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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76화 (376/379)
  • 376화

    털썩.

    루시퍼의 오른팔이 땅에 떨어졌다.

    […….]

    루시퍼는 고통에 소리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태운에게 반격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떨어진 자신의 팔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 번 더….’

    태운은 이 기회에 녀석의 목도 날려 버리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마기를 뿜어내는 루시퍼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다.

    […….]

    여전히 루시퍼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가만히 자신의 오른팔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지만 태운은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팔이 잘리고 피를 많이 흘려 전보다 더 상대하기 쉬워졌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태운의 감이 여기서 더 가까이 가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랬던 거군….]

    루시퍼는 떨어진 자신의 팔을 들고 잠시 바라보더니 뒤로 던져 버렸다.

    [네놈을 지금부터 나와 동급인 상대라고 생각하마.]

    태운은 루시퍼의 두 눈을 보고 자신의 승산이 낮아졌다고 생각했다.

    그의 눈에서 오만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으니까.

    서-걱!

    그 순간 태운의 팔이 잘려 나갔다.

    “……!”

    태운은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아니, 자신의 팔이 떨어지고 나서야 녀석이 공격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덥석!

    태운은 떨어져 나간 자신의 팔을 붙잡고 뒤로 더 물러나 어깨에 잘린 팔을 가져갔다.

    순식간에 팔이 붙었지만 태운은 여전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조금만 더 앞으로 가 있었다면….’

    잘리는 건 팔이 아니라 목이 되었을 것이다.

    태운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

    [이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힘과 기술을 전부 사용해 네놈을 죽여주마.]

    루시퍼의 얼굴이 태운을 향한 증오로 가득 찼다.

    촤-악.

    태운은 다시 한번 날아오는 루시퍼의 공격을 겨우 피해냈다.

    ‘집중하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전과는 차원이 다른 예리함이야.’그저 압도적인 힘을 쏘아내기만 했던 루시퍼가 이제는 마기의 형태를 잡아 휘두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예리하고 날카롭게.

    그냥 쏘아내는 것만으로도 도시 하나를 날려 버릴 수 있는 힘을 피아노 현만큼 얇게 만들어 휘두르고 있으니 어찌 위협적이지 않겠는가.

    ‘실력이 녹슬었나 했더니… 내보이지 않을 뿐이었어….’태운은 카벤의 마정석에서 있었던 루시퍼와의 전투를 상기해냈다.

    카벤과 싸울 때의 루시퍼도 처음에는 그냥 힘으로만 적을 상대했다.

    하지만 조금씩 궁지에 몰리자 힘을 사용할 때 예리하고 노련하게 움직였다.

    그것도 태운조차도 할 수 없는 컨트롤 센스를 보이면서 말이다.

    서걱!

    태운이 루시퍼의 공격을 피하자 태운의 뒤에 있던 벽들이 길게 갈라졌다.

    [날파리 같은 놈.]

    콰가가가각!

    루시퍼의 손짓에 마기로 만들어진 실이 춤추듯 움직여 태운을 노렸다.

    “크윽….”

    태운은 루시퍼의 공격에서 마리아네트의 실 공격을 떠올렸다.

    “신성검.”

    태운은 수십 갈래의 실을 보고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서서 검을 크게 휘둘렀다.

    카가가가각!!!

    태운의 검과 마기의 실이 부딪히며 듣기 싫은 소리가 공동에 울려 퍼졌다.

    “이런 씨….”

    태운의 입에서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꾸드득….

    ‘밀려나면 죽는다.’

    태운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마기의 실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고 태운을 계속해서 밀어냈다.

    “끄으으윽!”

    검으로 막고 있었지만 수십 개의 마기 실 하나하나가 도시 하나를 날려 버릴 수 있는 힘이 압축되어 있는 것들이었기에 태운의 완력으로는 막을 수가 없었다.

    “크으으윽!”

    툭.

    계속해서 밀려나던 태운의 등에 공동의 벽이 닿았다.

    ‘죽는….’

    태운은 죽음을 직감했다.

    팔의 근육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도망칠 곳도 없었다.

    신성력으로 마기가 집약된 실을 소멸시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잠깐…. 집약된 마기…?’

    태운은 순간, 이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았다.

    쾅!

    태운은 벽을 부숴 약간의 틈을 만든 뒤 아공간 벨트에서 장비 하나를 꺼냈다.

    그 장비는 과거 처칠에게 받은 뒤 잘 써먹어 오다가 온몸을 임정국 장인이 만들어준 장비로 대체한 뒤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그 물건이었다.

    용장의 견갑

    등급: A+

    종류: 갑옷

    과거 세상을 구한 영웅의 유물이다.

    본래 C급에 불과한 아이템이었지만 이 갑옷을 착용한 영웅과 함께 수많은 전선을 누비며 강제로 성능이 높아졌다.

    하지만 내구성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고 오히려 수많은 적들의 공격에 적응하여 다양한 공격으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한다.

    특성

    *30분에 하나씩 보호막이 생성된다. 최대 5개 중첩 가능*속성 공격을 차단한다.

    *견갑에 충격이 가해지면 적에게 충격파를 발산한다.

    용장의 견갑.

    지금 태운이 입고 있는 임정국 장인이 만든 ‘용갑’보다 기본적인 성능은 떨어지는 물건이었지만 지금의 상황을 타파해줄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터업.

    태운이 용장의 견갑을 어깨에 낀 순간 5개의 보호막이 태운을 감쌌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보호막은 눈앞의 공격에 두부처럼 썰릴 게 분명했다.

    ‘상관없어.’

    태운이 노리고 있는 것은 이게 아니었으니까.

    처-억.

    태운은 벽을 부숴 만든 약간의 틈 안에서 용장의 견갑을 착용한 어깨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일부러 마기 실에 견갑을 부딪혔다.

    쾅!

    그 순간, 견갑에서 커다란 충격이 쏘아지며 마기의 실을 파괴했다.

    가해진 에너지를 흡수해 그에 비례하는 충격을 발산하는 용장의 견갑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됐다.’

    태운은 마기 실이 파괴되어 생긴 틈으로 튀어 나갔다.

    그 공간에서 빠져나옴과 동시에 즉시 루시퍼에게 다가갔다.

    힘겹게 빠져나온 만큼 녀석에게 틈을 주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휘릭!

    태운은 한 바퀴 돌며 루시퍼를 크게 베었다.하지만 루시퍼는 태운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 내고 마기가 집약된 손으로 태운을 공격했다.

    카가가각!

    태운은 루시퍼의 공격을 검으로 막아내고 마검을 변환시킨 건틀릿을 착용하고 있는 손을 루시퍼에게 내밀었다.

    [똑같은 수에 두 번이나 당할 것 같으냐!]

    루시퍼는 태운이 건틀릿을 내밀자 모든 빛을 차단하는 망토로 몸을 감쌌다.

    하지만 태운도 같은 패턴으로 계속 공격할 정도로 단순하지는 않았다.

    뻐억!

    태운은 건틀릿에 마기를 집중한 뒤 망토 위에 그대로 내질렀다.

    [크윽…!]

    망토 탓에 시야가 가려진 루시퍼는 태운에게 옆구리를 가격당했고 태운은 계속해서 루시퍼를 공격했다.

    ‘결정화 오러 블레이드…!’

    물리력으로만 따지면 그야말로 최강의 에너지인 오러, 그것을 결정화한 뒤 휘두른다.

    지금 태운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공격 중 하나였다.

    태운이 루시퍼의 팔을 자른 것도 이 공격이었다.

    터업!

    하지만 루시퍼는 결정화 오러 블레이드가 씌워진 성검을 손으로 막아냈다.

    아무런 피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손이 베여 피가 흐르는 것에서 그쳤다.

    “젠장….”

    태운은 과감히 검을 버리고 견갑을 착용한 어깨로 루시퍼의 가슴을 가격했다.

    그 직후 건틀릿으로 루시퍼를 한 번 더 공격했다.

    콰앙!

    루시퍼는 태운의 검을 집어 던지고 손바닥으로 태운의 공격을 막아냈다.

    “후….”

    피핏!

    태운이 낸 상처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

    ‘한 번 더….’

    퍼억!

    그 순간, 루시퍼의 주먹이 태운의 명치를 가격했다.

    “크헉!”

    태운은 멀리 날아가 벽에 처박혔고 태세를 정비할 틈도 없이 루시퍼가 태운을 공격해 왔다.

    “벌써….”

    [내가 말하지 않았나. 내 전력을 다해 널 죽이겠다고.]

    지금까지 루시퍼는 한 번 공격에 성공하면 잠시 서서 기다렸었다.

    그런 템포에 익숙해져 있던 태운은 루시퍼의 연속된 공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막아야….’

    콰앙!

    태운은 건틀릿과 팔을 교차해 명치로 날아드는 루시퍼의 주먹을 한 번 막아냈다.

    “크헉!”

    하지만 성공적으로 막아 냈음에도 불구하고 태운의 내장과 근육으로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었고 태운은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쳤다.

    ‘돌아와라…. 성검…!’

    하지만 태운은 그 와중에도 정신을 놓지 않았다.

    성검이 돌아오자 태운은 루시퍼의 가슴을 노리고 검을 깊게 찔렀다.

    루시퍼는 태운의 검을 보고 옆으로 피해 가슴이 꿰뚫리는 대신 옆구리만 살짝 베였다.

    콰앙!

    루시퍼는 태운의 명치를 다시 한번 가격했고 태운은 건틀릿과 검으로 공격을 다시 한번 막아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충격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든 순간.

    쾅!

    태운의 몸 안에서 충격이 단번에 폭발해 태운은 피를 격하게 토해냈다.

    ‘마력 폭풍…. 오버 서플라이.’

    태운은 마력 폭풍을 사용해 루시퍼를 강제로 밀어냈고 루시퍼도 그것을 느끼고 태운에게서 멀어졌다.

    “이게 무슨….”

    [내 권속의 기술 중 하나다. 충격을 바로 전하는 게 아닌 원하는 곳까지 옮긴 뒤 일점에서 폭발시키는 기술이지.]

    “권속의 기술…?”

    루시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권속들의 기술 말이다. 나는 내 부하들의 기술을 모두 흡수했다. 단순히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더욱 발전시킨 형태로 말이다!]

    루시퍼는 허공에 마기로 만들어진 실 가닥을 소환해 그것을 튕겼다.

    디링~.

    아름다운 소리. 하지만 태운은 그 소리에서 죽음의 향기를 느꼈다.

    화악!

    태운은 바로 몸을 숙였고 태운의 머리 위로 마기의 칼날이 지나갔다.

    [처음 보는 종류의 기술일 터…. 생각보다 감이 좋구나.]

    “하….”

    루시퍼의 권속은 백여 명이 넘는다고 했었다.

    그렇다는 건 앞으로 최소 100개 이상의 기술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허억…. 허억….”

    태운의 몸이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특히 충격을 안으로 옮겨 일점으로 폭발시킨 그 기술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그 공격이 조금만 더 위로 올라와 터졌다면 태운은 그대로 심장이 터져 버렸을 것이다.

    심장이 터진다고 해도 정신만 놓지 않는다면 기이한 재생력 덕분에 죽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후…. 앞으로 이런 기술을 100개 넘게 받아내야 한단 말이지…?’퉷!

    태운은 입 안에 고인 피를 뱉어냈다.

    “까짓거, 한번 해보지, 뭐.”

    그 전에 끝나면 좋은 거고.

    태운은 이를 악물고 눈앞에 있는 루시퍼를 노려보았다.

    * * *

    그 순간, 신들의 세상은 굉장히 소란스러워졌다.

    [저 녀석을 계속 후원할 생각이십니까?]

    [지금이라도 후원을 끊고 죽여 초월자가 될 가능성을 봉쇄해야 우리가 위험하지 않습니다!]

    기억의 신은 주변의 자잘한 신들에게 계속 쓴소리를 듣고 있었다.

    [신과의 관계를 계약으로 정의 내린 녀석입니다. 계속 후원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게다가 녀석은 마기까지 얻었었습니다. 심지어 신계를 엿본 인간이지 않습니까!]

    [주변의 친한 사람들까지 모두 잃었습니다. 옛날 그 아수라를 잡은 녀석처럼 이곳에 올 수도 있단 말입니다.]

    [아수라를 잡은 그 녀석은 순수하게 신성력과 오러만으로 초월자에 반열에 든 녀석이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저 녀석이 이 세상에 온다면….]

    기억의 신은 주변에서 종알거리는 신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 직후 말했다.

    [조용히 하거라. 시끄러우니.]

    기억의 신이 한 말에 옆에서 조잘거리던 신들이 조용해졌다.

    그도 그럴 게, 신들 사이에서도 격의 크기라는 것이 존재했으니까.

    그리고 기억이라는 개념은 생명체 모두에게 통용되는 개념이었기에 기억의 신은 격의 크기가 다른 신에 비해 큰 편이었다.

    [너희들의 그 제안을….]

    하지만 이렇게 많은 신들이 반대하는 일을 독단적으로 밀고 나갈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받아들이도록 하지.]

    기억의 신은 루시퍼와 싸우고 있는 강태운에게 하던 후원을 모두 끊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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