정진혁은 그렇게 조용히 넘어가길 바랐다.

하지만 양아치들이 그렇듯 언제나 이런 식으로 싱겁게 넘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새끼 봐라…?”

붉은 머리 남학생은 자신의 머리 색과 같은 불꽃을 손에 소환하고는 정진혁을 위협했다.

“그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전부 태워줘야 내 말을 들을 생각이 들려나?”

“후~.”

정진혁은 그의 위협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바람을 불어 불꽃을 껐다.

“어, 어…?”

그는 고작 한 달 만에 불꽃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었다.

아카데미의 교사들도 그랬고 부모님이 불러준 개인 강사도 자신이 본 사람 중에서는 손에 꼽을 수준의 재능이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내 마법이?’

고작 입김에 사라지다니?

“무슨 수를 쓴 거냐!”

그는 당혹감과 수치심에 불꽃 마법으로 정진혁을 공격했다.

“역시 애는 애야.”

터-억.

붉은 머리 남학생은 정진혁을 공격하려다가 온몸이 멈춰 버렸다.

동시에 온몸의 마나도 그대로 회전을 멈췄다.

정진혁은 그대로 일어나 귓속말로 천천히 말했다.

“아직도 마나의 주인이란 특성이 옆집 개로 보여?”

“…….”

그 말에 그는 압도적인 재능의 차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퍼억!

정진혁은 움직이지 못하는 그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이런 씨…. 이 고아 놈이 내 얼굴에…! 우리 아빠가 누군인 줄 알아!”그의 말에 정진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해봐야 A급 헌터 아니면 중소 길드 길드장이지 않겠어?”

“뭐, 뭐? 해봐야?”

정진혁은 자리를 뜨기 위해 교실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 선생님한테는 일하러 갔다고 해줘. 그럼 알아들으실 거야.”그때, 교실 문밖에서 누군가가 정진혁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진혁아! 빨리 와라!”

그 사람의 모습을 본 교실 안에 있던 학생들은 난리가 났다.

“구찬영이다!”

“와! 오러 마스터님이야!”

“헌터님 팬이에요! 싸인해주세요!”

구찬영이 복도에 나타나자마자 그의 모습을 본 학생들은 모두가 시끄럽게 소리쳤다.

정진혁은 조용히 그를 따라 복도로 나갔다.

“구… 구찬영 헌터가 어떻게 저놈이랑….”

정진혁이 전대섭에게 길러졌다는 것은 대외적으론 비밀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정진혁이 그저 고아원에서 지내다가 갑자기 엄청난 특성들을 각성해 명운 아카데미에 온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니 현세대의 영웅이자 명운 길드의 부길드장인 구찬영과 연줄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이스 타이밍이에요. 형.”

“왜, 무슨 일 있었어?”

“참…. 형은 예전부터 눈치가 없었어요. 내가 대충 무시당하던 분위기였잖아.”

“네가…? 누구한테?”

찬영은 눈앞에 있는 괴물이 어떻게 학생에게 무시를 당할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왜 부른 거예요?”

“아, 명운 아카데미 입학 기념으로 네가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

“제가요?”

정진혁은 의아해하면서도 구찬영을 따라 걸었다.

1, 2, 3학년 교실이 모여 있는 1관을 나가자 전대섭과 허덕륜, 연정아가 입구에 서 있었다.

“다들 오랜만이에요. 다들 잘 지내셨죠?”

“그래, 우리 귀염둥이 진혁이도 잘 지냈지?”연정아는 정진혁의 뒤로 돌아와 끌어안고는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정진혁은 힘겹게 연정아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씩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4인의 영웅이 이 자리에 이렇게 한 번에 모이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네요.”“저 늙은이들이 뒤늦게 여행의 맛을 알아 버려서 말이지.”연정아는 전대섭과 허덕륜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은퇴를 했으면 그에 걸맞게 놀아야 하지 않겠나.”

“당연한 것 아니냐.”

전대섭과 허덕륜은 대한민국이 어느 정도 복구가 된 이후 은퇴를 했고 세상 모든 일을 현세대에 넘겨놓고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그 탓에 괜히 구찬영과 연정아만 굉장히 바빠지게 되었다.

“근데 오늘 만나야 할 사람이 누나랑 스승님들이에요?”

“그런 것 같아?”

구찬영의 말에 정진혁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진혁이의 미래시로도 잘 보이지 않는 사람인 것 같구나.”정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래시를 써봤는데 얼굴도 체형도 목소리도 어떤 사람인지도 느껴지지 않아요.”4명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구찬영이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가 너에게 알려주는 이야기는 절대로 밖으로 내면 안 된다.”

“네…?”

구찬영은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았으니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명운 아카데미 최악의 열등생이자 최고의 헌터가 된 사람이다. 또한 최연소 A급 헌터가 된 사람이기도 하지.”“어…? 최연소 A급 헌터는 찬영이 형 아니었어요…?”세상에는 최연소 A급 헌터가 구찬영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21살의 나이로 A급 헌터가 된 구찬영이 최연소 A급 헌터였다.

“그리고 그는 일본의 연쇄살인 헌터 카츠를 죽인 사람이기도 하지.”그건 전대섭이 한 일로 세상에 알려져 있었다.

“홀로 기간트 에이지 당시에 유럽 국가의 거대 몬스터들을 모조리 처치한 이도, 그 이후에 전대섭 선생님과 함께 드래이그 고흐의 목숨을 끊은 이도 그 사람이다.”

“…….”

정진혁은 얌전히 듣고 있었다.

사실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알고 있던 업적의 주인공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에 굉장히 당황했다.

“명운 길드를 만든 사람도 사실은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이야. 칠죄신교 하늘섬 타격 작전도 전대섭 선생님이 아니라 그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작전이지.”정진혁은 당황스러움을 참고 구찬영의 말을 계속 들었다.

“우리가 4인의 영웅이라는 말을 굉장히 민망해하는 건 알고 있지?”정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우린 칠죄종을 단 한 명도 잡은 적이 없어.”

“네…?”

“모든 칠죄종을 잡은 단 한 명의 사람이 있을 뿐이야. 우린 그를 옆에서 도왔을 뿐이고.”구찬영의 발언에 정진혁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그 사람을 만나러 갈 거야.”구찬영은 그렇게 말하고 정진혁을 데리고 아카데미 내부의 본관으로 데려갔다.

“저… 지금 굉장히 혼란스러워요.”

정진혁은 본관으로 걸어가는 중에도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

“그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까지 내버렸다. 존경해 마땅한 사람이야.”본관에 도착한 그들은 본관 중앙에 있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는 빠른 속도로 올라갔고 찬영은 그때, 정진혁에게 말해주었다.

“참, 너를 가출팸에서 구해주고 전대섭 선생님에게 소개해준 사람도 바로 그 사람이야.”

“네?”

띠링.

“여긴… 교장실 아닌가요?”

“맞아.”

구찬영은 교장실의 문을 활짝 열었다.

“늦었네?”

“찬영 오빠, 빨리빨리 다니라니까.”

“좀 늦었구나.”

그 자리에는 자하르 연구소의 소장인 자하르 박사와 신입 에이스 서혜연이 있었고 연금술의 천재 강윤아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은퇴한 영웅 셀과 명운 길드의 초창기 멤버인 창영우, 이설아, 조강현, 공전하, 신가연이 서 있었다.

“와….”

다들 각 분야에서 실력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정 가운데 교장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정진혁은 아무리 봐도 그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기억에는 없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오랜만이야. 진혁아.”

정진혁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머리에서 무언가가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

아니, 이 세상을 구해준 사람.

내가 어찌 그 사람을 잊고 살 수 있었을까.

“태운이 형!”

“그래. 반갑다. 진혁아.”

강태운.

세상이 잊어버린 영웅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만큼은 기억할 것이다.

평생.

-[돌 먹는 헌터] 완.

지금까지 [돌 먹는 헌터]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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